한국의 서원 ①영주 소수서원

문을 들어 올리니 자연이 성큼 다가서네

▲ 영주 소수서원의 중심 건물인 강학당

영주 소수서원(사적 55호)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자,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9곳 가운데 하나다. 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서원이 쇠락하자, 퇴계 이황이 1549년 경상관찰사 심통원을 통해 조정에 편액과 토지, 책, 노비를 하사하도록 건의했다. 명종이 이를 받아들여 이듬해 친필 편액을 내렸으니, 조선에서 처음이다. 대제학 신광한이 왕명으로 서원 이름을 지을 때, 기폐지학소이수지(旣廢之學紹而修地: 무너진 학문을 다시 이어 닦게 하다)라는 말에서 ‘소수(紹修)’를 가져왔다.
 

▲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액을 받은 소수서원 전경 <사진제공:영주시청>

나라에서 세운 향교는 지금으로 보면 국립대학, 각 지방의 유림이 세운 서원은 사립대학이라 할 수 있다. 사액서원은 나라에서 지원하는 사립대학인 셈이다. 서원은 대개 자연 풍광이 빼어난 곳에 터를 잡았으며,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향교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입학하는 데 생원이나 진사 같은 자격을 두지만, 수업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없다. 학문을 하려는 이들에게 열린, 진정한 무상교육이다.
 

▲ 소수서원 들어가는 길에 솔숲이 넓다.

선비의 고장

족히 한 아름은 될 법한 소나무들이 소수서원 입구를 지킨다. 주세붕이 풍기군수로 부임해보니, 평소 존경해온 안향이 태어난 곳이었다. 안향은 고려 말 원나라에서 성리학을 처음 들여온 이다. 주세붕은 안향을 기리면서 숙수사 터에 백운동서원을 세우고, 소나무 1000여그루를 심었다. 그 가운데 150여그루가 아직 남아 있다. 솔숲이 끝날 무렵, 영주 숙수사지 당간지주(보물 59호)가 보인다. 통일신라 때 창건된 숙수사는 단종 복위 운동 실패로 순흥도호부가 없어질 때 불타고, 당간지주만 남았다. 주세붕은 어진 목민관으로 칭송받았는데, 백성이 산삼 공납으로 힘들어하자 소백산에서 산삼 종자를 채취해 인삼 재배에 성공한 인물이다.
 

▲ 강학당 밖에는 ‘백운동’, 안에는 ‘소수서원’ 현판을 걸었다.

소수서원 정문인 사주문으로 들어서면 강학당이 나온다. 유생이 모여 스승의 가르침에 귀기울이던 강당이다. 정면에 ‘백운동’, 내부에 ‘소수서원’ 현판이 걸렸다. 소수서원 시작에 백운동서원이 있음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강학당은 사면에 툇마루를 두르고, 배흘림 양식으로 기둥을 세웠다. 문을 연 다음 들어 올리면 삼면이 트여 안팎의 구분이 없어진다. 자연을 고스란히 품어 하나 된 기분이랄까.
 

▲ 성리학을 처음 들여온 안향과 함께 안축, 안보, 주세붕을 모신 문성공묘 <사진제공:영주시청>

강당은 일반적으로 가로가 길고 뒤에 사당을 세우는데, 강학당은 특이하게 세로로 긴 형태에 사당인 문성공묘를 서쪽에 배치했다. 문성공묘에는 안향, 안축, 안보, 주세붕을 모신다. 선현에 제사를 올리고 유학을 공부하는 것이 서원의 기본이다.
 

▲ 지락재 마루에서 바라본 소수서원 안뜰

강학당 뒤에는 유생을 가르치는 스승의 숙소인 직방재와 일신재가 있고, 그 옆으로 유생이 기거하는 학구재와 지락재가 있다. 스승의 거처보다 낮고 작게 만든 유생 기숙사의 형태에서, 스승에게 예를 다하는 당시의 철학이 엿보인다.
 

▲ 장서각과 정료대

강학당 옆 아담한 건물은 책을 보관하는 장서각이며, 장서각 앞 돌기둥은 밤에 가로등 역할을 한 정료대다. 관솔 가지에 불을 붙여 어둠을 밝혔다. 제사용 그릇을 보관하고 제물을 마련한 전사청, 안향과 주세붕 등의 초상을 모신 영정각, 소수서원에 관한 자료를 전시한 사료관 등도 경내에 있다.
 

▲ 죽계천과 솔숲을 감상하기 좋은 경렴정
▲ 취한대 마루에 앉으니 솔향기가 그윽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
자연 풍광 빼어난 곳에 위치 

소수서원은 소백산에서 흘러내린 죽계천 옆 평지에 터를 닦았다. 사주문 오른쪽에 있는 경렴정은 주세붕이 백운동서원을 세운 이듬해 동쪽 물가에 지은 정자다. 은행나무 고목이 정자에 드리워 가을이면 노란 물결이 장관이다. 개울 건너 바위에 붉은 글씨가 보인다. 주세붕이 유교사상을 한 글자로 표현해 ‘경(敬)’ 자를 새긴 바위다. 그 옆으로 소나무 아래 놓인 정자는 퇴계 이황이 ‘취한대’라 이름 붙였다. 취한대 마루에 앉아 소나무 가지 사이로 마주하는 소수서원 풍광이 볼 만하다.
 

