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명절 후유증 극복법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9.09 10:03:19
  • 호수 12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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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놀아서…부인은 일해서…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후유증이란 문제가 발생한 이후 남은 병적인 결과를 말한다. 명절 연휴를 보내고 난 뒤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리가 올 수 있다. 명절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매년 명절이 끝나면 후유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휴 기간을 마치고 일상생활로 돌아와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과정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한다. 명절 후유증은 아무 이유 없이 몸이 아프거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무기력증까지 오는 현상을 말한다.

생체 리듬 유지

지난 설날 직후에도 10명 중 7명이 연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지난 2월 사람인이 성인남녀 668명을 조사한 결과 66.3%가 명절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 가장 많이 겪는 후유증으로는 ‘육체 피로’와 ‘방전된 체력’이며 ‘집중력 저하’가 그 다음 순으로 많았다. 이어 ‘당분간 연휴가 없다는 상실감’ ‘일상으로 복귀 어려움’ 등이 있다. 

연휴 후유증을 겪는 이유로 ‘생활 패턴이 불규칙해져서’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수면 부족 때문에’ ‘연휴로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 해서’ ‘과도한 지출 때문에’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명절 후유증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다. 수면 주기와 호르몬 체계 등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변하면서 생긴 생체리듬의 불균형은 후유증의 가장 큰 원인이다. 장시간 잠자리에 들면 오히려 생체리듬이 깨지고 피로감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하루 7∼8시간의 잠을 자야 한다. 

새벽에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의 수면 습관이 몸에 배었다면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평소보다 기상시간을 앞당겨 아침에 뇌를 활성화하는 것이 무기력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조깅, 자전거 타기 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하루 1시간 내외로 하는 것이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만약 운동을 과도하게 할 경우 오히려 몸이 피곤해지거나 신체적으로 더 심각한 손상이 일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게 운동을 하면서 강도는 조금씩 올려야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 몸에 이상 감지
비타민 섭취…햇볕 쬐고 스트레칭

특히 발바닥을 자극하면 온 몸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굳어져 있던 척추를 바로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외부활동 시 햇볕을 쬐면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우울하고 무기력한 기분을 전환해준다. 

세 번째는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 등을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연휴 동안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다면,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러한 음식들은 피로를 풀어주고 면역력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준다.

오이는 온 몸의 생기를 되찾아 준다. 몸 안의 수분 밸런스를 유지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다. 자두에는 풍부한 유기산이 뇌의 식욕 중추에 영향을 미쳐 입맛을 돌게 하고 피로를 덜어준다. 또 비타민 A와 C의 함량이 맡아 햇볕에 그은 피부를 보호해주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네 번째는 규칙적인 스트레칭이다. 출퇴근 후, 취침 전 등 시간이 날 때 척추 피로를 완화하면 우울증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을 할 때 관절에 체중이 지나치게 실리거나 충격이 가지 않도록 한 번에 하기보다 조금씩 몇 번에 걸쳐 나눠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리한 동작은 피하고 몸을 편안히 늘릴 수 있는 정도가 알맞다.
 

스트레칭을 하는 도중 피로감을 느끼거나 어지러우면 중단하고 일정시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천천히 시도해야 한다. 

여기저기 뭉치고 뻣뻣한 근육을 풀어줌으로써 몸의 긴장을 풀어주면 이른 시일 내에 일상생활로 돌아오기 쉽다. 스트레칭 운동에는 동적 스트레칭과 정적 스트레칭이 있다. 동적 스트레칭은 맨손체조 등에서 많이 사용하던 운동으로 몸의 반동을 이용해 근육을 늘려주는 방법이다. 무의식중에 건(근육을 뼈에 부착시키는 강한 결합 조직)이나 인대에 손상을 줄 수도 있음으로 운동에 익숙한 경우에는 동적 스트레칭이 좋다.

평소 운동을 잘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편안한 자세로 근육을 늘려주는 정적 스트레칭이 알맞다. 처음 할 때는 각자 자연스럽게 되는 동작을 선택하고 익숙해지면 전체 동작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스트레칭 동작을 할 때는 근육을 부드럽게 늘려가며 해당 근육에 의식을 집중하면서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

지속되면 의심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후유증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온 몸이 무기력해지거나 신체에 이상이 있다면 다른 병이 있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병이 있는 것을 몰랐다가 휴가를 거치면서 생체 리듬이 달라지는 경우에 악화돼 나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추석이 이혼 원인?

추석 등 명절을 보낸 이후에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들이 많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 건수는 설 연휴 다음달인 3월은 전달인 2월에 비해 25.2% 증가했고 추석 다음 달인 10월에는 전달인 9월에 비해 33.9%가 증가했다. 

부부들은 그동안 누적된 불만들이 추석 등 명절에 폭발해 이혼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고부 갈등, 장서 갈등은 민법 제840조의 제3항, 제4항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해 재판상 이혼의 사유가 될 수 있다.

