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아시아인 최초 ‘PGA 신인상’ 임성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23 14:49:24
  • 호수 12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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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슈퍼루키 ‘굿샷∼’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한민국 슈퍼루키 임성재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국적 선수로 사상 최초다. PGA 투어 2019-2020시즌 개막전서도 홀인원을 하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 아시아인 최초 ‘PGA 신인상’ 수상한 임성재 골퍼

임성재가 아시아 국적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을 수상했다. PGA 투어는 지난 12일(한국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2018∼19시즌 신인상 투표 결과 임성재가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투표 결과
수상자 선정

PGA 투어 신인상은 해당 시즌 15개 이상 대회에 출전한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정하며 득표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 올해부터 PGA 투어 신인상에는 ‘아널드 파머상’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1990년 제정된 PGA 투어 신인상 부문에서 아시아 국적의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올해 임성재가 최초다.

다만 2012년에 재미동포 존 허가 신인상을 받은 사례가 있으나 그의 국적은 미국이다.

임성재는 PGA투어 수상 소감서 “한 번뿐인 신인상을 받아서 너무 기쁘고 좋다”며 “사실 ‘내가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했는데 어제 PGA 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로부터 전화를 받고 결과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최초,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이라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나중에 계속 투어를 뛰면서 큰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골프전문 언론 <골프채널>은 임성재의 신인상 수상 배경으로 ‘꾸준함’(consistency)을 꼽았다. PGA 투어 커미셔너인 제이 모나한도 임성재의 수상 소식을 전하며 “그의 ‘아이언맨’ 시즌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았다”고 칭찬했다.

아버지 임지택씨는 외신과의 인터뷰서 아들에 대해 “우리에게는 아직도 어린아이”라고 했지만 임성재는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임성재는 지난 시즌 35개 대회에 출전했다.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 30명의 평균 대회 참가횟수(22.8회)보다 12회 이상 많다. 체즈 리비(미국)·코리 코너스(캐나다)가 바로 뒤를 이었지만 27회에 그쳤다.

성적도 꾸준했다. 임성재는 지난 시즌 ‘톱10’에 7번 들어 이 부문에서 PGA 투어 공동 8위에 올랐다. 출전 대회수가 많아 덕을 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PGA 투어 전체 선수들의 평균은 20회 출전해 2번 ‘톱10’에 드는 것이다. 임성재의 ‘톱10’ 비율은 전체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아시아 국적 선수로 첫 수상 영예
최연소 기록 제조기 ‘미국 접수’

두드러지는 기록도 많다. 2부 투어 신인상을 받은 뒤 이듬해 PGA 투어 신인상을 받은 것은 22년 만의 기록이다. 스튜어트 싱크(미국)가 1996∼1997년 임성재보다 앞서 이 기록을 세웠다.

PGA 투어 2019-2020 시즌 개막전서도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지난 16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화이트설퍼스프링스의 올드 화이트 TPC(파70·7286야드)서 열린 PGA 투어 2019-2020시즌 개막전 밀리터리 트리뷰트(총상금 75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서 버디 5개와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로 1타를 잃었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1타가 된 임성재는 스콧 피어시(미국) 등과 함께 공동 19위에 랭크됐다.

이날 임성재는 세계랭킹 54위로 올라섰다.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순위가 높은 선수는 안병훈으로 48위다. 김시우는 한 계단 하락한 68위에 머물렀다. 재미교포인 케빈 나는 34위에 올랐다.

대회 첫날 1라운드서 2019-2020시즌 투어 첫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3라운드까지 매일 60대 타수의 호조를 보이며 전날 공동 9위를 기록, 역전 우승에 대한 희망도 없지 않았다. 임성재는 그러나 이날 처음으로 오버파 점수를 적어내며 순위가 10계단 밀려 다소 아쉬움을 샀다.

디펜딩 챔피언인 재미교포 케빈 나는 10언더파 270타, 공동 14위에 올랐다. 지난달 득남한 케빈 나는 15일 36번째 생일을 맞아 대회 2연패와 득남, 생일 자축의 겹경사를 누렸다. 하지만 2타를 줄이고 순위를 전날보다 두 단계 끌어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호아킨 니만(칠레)이 최종 합계 21언더파 259타로 우승했다. 21세 신예인 니만은 칠레 국적 선수 최초로 PGA 투어 챔피언이라는 역사를 썼다. 우승 상금은 135만달러(약 16억1000만원)다.

꾸준함
성실함

아시아 국적 최초로 PGA 신인상을 수상한 임성재에게 ‘최초’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프로데뷔 때부터 슈퍼루키로 주목받았으며, 기록 제조기로도 불린다. 

183㎝ 키에 90㎏ 몸무게로 건장한 체격인 임성재는 충북 청주서 태어나 4세때 제주도로 이사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고교 시절 충남 천안 골프 아카데미서 골프를 배웠다. 해를 거듭할수록 일취월장한 기량 덕분에 16세이던 2014년에는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년간 국가대표를 지냈고 2015년 프로로 전향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일본투어(JGTO) 큐스쿨을 단번에 통과한 임성재는 한국과 일본을 부지런히 오가며 경험을 축적했다.

