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가위 이후…정국 돌발변수 키워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09 09:25:11
  • 호수 12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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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적’ 암울한 대한민국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추석 연휴가 끝난 뒤에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며, 국정감사도 시작될 예정이다. 일본과 북한 문제도 풀어야할 숙제다. 하지만 이 모든 사안에 여·야 지향점이 확연히 달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그 후폭풍은 추석 이후 정국에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조 후보자에 대해 “의혹들이 해소되지 못한 부분은 없다”고 평가한 것은 사실상 임명 강행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아세안 3국을 순방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회에 조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시한으로 나흘을 제시했던 바 있다. 

조국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극적 합의 끝에 지난 6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번 청문회서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지만 결국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이번 합의로 민주당은 ‘청문회 패싱 논란’서 한결 자유로워졌다. 이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가족 증인없는 하루짜리 청문회를 관철시킨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청문회 합의에 격앙된 분위기다.

일단 조 후보자가 이미 기자간담회라는 형식을 빌려 대국민 해명에 나선 마당에 ‘국회의 시간’인 청문회마저 포기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상당하기 때문에 한국당 입장에선 청문회 합의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에선 “원내대표단이 도대체 무슨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냐”며 성토 목소리가 높았다. 나 원내대표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지금까지 원내 지도부의 행보를 보면 일관된 전략이 없는 것 같다”며 “당초 여당이 청문회 개최를 사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되레 우리당이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이번 민주당, 한국당 간 청문회 일정 합의에 불편한 기색이다. 오신환 바미당 원내대표는 “임명강행 수순인 이상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보내고 불참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간 청문회 일정 합의 직후 오 원내대표는 “두 당의 결정은 국회의 권위를 땅에 처박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조 후보자 임명 강행과 여·야의 확연한 입장차는 추석 이후 정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정기국회 본격적인 일정이 추석 이후 시작된다. 지난 2일 열린 정기국회는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청 본회의장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371회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었다. 정기국회 첫날인 이날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여야 간 의견차로 무산되면서 이날 개회식에선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문 의장은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 “지금 우리 국회는 사안마다 현안마다 온갖 대립과 혼란으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마지막 정기국회가 더욱 극렬한 대치와 정쟁으로 얼룩질 것이라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 돌입 
국감, 패스트트랙 등 정쟁 여전 


민주당을 향해선 “여당은 국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청와대를 비판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소리를 듣는다면 삼권분립이라는 시스템이 무너지고, 이는 국가 기강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에겐 “제1책무는 비판과 견제에 있다”며 “이를 소홀히 하면 존재감을 잃게 된다. 강력한 야당의 존재는 대통령과 여당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본회의를 열고 371회 국회 정기회 회기 결정의 건을 상정해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기간은 9월2일부터 12월10일까지 100일간으로 정해졌다.
 

추석 연휴가 끝난 오는 17∼19일엔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23∼26일 나흘 동안은 분야별로 23일 정치, 24일 외교·통일·안보, 25일 경제, 26일 사회·문화 등 대정부질문이 열린다.

2020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영계획안의 정부 시정연설은 내달 22일에 실시한다. 각종 민생 경제법안과 일본 수출규제 대응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및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 주요 쟁점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현재 조국 사태로 인한 정쟁이 뜨겁기 때문에 추석 이후 정기국회 일정이 원만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고작 27.9%에 그친다. 밀려 있는 법안만 해도 총 1만5000여건에 이른다.

정치권서 대립과 갈등이 빚어지며 국회 공전·파행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 정쟁 국회, 놀고먹는 국회라는 오명이 붙었다. 

하지만 정기국회 일정도 전망이 어둡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정기국회 무대서도 파장을 미칠 우려가 크다. 게다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및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의 주요 쟁점 법안들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로 대변되는 ‘노 재팬’(No Japan)은 추석 연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차례상에 올릴 제수음식을 고를 때 원산지를 확인할 정도다.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노노재팬’이라는 앱까지 등장했다. 전통시장도 일본산 식품첨가물을 추적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도 생태(냉장 명태), 참돔, 우렁쉥이(멍게), 방어, 참가리비, 꽁치, 뱀장어, 낙지 등 8개 수산물의 원산지 표기에 대한 특별단속에 착수했다. 일본 수출규제에 맞대응하기 위한 ‘반격’ 조치 가운데 하나로 해석된다. 통상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원산지 표기 위반 단속을 실시하는데, 이번에는 기존보다 강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절 대목을 맡은 유통가서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한창이다. 유통업계마다 이번 추석 선물로 일본과 관련된 상품은 출시하지 않았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지난해 추석에 일본산 술인 사케를 판매했지만 올해는 아예 제외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올해는 사케와 화과자류 선물 세트를 판매하지 않는다.


추석 여행으로 일본을 찾던 한국인 여행객들이 한일 갈등 영향으로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5일 보도했다. 이날 징용 문제서 촉발된 한일 관계 경색 이후 동남아 주요 6개국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수가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20% 늘었다고 전했다.

또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도 일본보다는 태국과 필리핀 등으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6월 말레이시아를 여행한 한국인은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7배나 늘었으며, 베트남과 필리핀도 두 자릿수나 증가했다.

한국 온라인 쇼핑 사이트 위메프의 최근 조사서 올 추석 연휴 한국인의 인기 여행지 1위가 베트남 다낭, 2위가 태국 방콕, 3위가 괌이라고 소개했다. 이전에 인기 여행지였던 후쿠오카·도쿄·오키나와는 순위서 밀려났다며 한국인의 일본 외면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이 한국의 불매 운동에 대해 “여느 때처럼 금방 끝날 것”이라고 조롱했지만, 추석 이후에도 노 재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북미 대화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서 추석 이후인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전망이다. 향후 북한과 중국이 밀착 행보를 보이면서 비핵화 실무협상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평양 도착 첫날 리용호 외무상과 만나 북중 친선관계 확대 및 발전 방안과 더불어 비핵화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냉랭한 한일…불매 운동 계속 이어질듯  
남북문제…김정은 중국 방문이 분수령

왕 위원의 이번 방북은 북한과 중국이 각각 북미 비핵화 협상과 미중 무역협상서 대미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윈윈 전략’으로 만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 안보공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북중은 밀월 관계를 더욱 과시하는 모양새다. 

왕 위원은 지난 2일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행사를 잘 개최하고 우호왕래를 증진하며 실속 있는 협력을 추진하고 국제무대서의 소통을 더 긴밀히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양국의 최고 지도자가 1년 새 5차례나 만나 양국의 전통적 우의를 다지고 북중 관계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화답했다. 특히 왕 위원은 김 위원장을 만나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중국 방문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지속적인 대화 촉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리 외무상이 이달 중순 미국 뉴욕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과의 북미 고위급 회담 성사 가능성은 낮아졌다. 북미 대화가 난항을 겪는 상황서 리 외무상이 폼페이오 장관은 피하면서 왕 위원은 보란 듯이 만나면서 북중 밀착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역사적 회동 갖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다

북중 밀착 움직임이 북미 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미국의 대북제재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계속 주장했다.

다음 달 북·중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5차 방중 여부가 북미 대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북미 대화 등 한반도 정세 변화와 관련해 중대한 시점마다 방중이 이뤄졌다.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양국은 우호협력 관계를 돈독히 다지고 북핵 문제의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재확인하면서 북미 대화의 명분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13일 최고인민회의서 3차 북미 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대화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고 미국의 입장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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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