심각한 수준의 고부, 장서 갈등은 이혼 사유가 됨은 물론이고 혼인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상대방(시모, 시부, 장인, 장모)에게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는 사안이다.


조영찬 법무법인 동백 산하 이혼상담센터 이백 변호사는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고부, 장서 갈등이 심한 경우,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하므로 이혼소송을 진행할 수 있고 위자료 청구도 고려할 수 있다. 이혼소송에서는 재판상 이혼 사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가사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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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났다. 대통령실과 검찰이 어떻게 개입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유통·공급책들의 진술도 뒤집혔다.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의혹이 과도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건에 연루된 세관 직원들도 수년간 겪은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거짓말할 사람은 아닌데….” <일요시사>와 만난 한 경찰의 말이다. 그는 2년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던 백해룡 경정과 마약 사건을 수사했다. 필로폰 74kg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내 기뻐하던 수사팀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실제 누가 외압을 행사했고 개입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경찰도 많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과도한 의혹? 백 경정은 지금까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이 벌어진 원인으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과 검찰을 지목했다. 직접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과 통화했던 녹취를 언급하면서 검찰이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백 경정 수사팀에 지휘권이 없는 인사들이 수차례 연락을 취한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비교해보면 ‘압력을 넣었다’는 맥락은 일치하지만 누가 압력을 행사했고 어떻게 대통령실과의 접촉 등이 이뤄졌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용산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백 경정 팀의 수사에 허점이 있던 걸까? 백 경정이 지휘한 영등포서 마약수사팀이 말레이시아 조직의 마약 유통 과정을 들여다봤던 건 2년 전이다. 당시 수사팀은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믿을 수 없었다. 당시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허위 진술이 아니냐고 의견을 개진한 사람도 있었으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진술한 당사자가 허위로 진술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조직원을 데리고 진술 검증을 위해 직접 공항을 찾아가 현장 조사에 나섰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자신들이 들어온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지원해준 세관 직원들의 얼굴까지 기억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총책이 미리 준비해둔 옷을 입게 한 뒤 사진을 찍으며 “한국에 있는 보스에게 보내면 사진이 세관에 전달돼 세관 직원들이 옷을 보고 너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한국 세관 직원 2명의 사진을 위챗 채팅방에 올렸다. 조직원들은 총책의 말을 믿고 온몸에 마약을 감은 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향했다. 출국 심사는 순조로웠다. 아무런 제지 없이 2023년 1월27일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세관 직원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이들의 안내를 받아 입국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들이 탄 대한항공 항공편은 ‘일제 검역’ 대상으로 지정돼있었다. 반드시 검역구역을 통과해야 했는데 세관 측의 도움으로 검역을 거치지 않고 세관 구역으로 빠져나오는 게 가능했다. 영등포서 마약수사팀 의견 통일 안 돼 운반책들 “세관 도움 없었다” 주장 번복 조직원들과 현장 조사까지 마친 수사팀은 세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관세청은 반대했다. 마약 조직의 허위 진술이라고 판단한 관세청은 영등포서의 브리핑에서 세관이 언급되는 걸 막으려 했던 건 사실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유통책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이들을 인솔한 혐의를 받는 세관 직원의 경우 입국 당일 연차를 사용 중이었다. 관세청은 그의 GPS와 사진 기록 등을 토대로 실제 다른 지역에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조직원들과 세관 직원들의 금전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구체적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수사팀은 “마약 유통책들은 하부 조직원들에 불과해 조직 총책과 세관 직원들 사이 대가 관계를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수사팀은 다른 가족 명의로 돈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계좌를 폭넓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봤다. 백 경정은 과거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사팀이 압수한 마약 총량은 74kg이다. 시가로 2000억원이 넘고 필로폰 단일 적발 압수량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며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세관’이 언급되면 안 된다거나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백 경정은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과 통화하기도 했다. 조 경무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창구로 의심받는 해병대 단톡방 멤버를 통해 인사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언급한 인물이기도 했다. 백 경정은 당시 전화 통화에서 “저도 수사만 하는 사람인데 뭘 알겠나? 수사만 하는 것인데 일하다가 (숨이) 턱턱 막히고 그런다”며 “들리는 얘기들이 ‘대통령실에서 알게 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제가 심적 부담을 얼마나 느끼겠느냐”라고 말하자, 조 경무관은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나요?”라고 되물었다. 뒤집힌 분위기 백 경정은 같은 달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이 전화를 걸어와 “이 사건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서장은 이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영전하게 된다. 이 같은 여러 압박을 받은 백 경정은 결국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수정했다고 토로했다. 마약 수사는 주로 마약 유통·전달책의 첩보로 시작된다. 사정기관에 첩보를 제공하는 이들을 ‘야당’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형량 거래인 ‘플리바게닝’을 통해 허위 사실을 진술할 때가 있다. 베테랑 수사관들도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다가 헛수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마약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게 물적 증거가 부족할 때다. 