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재불작가’ 김순기
<아트&아트인> ‘재불작가’ 김순기
  • 장지선 기자
  • 승인 2019.09.10 11:33
  • 호수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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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것이다 그냥 게으른 구름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서 김순기 작가의 개인전 김순기: 게으른 구름전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시활동을 펼쳐온 재불작가 김순기의 삶과 예술자연이 조화된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김순기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 국립현대미술관 김순기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김순기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71년 프랑스 니스의 국제예술교류센터 초청작가로 선발되면서 프랑스로 건너갔다. 니스 국립장식미술학교, 디종 국립고등미술학교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예술과 철학, 과학이 접목된 실험적인 작업을 지속해왔다.

다양한 매체로

그는 1980년대부터 파리 교외 비엘 메종의 농가를 개조한 작업실에 거주하면서 동서양의 철학, 시간과 공간 개념에 관한 탐구를 바탕으로 영상, 설치, 드로잉,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형화될 수 없는 예술과 삶의 관계를 고찰했다.

전시명 게으른 구름은 김순기가 쓴 동명의 시 제목서 따왔다. <게으른 구름>에는 김순기가 지향하는 예술의 의미와 삶의 태도가 담겼다. 자본주의 사회서 게으름은 삶에서 지양해야 할 불성실이나 나태 등으로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된다.

하지만 김순기에게 게으름은 타자에 의해 규정된 틀에 갇히지 않고 삶의 매분, 매초가 결정적 순간이라는 것을 긍정하면서 사유하고 행동하는 일이다. 그는 텃밭을 일구며 독서하고 붓글씨를 쓰는 일상의 모든 행위를 통해 예술이 매일 각자의 순간을 풍요롭게 만드는 삶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김순기의 예술세계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조명한다. 6전시실에서는 색 놀이 언어 놀이: 일기-작업실에서를 주제로 그가 작업실 주변서 수집한 돌멩이, 나무 등을 이용해 제작한 오브제와 판화, 일기를 비롯해 1970년대 초반 퍼포먼스 영상, 언어와 이미지 차이를 이용한 언어유희가 담긴 색 놀이연작, 작업실에서 보낸 사계절의 시간을 담은 이창등을 감상할 수 있다.

지하3층은 일화- 활쏘기와 색동’ ‘조형상황’ ‘빛과 시간으로 쓴 일기3가지 주제로 구성했다. 먼저 일화-활쏘기와 색동에서는 황학정서 국궁을 수련했던 김순기가 색에 대해 탐구한 회화와 퍼포먼스 영상 일화’ ‘만 개의 더러운 먹물자국등을 볼 수 있다.

1971년 프랑스로 건너가
자작시서 전시제목 따와

조형상황에서는 1971년부터 1975년까지 남프랑스 해변 등에서 현지 예술가, 관객들이 참여한 퍼포먼스를 소개한다. 빛과 시간으로 쓴 일기는 1980년대 초 프랑스 정부 지원으로 연구한 작품 중 1987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 출품했던 준비된 피아노애주-애주’ ‘Gre Gre’로 구성됐다.

7전시실에는 작업실에서의 고독과 탐구 vs. 예술적 교감으로 빛나는 여름밤을 주제로 실험적인 영역에 도전해온 김순기의 예술적 여정이 전시됐다. 1975년 한국서 열린 첫 개인전 김순기 미술제를 비롯해 1986년 존 케이지, 다니엘 샤를르 등을 초청해 개최한 멀티미디어 페스티벌 비디오와 멀티미디어: 김순기와 그의 초청자들관련 자료를 감상할 수 있다.

미디어랩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 예술의 의미를 주제로 비디오카메라를 메고 전 세계를 일주하면서 촬영한 가시오, 멈추시오호주 원주민의 제의 모습을 담은 하늘 땅, 손가락등이 걸린다. 자크 데리다, 장 뤽 낭시, 백남준 등과의 인터뷰 영상도 함께 볼 수 있다.
 

▲ 김순기, 빛의 길, 1998, 핀홀 카메라, 아날로그 C-프린트, 173x123cm
▲ 김순기, 빛의 길, 1998, 핀홀 카메라, 아날로그 C-프린트, 173x123cm

전시마당에는 2019년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고찰한 신작 퍼포먼스 시간과 공간 2019’를 선보인다. 입력된 명령만 수행하는 로봇과 초자연적인 존재로서 무당이 등장해 굿하는 소리, 전시마당 내 설치된 다양한 기구들이 내는 소리가 함께 어우러진다.

9월 중에 출간될 예정인 전시도록에는 미술평론가 성완경, 문혜진, 김남수의 작가론을 비롯해 마르세유 미술학교 제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정정화 교수의 회고록, 세계적인 비평가이자 큐레이터 제롬 상스의 인터뷰 등이 수록된다.

관객들에게는 김순기의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품세계 조명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예술가이자 시인, 연구자 김순기가 평생 걸어온 일상과 실천으로서의 예술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라며 해외에서는 왕성히 활동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에는 덜 알려진 김순기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김순기는?]

1946년 충남 부여 출생

경력

프랑스 디종 국립고등미술학교 교수(20012012)
마르세이유 고등미술학교 교수(19742000)
니스 국립장식미술학교 교수(19741975)

학력

니스대학교 철학과 미학 전공(19891994)
엑상프로방스 대학교 기호학 DEA(19891994)
니스 국립장식미술학교 회화과 졸업(1971197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수학(19661971)

개인전

‘O Time’ 아라리오 갤러리(2018)
일화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2017)
, 어디에, 시장을 넘어서, 침묵아트선재센터(2014)
‘Video by Soun Gui Kim’ Microscope Gallery(2013)
주식+꽃밭’ 175갤러리(2008)
김순기, 2008 Platform Seoul’ 예맥 갤러리(2008)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