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가능한 휴게소 ③인제 내린천휴게소

강원의 속살을 시원하게 만나다

▲ 설계와 디자인이 독특한 내린천휴게소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 위에 떠 있는 건물이 눈길을 끈다. 국내 최초 상공(上空)형 휴게소인 내린천휴게소다. 휴게소 밑으로 차가 다니고, 도로 위 공간에서 사람들이 웃으며 이야기한다.

강원도 인제군에 자리한 내린천휴게소는 설계와 디자인이 독특하다. 밖에서 보면 휴게소는 곧 날아갈 비행기 같다. 하늘에서 보면 ‘V 자형’ 디자인이 독특하고, 상행선과 하행선에서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울창한 산세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산책하기 좋은 생태습지공원까지 갖춰, 잠시 쉬었다 가기에는 아쉽다.
 

▲ 밤에는 내린천교에 조명이 들어와 특별한 야경을 볼 수 있다.

세련된 내부

내린천휴게소의 가장 큰 미덕은 풍광에 있다. 옥상 전망대에 가면 굽이굽이 연결된 강원도 산맥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아래로 눈길을 돌리면 시원하게 흐르는 내린천이 들어온다. 오른쪽 아래는 학이 날개를 편 듯 우아한 내린천교가 보인다. 밤에는 내린천교에 조명이 들어와 특별한 야경을 볼 수 있다.
 

▲ 옥상 전망대에 있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

옥상 전망대 중심까지 나무 데크로 이어진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산길을 걷는 듯 착각이 들기도 한다.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맑은 날도 멋지지만, 비 온 뒤 안개가 산등성이를 넘는 날 풍광은 더욱 환상적이다. 옥상 전망대에 2018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가 있어, 기념사진을 찍기도 좋다. 전망대 입구에 백두대간 설경 재현 조형물이 있다. 조형물 앞 그네 의자에 앉아 쉬면서 작품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도록 분리한 테이블과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

내린천휴게소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다. 4층 전망 카페에 가면 고급 호텔에 있는 기분이다. 시원한 유리창 덕분에 차를 마시며 근사한 강원도 산세를 눈에 담을 수 있다. 미술관처럼 높은 천장에는 반짝이는 소재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직사각형 테이블을 길게 이어놓은 여느 휴게소와 달리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도록 테이블을 분리했으며, 휴대전화 충전을 위해 콘센트 이용석도 따로 마련했다.
 

▲ 하늘에서 본 휴게소 건물은 ‘V 자형’이다. <사진제공:한국도로공사>
▲ 4층에 마련된 백두숨길관 제1전시실

내린천휴게소의 독특한 점은 휴게소 아래로 차가 다니는 장면이다. 휴게소 내부에서는 나들목 연결 도로를 내려다볼 수도 있다. 하늘에서 본 휴게소 건물은 ‘V 자형’이다. 서울 방향에서 진입하면 겉보기에는 1층이지만 4층으로 표시된다. 1층은 양양 방향 휴게 공간, 4층은 서울 방향 휴게 공간으로 푸드 코트는 4층에 마련됐다. 3~4층에는 환경 전시관인 백두숨길관이 있다. 4층 제1전시실에서는 동홍천-양양고속도로와 인제양양터널 건설 과정을, 3층 제2전시실에서는 백두대간 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지루해하는 아이들이 반기는 곳이다. 내린천휴게소는 우수한 국토 경관을 선정하는 2018대한민국국토대전에서 국토교통부장관상을 수상했다.
 

▲ 인제의 대표 농·특산물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인제군로컬푸드행복장터

설계·디자인 독특한 국내 최초 상공형 휴게소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강원도 자연 풍광

휴게소 음식도 건물만큼이나 다른 지역과 구별된다. 인제에서 키운 콩을 이용한 두부 요리와 용대리 황태로 만든 황태정식이 인기다. 죠스떡볶이, 바르다김선생, 퀴즈노스, 코나퀸즈, 던킨도너츠 등이 입점했다. 김용환 내린천휴게소 소장은 “인제와 양양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여행지이기 때문에, 강원도 전통 음식과 젊은 층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한다. 휴게소 외부에는 인제군로컬푸드행복장터가 있다. 인제에서 생산된 농·특산물 수십 종 가운데 황태와 오미자, 천연 조미료 ‘웰빙구시다’가 잘 팔린다.
 

▲ 내린천휴게소 생태습지공원에 핀 연꽃

내린천휴게소의 특징적인 장소로 생태습지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버드나무와 메타세쿼이아, 자작나무 같은 수목, 갈대와 애기부들, 창포, 가시연꽃 등 수생식물을 심어놓았다. 탐방로도 조성돼 한가롭게 산책하기 좋다.
 

▲ 무선 감지 센서로 화장실 이용자를 표시하는 서비스

2017년 오픈한 휴게소인 만큼 신기술도 곳곳에 반영됐다. 화장실에 무선 감지 센서를 적용해 이용자를 표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휴게소 입구에 들어서면 주차 가능 대수를 알 수 있는 대형 표지판이 마련돼, 혼잡도를 파악하기도 쉽다.
 

