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아시아인 최초 ‘PGA 신인상’ 임성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23 14:49:24
  • 호수 12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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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슈퍼루키 ‘굿샷∼’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한민국 슈퍼루키 임성재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국적 선수로 사상 최초다. PGA 투어 2019-2020시즌 개막전서도 홀인원을 하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 아시아인 최초 ‘PGA 신인상’ 수상한 임성재 골퍼

임성재가 아시아 국적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을 수상했다. PGA 투어는 지난 12일(한국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2018∼19시즌 신인상 투표 결과 임성재가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투표 결과
수상자 선정

PGA 투어 신인상은 해당 시즌 15개 이상 대회에 출전한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정하며 득표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 올해부터 PGA 투어 신인상에는 ‘아널드 파머상’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1990년 제정된 PGA 투어 신인상 부문에서 아시아 국적의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올해 임성재가 최초다.

다만 2012년에 재미동포 존 허가 신인상을 받은 사례가 있으나 그의 국적은 미국이다.

임성재는 PGA투어 수상 소감서 “한 번뿐인 신인상을 받아서 너무 기쁘고 좋다”며 “사실 ‘내가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했는데 어제 PGA 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로부터 전화를 받고 결과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최초,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이라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나중에 계속 투어를 뛰면서 큰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골프전문 언론 <골프채널>은 임성재의 신인상 수상 배경으로 ‘꾸준함’(consistency)을 꼽았다. PGA 투어 커미셔너인 제이 모나한도 임성재의 수상 소식을 전하며 “그의 ‘아이언맨’ 시즌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았다”고 칭찬했다.

아버지 임지택씨는 외신과의 인터뷰서 아들에 대해 “우리에게는 아직도 어린아이”라고 했지만 임성재는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임성재는 지난 시즌 35개 대회에 출전했다.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 30명의 평균 대회 참가횟수(22.8회)보다 12회 이상 많다. 체즈 리비(미국)·코리 코너스(캐나다)가 바로 뒤를 이었지만 27회에 그쳤다.

성적도 꾸준했다. 임성재는 지난 시즌 ‘톱10’에 7번 들어 이 부문에서 PGA 투어 공동 8위에 올랐다. 출전 대회수가 많아 덕을 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PGA 투어 전체 선수들의 평균은 20회 출전해 2번 ‘톱10’에 드는 것이다. 임성재의 ‘톱10’ 비율은 전체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아시아 국적 선수로 첫 수상 영예
최연소 기록 제조기 ‘미국 접수’

두드러지는 기록도 많다. 2부 투어 신인상을 받은 뒤 이듬해 PGA 투어 신인상을 받은 것은 22년 만의 기록이다. 스튜어트 싱크(미국)가 1996∼1997년 임성재보다 앞서 이 기록을 세웠다.

PGA 투어 2019-2020 시즌 개막전서도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지난 16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화이트설퍼스프링스의 올드 화이트 TPC(파70·7286야드)서 열린 PGA 투어 2019-2020시즌 개막전 밀리터리 트리뷰트(총상금 75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서 버디 5개와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로 1타를 잃었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1타가 된 임성재는 스콧 피어시(미국) 등과 함께 공동 19위에 랭크됐다.

이날 임성재는 세계랭킹 54위로 올라섰다.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순위가 높은 선수는 안병훈으로 48위다. 김시우는 한 계단 하락한 68위에 머물렀다. 재미교포인 케빈 나는 34위에 올랐다.

대회 첫날 1라운드서 2019-2020시즌 투어 첫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3라운드까지 매일 60대 타수의 호조를 보이며 전날 공동 9위를 기록, 역전 우승에 대한 희망도 없지 않았다. 임성재는 그러나 이날 처음으로 오버파 점수를 적어내며 순위가 10계단 밀려 다소 아쉬움을 샀다.

디펜딩 챔피언인 재미교포 케빈 나는 10언더파 270타, 공동 14위에 올랐다. 지난달 득남한 케빈 나는 15일 36번째 생일을 맞아 대회 2연패와 득남, 생일 자축의 겹경사를 누렸다. 하지만 2타를 줄이고 순위를 전날보다 두 단계 끌어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호아킨 니만(칠레)이 최종 합계 21언더파 259타로 우승했다. 21세 신예인 니만은 칠레 국적 선수 최초로 PGA 투어 챔피언이라는 역사를 썼다. 우승 상금은 135만달러(약 16억1000만원)다.

꾸준함
성실함

아시아 국적 최초로 PGA 신인상을 수상한 임성재에게 ‘최초’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프로데뷔 때부터 슈퍼루키로 주목받았으며, 기록 제조기로도 불린다. 

183㎝ 키에 90㎏ 몸무게로 건장한 체격인 임성재는 충북 청주서 태어나 4세때 제주도로 이사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고교 시절 충남 천안 골프 아카데미서 골프를 배웠다. 해를 거듭할수록 일취월장한 기량 덕분에 16세이던 2014년에는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년간 국가대표를 지냈고 2015년 프로로 전향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일본투어(JGTO) 큐스쿨을 단번에 통과한 임성재는 한국과 일본을 부지런히 오가며 경험을 축적했다.

