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삼킨 대형 이슈들

장관 한 명이 뭐기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했다. 최근 한 달새 어딜 가나 조 장관 이야기가 나왔다. 언론은 조 장관을 둘러싼 논란으로 도배됐다. 언론의 의혹 제기에 조 장관은 해명과 반박으로 응대해왔다. 그 사이 조 장관 논란이 다른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 조국 법무부장관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급 10명에 대한 개각을 진행하면서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내면서 여러 인물을 검증했던 조 장관이 검증 대상이 된 것이다.

블랙홀

조 장관의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은 예상된 일이었다. 문제는 청문회 준비과정서 쏟아진 각종 의혹이다. 특히 조 장관의 가족 관련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조 장관의 딸에 대한 의혹이 터지자 논란은 삽시간에 전국 단위로 퍼져나갔다. 대학 입학이나 장학금 혜택 등 입시 문제는 국민의 역린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민감한 부분이다.

서울대와 고려대 등에서는 조 장관 딸의 입학과정을 둘러싸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검찰 조사도 시작됐다. 검찰은 조 장관의 부인이 근무하고 있는 동양대, 서울대 의대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일 인사청문회가 무산되자 조 장관(당시 후보자)은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나섰다. 시간제한 없이 진행된 기자회견서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불과 한 달 새 조 장관과 관련된 기사가 수 만건 쏟아지는 등 논란은 사그라질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조 장관 이슈가 전국을 달구는 동안 다른 이슈가 묻히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조 장관과 같이 장관으로 지목된 후보자들의 청문회가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조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8개 부처·위원회의 장을 새로 발탁하는 개각을 진행했다.

장관 임명 두고 한달 넘게 공방
다른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끝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장관 후보자에 최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장관 후보자에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장관 후보자에는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명됐다.

또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는 한상혁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조성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각각 발탁됐다.

조 장관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나머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부실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명 직후부터 나오기도 했다. 조 장관에게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쏠리면서 다른 후보자들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이 같은 우려와 지적은 현실로 나타났다.
 

▲ (사진 왼쪽부터)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

금융위 은 후보자와 농식품부 김 후보자는 지난달 29, 여가부 이 후보자와 방통위 한 후보자는 지난달 30, 공정위 조 후보자와 과기부 최 후보자는 지난 2일 청문회를 마쳤다. 이 가운데 농식품부 김 후보자를 제외한 5명은 여야 합의 불발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다.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과정인 이들 인사청문회는 조 장관 논란에 뒤덮여 조용하게 넘어갔다. 심지어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서도 조 장관의 논란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실제 과기부 최 후보자 청문회에선 조 장관 딸의 논문 저자 등재와 관련해 말이 나왔다.

조 장관의 딸이 단국대서 2주간 인턴생활을 한 뒤 의학논문 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에게 고교생이 2주 만에 SCI급 논문에 저자로 등재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등의 관련 질의를 퍼부었다. 최 후보자는 힘든 면은 있다. 쉽지는 않다면서도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하지만 내용을 다시 봐야 한다고 답했다.

정기국회 현안 첩첩산중
일본·북한 문제도 잠잠

문 대통령의 외교활동도 조국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6일까지 56일간 태국·미얀마·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세간의 관심은 문 대통령의 순방 일정이나 성과보다 조 장관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시기, 전자결재 임명 재가 가능성 등에 쏠렸다.

정기국회 일정도 앞날이 순탄치 않다. 지난 2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문을 열었다. 개회식을 시작으로 100일간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굵직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 장관을 두고 불거진 여야 갈등으로 시계 제로(0) 상태다.

지난달 29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서 의결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513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꾸려질 내년 국가예산에 대한 논의 등 여러 사안이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도 조 장관을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3일, 논평을 내고 국회가 짊어져야 할 현안들과 책임이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1건이 전부가 아니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를 조 후보자 한 사람 때문에 전체를 망쳐놓을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인사하는 조국 법무부장관

이어 이번 정기국회는 당장 513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에 대한 심사를 비롯해 선거법 개정안, 국정감사 그리고 산적한 민생입법 처리 등 가야할 길은 멀다 아직 2018년 결산 심사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정기국회를 맞게 된 것은 국회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화이트리스트 제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지소미아) 종료 등 대일본 관련 이슈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연일 메시지를 쏟아냈던 정치권서 조 장관 논란에 몰두하면서 경제 대책 등의 이슈는 자취를 감췄다.

언제까지?

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미묘해진 미국과의 관계도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올해 상반기 가장 큰 이슈였던 북한 문제도 역시 국민들 관심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세계적인 경제 침체에 대비해 경제 정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장관 논란에 밀려 사라진 경제 현안이 위기로 변해 사회를 덮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