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 “검사가 갑이고 기자가 을이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27 14:44:47
  • 호수 1238호
  • 댓글 0개

‘검찰의 언론플레이’ 실상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법조기자와 검사는 ‘갑과 을’의 관계입니다. 검찰은 이미 권력집단이에요. 사실 검사가 언론플레이를 해봤자 승진 등에 큰 의미가 없어요. 자기한테 유리한 정보만 언론에 흘려줘도 된다는 거죠. 경쟁이 치열한 법조보도 시장서 검찰 관계자들이 흘려주는 걸 제대로 받지 못한 기자는 자연스럽게 출입처서 도태돼요. 검찰 입장서 손해볼 게 하나도 없죠. 검찰에게 정보를 받고 싶어하는 기자들이 차고 넘치니까요.” 
 

지난 22일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법조기자와 검찰의 부적절한 ‘검언 카르텔’에 대해 고발했다. 그가 쓴 ‘<한겨레> 법조(기자)가 왜 검찰 편향적이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해 드릴게요…’라는 글은 SNS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선심 쓰듯 
한 입씩∼

지난달 24일, 서울 수서역 인근서 허 기자를 만났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이 겪은 검찰 편향적인 법조기자단의 내부 관행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허 기자는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칼럼 삭제를 비판한 주니어 기자들과 검찰발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그는 자신의 SNS에 "<한겨레>의 젊은 기자들이 검찰 편향적이라고 지적받는 ‘강희철의 법조외전’ 같은 문제 많은 칼럼에 대해 지적하기는커녕, 편집국장이 삭제 조처하는 걸 되레 문제 삼은 걸 보고 놀랐어요”라고 적었다. 


그가 쓴 글은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한겨레>엔 구독 해지 전화와 항의가 빗발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글에 대한 비판과 함께 허 기자의 과거 마약 투여 사실이 다시금 논란이 됐다. 허 기자는 지난해 5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뒤 <한겨레>서 해고됐다. 허 기자는 같은 해 9월 재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현재 그는 탐사보도 매체 <리포액트> 기자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허 기자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의 마약 투여 사실과 언론인으로서의 내부 고발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란 것이다. 그는 <한겨레> 재직 시 항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공익에 부합한 기사들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공로가 인정돼 <한겨레> 기자로서 수많은 기자상을 탔다. 

▲2009년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경찰의 살인진압 현장 고발(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도상) ▲2010년 삼성반도체공장 집단 백혈병 사건의 진실(앰네스티 보도상) ▲2012년 ‘제2의 김진숙 제3의 한진중’ 장기노동분쟁 현장 추적(한국기자협회·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도상) ▲2015년 김련희 간첩사건 조작 의혹 제기(앰네스티 보도상) ▲2018년 경찰 정치댓글 조직적 작성 고발(한국기자협회 이달의기자상)

검찰서 슬쩍 흘린 수사 정보
기자들 덥석 물어 검발 보도

특히 허 기자는 <한겨레> 법조기자로서 검찰팀에 몸담은 ‘내부자’였다. 현 ‘조국 정국’서 문제가 되는 피의사실 공표, ‘검찰발 기사’ 생산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목격자이기도 하다. 다음은 허 기자와 일문일답. 

▲법조기자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유는?
-먼저 <한겨레> 구성원들에게 미안합니다. 내가 떳떳하게 <한겨레>를 나온 것도 아니고…공격하려고 쓴 글이 아니에요. 하지만 언젠가는 쓰려던 글이었어요. 나름 <한겨레>에 애정을 가지는 마음으로 썼어요.


예전부터 일간지의 법조 기사가 검찰 편향적이고, 지나치게 검찰발 정보에 의존한다고 생각했어요. <한겨레>만 그런 게 아니에요. 법조 보도 시장 전체가 문제죠. 물론, 개인의 관찰이자 의견이지만 직접 법조팀에 있어 봤기에 그 실상을 잘 안다고 생각해요. 또 출입처에 의존하지 않고 제보를 받거나 기사를 발굴해 자기 실력만으로 검증하는 기자들이 있어요. 이런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어요. 
 

▲언론이 검찰 편향적인 보도를 하는 이유는?
-출입처 문화의 폐해죠. 언론에선 검찰수사 속보기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보통 검찰수사 기사는 검사들이 흘려주는 정보로 쓰는 거예요. 그래서 검찰 출입기자들이 검찰발 정보에 많이 의존해요. 문제는 법조기자들이 검찰이 주는 정보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보도한다는 거죠. 그러니 검찰 관점서 기사를 쓸 수밖에 없죠. 

▲왜 검찰이 언론에 수사 정보를 흘리는 가?
-검찰은 중립성을 의심받는 수사기관이에요. 한국 사회서 통제되지 않는 권력을 너무 많이 갖고있다는 비판을 받죠. 검찰이 언론에 흘려주는 정보는 상당 부분 의도가 있다고 봐요. 기자가 검사들이 흘려주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보도하다 보면 그들이 원하는 세상으로 가는 겁니다. 

검사들은 그들이 만들고 싶은 세상이 분명히 있어요. 자신들이 흘려주는 수사 정보만 세상에 알려지길 원해요. 검찰이 매장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을 때 그런 걸 언론에 흘려요. 반대로 자신들이 보호해주고 싶은 누군가의 사건은 조용히 덮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부실수사가 검찰의 이중적 태도가 드러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어떻게 검찰이 법조기자에게 정보를 흘리나?
-우선 검찰이 주요 언론사들을 관리해요. 그러면서 자신들이 필요할 때마다 활용할 언론사들을 취사선택해요. 사건마다 수사에 유리한 보도를 할 수 있는 언론사를 선별해 정보를 주는 거죠. 예를 들어 이 사건을 A신문사에 흘려주면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겠다는 등 검찰이 판단을 해요.