2016년부터 2년간 한국과 일본 투어 생활을 병행한 그는 국내에선 2017년 9월 티업 지스윙 메가오픈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고, 일본서도 2017년 10월 마이나비 ABC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 임성재 프로 ⓒKPGA

실력을 끌어올리던 2017년 임성재는 미국 무대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PGA 투어 2부격인 웹닷컴투어 큐스쿨을 넘어서야 했다. 임성재는 그해 12월 치러진 큐스쿨서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로 2위를 차지해 미국행이라는 1차 목표를 가뿐히 달성했다.

지난해 1월 웹닷컴투어 2018시즌 개막전 바하마 그레이트 엑수마 클래식 첫 우승에 이어 8월 최종전 윈코푸즈 포틀랜드오픈서 2승째를 올려 웹닷컴투어 정규 시즌 상금 1위를 확정했다. 바하마 그레이트 엑수마 클래식서 우승했을 때 임성재의 나이는 19년 9개월 7일로, 웹닷컴투어서 제이슨 데이(2007년 레전드 파이낸셜 그룹 클래식 우승 때 19년 7개월 26일)에 이은 두 번째 어린 챔피언이 됐다.


임성재는 1990년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에 웹닷컵투어서 정규 시즌 첫 대회와 마지막 대회서 우승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천안서 시작
16세 국대로

아울러 임성재는 웹닷컴투어 최초로 시즌 내내 한 번도 상금랭킹 1위를 내놓지 않으며 상금왕을 차지하는 기록도 만들었다. 2017-2018시즌 두 번의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고, 2018 US오픈에서는 컷 탈락했지만, PGA챔피언십에서는 한국인 중에서 가장 좋은 결과(공동 42위)로 마무리했다.

25개 대회에 출전한 2018년 웹닷컴투어 54번의 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기록, 이 부문 시즌 1위에 올랐다. 397개의 버디를 잡아 2011년 이후 웹닷컴투어 단일 시즌 가장 많은 버디를 만들었다.

이달 초 2018-2019시즌 PGA 투어에 데뷔한 21명의 신인 중 가장 어린 멤버인 임성재는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 마지막 날 챔피언조로 나섰고, 1타 차로 아깝게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해 공동 4위로 마쳤다. 하지만 21명의 신인 가운데 최고의 마무리였다.

시즌 내내 빼어난 활약을 펼친 임성재는 투어 최고 영예인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이자 역대 최연소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기분 좋게 PGA 투어로 향한 임성재는 꿈의 무대서 아시아인 최초 신인상이라는 이력을 추가했다. PGA 투어가 신인상 제도를 도입한 1990년 이후 아시아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임성재가 처음이다. 

한 선수가 웹닷컴 투어와 PGA 투어 신인상을 연달아 수상한 것 역시 1997년 스튜어트 싱크에 이후 22년 만에 나온 희귀한 기록이다. 경쟁자들과 달리 우승 기록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임성재는 꾸준함으로 이를 만회했다. 

‘홀인원’ 공동 19위 시즌 첫발   
세계랭킹 두 계단 오른 54위 

시즌 최고 성적은 지난 3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서 기록한 공동 3위. 큰 부침 없이 활약을 이어간 임성재는 신인 중 홀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해 공동 19위로 시즌을 마쳤다.

한국인 첫 웹닷컴 투어 신인상에 이어 아시아인 첫 PGA 투어 최고 신인이 된 임성재의 다음 목표는 PGA 투어 첫 승이다. PGA투어닷컴은 2019년 골프대항전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의 캡틴인 어니 엘스(남아공)가 임성재를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는 10월17일 열린 더CJ컵 사전 공식 인터뷰서 엘스는 “임성재는 겨우 스무 살밖에 안 됐다. 앞으로 그에겐 믿을 수 없는 미래가 있다”고 칭찬하며 “특히 홈 팬들 앞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는 이번 주 대회서 많은 인기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재는 나인브릿지클럽 제주서 열리는 PGA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총상금 975만달러·이하 더CJ컵)에 출전한다. 임성재는 2년 연속 고향 제주서 열리는 더CJ컵에 출전하는 각오도 밝혔다. 2부투어 신인왕과 상금왕 신분으로 출전했던 작년 대회서 임성재는 공동 41위의 성적표를 쥐었다.

지난 16일 막을 내린 PGA투어 2019-2020시즌 개막전 밀리터리 트리뷰트 마지막날 부진으로 공동 19위에 그쳤으나 ‘2년차 징크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샷감이다.

한·일 투어 
준우승 최고

임성재는 “작년 첫 출전 때 브룩스 켑카와 저스틴 토마스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이 플레이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경험이 지난 시즌에 PGA투어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신인상을 받긴 했지만 우승이 없다는 게 아쉽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신만큼 더욱 열심히 해서 올 시즌에는 꼭 우승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다. 그 무대가 더CJ컵이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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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