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호재 보고 투자 해볼까?

초저금리와 분양가상한제 등 아파트 전방위 규제로 수익형 부동산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전철, 철도, 고속도로, 대교개통 등 교통 개발 호재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지역에서 공급되는 상품들은 기대 수익률은 물론 투자 가치도 높아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에게 ‘귀한’대접을 받고 있다.
 

▲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 일대/파주 운정신도시/위례신도시

업계에 따르면 쾌속 교통 네트워크가 조성되는 수익형 분양단지들은 높은 청약률을 보이고 있다. 타 지역 이동 수월에 따른 출·퇴근 생활 편리 등을 넘어 일부 단지는 ‘프리미엄’까지 붙어 그 열기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교통호재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신안산선, 기존 노선 연장, 경전철, 트램,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월드컵대교 개통 등이 있다.

대형 교통호재 지역은 프리미엄과 분양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GTX-A 노선 수혜지역인 고양 일산 킨텍스 일대 주거용 오피스텔에 적잖은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 ‘킨텍스 꿈에그린’전용 84㎡ 주거용 오피스텔의 분양 당시 가격은 3억4120만원 선이었지만, 이번 달 기준으로 8000만~1억원이 오른 시세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분양성적도 좋았다. GTX-B노선과 C 노선이 교차하는 청량리 일대가 대표적이다.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오피스텔’이 지난 4월 분양에 나섰는데, 평균 40.5대 1의 경쟁률로 완판(완전판매)된 바 있다.

GTX-C 노선이 예정된 과천에서 공급한 ‘e편한세상 시티 과천’도 549실 모집에 1741명이 몰려 평균 3.1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옛 여의도 MBC 부지에 들어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오피스텔 ‘브라이튼 여의도’의 경우, 849실 모집에 총 2만2462명이 접수해 평균 2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의도는 GTX-B 노선, 신안산선 개통의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 송도국제도시 개요

부동산 전문가는 “교통호재는 임대수요의 확대는 물론 생활인프라 구축 등으로 생활여건이 개선된다”며 “다만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핵심은 안정적인 임대수요에 있는 만큼 교통호재에만 치중하지 말고 공급량, 입지, 가격 경쟁력, 상품성 등을 두루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대형 교통호재로 수익형 부동산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지역. 


송도국제도시

서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송도국제도시에 GTX-B 노선 예비타당성 조사가 확정됨에 따라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광역급행철도 GTX-B 노선은 인천 송도~서울 여의도~서울역~경기 남양주 마석을 잇는다. 인천과 서울 생활권을 20분대에 연결하고, 남양주 마석까지 50분 안에 이동이 가능하다. 

KTX경부선과 연결되는 인천발 KTX 노선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인천발 KTX가 개통되면 부산과 광주까지 이동 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송도내부순환노선 트램 1단계가 2026년 개통될 예정이다. 송도 트램 1단계는 인천글로벌캠퍼스~송도랜드마크시티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향후 교통 환경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송도 씨워크 인테라스 한라= 한라는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에 짓는 도시형 생활오피스 ‘송도 씨워크 인테라스 한라’를 분양한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29-8번지(국제업무단지 C6-1블록)에 조성된다. 지하 4층~지상 25층, 2개 동, 연면적 9만3383㎡ 규모다. 전용면적 21~42㎡ 도시형 생활오피스 1242실과 상업시설 271실로 구성된다. 지상 1~4층에는 상업시설이 들어선다. 3층은 문화 및 집회시설, 4층은 글로벌 스마트 메디컬센터가 각각 조성된다. 지상 5층부터 25층에 도시형 생활오피스가 배치된다. 

인천 지하철 1호선 인천국제업무지구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하고, 건물 인근으로 송도내부순환노선 트램 1단계가 2026년 개통될 예정이다. 송도 트램 1단계는 인천글로벌캠퍼스~송도랜드마크시티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또 제2경인고속도로, 제2외곽순환도로를 통해 서울·수도권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GTX-B 노선도 추진된다. GTX-B 노선은 인천과 서울 생활권을 20분대에 연결하고, 남양주 마석까지는 50분 안에 이동이 가능하다. KTX 경부선과 연결되는 인천발 KTX 노선도 연결된다.

양평동 일대


양평동 일대도 교통호재로 들썩이고 있다. 이미 올림픽대로, 서부간선도로, 안양천로, 공항대로 등 지역 내 주요 간선도로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성산대교, 월드컵대교(2021년 예정) 등을 이용하면 여의도, 김포공항을 비롯해 상암, 마포, 마곡지구 등에도 빠른 접근이 가능하다. 2021년 서부간선도로 지하화사업이 완성되면 교통여건이 더욱 우수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월드컵대교와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성산대교, 가양대교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목적으로 건설되는 월드컵대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연결하는 왕복 6차선, 길이 1980m의 교량이다. 성산대교 남단에서 금천나들목까지 병렬 터널로 연결되는 서부간선지하도로와 연계될 예정이다. 개통이 완료되면 일대 교통편의가 대폭 개선된다. 2016년 3월 착공에 돌입한 서부간선지하도로가 개통되면 출퇴근 소요 시간이 현재 30분에서 10분대로 단축될 전망이다.
 

