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백운비의 천기누설 아베의 앞날 대예측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09 09:33:37
  • 호수 1235호
  • 댓글 0개

천운을 타고 났다고? “슬슬 꺾이다 내년 곤두박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천운을 갖고 태어났다는 아베 총리. 그의 운세가 서서히 기울고 있다. 아베의 한국 때리기가 생각보다 성과를 보지 못했으며,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일요시사>는 백 원장에게 그의 운세를 물었다.

▲ 아베 일본 총리

“치산가기(治産可起)해 욱일승천(旭日昇天)했지만, 올해 말부터 운세가 서서히 기울 것이다.” 백 원장은 아베 총리의 2019년 운세에 대해 “모든 게 뜻대로 되고 소원을 이루니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였지만, 2020년부터는 운이 좋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경제보복 후 
운세 기울어 

아베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의 운을 타고났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려 있는 것이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백 원장은 “아베는 겹치기 운이 있다. 보통 사람은 운이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아베에겐 운이 두 개 있다. 한 쪽 운이 나빠도 다른 한 쪽의 운이 이를 상쇄하며 승승장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베는 일본의 제90·96·97·98대 총리를 지내며 역사상 최장수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보수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내에서도 강경 보수파로 꼽히는 그는 2006년 9월, 고이즈미 총재의 임기 만료로 치러진 자민당 경선서 총재로 선출됐다. 총재 선출 6일 만에 일본 총리에 취임,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최연소 총리(당시 52세)이자 1945년 이후 태어난 첫 총리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서 야당에 참패한 것은 물론 미국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비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 취임 1년 만에 조기 퇴진하는 불운을 겪었다. 여기에 자민당은 2009년 총선서 1955년 당 결성 이후 처음으로 패하고 제2당으로 밀려났다.


아베는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로 다시 당선됐으며, 일본의 우경화 바람 속에 2016년 12월 진행된 총선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2018년 9월 치러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서 압승하면서 3연임에 성공했으며,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게 됐다. 특히 오는 11월이 되면 역대 최장수의 총리 기록을 세우게 된다.

유력 정치가문서 태어난 ‘금수저’
4번이나…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

백 원장은 “아베는 어려서부터 금수저로 태어났고, 황금 팔자로 나타난다”며 “그동안 운이 좋았기 때문에 잘못될 일이 없고, 업적도 많이 남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는 정치 명문가 집안서 태어났다. 1954년 아베 신타로와 기시 요코의 둘째 아들이다. 외할아버지는 자민당 체제를 확립한 쇼와의 요괴 기시 노부스케, 외종조부는 기시의 친동생이자 7년이 넘는 장기집권에 비핵 3원칙으로 유명한 사토 에이사쿠다.

할아버지인 아베 간도 중의원을 지냈고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는 외무장관을 지내다가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아베는 2차 집권 기간 일명 ‘아베노믹스’를 내세우며 일본 경제 불황의 탈출구를 마련했다. 일본의 디플레이션(통화량의 축소에 따라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물가 안정 목표를 설정한 다음, 일본은행법 개정도 염두에 두고 양적 완화 조치를 강구해 계속되고 있는 디플레이션서 탈출하기 위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이 정책으로 일본 증시에 활력이 붙고 일본 대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증가 등의 효과를 거뒀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그의 장기집권의 발판이 됐다. 


비슷한 시기 아베는 도교 올림픽까지 유치했다. 2013년 9월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서 열린 제125차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 총회서 도쿄가 2020년 하계 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연이은 실책
사면초가 꼴

아베는 재집권 이후 도쿄 올림픽 유치위원회 최고 고문으로서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이나 국제 회의 때마다 도쿄 올림픽 유치를 호소했다. 이어 2013년 3월 일본을 방문한 IOC 평가위원회와의 공식 환영 행사서 연설을 하고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아베의 경제적 성과와 더불어 정치적(개헌 추진과 군비 증강), 외교적(강력한 친미, 친서방) 정책이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아왔다. 그의 친 미국-친 EU 노선과 반중, 반북 정책이 일본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고 G7을 포함한 서방 국가를  등에 엎고 일본은 해군력과 공군력을 급속도로 키우고 있는 중이다. 

일본이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지해왔던 노선을 폐기하고,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반 서방 세계 국가들에 대한 억지력과 공격력을 키우는 대규모 군비 증강 정책이 아베 총리 기간 내내 이뤄지고 있다. 

