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가위 이후…정국 돌발변수 키워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09 09:25:11
  • 호수 12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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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적’ 암울한 대한민국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추석 연휴가 끝난 뒤에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며, 국정감사도 시작될 예정이다. 일본과 북한 문제도 풀어야할 숙제다. 하지만 이 모든 사안에 여·야 지향점이 확연히 달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그 후폭풍은 추석 이후 정국에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조 후보자에 대해 “의혹들이 해소되지 못한 부분은 없다”고 평가한 것은 사실상 임명 강행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아세안 3국을 순방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회에 조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시한으로 나흘을 제시했던 바 있다. 

조국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극적 합의 끝에 지난 6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번 청문회서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지만 결국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이번 합의로 민주당은 ‘청문회 패싱 논란’서 한결 자유로워졌다. 이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가족 증인없는 하루짜리 청문회를 관철시킨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청문회 합의에 격앙된 분위기다.

일단 조 후보자가 이미 기자간담회라는 형식을 빌려 대국민 해명에 나선 마당에 ‘국회의 시간’인 청문회마저 포기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상당하기 때문에 한국당 입장에선 청문회 합의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에선 “원내대표단이 도대체 무슨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냐”며 성토 목소리가 높았다. 나 원내대표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지금까지 원내 지도부의 행보를 보면 일관된 전략이 없는 것 같다”며 “당초 여당이 청문회 개최를 사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되레 우리당이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이번 민주당, 한국당 간 청문회 일정 합의에 불편한 기색이다. 오신환 바미당 원내대표는 “임명강행 수순인 이상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보내고 불참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간 청문회 일정 합의 직후 오 원내대표는 “두 당의 결정은 국회의 권위를 땅에 처박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조 후보자 임명 강행과 여·야의 확연한 입장차는 추석 이후 정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정기국회 본격적인 일정이 추석 이후 시작된다. 지난 2일 열린 정기국회는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청 본회의장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371회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었다. 정기국회 첫날인 이날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여야 간 의견차로 무산되면서 이날 개회식에선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문 의장은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 “지금 우리 국회는 사안마다 현안마다 온갖 대립과 혼란으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마지막 정기국회가 더욱 극렬한 대치와 정쟁으로 얼룩질 것이라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 돌입 
국감, 패스트트랙 등 정쟁 여전 


민주당을 향해선 “여당은 국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청와대를 비판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소리를 듣는다면 삼권분립이라는 시스템이 무너지고, 이는 국가 기강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에겐 “제1책무는 비판과 견제에 있다”며 “이를 소홀히 하면 존재감을 잃게 된다. 강력한 야당의 존재는 대통령과 여당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본회의를 열고 371회 국회 정기회 회기 결정의 건을 상정해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기간은 9월2일부터 12월10일까지 100일간으로 정해졌다.
 

추석 연휴가 끝난 오는 17∼19일엔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23∼26일 나흘 동안은 분야별로 23일 정치, 24일 외교·통일·안보, 25일 경제, 26일 사회·문화 등 대정부질문이 열린다.

2020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영계획안의 정부 시정연설은 내달 22일에 실시한다. 각종 민생 경제법안과 일본 수출규제 대응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및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 주요 쟁점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현재 조국 사태로 인한 정쟁이 뜨겁기 때문에 추석 이후 정기국회 일정이 원만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고작 27.9%에 그친다. 밀려 있는 법안만 해도 총 1만5000여건에 이른다.

정치권서 대립과 갈등이 빚어지며 국회 공전·파행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 정쟁 국회, 놀고먹는 국회라는 오명이 붙었다. 

하지만 정기국회 일정도 전망이 어둡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정기국회 무대서도 파장을 미칠 우려가 크다. 게다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및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의 주요 쟁점 법안들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로 대변되는 ‘노 재팬’(No Japan)은 추석 연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차례상에 올릴 제수음식을 고를 때 원산지를 확인할 정도다.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노노재팬’이라는 앱까지 등장했다. 전통시장도 일본산 식품첨가물을 추적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도 생태(냉장 명태), 참돔, 우렁쉥이(멍게), 방어, 참가리비, 꽁치, 뱀장어, 낙지 등 8개 수산물의 원산지 표기에 대한 특별단속에 착수했다. 일본 수출규제에 맞대응하기 위한 ‘반격’ 조치 가운데 하나로 해석된다. 통상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원산지 표기 위반 단속을 실시하는데, 이번에는 기존보다 강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절 대목을 맡은 유통가서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한창이다. 유통업계마다 이번 추석 선물로 일본과 관련된 상품은 출시하지 않았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지난해 추석에 일본산 술인 사케를 판매했지만 올해는 아예 제외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올해는 사케와 화과자류 선물 세트를 판매하지 않는다.


추석 여행으로 일본을 찾던 한국인 여행객들이 한일 갈등 영향으로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5일 보도했다. 이날 징용 문제서 촉발된 한일 관계 경색 이후 동남아 주요 6개국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수가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20% 늘었다고 전했다.

또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도 일본보다는 태국과 필리핀 등으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6월 말레이시아를 여행한 한국인은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7배나 늘었으며, 베트남과 필리핀도 두 자릿수나 증가했다.

한국 온라인 쇼핑 사이트 위메프의 최근 조사서 올 추석 연휴 한국인의 인기 여행지 1위가 베트남 다낭, 2위가 태국 방콕, 3위가 괌이라고 소개했다. 이전에 인기 여행지였던 후쿠오카·도쿄·오키나와는 순위서 밀려났다며 한국인의 일본 외면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이 한국의 불매 운동에 대해 “여느 때처럼 금방 끝날 것”이라고 조롱했지만, 추석 이후에도 노 재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북미 대화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서 추석 이후인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전망이다. 향후 북한과 중국이 밀착 행보를 보이면서 비핵화 실무협상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평양 도착 첫날 리용호 외무상과 만나 북중 친선관계 확대 및 발전 방안과 더불어 비핵화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냉랭한 한일…불매 운동 계속 이어질듯  
남북문제…김정은 중국 방문이 분수령

왕 위원의 이번 방북은 북한과 중국이 각각 북미 비핵화 협상과 미중 무역협상서 대미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윈윈 전략’으로 만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 안보공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북중은 밀월 관계를 더욱 과시하는 모양새다. 

왕 위원은 지난 2일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행사를 잘 개최하고 우호왕래를 증진하며 실속 있는 협력을 추진하고 국제무대서의 소통을 더 긴밀히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양국의 최고 지도자가 1년 새 5차례나 만나 양국의 전통적 우의를 다지고 북중 관계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화답했다. 특히 왕 위원은 김 위원장을 만나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중국 방문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지속적인 대화 촉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리 외무상이 이달 중순 미국 뉴욕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과의 북미 고위급 회담 성사 가능성은 낮아졌다. 북미 대화가 난항을 겪는 상황서 리 외무상이 폼페이오 장관은 피하면서 왕 위원은 보란 듯이 만나면서 북중 밀착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역사적 회동 갖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다

북중 밀착 움직임이 북미 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미국의 대북제재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계속 주장했다.

다음 달 북·중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5차 방중 여부가 북미 대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북미 대화 등 한반도 정세 변화와 관련해 중대한 시점마다 방중이 이뤄졌다.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양국은 우호협력 관계를 돈독히 다지고 북핵 문제의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재확인하면서 북미 대화의 명분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13일 최고인민회의서 3차 북미 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대화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고 미국의 입장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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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