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시대별 면접 변천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9.02 11:06:45
  • 호수 12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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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부터 음주·AI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면접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보편적인 면접은 지원자와 면접관이 마주보고 앉아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색다른 방법을 통해 구직자를 채용하고 있다. 기업마다 차별화된 면접 방식에 대해 알아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가 본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면접고사는 블라인드 면접으로 알려졌다. 블라인드 면접은 객관성을 위해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가리는 방식으로, 2000년대 초부터 현대그룹, LG상사 등에서 시행했다. 

술 먹이고…

약 20년 전부터 기업들은 특성에 맞게 원하는 지원자를 채용했다. 우방은 서류전형에 통과한 응시생들을 대상으로, 회사와 본부장급 간부들과 함께 지원자들의 인성을 파악하는 술자리 면접을 진행했다. 술자리에 동석한 면접관은 딱딱한 면접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술잔을 함께 기울이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유도했다.

지원자들의 취기가 오르면 그때부터 취중 면접이 시작된다. 면접관들은 술에 취한 지원자들에게 “죽을 때 어떤 유언을 남길 것인가”를 묻기도 했다.

미원그룹(대상그룹의 전신)은 현직자들과 노래방, 호프집, 백화점 등산길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난 뒤 얼마나 잘 어울리는 인성을 평가하는 신입사원 다차원 면접제도를 실시했다. 이 면접은 선배사원 4명으로 구성된 면접관들과 신입사원 6명이 함께 1개조를 구성해 회사 밖의 다양한 장소서 만나 하루 남짓의 시간 동안 자유롭게 집단토론을 하며 면접한 뒤 관찰하는 방식이다. 


면접 장소와 시간, 방법 등은 사전에 서로 협의해 결정하기 때문에 호프집이나 록카페서 모임을 갖는 조도 있고 등산을 하러 가거나 백화점 매장서 물건진열 상태 등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조도 있는 등 다양했다.

샘표식품은 2000년부터 요리 면접을 진행해왔다. 4∼5명이 한 팀이 돼 주어진 음식을 활용해 조별로 테마를 정해 요리를 만들고 면접관들에게 요리 주제와 특징을 자유롭게 설명하는 방식이다. 특이한 점은 면접관들이 요리의 결과물보다 어떠한 과정을 통해 요리를 만들어내는지가 평가한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요리의 콘셉트 기획부터 요리를 만드는 과정까지 팀워크를 중요하게 여긴다. 또 최종 결과물에 대해 효과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잘 하는지 관찰해 지원자의 성향이나 특성을 파악하고 타 지원자들과 협업을 잘 하는지 종합적으로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별로 요리 만들고 결과 발표
등산하면서 체력·협동심 평가

2016년부터 도입한 젓가락 면접도 있다. 젓가락질의 기술을 보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아닌 한국의 전통 식문화를 체험해보는 취지다. 젓가락질 이후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기업철학과 문화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파악하는 시간을 갖는다. 

예전부터 각 기업들이 선호하는 방식은 등산 면접이다. 2000년대 초부터 등장한 등산 면접은 지원자들의 체력, 협동심,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면접관들 등산 도중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지원자들을 평가한다. 

최근까지 해태제과가 산행 면접을 치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태제과는 예전부터 산행 면접을 진행하며 지원자들을 평가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악명 높은 산행 면접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지원자들은 면접관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산책을 한다. 강력한 체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산책로를 걷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채용면접에도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었다. IT사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AI 면접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이 지난해 45개사서 올해 140개로 늘어났다. 1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선 AI 면접 시스템의 장점이 크다는 입장이다. 기업 입장에선 평가 효율성을 높여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고, 지원자 입장에선 평가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노트북과 이어폰, 마이크만 있으면 면접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AI 면접이 지원자들에게 결코 만만한 건 아니다. AI 면접 시 지원자들이 우물쭈물하거나 딴 곳을 쳐다보는 등의 집중하지 않은 태도를 보이면 감점이 되기 때문이다.

AI 면접을 본 A씨는 “처음에는 사람이 아닌 컴퓨터를 보고하는 게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금방 긴장이 풀리면서 만족스러웠다. 또 면접을 볼 수 있는 준비물만 있다면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서 면접을 볼 수 있는 게 너무나 좋았다”고 말했다. 

기계와 대화

일각에선 기업들이 AI 면접을 늘리는 이유가 지난달 1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법을 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해당 법안은 직원 30명 이상이 근무하는 기업이 구직자의 외모·출신 지역 등의 이력서 기재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달라진 금융권 면접 풍경

은행권 채용 시장이 지난해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로 AI를 활용하거나 가상, 화상 면접까지 진행되고 있다.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은 AI 면접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국민은행이 은행권 중 가장 먼저 AI 면접을 도입했다.

과거 은행권은 채용 비리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인사 담당자의 선입견이나 주관을 배제할 수 있어 논란의 여지를 줄일 수 있고, 한정된 인력으로 대규모 지원자의 이력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한계를 커버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실제 1차 면접 때 서류 전형서 AI 기술을 활용할 경우 표절 여부 등 부정행위를 감별하기 쉽고 수만명이 넘는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단 하루 만에 분석이 가능하다. 업계에선 AI 시스템이 학습능력을 통해 자체적으로 능력을 개선하는 만큼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면접 체험도 있다. VR 면접은 교육담당자 필요 없이 실제 면접을 보는 것처럼 지원자 스스로 연습할 수 있고 예습·복습도 가능했다. 특히 면접 시 시선 처리, 답변 길이, 목소리 크기, 말 빠르기 등 세세한 보완점들을 일러주고 실시간 면접 결과를 통해 구직자 스스로 자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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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