아베는 권력형 부패 스캔들로 절체절명의 위기까지 몰렸지만, 이를 돌파하고 3연임을 할 정도로 운도 따랐다. 
 

일명 ‘모리토모 학원 비리 사건’이다. 아베가 자신의 측근이 운영하는 모리토모 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넘겼으며, 이 과정서 국가 고위 공무원들이 공문서를 직접 조작한 사실이 2017년 3월 일본 언론을 통해 폭로됐다. 일본 검찰은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했지만, 그 동안 굳건했던 아베 내각의 최대 위기를 불러올 뻔한 스캔들이었다. 

이 같은 부정부패 스캔들에도 그는 지난해 3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백 원장은 아베의 운세가 서서히 기울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 원장은 “현재 아베가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데, 운이 꺾이는 전초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아베는 연이은 외교 실책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에 보복이라는 명분으로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라는 초강수를 띄웠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이번 수출규제로 일본 기업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 기업이 만든 반도체가 미국의 애플은 물론이고 일본 대표 기업인 소니나 파나소닉에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의 경제 보복에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전 세계 IT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황금기 
누렸지만…

아베의 경제 보복에 한국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맞서고 있으며 일본은 불매 운동에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석 달째로 이제는 일본 제품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당장 수치로도 드러나는데 일본차 등록은 1년 전의 절반도 안 된다.  


일본차 렉서스 ES300h는 불매운동이 시작됐던 7월 만해도 수입차 시장 3위였다. 하지만 판매량이 38%나 떨어지면서 지난달에는 10위로 밀려났다. 도요타, 혼다 등 다른 일본차 브랜드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지난달 등록한 일본차도 1년 전에 비해 절반 넘게 줄었다. 한 달 만에 감소폭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일본 맥주도 외면받고 있다. 지난달 수입액이 1년 전보다 97% 넘게 줄었다. 전체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된다. 지난해에는 넷 중 하나는 일본맥주였다. 여름 휴가철에도 일본 관광 거부운동은 계속 됐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비행기 이용객도 10만명 넘게 감소했다. 휴가지로 인기가 많았던 오키나와행 승객도 1년 전에 비해 62.6%가 줄었다.

아베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도 종료됐다. 군사전문가들은 지소미아 종료는 일본 안보에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소미아가 필요한 것은 한국보다 일본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층 유·무인 정찰기와 다목적 위성 등을 통해 북한 정보를 중첩해 수집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주로 정찰위성을 통해 북한 정보를 수집할 뿐이다. 한국군은 조만간 정찰위성 다수를 운용할 계획이다. 그사이 미군 정보자산도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일본의 정보 제공은 한국에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일본이 한국이 수집한 중첩된 정보가 필요하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였지만
2020년부터 운이 좋지 못하다”


아베는 후쿠시마가 안전하다면서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내년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공급하겠다고 밝혀 국제 사회의 비난도 받고 있다. 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일본이 후쿠시마 제1 원전에 쌓여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톤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 국제사회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아베는 정치서도 운이 따라주고 있지 않다. 일본 참의원 선거서 사실상 패배함으로서 아베의 목표인 ‘전쟁가능국가’로 가는 길에 제동이 걸렸다. 그 과정서 한국에 수출규제 조치로 역시 국내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잘못된 선택이다,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세계 경제에 나쁜 영향 준다, 당장 철회하라’는 것이 세계 유수 언론들의 논조가 됐다.
 

일본 유력 일간지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통상국가의 이익을 손상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본이 중시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을 왜곡했다고 꼬집었다. <아사히신문>은 ‘보복을 즉시 철회하라’ 제목의 사설을 통해 같은 논조를 피력했다.

일본 사회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지식인 70여명이 ‘과연 한국이 일본의 적이냐?’ ‘일본 수출규제는 적국에 대한 행위와 같은 것이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수 없다’ 등 아베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자민당의 원로도 아베의 결정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고가 모코토 전 자민당 간사장은 “전쟁 말기와 같은 정치의 빈곤이다. 현실 정치를 보면 아베 주변서 다양한 의견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스스로 
 자멸할 것”

백 원장은 아베의 운세가 2020년부터 꺾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아베는 오랫동안 운칠기삼으로 황금기를 누렸지만, 2020년부터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운이 좋을 때는 나쁜 결정을 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만, 운이 나쁠 때는 아무리 좋은 결정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은 법”이라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 백운비 백운비역리원장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역학에 대한 그의 학문적인 깊이를 알 수 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그는 역학을 만나기 전 사법을 전공하는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에 대한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창>
 



배너

관련기사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