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가위 이후…정국 돌발변수 키워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09 09:25:11
  • 호수 12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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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적’ 암울한 대한민국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추석 연휴가 끝난 뒤에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며, 국정감사도 시작될 예정이다. 일본과 북한 문제도 풀어야할 숙제다. 하지만 이 모든 사안에 여·야 지향점이 확연히 달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그 후폭풍은 추석 이후 정국에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조 후보자에 대해 “의혹들이 해소되지 못한 부분은 없다”고 평가한 것은 사실상 임명 강행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아세안 3국을 순방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회에 조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시한으로 나흘을 제시했던 바 있다. 

조국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극적 합의 끝에 지난 6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번 청문회서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지만 결국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이번 합의로 민주당은 ‘청문회 패싱 논란’서 한결 자유로워졌다. 이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가족 증인없는 하루짜리 청문회를 관철시킨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청문회 합의에 격앙된 분위기다.

일단 조 후보자가 이미 기자간담회라는 형식을 빌려 대국민 해명에 나선 마당에 ‘국회의 시간’인 청문회마저 포기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상당하기 때문에 한국당 입장에선 청문회 합의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에선 “원내대표단이 도대체 무슨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냐”며 성토 목소리가 높았다. 나 원내대표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지금까지 원내 지도부의 행보를 보면 일관된 전략이 없는 것 같다”며 “당초 여당이 청문회 개최를 사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되레 우리당이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이번 민주당, 한국당 간 청문회 일정 합의에 불편한 기색이다. 오신환 바미당 원내대표는 “임명강행 수순인 이상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보내고 불참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간 청문회 일정 합의 직후 오 원내대표는 “두 당의 결정은 국회의 권위를 땅에 처박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조 후보자 임명 강행과 여·야의 확연한 입장차는 추석 이후 정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정기국회 본격적인 일정이 추석 이후 시작된다. 지난 2일 열린 정기국회는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청 본회의장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371회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었다. 정기국회 첫날인 이날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여야 간 의견차로 무산되면서 이날 개회식에선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문 의장은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 “지금 우리 국회는 사안마다 현안마다 온갖 대립과 혼란으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마지막 정기국회가 더욱 극렬한 대치와 정쟁으로 얼룩질 것이라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 돌입 
국감, 패스트트랙 등 정쟁 여전 


민주당을 향해선 “여당은 국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청와대를 비판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소리를 듣는다면 삼권분립이라는 시스템이 무너지고, 이는 국가 기강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에겐 “제1책무는 비판과 견제에 있다”며 “이를 소홀히 하면 존재감을 잃게 된다. 강력한 야당의 존재는 대통령과 여당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본회의를 열고 371회 국회 정기회 회기 결정의 건을 상정해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기간은 9월2일부터 12월10일까지 100일간으로 정해졌다.
 

추석 연휴가 끝난 오는 17∼19일엔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23∼26일 나흘 동안은 분야별로 23일 정치, 24일 외교·통일·안보, 25일 경제, 26일 사회·문화 등 대정부질문이 열린다.

2020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영계획안의 정부 시정연설은 내달 22일에 실시한다. 각종 민생 경제법안과 일본 수출규제 대응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및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 주요 쟁점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현재 조국 사태로 인한 정쟁이 뜨겁기 때문에 추석 이후 정기국회 일정이 원만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고작 27.9%에 그친다. 밀려 있는 법안만 해도 총 1만5000여건에 이른다.

정치권서 대립과 갈등이 빚어지며 국회 공전·파행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 정쟁 국회, 놀고먹는 국회라는 오명이 붙었다. 

하지만 정기국회 일정도 전망이 어둡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정기국회 무대서도 파장을 미칠 우려가 크다. 게다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및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의 주요 쟁점 법안들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로 대변되는 ‘노 재팬’(No Japan)은 추석 연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차례상에 올릴 제수음식을 고를 때 원산지를 확인할 정도다.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노노재팬’이라는 앱까지 등장했다. 전통시장도 일본산 식품첨가물을 추적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도 생태(냉장 명태), 참돔, 우렁쉥이(멍게), 방어, 참가리비, 꽁치, 뱀장어, 낙지 등 8개 수산물의 원산지 표기에 대한 특별단속에 착수했다. 일본 수출규제에 맞대응하기 위한 ‘반격’ 조치 가운데 하나로 해석된다. 통상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원산지 표기 위반 단속을 실시하는데, 이번에는 기존보다 강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절 대목을 맡은 유통가서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한창이다. 유통업계마다 이번 추석 선물로 일본과 관련된 상품은 출시하지 않았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지난해 추석에 일본산 술인 사케를 판매했지만 올해는 아예 제외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올해는 사케와 화과자류 선물 세트를 판매하지 않는다.


추석 여행으로 일본을 찾던 한국인 여행객들이 한일 갈등 영향으로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5일 보도했다. 이날 징용 문제서 촉발된 한일 관계 경색 이후 동남아 주요 6개국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수가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20% 늘었다고 전했다.

또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도 일본보다는 태국과 필리핀 등으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6월 말레이시아를 여행한 한국인은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7배나 늘었으며, 베트남과 필리핀도 두 자릿수나 증가했다.

한국 온라인 쇼핑 사이트 위메프의 최근 조사서 올 추석 연휴 한국인의 인기 여행지 1위가 베트남 다낭, 2위가 태국 방콕, 3위가 괌이라고 소개했다. 이전에 인기 여행지였던 후쿠오카·도쿄·오키나와는 순위서 밀려났다며 한국인의 일본 외면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이 한국의 불매 운동에 대해 “여느 때처럼 금방 끝날 것”이라고 조롱했지만, 추석 이후에도 노 재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북미 대화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서 추석 이후인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전망이다. 향후 북한과 중국이 밀착 행보를 보이면서 비핵화 실무협상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평양 도착 첫날 리용호 외무상과 만나 북중 친선관계 확대 및 발전 방안과 더불어 비핵화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냉랭한 한일…불매 운동 계속 이어질듯  
남북문제…김정은 중국 방문이 분수령

왕 위원의 이번 방북은 북한과 중국이 각각 북미 비핵화 협상과 미중 무역협상서 대미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윈윈 전략’으로 만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 안보공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북중은 밀월 관계를 더욱 과시하는 모양새다. 

왕 위원은 지난 2일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행사를 잘 개최하고 우호왕래를 증진하며 실속 있는 협력을 추진하고 국제무대서의 소통을 더 긴밀히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양국의 최고 지도자가 1년 새 5차례나 만나 양국의 전통적 우의를 다지고 북중 관계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화답했다. 특히 왕 위원은 김 위원장을 만나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중국 방문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지속적인 대화 촉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리 외무상이 이달 중순 미국 뉴욕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과의 북미 고위급 회담 성사 가능성은 낮아졌다. 북미 대화가 난항을 겪는 상황서 리 외무상이 폼페이오 장관은 피하면서 왕 위원은 보란 듯이 만나면서 북중 밀착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역사적 회동 갖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다

북중 밀착 움직임이 북미 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미국의 대북제재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계속 주장했다.

다음 달 북·중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5차 방중 여부가 북미 대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북미 대화 등 한반도 정세 변화와 관련해 중대한 시점마다 방중이 이뤄졌다.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양국은 우호협력 관계를 돈독히 다지고 북핵 문제의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재확인하면서 북미 대화의 명분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13일 최고인민회의서 3차 북미 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대화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고 미국의 입장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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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