2016년부터 2년간 한국과 일본 투어 생활을 병행한 그는 국내에선 2017년 9월 티업 지스윙 메가오픈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고, 일본서도 2017년 10월 마이나비 ABC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 임성재 프로 ⓒKPGA

실력을 끌어올리던 2017년 임성재는 미국 무대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PGA 투어 2부격인 웹닷컴투어 큐스쿨을 넘어서야 했다. 임성재는 그해 12월 치러진 큐스쿨서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로 2위를 차지해 미국행이라는 1차 목표를 가뿐히 달성했다.

지난해 1월 웹닷컴투어 2018시즌 개막전 바하마 그레이트 엑수마 클래식 첫 우승에 이어 8월 최종전 윈코푸즈 포틀랜드오픈서 2승째를 올려 웹닷컴투어 정규 시즌 상금 1위를 확정했다. 바하마 그레이트 엑수마 클래식서 우승했을 때 임성재의 나이는 19년 9개월 7일로, 웹닷컴투어서 제이슨 데이(2007년 레전드 파이낸셜 그룹 클래식 우승 때 19년 7개월 26일)에 이은 두 번째 어린 챔피언이 됐다.


임성재는 1990년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에 웹닷컵투어서 정규 시즌 첫 대회와 마지막 대회서 우승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천안서 시작
16세 국대로

아울러 임성재는 웹닷컴투어 최초로 시즌 내내 한 번도 상금랭킹 1위를 내놓지 않으며 상금왕을 차지하는 기록도 만들었다. 2017-2018시즌 두 번의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고, 2018 US오픈에서는 컷 탈락했지만, PGA챔피언십에서는 한국인 중에서 가장 좋은 결과(공동 42위)로 마무리했다.

25개 대회에 출전한 2018년 웹닷컴투어 54번의 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기록, 이 부문 시즌 1위에 올랐다. 397개의 버디를 잡아 2011년 이후 웹닷컴투어 단일 시즌 가장 많은 버디를 만들었다.

이달 초 2018-2019시즌 PGA 투어에 데뷔한 21명의 신인 중 가장 어린 멤버인 임성재는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 마지막 날 챔피언조로 나섰고, 1타 차로 아깝게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해 공동 4위로 마쳤다. 하지만 21명의 신인 가운데 최고의 마무리였다.

시즌 내내 빼어난 활약을 펼친 임성재는 투어 최고 영예인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이자 역대 최연소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기분 좋게 PGA 투어로 향한 임성재는 꿈의 무대서 아시아인 최초 신인상이라는 이력을 추가했다. PGA 투어가 신인상 제도를 도입한 1990년 이후 아시아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임성재가 처음이다. 

한 선수가 웹닷컴 투어와 PGA 투어 신인상을 연달아 수상한 것 역시 1997년 스튜어트 싱크에 이후 22년 만에 나온 희귀한 기록이다. 경쟁자들과 달리 우승 기록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임성재는 꾸준함으로 이를 만회했다. 

‘홀인원’ 공동 19위 시즌 첫발   
세계랭킹 두 계단 오른 54위 

시즌 최고 성적은 지난 3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서 기록한 공동 3위. 큰 부침 없이 활약을 이어간 임성재는 신인 중 홀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해 공동 19위로 시즌을 마쳤다.

한국인 첫 웹닷컴 투어 신인상에 이어 아시아인 첫 PGA 투어 최고 신인이 된 임성재의 다음 목표는 PGA 투어 첫 승이다. PGA투어닷컴은 2019년 골프대항전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의 캡틴인 어니 엘스(남아공)가 임성재를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는 10월17일 열린 더CJ컵 사전 공식 인터뷰서 엘스는 “임성재는 겨우 스무 살밖에 안 됐다. 앞으로 그에겐 믿을 수 없는 미래가 있다”고 칭찬하며 “특히 홈 팬들 앞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는 이번 주 대회서 많은 인기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재는 나인브릿지클럽 제주서 열리는 PGA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총상금 975만달러·이하 더CJ컵)에 출전한다. 임성재는 2년 연속 고향 제주서 열리는 더CJ컵에 출전하는 각오도 밝혔다. 2부투어 신인왕과 상금왕 신분으로 출전했던 작년 대회서 임성재는 공동 41위의 성적표를 쥐었다.

지난 16일 막을 내린 PGA투어 2019-2020시즌 개막전 밀리터리 트리뷰트 마지막날 부진으로 공동 19위에 그쳤으나 ‘2년차 징크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샷감이다.

한·일 투어 
준우승 최고

임성재는 “작년 첫 출전 때 브룩스 켑카와 저스틴 토마스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이 플레이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경험이 지난 시즌에 PGA투어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신인상을 받긴 했지만 우승이 없다는 게 아쉽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신만큼 더욱 열심히 해서 올 시즌에는 꼭 우승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다. 그 무대가 더CJ컵이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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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