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6)만남

눈길이 가는 시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나리,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자리를 옮기시지요.”

“자리를 옮기다니. 뭐가 급하다고.”

“모처럼 부안에 들르셨는데 가만히 있을 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판관 나리 모시려고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습니다요.”

“허허 참, 번거롭게스리.”

밝혀진 홍시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판이었다.

마지 못하겠다는 듯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순간적으로 찝찝한 기운에 몸을 움츠렸다.

그 사정을 알 리 없는 삼복이 급히 신발을 가지런히 하고 저만치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가볍게 끙 하는 신음을 내지르고 신발을 신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뒤 따르기 시작했다.

“나리, 오시면 오신다고 먼저 기별을 주셨어야지요. 제가 이곳에 있는데 이곳을 그냥 스쳐 지나려 하셨습니까?”

“아무래도 저 놈 때문에 고생원에게 몹쓸 일을 시키는 것 같구려.”


앞서 가던 삼복이 그 말을 들은 모양이었다.

고개를 돌려서는 원망의 눈초리로 허균을 바라보았다.

“저 놈이.”

“정작 홍시 이야기는 나리께서 하셨으면서.”

“이 놈아, 홍시 하나 먹기로 이리 수고를 해야 하냐?”

둘의 이야기에 고생원이 끼어들었다.

“이 장마철에 웬 홍시 이야기입니까?”

삼복이 천군만마라도 얻은 듯이, 그거 보란 듯이 으쓱해 했다.

삼복을 바라보던 시선을 고 생원에게 향하면서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고생원은 홍시가 무엇인지 모르시는가.”

대답 대신 멍한 표정으로 허균과 삼복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생원 나리,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거 말입니다, 이거.”


삼복이 자신의 손을 들어 새끼손가락을 펴서는 가벼이 흔들었다.

“예라, 이놈아!”

허균의 웃음소리가 창공을 가르고 나자 고생원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나리, 그런데 매창이라고 아십니까?”

“매창, 글쎄. 한번은 들어보았음직한 이름인데.”

“한양 땅에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데 천하의 나리께서 잘 모르시다니…….”


허균이 헛기침했다.

“그래, 이 부안 땅에 그리 유명한 명기가 있었다는 말인가.”

“허허, 진짜 판관 나리께서 매창이란 기생을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말을 마친 고생원이 아쉽다는 듯 헛기침 해댔다.

“그런데, 매창이 왜?”

“소인은 판관 나리께서 객고를 푸시라고 기껏 공을 들여 매창을 준비시키고 있는데. 판관 나리께서는 아닌 모양입니다.”

“어허, 이 사람. 내가 언제 사람 가리는 것 보았나. 그저 고생원의 처사가 고마울 따름이지.”

둘의 농을 듣던 삼복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저만치 앞서나가면서 한마디 내질렀다.

“나리께서 찾으시던 홍시가 바로 매창이라는 기생입니다. 매창.” 

그다지 생소한 분위기는 아닌데 이상하리만치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방금 전 스스로 사정해버린 후유증 아니면 말로만 듣던 기생 매창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방안 풍경이 여느 기생의 방과는 조금 달랐다.

벽에 시를 적은 한지들이 죽죽 걸려 있는 모습이며 왠지 마음이 차분하면서도 조용해지는 느낌을 금방 감지할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려 있는 시를 보기 위해 다가갔다.

벽에 걸려 있는 많은 시들 중에 유독 허균의 시선을 사로잡는 시가 있었다.

고생원의 배려…매창 방에 들다
벽을 메운 시…촌은에 대한 애정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더라 

내 정령 술에 섞여 님의 속에 흘러들어 
구곡간장을 마디마디 찾아가며 
날 잊고 님 향한 마음을 다스리려 하노라 

기러기 산 채로 잡아 정들이고 길들여서 
님의 집 가는 길 역력히 가르쳐주고 
한밤중 님 생각날 제면 소식 전케 하리 

등잔불 그무러 갈 제 창 앞 짚고 드는 님과 
오경종 나리 올 제 다시 안고 눕는 님을 
아무리 백골이 진토 된들 잊을 줄이 있으리 

내 가슴 흐르는 피로 님의 얼굴 그려내어 
내 자는 방안에 족자 삼아 걸어두고 
살뜰히 님 생각날 제면 족자나 볼까 하노라-

시선을 떼어 옆에 가지런히 걸려 있는 시로 주었다.
贈癸娘(증계량) 계량에게 주다
曾聞南國癸娘名(증문남국계랑명) 일찍이 남국의 계랑이라는 이름 들었는데 
詩韻歌詞動洛城(시운가사동락성) 싯구와 노래 솜씨 서울까지 진동했지
今日相看眞面目(금일상간진면목) 오늘 만나 진면목 대하고 보니 
却疑神女下三淸(각의신녀하삼청) 무산 신녀가 삼청(三淸)에 내려온 듯하네 

*三淸(삼청) : 도가에서 말하는 신선이 사는 곳 

#(탄식할 희)贈癸娘(희증계량) 즐거이 계량에게 주다
桃花紅艶暫時春(도화홍염 잠시춘) 붉고 복스런 복사꽃 피는 봄은 잠시지만 
撻髓難醫玉頰嚬(달수난의옥협빈) 고운 얼굴에 주름지면 되돌리기 어렵네
神女下堪孤枕冷(신여하심고침냉) 선녀라도 독수공방은 견디기 어려우니
巫山雲雨下來頻(무산운우하래빈) 무산 운우의 정 자주 나누세

*巫山雲雨(무산운우) : 초 회왕(楚懷王)의 고사. 《고당부주(高唐賦注)》에 “시집가기 전에 죽은 적제(赤帝)의 딸 요희(姚姬)를 무산 남쪽에 매장한 때문에 무산의 계집이라 전해 왔다. 회왕이 그곳에 출유(出遊)하여 낮잠을 자는데 꿈속에 한 신녀(神女)가 나타나, 무산의 계집이라 자칭했다. 드디어 그녀와 교합(交合)하고는 그곳에 관(觀)을 짓고 이름을 조운(朝雲)이라 했다.” 하였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촌은 유희경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소원한 관계도 아니었다.

그와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으나 서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은 없었다. 

다만 주위 사람들의 입을 빌어 그의 인간 됨됨이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눈길이 가는 시

천민 출신이지만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의 진정성에 대해 허균도 은근히 찬사를 보내고는 했었다.

오로지 나라와 부모에 충과 효를 다하고 자신에게 엄격하기로 소문난 그가 결국 자신을 접고 파계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 길에 매창이 있었다.

그 옆에 다정하게 걸려 있는 ‘증계량’과 ‘희증계량’이라는 시는 매창에 대한 촌은의 애잔한 정을 듬뿍 담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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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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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