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모텍 ‘국고 연구비’ 의혹 <일요시사> 최초 보도 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23 14:42:43
  • 호수 12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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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한지 얼마 안 됐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하 산기평) 감사서 아모그린텍이 국가기술개발사업 과제의 국고 사업비(연구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지난해 보도한 아모그린텍의 국고 연구비 유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산기평 감사실은 지난달 5일부터 같은 달 9일까지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의 사업비 집행 내역을 전수 조사했다. 이번 감사에선 사업비의 부적정 집행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와 사업비의 정산 과정이 적정했는지에 중점을 뒀다. 

국고 연구비 
수천만원 사용 

전수 조사한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 64건 중 12건이 사업비를 부적절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기평은 부적정 사용이 발견된 사업 수행자에게 시정요구 및 해당금액을 환수조치할 예정이다. 

아모그린텍은 총 3건의 국가연구개발사업서 수천만원의 국고 연구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3건 모두 산업기술혁신사업 사업비 요령 제17조(사업비 정산기준) 5항을 위반했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사업비 사용 절차와 기준을 따르지 않거나 사용 목적이 부적절한 것으로 확인된 사용금액은 불인정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산기평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아모그린텍이 수행한 ‘포화자속밀도 1.8T급 전력변환기용 비정질 코아소재 개발’ 사업의 사업비 집행이 부적정하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아무그린텍이 주관기관이었으며, 정부출연금 33억4800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아모그린텍은 참여 연구원에게 연구수당 총 9400만원을 지급한 후 이 중 3390만원을 회수했다. 이중 2235만원을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한 후 남은 금액을 다시 참여 연구원에게 지급했다. 

산기평의 감사 결과 유용 사실로 확인
자회사 아모그린텍 부적사용 3건 적발

아모그린텍이 수행한 ‘스마트 기기용 대기 중 소결이 가능한 저가 나노잉크 개발’ 사업의 사업비도 부적절하게 집행됐다. 해당 사업은 13억원의 정부출연금이 투입됐다.

아모그린텍은 이 사업서도 참여연구원에게 연구수당 총 8300만원을 지급한 후 이중 2561만원을 회수했다. 이 중 1086만원을 회의비 등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기평은 아모그린텍이 주관한 ‘복합 다기능 나노섬유 제조 기술 및 응용제품개발’ 사업서도 정부출연금이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업은 총 21억4800만원의 정부출연금이 투입됐으며, 참여 연구원에게 총 7000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아모그린텍은 이중 1950만원을 참여 연구원에게 회수해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모그린텍은 3건의 국가연구개발비사업서 사업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산기평에 시인했다. 산기평은 아모그린텍에 시정요구를 내렸으며, 부적절하게 집행한 사업비 4600만원을 10월까지 환수할 예정이다. 

이번 산기평 감사결과로 <일요시사>가 지난해 6월 보도한 ‘아모그린텍 국고 연구비 횡령 의혹’(<일요시사> 1171호 참조)이 일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산기평은 지난해 5월 A씨를 업무상 횡령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무혐의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진다. 


법인 계좌로 
가야 하는데 

산기평 관계자는 “지난해 산기평이 아모그린텍을 국고 횡령 등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지만, 혐의 없음 결론이 났다. 아모그린텍 감사 결과가 1년 만에 나온 것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아모그린텍 징계 수위는 산기평 전문위원을 통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가 제한된다. 아모그린텍이 국가연구개발사업비를 부적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향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아모그린텍 측은 산기평 감사 결과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송용설 아모그린텍 대표는 “산기평으로부터 전달받은 게 없다.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답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앞선 <일요시사>의 취재를 종합하면 아모그린텍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비(사업비)를 공동관리했으며, 연구책임자였던 임원 A씨 개인 계좌로 연구수당 수천만원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비 공동관리란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연구수당을 연구책임자들이 회수해 연구실 차원서 관리,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상은 연구책임자들의 ‘쌈짓돈’이다. 해마다 공동관리라는 미명으로 연구수당을 착복한 연구책임자들이 수사기관에 입건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연구책임자 
개인 계좌로

정부는 연구수당 횡령·착복을 근절하게 위해 공동관리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하 공동관리규정) 제12조 및 ‘연구과제표준협약서’ 제4조(연구비의 관리 및 사용) 제2항에 따르면, 학사·석사 및 박사과정 중에 있는 연구원에게 지급되는 연구수당은 공동관리할 수 없다. 

