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노무현과의 대화’ 마지막 검사 김병현 “국민이 원하면 검찰은 따라야 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은 전국서 대표로 선정된 10명의 평검사들과 토론회, 이른바 ‘검사와의 대화’를 열었다. 이들 중 가장 오랫동안 현직에 남아있던 ‘마지막 멤버’ 김병현 변호사가 지난 7월말 검찰을 떠났다. '저승사자’ ‘독사’ ‘’. 검사를 수식할 때 자주 쓰이는 단어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면 피바람이 분다는 표현도 나온다.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검사의 이미지는 냉정하고 날카롭다. 살리기보다는 죽이는 데 더 익숙한 직업으로 묘사된다.
 

▲ 김병현 변호사

김병현 변호사는 범죄자를 단죄하는 것보다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을 꾀하는 검사로 살고자 했다. 그런 그를 가리켜 대학 선배는 너는 살검(殺檢)이 아니라 활검(活檢)”이라고 말했다. 활검은 김 변호사가 가장 명예롭게 여기는 별명이다.

죽이기보다
살리는 검사

지난 728일 김 변호사(당시 서울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흐르는 물처럼 떠나고자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사의를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저를 알던 분들께 참으로 미흡했고, 저를 모르는 분들께는 더더욱 부족 했습니다라며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던 검사 김병현, 인생의 일부를 함께 해주셨던 선후배님들께 작별인사를 고합니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26<일요시사> 회의실서 김 변호사를 만났다.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로 출근한지 이틀밖에 안된 새내기(?) 변호사 신분이었다. 검찰청서 법무법인으로 소속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변호사호칭이 조금 어색한 듯 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2526년 정도 일한 직장서 떠나올 때 처음에는 실감이 나질 않는다. 결단도 어려웠다. 시대적 흐름과 지나온 인생의 한 굽이에 대한 슬픔, 서운함,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사직의 변에 담았다.”


1993년 사법고시(35)를 패스한 김 변호사는 1996년 사법연수원(25)을 수료하고 인천지검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강력부, 특수부, 공안부를 거쳐 지휘라인에 이르기까지 검찰 내 요직을 넘나든 그는 각 부서를 거치면서 숱한 사건들을 담당했다.

특히 특수부 시절 경주서 일하면서 문화재 도굴 사건을 많이 맡았다. 사찰서 탱화를 훔치거나 분묘를 탐침봉으로 찔러본 뒤 부장품을 챙긴 도굴범들이 그의 손에 잡혔다. 우리 국보급 문화재를 일본으로 밀수출한 자들도 여럿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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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압수한 부장품 중에 도자기로 만든 소꿉놀이 세트가 있었다. 그걸 보는데 수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부모가 아기를 위해 장난감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의 원형은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흙이 묻은 채 바닥에 놓인 그릇과 냄비를 보면서 한 인간이 겪어 왔을 삶의 편린이 떠올랐다.”

2006년 검사 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 사진 속 그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표정을 하고 있다. 14년 뒤 오랜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김 변호사는 그때보다 훨씬 편안한 얼굴로 솔직하고 담담하게 검사 시절을 회고했다.

옛날에는 웃질 않았다. 냉기가 흐른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살면서 세파나 부침을 겪고 나니까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어쩌면 이 시점서 검사를 그만두길 잘한 것 같다. 살인·강간·강도 이런 범죄는 정말 나쁘지만 몇몇 범죄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안쓰러운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과거에 비해 약해진 것 같다.”

평검사 10명 중 가장 오래 현직
노사갈등 해결로 감사패 받기도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김 변호사는 검사 시절부터 가장 적은 수의 사람을 처벌하는 수준으로 사건을 해결해왔다. 이른바 예방적 공안개념이다.


가령 노사 갈등으로 파업이 일어났을 경우 과거에는 진압적 공안이라고 해서 위원장부터 사무국장, 직원들까지 관련자들을 한꺼번에 검거했다. 반면 예방적 공안은 평상시 노동계와 회사 쪽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전후 사정을 파악한 뒤 가장 불법적인 행동을 주도하는 사람만 검거하는 방식이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예방적 공안은 평소 사건 관련자들과의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 김 변호사가 예방적 공안 개념을 주창할 때까지만 해도 검사가 노조 관계자와 대화하는 것을 불온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예방적 공안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여러 차례 성과를 냈다. 울산병원, 성진애드컴, 골든브릿지 투자증권 등에서 불거진 노사갈등은 그의 손을 거쳐 해결됐다. 울산병원 사태 때는 노사 안정에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노조와 회사 양측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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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울산병원 노사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연속 파업 사태를 겪었고 2002년에는 노조지부장이 불법파업 혐의로 구속되는 등 노사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김 변호사는 구속된 노조지부장에 대해 최대한 선처하면서 파업 자제를, 지부장을 징계하려는 사측에는 용서를 주문하는 등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다.