▲ 울울창창한 나무 사이에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방태산자연휴양림의 2단 폭포

내린천휴게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천혜의 자연으로 유명한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있다. 활엽수가 울창하고 계곡이 시원해, 숲에 머무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준다. 캠핑 마니아에게 손꼽히는 휴양림으로, 주말에는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울울창창한 나무 사이에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2단 폭포는 비 온 뒤 찾으면 더욱 장쾌하다.
 

▲ 심마니가 산삼을 캔 자리에서 발견한 방동약수

휴양림 입구에서 가까운 방동약수는 물맛 좋기로 소문났다. 심마니가 산삼을 캔 자리에서 발견한 약수로, 탄산과 망간을 함유해 톡 쏘는 느낌이다. 약수터에서 만난 여행자가 “방동약수 맛은 변함이 없다”며, “방동약수로 밥을 지으면 찹쌀밥처럼 쫄깃해요”라고 귀띔한다.
 

▲ 내린천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

인제군을 가로지르는 내린천은 인제 모험 레포츠의 근간이 되는 명소다. 청정 지역으로 급류가 길며, 유속이 빠르고 느린 곳이 절묘하게 반복돼 래프팅 최적지로 꼽힌다. 래프팅과 리버 버깅은 물론 짚트랙, 번지점프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굽이굽이 흐르는 물과 산이 어우러진 풍광은 레포츠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곡선으로 이어진 국도31호선을 따라 드라이브만 해도 만족스럽다.
 

▲ ‘숲속의 귀족’이라 불리는 자작나무 70만 그루가 밀집한 속삭이는자작나무숲

국도31호선을 달리다 보면 ‘숲속의 귀족’이라 불리는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 있다.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나무껍질이 새하얀 자작나무 숲을 만난다. 자작나무 70만그루가 밀집한 숲으로, 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소가 관리한다. 하절기(5월16일~10월31일)에는 오후 6시까지 문을 열지만, 오후 3시 이후 입산이 불가하니 시간에 유의하자.
 

▲ 박인환문학관과 시인을 형상화한 조형물 ‘시인의품’
▲ 1960년대 산촌의 생활 모습을 생동감 있게 꾸며놓은 인제산촌민속박물관

박인환문학관

여행 마무리는 인제읍에 있는 박인환문학관과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이 좋다. 박인환문학관은 한국 모더니즘 시대를 대표하는 박인환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곳으로, 해방 전 명동 거리를 재현했다. 문학관 외부에는 박인환 시인을 형상화한 ‘시인의품’이 있는데, 조형물 안에 앉으면 시가 흘러나온다. 박인환문학관 옆에 자리한 인제산촌민속박물관도 함께 들러보자. 1960년대 산촌의 생활 모습을 생동감 있게 꾸며놓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내린천휴게소→방태산자연휴양림→방동약수→속삭이는자작나무숲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내린천휴게소→방태산자연휴양림→방동약수→내린천
둘째 날: 속삭이는자작나무숲→박인환문학관→인제산촌민속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인제문화관광 http://tour.inje.go.kr
- 방태산자연휴양림 www.foresttrip.go.kr
- 내린천넷 www.naerinchon.net  

문의 전화
- 내린천휴게소 033)852-8619
- 인제관광정보센터 033)460-2170
-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1~4
- 방태산자연휴양림 033)463-8590
- 속삭이는자작나무숲(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소) 033)460-8014
- 박인환문학관 033)462-2086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현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회(08:15~18:35)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현리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8번·31번·40번·42번·44번·52번 버스 이용, 하남1리 정류장 하차, 약 10분 소요. 내린천휴게소까지 도보 약 34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인제군대중교통정보 www.inje-pti.com

자가운전
올림픽대로 강일 IC 방면→천호대교 JC에서 강일 IC→미사대교→인제 IC에서 인제·내린천휴게소 방면→내린천휴게소

숙박 정보
- 방태산자연휴양림: 기린면 방태산길, 033)463-8590, www.foresttrip.go.kr
- 인제나르샤파크: 인제읍 비봉로44번길, 033)461-0141, www.inje-themepark.com
- 인제스피디움호텔·콘도: 기린면 상하답로, 1644-3366, www.speedium.co.kr
- 맑은물리조트: 기린면 내린천로, 033)463-8703, http://pwresort.com 
- 하늘내린호텔: 인제읍 비봉로, 033)463-5700, www.skythehotel.com
- 호텔스카이락: 인제읍 비봉로, 033)462-5551, http://skyl.modoo.at 


식당 정보
- 인제재래식손두부(두부전골): 인제읍 인제로178번길, 033)463-1858, https://inje0334631858.modoo.at
- 옛날원대막국수(막국수): 인제읍 자작나무숲길, 033)462-1515 
- 고향집(두부전골): 기린면 조침령로, 033)461-7391, www.033-461-7391.kti114.net
- 남북면옥(메밀국수): 인제읍 인제로178번길, 033)461-2219

주변 볼거리
백담사, 동국대학교 만해마을, 여초서예관, 공립인제내설악미술관, 곰배령, 아침가리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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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