산기평은 지난해 아모그린텍이 연구원의 수당을 착복하고 있다는 투서를 접하고, 2013년부터 수행했던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 3건을 전수 조사했다. 당시 연구과제 명단에 있는 연구원들에게 현금 인출 내역과 계좌 등을 제출받았다. 

산기평이 이를 분석한 결과 연구원들 계좌서 연구수당이 일정 비율로 현금 인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기평은 인출된 연구수당 수천만원이 A씨 개인 계좌로 흘러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인출된 연구수당과 A씨 개인 계좌에 들어간 현금의 ‘정합성’이 맞아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경 산기평은 아모그린텍을 ‘업무상 횡령’으로 수사 의뢰했다. 

전문위서 징계 수위 결정 
시정요구·금액 환수 예정


아모그린텍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연구원들은 자금을 관리하는 직원 B씨에게 연구수당을 전달했다. 예를 들어 연구원 C씨는 250만원의 연구수당을 받으며, 이 중 100만∼130만원을 B씨에게 전달. 연구원 D씨는 300만원의 연구수당을 받아 100만∼150만원을 인출해 회사에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연구원들은 1년에 2∼3차례 연구수당을 받았으며, 참여비율에 연구수당이 각각 달랐다. 아모그린텍 내부 관계자는 “연구원들은 연구수당의 2분의 1 혹은 3분의 1을 급여와 연구수당을 관리했던 B씨에게 줬다”고 말했다.

B씨가 연구원들에게 되돌려 받은 연구수당을 책임연구원이었던 A씨에게 다시 건넨 게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다. 연구원들은 지난해 산기평에 아모그린텍이 연구수당을 A씨가 공동관리 했다는 ‘확인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A씨 역시 산기평 조사서 ‘공동관리를 했다’고 인정했다.
 

아모그린텍 전직 직원이었던 C씨는 “연구원들 대부분 자발적으로 공동관리에 동의했다기 보단 직급상 상하구조로 회사 지시를 받아 연구비를 반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기평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1월 전후로 아모그린텍은 공동관리했던 연구비 일부를 연구원들에게 다시 돌려줬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산기평 감사결과 보고서에도 ‘(사업비)를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한 후 남은 금액을 다시 연구원에게 지급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국가사업 
참여 제한?


아모그린텍은 상장사 아모텍의 소재 전문 관계사로 나노 소재를 활용한 전기차, 5G, ESS, 차세대 IT 분야의 부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ESS)▲5G 통신 등 다양한 산업 부문의 나노 소재·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29일 아모그린텍은 기술 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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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기술관리평가원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산업기술 개발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평가·관리하는 업무를 주목적으로 하는 준정부기관이다. 1989년 10월 생산기술연구원 내 기술관리본부로 창설돼 1993년 2월 생산기술연구원 부설 기술관리본부로 독립했다.

1995년 7월 산업기술정책연구소로 개칭됐으며, 1999년 3월 ‘산업기술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산업기술평가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2008년 8월 제2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2009년 1월 산업기술혁신촉진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2009년 2월에는 기술개발지원기관 설립위원회를 설치했다.

2009년 5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 확대 신설됐으며 서영주 초대 원장이 취임했다. 기구로는 경영기획본부, 신산업기술본부, 주력산업기술본부, 정보통신산업기술본부 등이 있다.

산업기술개발 지원사업을 연구기획·평가관리하는 업무를 목적으로 한다. 주로 기술개발에 관해 기획·조사하고, 기술개발 및 기술기반조성사업에 대한 평가관리 및 결과활용을 담당한다.

또 산업기술의 국내외 이전·확산 및 국제협력을 담당하며, 산업기술정보를 분석·제공한다. 그밖에 요업 기술의 연구개발 및 기술지원을 한다.

추진하는 사업으로는 성장동력기술개발사업, 중기거점기술개발사업, 차세대신기술개발사업, 전략기술개발사업, 단기핵심기술개발사업, 핵심기반기술개발사업, Bio-Star 프로젝트,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 산업기술기반구축사업,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 우수기술개발 중소기업 사업화연계지원사업 등이 있으며, 업체를 선정해 자금지원 등을 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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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