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아시아인 최초 ‘PGA 신인상’ 임성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23 14:49:24
  • 호수 12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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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슈퍼루키 ‘굿샷∼’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한민국 슈퍼루키 임성재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국적 선수로 사상 최초다. PGA 투어 2019-2020시즌 개막전서도 홀인원을 하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 아시아인 최초 ‘PGA 신인상’ 수상한 임성재 골퍼

임성재가 아시아 국적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을 수상했다. PGA 투어는 지난 12일(한국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2018∼19시즌 신인상 투표 결과 임성재가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투표 결과
수상자 선정

PGA 투어 신인상은 해당 시즌 15개 이상 대회에 출전한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정하며 득표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 올해부터 PGA 투어 신인상에는 ‘아널드 파머상’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1990년 제정된 PGA 투어 신인상 부문에서 아시아 국적의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올해 임성재가 최초다.

다만 2012년에 재미동포 존 허가 신인상을 받은 사례가 있으나 그의 국적은 미국이다.

임성재는 PGA투어 수상 소감서 “한 번뿐인 신인상을 받아서 너무 기쁘고 좋다”며 “사실 ‘내가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했는데 어제 PGA 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로부터 전화를 받고 결과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최초,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이라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나중에 계속 투어를 뛰면서 큰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골프전문 언론 <골프채널>은 임성재의 신인상 수상 배경으로 ‘꾸준함’(consistency)을 꼽았다. PGA 투어 커미셔너인 제이 모나한도 임성재의 수상 소식을 전하며 “그의 ‘아이언맨’ 시즌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았다”고 칭찬했다.

아버지 임지택씨는 외신과의 인터뷰서 아들에 대해 “우리에게는 아직도 어린아이”라고 했지만 임성재는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임성재는 지난 시즌 35개 대회에 출전했다.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 30명의 평균 대회 참가횟수(22.8회)보다 12회 이상 많다. 체즈 리비(미국)·코리 코너스(캐나다)가 바로 뒤를 이었지만 27회에 그쳤다.

성적도 꾸준했다. 임성재는 지난 시즌 ‘톱10’에 7번 들어 이 부문에서 PGA 투어 공동 8위에 올랐다. 출전 대회수가 많아 덕을 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PGA 투어 전체 선수들의 평균은 20회 출전해 2번 ‘톱10’에 드는 것이다. 임성재의 ‘톱10’ 비율은 전체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아시아 국적 선수로 첫 수상 영예
최연소 기록 제조기 ‘미국 접수’

두드러지는 기록도 많다. 2부 투어 신인상을 받은 뒤 이듬해 PGA 투어 신인상을 받은 것은 22년 만의 기록이다. 스튜어트 싱크(미국)가 1996∼1997년 임성재보다 앞서 이 기록을 세웠다.

PGA 투어 2019-2020 시즌 개막전서도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지난 16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화이트설퍼스프링스의 올드 화이트 TPC(파70·7286야드)서 열린 PGA 투어 2019-2020시즌 개막전 밀리터리 트리뷰트(총상금 75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서 버디 5개와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로 1타를 잃었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1타가 된 임성재는 스콧 피어시(미국) 등과 함께 공동 19위에 랭크됐다.

이날 임성재는 세계랭킹 54위로 올라섰다.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순위가 높은 선수는 안병훈으로 48위다. 김시우는 한 계단 하락한 68위에 머물렀다. 재미교포인 케빈 나는 34위에 올랐다.

대회 첫날 1라운드서 2019-2020시즌 투어 첫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3라운드까지 매일 60대 타수의 호조를 보이며 전날 공동 9위를 기록, 역전 우승에 대한 희망도 없지 않았다. 임성재는 그러나 이날 처음으로 오버파 점수를 적어내며 순위가 10계단 밀려 다소 아쉬움을 샀다.

디펜딩 챔피언인 재미교포 케빈 나는 10언더파 270타, 공동 14위에 올랐다. 지난달 득남한 케빈 나는 15일 36번째 생일을 맞아 대회 2연패와 득남, 생일 자축의 겹경사를 누렸다. 하지만 2타를 줄이고 순위를 전날보다 두 단계 끌어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호아킨 니만(칠레)이 최종 합계 21언더파 259타로 우승했다. 21세 신예인 니만은 칠레 국적 선수 최초로 PGA 투어 챔피언이라는 역사를 썼다. 우승 상금은 135만달러(약 16억1000만원)다.

꾸준함
성실함

아시아 국적 최초로 PGA 신인상을 수상한 임성재에게 ‘최초’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프로데뷔 때부터 슈퍼루키로 주목받았으며, 기록 제조기로도 불린다. 

183㎝ 키에 90㎏ 몸무게로 건장한 체격인 임성재는 충북 청주서 태어나 4세때 제주도로 이사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고교 시절 충남 천안 골프 아카데미서 골프를 배웠다. 해를 거듭할수록 일취월장한 기량 덕분에 16세이던 2014년에는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년간 국가대표를 지냈고 2015년 프로로 전향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일본투어(JGTO) 큐스쿨을 단번에 통과한 임성재는 한국과 일본을 부지런히 오가며 경험을 축적했다.

