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유승민 ‘반조국’ 샅바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9.23 09:33:03
  • 호수 12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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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보수 구원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공동의 적이 나타났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유승민계가 조국을 겨냥했다. 보수통합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그 꼭짓점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서 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장관을 임명했다. 국회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내려진 결정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거리로 나왔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서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두 번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현장엔 지지자 2000명(한국당 추산)이 운집했다.

거리로 나와
“조국 사퇴!”

운집한 사람들은 LED 촛불을 들었다. 조 장관의 사퇴와 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연단에 올라선 황 대표는 조 장관과 관련한 의혹 보도를 일일이 언급하며 “그 배후가 있지 않겠느냐. 큰 배후가 누구냐. 우리가 문재인정권의 헌정 유린을 중단하기 위해 모인 것 아니냐. 말도 안 되는 이 정권을 우리가 심판하자”고 외쳤다.

나 원내대표는 “나는 문 대통령이 독재의 완성으로 간다고 본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국민의 힘이다. 나는 오늘 그 가능성을 봤다. 앞에 앉은 한양대, 경희대 학생들이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저쪽(여권)서 한국당 원내대표라는 이유로 요새 온갖 가짜뉴스로 나를 막 공격한다. 가짜뉴스 공격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본인 딸의 ‘특혜 대학 입학’ 의혹과 아들의 국제 학술대회 연구 포스터 제1저자 의혹과 관련한 발언이다. 한 시민단체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나 원내대표를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물론 한국당만 ‘반조국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황 대표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 파면과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반조국연대)를 제안했다. 조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국회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제(특검) 추진에 야권이 공조하자는 제안이었다.

화답이 있었다. 황 대표의 기자회견이 있은 후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과 교감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쪽(한국당)과 특별히 교감은 없었다”면서도 “한국당이나 우리들이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이 같다면 합류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반조국연대에 합류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황, 반조국연대 “함께하자”
유 “못할 이유 없어” 동조

연대만이 아니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지난 18일 조 장관과 그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공동 제출했다. 사모펀드 위법적 운용 및 부정입학·웅동학원 부정축재 의혹 등이 핵심이다.

나아가 “청와대·법무부 등 상급 권력기관의 수사 개입 시도 등 외압행사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고자 한다”는 내용도 요구서에 담았다. 


한국당과 바미당 소속의 다수 의원들이 요구서에 서명했다. 한국당에서는 110명 전원이, 바미당에서는 24명 중 18명이 참여했다. 총 128명이 뜻을 함께한 것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국정조사 요구는 재적의원 4분의 1(75명)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다. 
 

▲ ▲ 의원총회서 대화 나누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오신환 원내대표

단, 실제 국정조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당 요구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본회의 때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산술적으로 요구서에 서명한 128명 외에 22명의 찬성표를 끌어와야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정의당은 국정조사에 동의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조 장관이 취임 인사차 예방한 자리서 “장관 취임을 축하드려야 하는데 오늘은 축하만 드리기 어려운 점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정의당이 조국 장관 임명 과정서 고심이 컸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우리가 존중하기로 한 것은 대통령이 사법개혁을 말씀하셨고, 촛불로 시작된 개혁이 또 다시 수구보수의 장벽에 막혀서 좌초돼선 안 된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언급했다.

내친 김에
국조까지?

심 대표는 조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사법개혁 기대치에 무게를 두고 소위 ‘정의당 데스노트’(부적격 후보자 명단)에 조 장관의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정의당이 갑자기 노선을 변경해 한국당·바미당과 함께 국정조사에 동참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한국당·바미당 연대는 조 장관 임명에 반대했던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과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평당·대안정치는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 현 시점에서는 국정조사 실시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바미당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민평당·대안정치 내에서)이탈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민주당 내에서도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이탈자가 한두명 나올 수 있다. 그쪽(민주당)에도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 많지 않나. 그들은 조 장관의 사법개혁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예견했다. 

반조국연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황 대표와 유 의원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반조국연대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16일 손 대표는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바미당은 조 장관 반대가 정치운동으로 퇴색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지금은 조 장관 반대를 이유로 보수통합을 외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촛불집회 갖는 자유한국당

그는 “바미당은 바른정당과 연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한국당과 공조하는 일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평당과 대안정치 역시 반조국연대 합류에 부정적이다. 두 세력의 공통점은 조 장관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지기반을 옮기지 않는 한 두 세력이 연대에 합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 황 대표는 이들 당 대표들을 잇따라 예방하며 연대 구축에 사활을 걸었던 바 있다. 야권에 연대를 제안했던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 후 황 대표는 손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반조국연대 합류를 제안하기 위함이었다.


황-유 정치력
시험대 올라

그러나 손 대표는 황 대표의 제안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황 대표의 말을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는 손 대표를 만난 날 민평당 정동영 대표도 찾아갔다. 이번에는 조 장관 해임건의안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정 대표는 황 대표가 찾아오기 이전에 진행된 당 최고위원회의서 이미 해임건의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라며 사실상의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황 대표는 반조국연대와 관련해 이렇다할 소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바미당 내 바른정당계가 합류하기는 했지만, 정치권은 이들의 합류를 황 대표의 정치력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바른정당계는 반조국연대가 보수대통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국당과 이념적으로 같아서가 아닌, 조 장관의 임명이 소위 ‘정의’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황 대표의 정치력이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 의원이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조 장관을 임명한 문 대통령을 향해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중이다.

지난 9일 그는 문재인정부를 적폐로 규정했으며, 10일에는 국민들이 저항권을 발동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선 “정상인 상태가 아니라고 본다”며 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유 의원이 당 원내대책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일은 3개월 전 지방선거 이후 처음이다.


범보수 128명 국조 요구
느슨한 선거연대로 가나?

지난 15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을 어떻게 할 것이냐? 여기에 검찰개혁의 명운이 달려 있다. 검찰이 정의로운 개혁의 길로 나아가느냐, 독재권력의 주구(달음질하는 개라는 뜻으로, 사냥할 때 부리는 개를 이르는 말)가 되느냐가 정해지는 순간이 왔다”며 “살아있는 권력의 불법과 비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단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검찰개혁이고 정의”라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이후 공식적인 활동을 자제해왔던 그가 드디어 기지개를 켠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유 의원의 행보가 보수통합 등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한국당·바미당이 반조국연대 이후 선거연대를 이룰지 관심사다. 정치권에선 범보수 정당의 선거연대가 화두다.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탄 상황서 무리하게 당대당 통합을 시도하지 않고 느슨한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개정안은 의석수를 300석(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고정하고 비례대표를 50% 연동형으로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한국당보다 민평당·정의당 등 군소정당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가올 21대 총선서 복수정당의 느슨한 선거연대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 1표 등 총선서 1인2표를 행사한다. 예를 들어 지역구는 한국당 후보, 정당은 범보수정당을 찍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 우리공화당 등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통합은 NO
연대는 OK?

이런 가운데 유 의원이 ‘합리적 보수’를 내세운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서 흘러나온다. 손 대표가 바른정당계인 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면서 당권파(손학규계)-비당권파(바른정당계)의 갈등은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된다면, 바른정당계의 탈당 후 신당 창당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미당 이상돈 의원은 지난 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된다는 전제로 유승민·안철수 두 사람 측 계파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자 신당을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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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