또 주기적으로 검사들은 언론사와 술자리를 가져요. 그 자리서 해당 검사는 언론사와 관계를 맺어요. 술자리서 기자들에게 정보를 슬쩍 슬쩍 흘리는 건 흔한 일이고요. 친하게 지내면 검사가 필요할 때마다 그 언론사에 정보를 줘요. 

그렇다고 검찰이 수사 정보를 기자들에게 대놓고 주지는 않아요. 보통 각 언론사 법조팀장들을 통해 정보가 내려가요. “이런 정치인 문제 많으니까 취재해봐라” “여기 가서 누구 만나봐라” 등 검사들이 알려줘요. 이 정보를 가지고 법조팀장은 후배 기자에게 취재 지시를 내리죠. 

법조팀장들은 기사를 잘 안 써요. 검사들과 관계 유지하는 데 바쁘죠. 같이 술도 마시고, 등산도 가야 하고, 골프도 함께 치고… 이렇게 해야 후배기자들에게 아이템을 물어다 줄 수 있거든요. 그래야 조직서 능력 있는 기자로 인정받아요.   
 

또 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통해 수사 정보가 흘러가는 경우도 있어요. ‘법조계에 따르면 어디 어디 수사가 진행 중이다’ 등의 법조기사는 검찰과 인맥이 있는 변호사가 기자에게 제보 혹은 정보를 줬을 가능성이 커요. 이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검찰이 기자에게 정보를 흘려요.

▲검찰에 정보를 받는 게 안 좋은 건가?
-저널리즘 영역이 다양할 수 있고, 검찰로부터 정보를 받는 것도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검찰이 주는 정보로 기사를 쓸 수도 있어요. 그런데 법조 보도 시장에서는 그것만이 전부가 됐어요. 저는 그것에만 매달리는 법조기자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검찰이 그리고 싶은 세상을 위한 기사만 쓰게 돼요. 이걸 경계해야 한다는 거죠.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보도와 관련해 검찰발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이건 검찰이 그리고 싶은 그림인 거죠. 언론이 사실상 검찰의 수사 도구로 활용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모든 정보 혹은 제보에는 독이 묻어 있어요. 이걸 발라내는 게 기자의 일이에요. 

소스 흘리는 방법 보니…  
법조팀장-검사 직거래?


언론사와 검찰이 ‘밀월 관계’로 보이는데? 
-사실 검사가 갑이고 기자가 을이에요. 검찰은 권력집단이에요.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해봤자 큰 의미는 없어요. 자기한테 유리한 정보만 언론에 흘려줘도 된다는 거죠. 경쟁이 치열한 법조 보도 시장서 검사들이 흘려주는 걸 제대로 받지 못한 기자는 자연스럽게 출입처서 도태돼요. 검찰 입장서 손해볼 게 하나도 없죠. 검찰에게 정보를 받고 싶어하는 기자들이 차고 넘치니깐요.”

▲도태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검사와 법조기자들은 어쨌든 상부상조해요. 예를 들어 검사가 A사 법조기자에게 정보를 주면 이 기자는 이걸 보도해줘야 해요. 그래야 두 사람의 관계가 형성이 되거든요. 보도를 안 해주면 이 검사는 더이상 A사 기자에게 정보를 주지 않을 거예요. 이 기자는 검사 입장서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거죠. 검사는 밑질 게 없어요. 정보를 줄 기자들은 많으니까요. 어쨌든 아쉬운 건 기자 쪽인 거죠. 그런 문화가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독버섯 같은 거죠. 
 

▲법조기자들이 검찰 정보에 목을 매는 이유?
-결국 언론사의 구조적인 문제예요. 대부분 언론사 편집국서 타사가 보도하지 않은 수사속보와 단독을 원해요. 편집국에서는 검찰 수사속보 잘 캐오는 기자가 능력자로 대접받고, 고급 출입처를 보장받는 관행이 생겼어요. 이런 내부 분위기 때문에 법조기자들이 결국 검사 입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거죠. 

검사들에게 말 한 마디 듣기 위해 법조기자들이 고생을 많이 해요. 한 법조기자는 보름간 검사장급 검사 집 앞에서 뻗치기를 해 결국 이 검사가 기자를 데리고 노래방에 갔어요. 그곳에서 수사 관련 서류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기삿거리를 줬죠. 그 기자는 그걸 보도했고, 결국 큰 사건이 됐어요. 

▲법조기자 문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언론사가 결단 내리지 않으면 쉽게 안 바뀔 거예요. 수사속보를 포기해도 좋으니 검증된 것만 쓰자고 각사 편집국서 선언을 해야 합니다. 검찰의 공식 브리핑으로 발표된 것만 쓰고. 그외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검증이 완료된 정보만 기사로 써야 해요. 또 검찰 중심이 아닌 법원 중심의 취재 관행으로 옮겨가야 해요. 

▲SNS글을 쓰고 ‘마약 기자’라는 비판도 많이 받던데. 
-받아들여요. 기자의 자질을 마약과 연관해서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속상하지만 감내해야죠. 제가 잘못을 저지른 건 사실이니깐요. 그렇다고 제가 경험하고 보고 들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제가 경험했던 법조기자들의 현실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앞으로의 계획은? 
마약 관련 문제는 저와 떼어놓을 수 없는 숙명이 됐어요. 마약과 관련된 활동을 주로 하고 있어요. ‘약물중독자의 회복과 인권을 위한 회복연대’서 한국사회가 그간 다루지 않은 마약 제도와 마약 투약자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또 탐사언론 매체 <리포액트>를 설립했고, 기자로서 마약 관련 취재를 전문적으로 할 생각이에요.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