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마지막 정기국회 남은 100일 관전포인트

‘최악의 국회’ 오명 벗으려면…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렸다. 20대 국회는 법안 처리율 역대 최저 수준. 이번 정기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남은 100일, 국회가 풀어야 할 과제에는 무엇이 있을까.
 

▲ 본회의 개회 선언하는 문희상 국회의장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회되면서 국회는 9월2일부터 12월10일까지 100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17∼19일 ▲대정부질문 23∼26일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분야 순서 진행) ▲국정감사 9월30일∼10월19일로 확정했다.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은 10월22일로 예정되면서 국감이 마무리되는 대로 2020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안건 심의가 시작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정기국회인 만큼 계속됐던 국회 파행으로 계류하고 있는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선거법 개정

하지만 정기국회 첫날부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여야 간 의견차로 무산되면서 개회식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이후에도 조국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여야가 대치해 정기국회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 “지금 우리 국회는 현안마다 온갖 대립과 혼란으로 출구가 보이지 않다”며 “마지막 정기국회가 더욱 극렬한 대치와 정쟁으로 얼룩질 것이라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정기국회는)국민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달라고 성과를 통해 호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밀려있는 계류 법안이 1만5000여건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안이 담긴 패스트트랙은 이번 정기국회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과제다.


지난달 29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은 정개특위서 진통 끝에 의결됐다. 지난해 12월에 여야 5당 원내대표 간 합의로 시작된 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후 4개월 만에 고개 하나를 겨우 넘긴 셈이다.

하지만 의결 과정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들이 정개특위 전체회의장에 느닷없이 들이닥치며 반발해 선거법 개정안은 앞으로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법 제85조의 2 규정에 따라, 선거법 개정안은 앞으로 국회 법사위서 최장 90일간 계류된다. 현재 법사위는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90일을 모두 채운 채 의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면 최대 60일을 논의할 수 있지만, 문 의장의 재량으로 부의 기간을 생략할 수 있어 물리적으로 오는 11월27일엔 본회의 표결이 가능하다.

사개특위의 경우 지난 6월 말 활동기한을 2개월 연장했지만, 이후 제대로 된 법안 논의를 한 차례도 하지 못한 채 지난달 31일 종료됐다. 지난해 11월1일 출범한 사개특위는 10개월 동안 여야가 대립하는 모습만 보이다 맹탕으로 끝난 셈이다. 사개특위서 계류 중이던 법안들은 특위 종료에 따라 지난 2일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와 행안위로 이관됐다.

특히 패스트트랙에 오른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공수처 설치 법안은 올해 정기국회서 법사위의 가장 큰 이슈가 될 예정이다.

법안 처리 역대 최저 수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513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역시 풀어야 할 난제로 꼽힌다. 이번 예산안은 사상 최대 규모로, 예산안 조정에 여야 모두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글로벌 경기 하락에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리스크까지 맞물려 재정을 충분히 풀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경제보복으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필요성을 절감한 만큼 정부서 국산화를 위한 예산 요구를 검토 후 예산안에 추가 반영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예산안 관련 논평서 “정부의 2020년도 예산안이 확장적·적극적 재정운용 기조로 확정된 데 대해 환영한다”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내년도 예산안의 원안 통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총선용 선심성 예산으로 보고 예산 대폭 삭감을 예고해 여야 갈등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슈퍼 예산이라 불린 올해 예산 규모를 가볍게 넘어서는 울트라 슈퍼 예산으로 심각한 재정 중독의 결과”라며 “특히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있어 선심성 예산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생법안 처리 역시 이번 정기국회서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20대 국회서 제출된 의안은 5일 기준 2만2549건으로 1만5681건이 계류 중이다. 법안 처리율이 고작 30퍼센트에 불과한 셈이다. 민주당은 일본 경제보복 국면에 대응해 민생입법추진단을 한일경제전 예산·입법추진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정기국회 입법 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국민부담 경감 3법, 소득주도성장폐기 3법, 기업경영활성화법 등 7대 법안을 정기국회 중점 추진 법안으로 지정해 둔 상태다. 여당은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활력 법안 등에 중점을 두는 반면 야당은 소득주도성장폐기법 3법 등을 주장해 양당은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 예산

한국당 원내 관계자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기득권층의 특권교육 행태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많다”며 “특히 대학 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미당은 지난 2년간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가져온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바 ‘경제살리기 법안’ 통과에 당력을 쏟아 붓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바미당 원내 관계자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접고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한다면 야당이지만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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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