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박현주 애증의 10년 풀스토리

친했었는데…어쩌다 이 지경?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미래에셋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현주 회장과의 관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금은 꽤 불편한 사이로 알려져 있지만 한때는 막역한 사이였던 두 박 회장.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애증을 뒤로 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미래에셋대우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 직전 참여 의사를 내놓으면서 ‘깜짝’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돌연 등장
관심 집중

지난 3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재무적투자자(FI)로서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참여했다. 미래에셋대우는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구주)과 신주를 매입하거나 인수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현주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재무적투자자로서 미래에셋대우의 참여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업 라이선스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가 큰 데다 복잡한 구조로 이뤄진 대규모 거래인 만큼 미래에셋대우의 투자금융(IB)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전략적투자자(SI)를 찾던 중 HDC현대산업개발과 뜻이 맞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설업 이외에도 호텔, 면세점 등으로 사업범위를 넓히고 있는데 시너지를 낼 만한 기업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눈여겨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박삼구 전 회장과 박현주 회장과의 관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호남 출신 대표적 기업인으로 꼽히는 두 사람은 광주제일고 선후배다. 박삼구 전 회장이 1963년 졸업했고 박현주 회장은 14년 후인 1977년에 졸업했다. 나이 차이는 났지만 꽤 친했던 두 박 회장은 그동안 사업관계로 적지않은 마찰을 빚으면서 악연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깜짝 등장
박·박 회장 한때 막역한 사이 눈길

지난 2006년 박현주 회장은 박삼구 전 회장의 대우건설 인수를 돕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선 바 있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장의 만류에도 밀어붙였다. 이는 두 사람 간의 신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08년부터 급격히 틀어졌다.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에 함께 따라 나선 미래에셋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자금 손실을 보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불편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구조를 살펴보면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미래에셋 등 여러 FI와 공동 인수단을 꾸렸다. FI들이 대우건설 지분을 사주는 대신 향후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보유한 주식을 금호아시아나가 되사주는 이른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미래에셋의 든든한 지원하에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손에 넣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시장의 우려대로 대우건설 주가가 급락을 거듭했다. 당연히 FI들의 보유지분가치는 떨어졌고 옵션 만기가 다가올수록 이를 되사야 하는 금호아시아나도 점차 자금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돈이 없어 풋옵션을 되사줄 수 없었던 금호아시아나는 결국 2008년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한다. 산업은행, 미래애셋 등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대우건설 풋옵션을 보통주로 바꿔주는 출자전환에 합의했다. 이 과정서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지분 11.69%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돈 때문에?
의사 오갔나

이후 금호아시아나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수차례의 증자와 감자를 반복했다. 당연히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의 손해는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미래에셋을 믿고 함께 투자한 다른 투자자들의 손실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미래에셋그룹은 물론 박현주 회장에 대한 평가도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결국 박현주 회장은 최대주주 지위서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 정상화를 명목으로 주요 계열사 매각을 요구했다. 계열사 하나하나에 애착이 강했던 박삼구 전 회장에게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었다.
 

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 역시 채권단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금호산업 매각을 결정하게 된다. 다소 불편하기만 했던 둘의 사이는 이때를 기점으로 완전히 틀어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잠잠해진 듯 보였던 두 사람의 갈등은 2015년 다시 정점을 찍었다. 박삼구 회장이 다시 금호산업을 되찾는 과정서 미래에셋이 포함된 채권단이 매각가를 높게 올려놨기 때문. 당시 박 전 회장은 금호산업을 7000억원에 사들이려 했지만 채권단은 1조원까지 제시했다.

박 전 회장 측에서는 채권단이 매각가를 높여 잡은 배경에 미래에셋이 영향력을 발휘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박 회장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 전 회장과 박 회장간의 갈등은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간 다툼으로 당시 지역 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급기야 광주경영자총협회가 성명을 통해 “채권단이 재기에 나서려는 향토기업의 발판을 뒤흔들고 있다”며 박 전 회장 편에 서서 박 회장 측을 비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입장 바뀌다
서로의 책임

오랜 갈등 끝에 박 전 회장이 금호산업을 다시 인수했지만 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금호타이어 인수 실패로 금호재건은 물 건너갔고 아시아나항공의 자금난은 갈수록 악화됐다. 그 결과 박 전 회장은 지난 3월로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직서 내려왔고 아시아나항공을 팔아야 하는 상황까지 맞이하게 됐다.

박 전 회장 입장에선 회사 매각 과정서 많은 돈을 지출하게 한 박 회장에게 서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박 회장 역시 투자금 손실을 겪게 한 박 전 회장에 대해 달갑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회장이 박 전 회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고자 과거 부동산114 딜을 함께 추진했고 박 회장의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인 정몽규 회장이 있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가형항공사(LCC)를 비롯해 항공운송업황 전반이 부진한 탓에 부채만 2조원에 가까운 아시아나항공을 살 요인이 크지 않은 실정”이라면서도 “다만 박현주 회장이 SI를 앞세워 아시아나항공을 산 뒤 후에 다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되넘기는 일종의 파킹딜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선후배 ‘돈이 뭔지’
갑자기 왜?…백기사? 흑기사?

미래에셋대우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호남기업으로서 상징성도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박 회장을 비롯해 그룹의 부회장 5명 가운데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최경주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부회장, 정상기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 등 3명이 모두 호남 출신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과 함께 양대 국적항공사란 점도 있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호남에 기반을 둔 기업이란 점에서 정치·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호남에 뿌리를 두지 않은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지역사회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돌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 때문에 미래에셋대우의 인수전 참여를 놓고 박 회장이 산업은행 등 금융당국으로부터 모종의 메시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각서 나온다. 다만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출신이 같다는 점이 투자의 이유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관계 호전?
두고 봐야…

시장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M&A를 두고 다시 만난 두 박 회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어떤 새 주인을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건 두 회장의 관계가 당분간 호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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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