실제 검찰이든 경찰이 국정원의 첩보 또는 야당의 정보에 의존하다가 뒤통수를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 경정팀에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고 진술했던 운반책 3명은 최근 급작스레 진술을 뒤집었다. 이들은 검경 합동수사단 조사에서 “세관 직원이 밀수를 도운 적 없다”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백 경정이 주장해온 의혹의 뿌리가 흔들린 셈이다. 서울동부지검에 구성된 합동수사단도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을 재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 경정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조금 더 의심했어야 했다.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백 경정의 판단이 100% 틀렸다고 볼 수도 없다. 수사 과정에서 수상한 부분이 많았던 건 사실 아니냐.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됐으면 한다”고 했다. 마약 운반책들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인천공항본부 세관 직원은 여러 명이다. 직원 대부분은 백 경정팀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우리가 마약 공범? 익명을 요구한 세관 직원 A씨는 <일요시사>에 “공황장애에 걸린 직원도 있고 확실하지도 않은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사실이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경찰도 있었다. 그 자체가 우리가 범죄자라고 전제한 수사”라며 “2년이 지나도 나오는 게 없지 않나. 운반책들도 진술을 뒤집었다고 하는데 이젠 진상규명이 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마약 운반책들은 백 경정팀 조사에서 세관 직원들이 공항 밖 택시 승강장까지 동행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진술에서 언급된 날 지목된 세관 직원들은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갔다 오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출입 기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세관 직원 안내로 바닥에 그려진 ‘그린 라인(초록색 줄)’을 따라 검사를 받지 않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는 진술에도 의심이 필요하다. 다른 세관 직원 B씨는 “운반책들이 2023년 1월에 그린 라인을 따라서 공항 밖으로 나갔다고 하는데 그린 라인은 그해 5월에야 생겼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고 수사했다면 운반책들의 진술 중 거짓말이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청 측은 “마약 조직들이 운반책을 안심시키기 위해 세관 직원을 포섭해 놨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혀 왔다.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도 “부정부패에 대한 허위 증언이 마약 단속 공무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범죄 단속을 위한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수사가 진행되자 일부 세관 직원이 휴대전화를 여러 번 초기화한 이유는 오리무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때 수사했을 때 직원 폰을 압수해 분석했는데 초기화된 걸 확인했었고 과거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해당 직원은 직접 초기화한 후 사설 포렌식 업체에 찾아가 복구가 가능한지 확인하기도 했다”며 “사생활과 관련된 영상이 있다면서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고 주장하다가 세관과 관련된 인사에 대한 의전 영상이 있다면서 말을 바꿨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세관이 마약 운반책들을 뒤에서 은밀하게 도왔다는 의구심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상황에 누가 의심을 안 하겠나”고 강조했다. 세관 직원들 “2년간 범죄자 취급···억울” 휴대전화 초기화는? 수상한 점 여전히 존재 백 경정의 합수단 파견은 본래 지난 14일까지였다. 그러다 전날인 13일, 경찰청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에 파견된 백 경정의 파견 기간을 돌연 2개월 연장했다. 내년 1월14일까지로 늘린 것이다. 앞서 동부지검은 지난 10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대검찰청에 백 경정 파견의 연장과 관련해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대검찰청은 동부지검의 요청을 검토한 뒤 경찰청에 연장을 요청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을 팀장으로 한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했고 본인과 관련 없는 사건을 수사하도록 전결권을 부여했다. 그는 합수단에 합류한 지 약 한 달 만인 이날부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사용 권한을 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백 경정의 바람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수사관 4명 중 2명이 원대 복귀했고 인원은 충원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백 경정은 “두 사람이 파견 기한 만료 전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 파견 만료로 원대 복귀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 경정에게 “개인 사정이 있어 파견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경정은 “계속 수사에 차질을 겪어 왔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스무명이 넘게 나가는 상황에서 남은 3명이 수사를 이어가겠나”라며 “팀을 꾸렸으면 적어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은 갖춰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어렵게 파견 인력을 확보했었다”면서 “백 경정의 충원 의사를 대검에 전달했지만 인력은 보내는 쪽인 경찰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백 경정과 동부지검 간 갈등은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백 경정은 최근 14일 A4 용지 12장 분량의 자체 보도자료를 만들어 개인 명의로 배포했다. 그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사용 권한을 받았고 파견도 2개월 연장됐다”면서 “조만간 사건번호를 생성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주도할 수사 범위에 ▲세관 마약 연루 의혹 ▲검찰의 마약 밀수 사건 은폐 ▲대통령실과 경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 의혹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 중 수사 외압 의혹은 합수단 지휘 책임이 있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달 파견 온 백 경정에게 별도 수사팀을 내줄 당시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분야다. 공중분해 위기 지속 영등포경찰서에서 세관 연루 의혹을 캐던 백 경정이 스스로 외압 피해자라 주장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경찰 지휘부 등을 고발한 사건이라 직접 수사하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커서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의 보도자료에 대해 “우리와 협의한 내용이 아니며 기존 수사 범위에서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상 경찰도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은 회피하도록 규정돼있다”며 “자신이 당사자인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