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박현주 애증의 10년 풀스토리

친했었는데…어쩌다 이 지경?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미래에셋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현주 회장과의 관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금은 꽤 불편한 사이로 알려져 있지만 한때는 막역한 사이였던 두 박 회장.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애증을 뒤로 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미래에셋대우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 직전 참여 의사를 내놓으면서 ‘깜짝’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돌연 등장
관심 집중

지난 3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재무적투자자(FI)로서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참여했다. 미래에셋대우는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구주)과 신주를 매입하거나 인수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현주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재무적투자자로서 미래에셋대우의 참여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업 라이선스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가 큰 데다 복잡한 구조로 이뤄진 대규모 거래인 만큼 미래에셋대우의 투자금융(IB)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전략적투자자(SI)를 찾던 중 HDC현대산업개발과 뜻이 맞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설업 이외에도 호텔, 면세점 등으로 사업범위를 넓히고 있는데 시너지를 낼 만한 기업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눈여겨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박삼구 전 회장과 박현주 회장과의 관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호남 출신 대표적 기업인으로 꼽히는 두 사람은 광주제일고 선후배다. 박삼구 전 회장이 1963년 졸업했고 박현주 회장은 14년 후인 1977년에 졸업했다. 나이 차이는 났지만 꽤 친했던 두 박 회장은 그동안 사업관계로 적지않은 마찰을 빚으면서 악연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깜짝 등장
박·박 회장 한때 막역한 사이 눈길

지난 2006년 박현주 회장은 박삼구 전 회장의 대우건설 인수를 돕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선 바 있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장의 만류에도 밀어붙였다. 이는 두 사람 간의 신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08년부터 급격히 틀어졌다.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에 함께 따라 나선 미래에셋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자금 손실을 보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불편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구조를 살펴보면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미래에셋 등 여러 FI와 공동 인수단을 꾸렸다. FI들이 대우건설 지분을 사주는 대신 향후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보유한 주식을 금호아시아나가 되사주는 이른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미래에셋의 든든한 지원하에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손에 넣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시장의 우려대로 대우건설 주가가 급락을 거듭했다. 당연히 FI들의 보유지분가치는 떨어졌고 옵션 만기가 다가올수록 이를 되사야 하는 금호아시아나도 점차 자금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돈이 없어 풋옵션을 되사줄 수 없었던 금호아시아나는 결국 2008년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한다. 산업은행, 미래애셋 등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대우건설 풋옵션을 보통주로 바꿔주는 출자전환에 합의했다. 이 과정서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지분 11.69%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돈 때문에?
의사 오갔나

이후 금호아시아나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수차례의 증자와 감자를 반복했다. 당연히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의 손해는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미래에셋을 믿고 함께 투자한 다른 투자자들의 손실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미래에셋그룹은 물론 박현주 회장에 대한 평가도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결국 박현주 회장은 최대주주 지위서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 정상화를 명목으로 주요 계열사 매각을 요구했다. 계열사 하나하나에 애착이 강했던 박삼구 전 회장에게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었다.
 

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 역시 채권단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금호산업 매각을 결정하게 된다. 다소 불편하기만 했던 둘의 사이는 이때를 기점으로 완전히 틀어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잠잠해진 듯 보였던 두 사람의 갈등은 2015년 다시 정점을 찍었다. 박삼구 회장이 다시 금호산업을 되찾는 과정서 미래에셋이 포함된 채권단이 매각가를 높게 올려놨기 때문. 당시 박 전 회장은 금호산업을 7000억원에 사들이려 했지만 채권단은 1조원까지 제시했다.

박 전 회장 측에서는 채권단이 매각가를 높여 잡은 배경에 미래에셋이 영향력을 발휘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박 회장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 전 회장과 박 회장간의 갈등은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간 다툼으로 당시 지역 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급기야 광주경영자총협회가 성명을 통해 “채권단이 재기에 나서려는 향토기업의 발판을 뒤흔들고 있다”며 박 전 회장 편에 서서 박 회장 측을 비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입장 바뀌다
서로의 책임

오랜 갈등 끝에 박 전 회장이 금호산업을 다시 인수했지만 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금호타이어 인수 실패로 금호재건은 물 건너갔고 아시아나항공의 자금난은 갈수록 악화됐다. 그 결과 박 전 회장은 지난 3월로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직서 내려왔고 아시아나항공을 팔아야 하는 상황까지 맞이하게 됐다.

박 전 회장 입장에선 회사 매각 과정서 많은 돈을 지출하게 한 박 회장에게 서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박 회장 역시 투자금 손실을 겪게 한 박 전 회장에 대해 달갑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회장이 박 전 회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고자 과거 부동산114 딜을 함께 추진했고 박 회장의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인 정몽규 회장이 있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가형항공사(LCC)를 비롯해 항공운송업황 전반이 부진한 탓에 부채만 2조원에 가까운 아시아나항공을 살 요인이 크지 않은 실정”이라면서도 “다만 박현주 회장이 SI를 앞세워 아시아나항공을 산 뒤 후에 다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되넘기는 일종의 파킹딜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선후배 ‘돈이 뭔지’
갑자기 왜?…백기사? 흑기사?

미래에셋대우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호남기업으로서 상징성도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박 회장을 비롯해 그룹의 부회장 5명 가운데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최경주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부회장, 정상기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 등 3명이 모두 호남 출신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과 함께 양대 국적항공사란 점도 있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호남에 기반을 둔 기업이란 점에서 정치·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호남에 뿌리를 두지 않은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지역사회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돌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 때문에 미래에셋대우의 인수전 참여를 놓고 박 회장이 산업은행 등 금융당국으로부터 모종의 메시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각서 나온다. 다만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출신이 같다는 점이 투자의 이유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관계 호전?
두고 봐야…

시장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M&A를 두고 다시 만난 두 박 회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어떤 새 주인을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건 두 회장의 관계가 당분간 호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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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