▲선유도역 마들렌= 국제자산신탁㈜은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5가 24-1번지 일대에 ‘선유도역 마들렌 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연면적 4808.34㎡, 지하 2층~지상 14층 1개동 규모다. 이중 오피스텔은 지상 2~14층. 전용면적 16.84(117세대), 19.14㎡(65세대) 두 가지 타입으로 총 182실로 조성된다. 

도보 약 1분 거리에 9호선 선유도역이 있고, 20개 노선의 버스정류장이 단지 바로 앞에 자리해 대중교통을 통해 출·퇴근하기가 수월하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대로, 서부간선도로, 안양천로, 공항대로 등 지역 내 주요 간선도로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성산대교와 월드컵대교(예정) 등을 이용하면 여의도, 김포공항을 비롯해 상암, 마포, 마곡지구 등에도 빠른 접근이 가능하다. 2021년 서부간선도로 지하화사업이 완성되면 교통여건이 더욱 우수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일대는 ‘한강 생활권’이면서 동쪽으로 여의도, 서쪽으로 목동과 접해있는 서울 부도심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갖췄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도시정비사업과 각종 개발 등이 추진되면서 빠르게 환골탈태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대교와 서부간선도로 사업이 주목된다. 월드컵대교에 따른 한강변 수혜지는 은평구 수색동·증산동, 마포구 상암동·성산동·망원동 등이 거론된다. 한강 이남의 경우 영등포구 양평동·당산동·강서구 염창동 등이 대표적이다. 

운정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도 대형 교통호재로 수익형 부동산 투자 관심지역이다. 오는 2023년 개통 예정인 GTX-A 운정역(예정)에 인접해 향후 서울역과 강남 삼성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제2자유로(삽다리IC)를 통해 자유로와 제2자유로의 진출입이 쉽다. 지하철 3호선 연장(예정), 제2외곽순환도로(김포~파주, 2026년 예정), 서울~문산고속도로(2020년 예정) 등 광역 교통망 호재도 예정돼 있는 만큼 향후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 접근성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운정 아르젠= 경기도 파주시 와동동 1484-1번지 일대에 ‘운정 아르젠 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대지면적 3200.70㎡, 건축면적 1631.382㎡, 연면적 1만5025.618㎡로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로 조성된다. 용적률 299.73%로 쾌적하며 오피스텔 299호실, 근린생활시설 15실로 구축된다. 선호도 높은 소형 평형으로 전용면적 18.45~38.31㎡까지 다양하나 크게 원룸과 1.5룸으로 구분된다.

경의중앙선 운정역까지 직선거리로 약 830m 거리에 위치해 도보로 이용하기 편리하다. 서울문산고속도로 설운IC에 2분 내로 진입이 가능하고 파주로 및 경의로를 통해 파주 LG디스플레이 등 산업단지 및 자유로 등 서울접근성이 우수하다. 

추후 GTX-A 노선 개통 및 지하철 3호선 연장 등 대중교통망과 제2외곽순환도로 및 조리, 금촌선 등 광역교통망을 통해 수도권 북부의 핵심거점지역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로 인해 인구유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과의 우수한 교통망으로 지역경제파급효과와 고용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위례신도시


위례신도시는 대중교통 부재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교통 인프라가 개선되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2기 신도시 교통 인프라 보완에 나선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위례선 트램을 공공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서울시와 합의했다. 총 1800억원의 사업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좌초 위기였던 트램 사업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위례 지역에 계획된 다른 철도 사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례에 계획된 또 다른 철도 사업인 경전철 위례신사선은 지난해 10월 민자사업 적격성 평가를 통과한 만큼 빠른 사업 추진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의 ‘2019년 민간투자사업 추진방향’에 따르면 위례 신사선은 실시협약 체결이 기존에는 2022년 3월이었으나 2020년 12월로 당겨졌다. 착공은 당초 2023년 6월에서 2022년 12월로 앞당겨졌다.

이처럼 대형 교통호재는 부동산 가치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한다. 새로운 길이 뚫리는 지역은 인구가 유입되고 자연스레 거래도 활발히 이뤄진다. 활발한 거래를 바탕으로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인구가 유입되고 새로운 상권이 조성되는 등 도시 기반시설도 확충된다.

주의점도 상존한다. 교통개발은 부동산 가치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호재인 반면 착공 전 사업이 연기되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착공 후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송파 헤븐시티 더 테라스= 위례신도시 호수공원(가칭)과 녹지 공원을 품은 프리미엄 오피스텔·상가인 ‘송파 헤븐시티 더 테라스’가 분양 중이다. 서울시 송파구 위례 신도시 일반 상업용지 6-2-1BL에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의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로 들어선다. 2~3인 소형가구 세대 니즈에 맞는 생활 거주형 공간설계를 적용한 중소형 오피스텔이다. 총 99실(전매가능), 전용면적은 38㎡, 43㎡(A, B), 68㎡으로 구성된다. 상가는 지상 1~2층 규모로, 1층은 총 15개 점포, 3면 개방형 스트리트형으로 호수공원 유동인구 집객을 높이는 다양한 생활 편의시설로 구성된다.


지하철 5호선 거여역, 송파 IC, 송파대로 등 사통팔달의 쾌속 교통망을 구축해 서울과 강남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위례 신도시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거여동,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하남시 학암동 등을 아울러 조성되는 2기 신도시 중 하나다. 특히 북 위례 지역은 올해 7개 건설사가 총 4733가구의 분양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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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