갈등이 봉합된 이후에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복직된 노조위원장이 병원을 홍보하면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노조서 사측을 상대로 정당한 투쟁을 벌이면서도 바깥으로는 우리 병원에 많이 와주세요라며 영업하고 홍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기뻤다. 말로만 하는 상생을 넘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공안,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었다.”

2006<오마이뉴스>는 검찰 각 분야 중 이른바 으로 꼽히는 검사를 발굴하는 기획-한국의 검사들을 연재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한국의 검사들 1에 뽑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내가 지향하던 보편타당한 가치, 예방적 공안의 개념을 이해해준 게 아닐까 싶다“‘한국의 검사 1라는 타이틀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영광스러웠다고 전했다.

강력, 특수, 공안…
검찰 요직 거쳐

김 변호사의 소신은 기관장으로 근무할 때 빛을 발했다. 대전지검 공주지청장으로 근무하다 떠날 적에는 지역 시의원과 유명 시인이 그를 위한 송덕비를 만들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김 변호사가 극구 사양하면서 송덕비는 세워지지 않았지만 그가 지청장으로 근무하면서 보여준 진정성은 충분히 확인받은 셈이었다.

내가 (공주 지역에) 지망해서 갔지만 막상 가보니 많이 낙후돼있었다. 지청장에 부임하자마자 처음으로 한 일은 행사 때 지역 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진로 소주 대신 공주 밤막걸리, 대전 소주를 마셨다. 벌금을 지역 실정에 맞게 조절하기도 했다. 양형기준이 있지만 대화를 통해 조율이 가능한 부분을 고려했다.”

예를 들어 시골 아줌마들끼리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다가 서로 상처를 입혀 벌금이 500만원이 나왔다. 시골서 500만원은 정말 큰돈이다. 이웃끼리 철천지원수가 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양쪽을 붙들고 따뜻한 말 한마디만 건네도 또 쉽게 풀어질 수 있다. 원칙서 벗어난 검사라고 비난 받을 여지는 있지만 내 생각엔 그게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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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었다는 김 변호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공주 지역을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공주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 관계자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 과정서 의견도 많이 냈다.

법조인은 법을 다루는 직업이지만 기본적으로 마음속에 긍휼함(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검사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긍휼함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것이다.”


그는 존경받는 검사의 조건으로 영적 이해력’ ‘사회 인식력’ ‘시대 통찰력을 들었다. 영적 이해력이 없으면 무능한 검사가, 사회 인식력이 없으면 난폭한 검사가, 시대 통찰력이 없으면 국가와 민족에 해가 되는 검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소 희생으로
원하는 결과를

영적 이해력은 세상에 자신이 모르는 세상도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항상 이성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사건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조언이다. 뭐든 자신이 경험한 것만 가지고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영적 이해력은 타인의 내부까지 들어가서 심연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그 밑바탕에는 사람을 긍휼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부부싸움처럼 극단으로 치닫는 감정을 달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검사는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사회 인식력은 균형감각과 비슷하다. 서울 시민과 시골 주민이 느끼는 벌금 500만원의 크기가 어떻게 다른지 깨닫는 문제다. 예를 들어 부부싸움 과정서 남편이 아내의 뺨을 때린 경우를 두고 어떤 검사는 어떻게 여자를 때릴 수 있느냐며 당장 구속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또 다른 검사는 부부싸움에 왜 법이 관여해, 그냥 내버려 둬야지라며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것이 바로 사회 인식력의 차이다.

시대 통찰력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이다. 시대마다 국민들의 흐름이 있다. 국민들이 원하면 검찰은 따라야 한다. 선출된 권력이 시키는 대로 무조건 정적을 제거해주는 것도 안 되고 반대로 검찰이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해 권력화되는 것도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다. 국민을 계도하려 하거나 우리가 대한민국 유일한 정의의 보루라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다.”