2016년부터 2년간 한국과 일본 투어 생활을 병행한 그는 국내에선 2017년 9월 티업 지스윙 메가오픈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고, 일본서도 2017년 10월 마이나비 ABC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 임성재 프로 ⓒKPGA

실력을 끌어올리던 2017년 임성재는 미국 무대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PGA 투어 2부격인 웹닷컴투어 큐스쿨을 넘어서야 했다. 임성재는 그해 12월 치러진 큐스쿨서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로 2위를 차지해 미국행이라는 1차 목표를 가뿐히 달성했다.

지난해 1월 웹닷컴투어 2018시즌 개막전 바하마 그레이트 엑수마 클래식 첫 우승에 이어 8월 최종전 윈코푸즈 포틀랜드오픈서 2승째를 올려 웹닷컴투어 정규 시즌 상금 1위를 확정했다. 바하마 그레이트 엑수마 클래식서 우승했을 때 임성재의 나이는 19년 9개월 7일로, 웹닷컴투어서 제이슨 데이(2007년 레전드 파이낸셜 그룹 클래식 우승 때 19년 7개월 26일)에 이은 두 번째 어린 챔피언이 됐다.


임성재는 1990년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에 웹닷컵투어서 정규 시즌 첫 대회와 마지막 대회서 우승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천안서 시작
16세 국대로

아울러 임성재는 웹닷컴투어 최초로 시즌 내내 한 번도 상금랭킹 1위를 내놓지 않으며 상금왕을 차지하는 기록도 만들었다. 2017-2018시즌 두 번의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고, 2018 US오픈에서는 컷 탈락했지만, PGA챔피언십에서는 한국인 중에서 가장 좋은 결과(공동 42위)로 마무리했다.

25개 대회에 출전한 2018년 웹닷컴투어 54번의 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기록, 이 부문 시즌 1위에 올랐다. 397개의 버디를 잡아 2011년 이후 웹닷컴투어 단일 시즌 가장 많은 버디를 만들었다.

이달 초 2018-2019시즌 PGA 투어에 데뷔한 21명의 신인 중 가장 어린 멤버인 임성재는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 마지막 날 챔피언조로 나섰고, 1타 차로 아깝게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해 공동 4위로 마쳤다. 하지만 21명의 신인 가운데 최고의 마무리였다.

시즌 내내 빼어난 활약을 펼친 임성재는 투어 최고 영예인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이자 역대 최연소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기분 좋게 PGA 투어로 향한 임성재는 꿈의 무대서 아시아인 최초 신인상이라는 이력을 추가했다. PGA 투어가 신인상 제도를 도입한 1990년 이후 아시아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임성재가 처음이다. 

한 선수가 웹닷컴 투어와 PGA 투어 신인상을 연달아 수상한 것 역시 1997년 스튜어트 싱크에 이후 22년 만에 나온 희귀한 기록이다. 경쟁자들과 달리 우승 기록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임성재는 꾸준함으로 이를 만회했다. 

‘홀인원’ 공동 19위 시즌 첫발   
세계랭킹 두 계단 오른 54위 

시즌 최고 성적은 지난 3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서 기록한 공동 3위. 큰 부침 없이 활약을 이어간 임성재는 신인 중 홀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해 공동 19위로 시즌을 마쳤다.

한국인 첫 웹닷컴 투어 신인상에 이어 아시아인 첫 PGA 투어 최고 신인이 된 임성재의 다음 목표는 PGA 투어 첫 승이다. PGA투어닷컴은 2019년 골프대항전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의 캡틴인 어니 엘스(남아공)가 임성재를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는 10월17일 열린 더CJ컵 사전 공식 인터뷰서 엘스는 “임성재는 겨우 스무 살밖에 안 됐다. 앞으로 그에겐 믿을 수 없는 미래가 있다”고 칭찬하며 “특히 홈 팬들 앞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는 이번 주 대회서 많은 인기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재는 나인브릿지클럽 제주서 열리는 PGA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총상금 975만달러·이하 더CJ컵)에 출전한다. 임성재는 2년 연속 고향 제주서 열리는 더CJ컵에 출전하는 각오도 밝혔다. 2부투어 신인왕과 상금왕 신분으로 출전했던 작년 대회서 임성재는 공동 41위의 성적표를 쥐었다.

지난 16일 막을 내린 PGA투어 2019-2020시즌 개막전 밀리터리 트리뷰트 마지막날 부진으로 공동 19위에 그쳤으나 ‘2년차 징크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샷감이다.

한·일 투어 
준우승 최고

임성재는 “작년 첫 출전 때 브룩스 켑카와 저스틴 토마스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이 플레이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경험이 지난 시즌에 PGA투어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신인상을 받긴 했지만 우승이 없다는 게 아쉽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신만큼 더욱 열심히 해서 올 시즌에는 꼭 우승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다. 그 무대가 더CJ컵이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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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