▲ 영주 지역 주요 고택이 한자리에 모인 선비촌

소수서원에서 백운교나 죽계교를 건너면 소수박물관, 선비촌으로 이어진다. 소수박물관은 성리학과 선비문화를 조명한 곳으로, 소수서원에서 보관하던 유물을 전시한다. 선비촌은 영주 지역의 선비들이 살던 공간을 그대로 재현했다. 두암고택, 인동장씨종택, 김세기가옥, 김뢰진가옥, 해우당고택, 만죽재, 옥계정사 등 주요 고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고,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
 

▲ ▲영주 지역 주요 고택이 한자리에 모인 선비촌

영주를 ‘선비의 고장’이라 부르는 데는 소수서원이 길러낸 숱한 선비와 거기서 비롯된 선비 정신이 이후 독립운동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흔적을 따라 대한광복단기념관을 찾았다. 대한광복단은 1913년 채기중, 유창순, 유장열 등이 풍기에서 결성한 독립운동 단체다. 채기중은 1915년 대구에서 박상진의 조선국권회복단과 통합해 대한광복회를 결성하고, 좀더 조직적으로 일본에 맞섰다. 대한광복단기념관은 조직 결성 과정과 활동, 주요 인물, 영주의 독립운동사에 관해 전시한다.
 

▲ 시원한 계곡과 어우러진 금선정

소백산 비로봉에서 발원해 풍기 읍내를 지나 서천에 합류하는 금계천은 아담한 하천인데, 금계리에 이르러 제법 계곡 분위기를 띤다. 기암괴석에 키 큰 소나무가 우거진 곳에 금선정이 있다. 정면 2칸에 측면 2칸으로, 벽체 없이 사면이 개방된 소박한 형태다. 풍기 사람도 아는 이가 드물 정도로 숨은 명소다. 정자 마루에 앉으면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고, 솔숲 사이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그 옛날 선비들이 와서 시를 쓰곤 했다는데, 지금은 여름철 물놀이 하러 알음알음 찾는다. 느긋하게 앉아 책 한 권 읽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 무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만죽재고택

영주 무섬마을(국가민속문화재 278호)은 내성천 물줄기가 마을을 감싸고 있어 마치 물에 뜬 섬 같다 해서 이름 붙었다. 마을에 오래된 기와집이 많다. 1666년 이 마을에 처음 들어온 입향조 반남 박씨가 지은 만죽재고택을 비롯해 해우당고택, 김뢰진가옥, 김규진가옥 등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품은 문화재가 즐비하다. 일제강점기에 마을의 교육기관이자 독립운동의 거점이 된 아도서숙은 터만 남은 것을 몇 해 전 복원했다.
 

▲ 물 위에 걸린 외나무다리가 그 자체로 낭만이다.

무섬마을

무섬마을의 명물은 마을 앞 내성천에 놓인 외나무다리다. 과거에 마을과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였으나, 장마나 태풍으로 떠내려가 해마다 새로 놓아야 했다. 지금은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으며 독특한 체험을 하려는 이들이 일부러 외나무다리를 건넌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소수서원→선비촌→금선정→대한광복단기념관→무섬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금선정→대한광복단기념관→소수서원→선비촌→부석사→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둘째 날: 삼판서고택→영주365시장→무섬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영주 문화관광 http://tour.yeongju.go.kr
- 소수서원 www.yeongju.go.kr/open_content/sosuseowon/index.do
- 선비촌 www.sunbichon.net
- 대한광복단기념관 www.kwangbokdan.com
- 무섬마을 www.무섬마을.com  

문의 전화
- 영주시청 관광산업과 054)639-660~6
- 소수서원관광안내소 054)639-5852(관리사무소 054)634-3310)
- 소수박물관 054)639-7964
- 선비촌 054)638-6444
- 대한광복단기념관 054)635-3606
- 무섬마을관광안내소 054)636-47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영주,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6회(06:15〜22:00) 운행, 약 2시간30분(풍기IC 약 2시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3회(07:10~20:40) 운행, 약 2시간30분(풍기IC 약 2시간) 소요. 풍기IC시외버스터미널 근처 대촌 정류장에서 23번 버스 이용, 봉현사거리 정류장에서  27번 버스 환승, 소수서원 정류장 하차. 약 45분 소요. 소수서원까지 도보 약 2분. 영주종합터미널 정류장에서 27번 버스 이용, 소수서원 정류장 하차, 약 55분 소요. 소수서원까지 도보 약 2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풍기IC시외버스터미널 054)635-6631 영주종합터미널 054)631-1006 영주여객 054)633-0011~3
기차: 청량리역-풍기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9회(06:40~21:03) 운행, 2시간30분~3시간 소요. 풍기역 정류장에서 27번 버스 이용, 소수서원 정류장 하차, 약 30분 소요. 소수서원까지 도보 약 2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영주여객 054)633-0011~3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풍기 IC에서 풍기 방면 오른쪽→봉현교차로에서 우회전, 소백로→순흥교차로→소백로→읍내교차로→소백로→소수서원

숙박 정보
-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순흥면 소백로, 054)631-9888, www.sunbi.info
- 무섬마을전통한옥체험수련관: 문수면 무섬로, 054) 633-1011, www.mooldori.com
-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풍기읍 죽령로, 054)604-1700, http://taliaresort.co.kr 

식당 정보
- 순흥전통묵집(묵밥): 순흥면 순흥로39번길, 054)634-4614
- 나드리(쫄면): 영주시 중앙로, 054)633-5482, www.nadrifood.co.kr
- 풍기인삼갈비(인삼갈비탕): 풍기읍 소백로, 054)635-2382


주변 볼거리
소백산, 죽령옛길, 인삼박물관, 여우생태관찰원, 국립산림치유원(다스림), 제민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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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