김 변호사는 이순신 장군과 원균 장군 이야기로 말을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이순신은 형편없는 장군이다. 원칙에 맞춰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통솔하는 원균과 비교하면 이순신은 훌륭한 군인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이순신은 실제 군사훈련보다는 어민을 돕는 일에 몰두했고 <난중일기>에 나와 있듯 매일 같이 술을 마셨다. 하지만 이순신은 시대의 성웅으로 회자된다.
 

▲ 노무현과의 대화서 발언하는 김병현 당시 검사 ⓒ청와대

이순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바로 민심이다. 어민들은 자신들의 일을 도와준 이순신과 군사들을 위해 왜선의 경로를 알려줬다. 탐망선의 한계를 어민들의 신고로 극복한 것이다. 원균은 그걸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패배한 것이다. 검사 역시 국민들에게 존경받기 위해서는 영적 이해력, 사회 인식력, 시대 통찰력을 바탕으로 민심을 알아야 한다.”

김 변호사는 16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개혁 시도에 한가운데 서 있었다. 검사와의 대화에 참여했던 10명의 검사들은 평생 따라다닐 수식어를 그때 얻었다. 당시 영상과 발언은 아직까지도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에 말을 아끼면서도 그때와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예방적 공안 개념 주창해
검 민심 읽어야 존경받아

노무현정부 당시에는 기존 질서가 계속 유지되던 때였기 때문에 새로운 형식에 대한 생경함이 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검찰이 가진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이 구성원에게 전달됐고 이 과정서 검찰을 비판하는 민심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또 과거에 비해 조직이 방대해지면서 일체화된 행동양식이 나오기 어려워진 점도 노무현정부 때와 다른 부분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당시 검사와의 대화에 참여한 검사들은 정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많은 부분서 오해를 사고 있는 것과는 달리 참여한 검사들 가운데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강조했다.

검사 시절에도 비주류로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김 변호사는 검찰을 떠났지만 조직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을 잊지 않았다. 그는 흥하는 조직은 (사람의)능력을 보고, 쇠하는 조직은 인품을 본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좋다, 사람 괜찮다는 말에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앞서 말한 이순신과 원균의 사례처럼 단점이 큰 사람은 역으로 장점이 큰 경우가 많다. 인사 과정서 이런 부분을 고려해 장점을 중심으로 사람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로 인생의 2막을 시작한 김 변호사는 아직까지 변호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하지만 검사 시절부터 고수해온 가치중립적이라는 가치관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가치중립적 지식인으로서의 삶과 그런 사람이 머무를 여지가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어느 쪽이든 객관적인 시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가치중립적 지식인은 어떤 의미서 항구적인 소수자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 변호사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 아시아인들끼리의 연대 등 공익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그의 관심은 검사 시절부터 쭉 이어져 온 것이다. 그는 다문화 학교를 두고 국가의 발전을 위한 전초기지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정말 잘한 것 중에 하나가 법사랑과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만든 것이다. 부산동부지청장으로 근무할 때 이 두 가지를 아시아에 많이 전파하고 싶었다. 큰 줄기의 외교는 대통령이나 정부가 해야겠지만 법사랑과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다른 나라에 알리는 일은 검찰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이화여대와 협력해 안산관산중 다문화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힐링캠프 모습   

김 변호사는 대검 형사과장 시절 소년범들에게 미술치료를 도입했고, 안산지청 차장검사 시절에는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해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또 아시아적 가치라는 관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보호와 지원에 관심이 있었다. 우리가 가진 우수한 시스템을 교육하고 수출해 아시아가 함께 공유하는 것을 꿈꿨다. 검사로서 그걸 완성하지 못하고 사직한 것이 참 아쉽다. 지금은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지구촌학교에 관여하고 있다. ‘아시아평화대학(가칭)’ 같은 것을 운영해 우리가 먼저 취득한 민주화 학습이라든가 여러 가지 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하고 싶다.”

아시아적 가치
공유·전파해야

검찰에 있을 무렵 좋은 검사를 꿈꿨던 김 변호사는 이제 사회로 나와 좋은 인간을 꿈꾼다.

검사 시절에는 당신 같은 검사가 있어서 다행이다. 대한민국 검찰에 당신 같은 검사가 있어서 좋다는 말을 듣고 싶었고, 실제 들었던 적도 있다. 정말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제 남은 인생은 당신 같은 사람 있어서 좋다는 말을 듣고 싶다. 어느 한 부류의 사람에게라도 있어서 좋았다는 표현을 듣는다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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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