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20대 국회를 묻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9.09 09:36:54
  • 호수 12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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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국회? “끝까지 일하겠습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안부를 묻는 뜻깊은 시간이다. 추석이 있는 9월은 ‘국회의 달’이기도 하다. 지난 2일부터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과연 역대 최악이라는 20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을 실시했다. 내년 총선을 이끌 사령탑을 뽑는 중요한 선거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 경선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당내서 비주류에 가깝다는 평을 들어왔던 그였기에 압도적인 표차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친문(친 문재인)·비문(비 문재인)을 넘어 당내 통합을 강조한 점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이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서 당내 강력한 통합을 외침과 동시에 꼬여있는 정국은 민생을 명분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가 걸어온 지난 3개월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폭력사태 직후 취임한 그는 어수선한 정국을 수습하는 중책을 안았다. 이후에는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이라는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을 넘었더니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파도가 밀려왔다.

이런 가운데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지난 2일 시작됐다. 각종 민생·경제 법안과 일본 수출규제 대응 법안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과연 민주당과 이 원내대표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내년 총선에 뛰어들 수 있을까. <일요시사>는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이 원내대표와 대담을 가졌다.

다음은 이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원내대표 취임 후 처음 맞는 추석입니다. 추석 연휴 때 계획하고 있는 일정은?
▲국민들께서 가족과 명절을 보내듯, 저도 추석은 가족과 함께 보낼 생각입니다. 지난 2일 정기국회가 시작됐으니, 내년도 예산안이나 민생법안 등 여러 현안에 대해 구상을 하는 시간도 가질 계획입니다. 

- 취임 100일 기자회견서 민주당의 과반 이상 승리를 예상하셨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뜻으로 말씀드렸습니다. 민주당이 소통이나 단결하는 측면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보다 상대적으로 괜찮고, 내년 총선까지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고 기본을 잘하면 그런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생’ ‘혁신’ ‘단결’ 이 세 가지 기본을 잘 해나가려고 합니다.

-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약 3개월 만에 다시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우선 국회 안에서 여야가 치열한 토론 및 협의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반복되는 장외투쟁을 국민들이 좋게 보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장외집회서 지역감정 발언을 하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로 세를 결집하려는 시도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 20대 국회 법안이 70% 이상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8월17일 기준). 이처럼 계류 중인 법안이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 진단하시는지?
▲국민들에게 송구스러운 일입니다. 패스트트랙과 한국당의 추경 볼모잡기 등으로 국회가 제대로 열리는 날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일 개회한 정기국회에선 민생과 경제 법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야당의 협력도 이 자리서 요청드립니다.

- 이대로 20대 국회가 끝난다면 역대 최악의 무노동 국회라는 오명을 안게 됩니다. 제1당 원내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되는데...
▲말씀대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일하는 국회’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1대 총선서 과반 이상 예상해

-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은지.
▲내년도 예산안은 민생과 경제, 그리고 본격화하는 한일 경제전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큰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같은 방향성에 대해 야당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정시한 내 처리를 위해 야당과도 이런 부분을 잘 설득하고 협의하겠습니다.


- 말씀해주신 것처럼 한국인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둘러싸고 촉발된 한일 갈등이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 예상하시는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결국 시행됐습니다. 한일 경제전이 현재는 수면 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의 추가적인 조치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지금이라도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철회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 아베정권이 외교문제를 경제로 끌어들이는 이유가 무엇이라 판단하나요?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산업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알고 역사문제를 경제보복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본 언론 일각서조차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아베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아베정권도 되돌아봐야 할 대목입니다.

-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맞대응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우리나라 역시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배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이하 지소미아)을 종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내릴만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독립으로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재·부품·장비산업에 대한 정부 대책과 함께 국회 차원의 ‘한일 경제전 입법지원추진단’ 활동으로 국내 기업들에게 입법,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당 차원 불매운동? “계획 없어”
‘평화경제’로 8000만 시장 구축
“일본이 먼저 손 내밀어야!”

- 보수정당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를 두고 총선을 겨냥한 국내용 외교라고 주장합니다.
▲현 시점서 문정부의 성과를 판단하기 이르지만, 촛불정신으로 세워진 문정부는 우리 사회 곳곳을 한 단계 더 민주주의로 나아가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동북아 평화를 위한 외교서도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과거 이명박, 박근혜정부와 비교하면 적대적인 관계서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우리 국민들도 공감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민주당이 주도하는 불매운동을 향후 실행할 계획이 있는지?
▲불매운동은 순수하게 민간 차원서 진행하는 것으로, 민주당 차원서 불매운동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민간이 해야 할 불매운동을 당 차원서 실행할 계획은 없습니다.

-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의 성과는?
▲말씀하신 특위는 지소미아 파기 전후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서 한국을 배제했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활동했습니다. 특위는 원내에 한일 경제전 입법지원추진단을 두어 이번 일본의 경제침략에 따른 여파를 분석하는 동시에 일본 수입에 의존해온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촉진과 각 상임위별 입법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20대 정기국회서 소재·부품·장비 산업특별법이 핵심 법안으로, 여야 합의를 통해 원만하게 통과되길 기대합니다.
 

- 민주당 내 일본 관련 특위가 너무 많고, 활동 범위가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당은 이번 일본 경제침략에 대해 중차대함을 느끼고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당 전체가 사태의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최재성 의원의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는 일본 여론에 대응함과 동시에 현황 파악에 중점을 두고, 정세균 의원의 ‘소재·부품·장비·인력 발전 특위’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듣고 피해 대책 등 정책 사안에 집중하는 특위입니다.

원내의 ‘한일경제전 예산입법지원단’은 법·제도·예산 지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침략에 의해 구성된 특위기에 일정부분 공통점이 있을 수 있으나, 각각의 특위마다 저마다의 역할과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소미아 파기…내릴만한 결정

- 일본의 경제보복은 북한과의 ‘평화경제’의 필요성을 불러오는 계기가 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광복 74주년 행사서 이를 강조한 바 있는데요. 평화경제 구축의 의미와 필요성을 말씀해주신다면?
▲문정부의 평화경제는 대통령이 말씀하셨다시피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는 일’ 입니다. 8000만 단일 시장 구축을 위해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철도 개설을 주축으로 동북아와 유럽을 잇는 경제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의 평화체제가 전제돼야 합니다. 

평화를 통한 안보의 확증은 남북한 유관산업의 활성화와 외국인 주식투자의 긍정적 평가로 나타날 것입니다. 당장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같은 경제 침략에 장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화경제 구축이 필연적입니다. 당정 간 협력을 통해 평화경제 실현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 추석을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입니다. 추석을 맞아 가족과 함께하시는 분들도, 혹여 그렇지 못하시는 분들도 모두 편안하고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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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