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유리천장’ 현실

보기 힘든 여성 보좌관 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보좌진의 최고직위인 4급 보좌관의 여성 비율은 전체 보좌관의 8.6%다. 국회 내에서 여성 보좌관이 이렇게 적은 이유는 뭘까. <일요시사>는 최근 15명의 의원실 보좌진 15명에게 ‘의원실 내 성평등 지수’를 묻는 설문지를 돌리고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성의 승진이 어려운 의원실 내 구조적 문제를 알아보자.
 

국회의원 보좌진은 4급 보좌관, 5급 비서관, 6∼9급 비서 및 인턴비서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보좌진은 모두 별정직 공무원으로, 임용과 면직은 임면권자인 의원에 의해 이뤄지며 의원실별로 뽑힌다. 국회페미에 따르면 지난 8월1일 기준 국회 전체 보좌진 중 여성 비율은 38.2%였다. 국회페미는 의원실 보좌진, 사무처 소속 당직자, 경호처 직원 등 국회 내 여성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그룹이다.

역피라미드

직급별 여성 비율은 ▲4급 보좌관 8.6% ▲5급 비서관 19.9% ▲6급 비서 26.7% ▲7급 비서 37.4% ▲8급 비서 60.5% ▲9급 비서 63.3% ▲인턴 비서 52.3%를 차지하며 직급이 낮아질수록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는 역피라미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의원실 별 4급 보좌관 2인, 5급 비서관 2인, 6∼9급 및 인턴 각 1인 총 9명의 보좌직 공무원을 고용)

보좌진의 최고직위로 각 의원실의 정무 및 운영을 총괄하는 보좌관의 여성 비율은 8.6%로 전체 595명 중 51명이다. 보좌관과 함께 정책 업무를 실무적으로 이끄는 여성 비서관은 19.9%로 전체 602명 중 120명이 차지했다. 이에 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을 책임지는 직책을 맡은 보좌관과 비서관의 여성 비율이 낮아 의정활동 및 정책이 남성중심적 사고에 치우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4급부터 7급 보좌진까지 남성이 압도적 다수인 데 반해, 8급, 9급, 인턴 직급서만 여성 비율이 과반을 넘는다. 세 개의 직급을 합쳐 총 507명으로 전체 여성 보좌진 869명 중 58.3%가 하급직에 머무르고 있다. 이중 대부분이 방문객 대접, 전화 응대, 집기 관리 등의 잡무를 도맡고 있다고 국회페미는 주장한다.


또, 이중 상당수의 인원이 사무실 회계와 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행정비서’ 직무로 일하고 있다. 관례적으로 행정비서는 정책을 맡는 비서관으로 승진하기 어렵다는 게 의원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요시사>는 최근 15명의 의원실 보좌진(남8, 여7)에게 ‘의원실 내 성평등 지수’를 묻는 설문지를 돌리고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사회문제와 정책에 관심이 많아 국회 일을 시작했다.

설문지의 ‘성별에 따라 맡는 업무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6명(40%)이 ‘예’라고 대답했다. ‘승진에 있어서 성별이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7명(46.7%)가 ‘예’라고 대답했다.

의원실 내 성평등 설문지 돌려 보니…
성별 따라 승진 여부 달라진다 생각

‘국회 4급 보좌관의 여성 비율은 8%로 소수다. 직급이 낮아질수록 여성 비율이 더 높게 차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6명(40%)이 ‘여성의 경력 단절’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 뒤로는 4명(26.7%)이 ‘여성의 승진이 어려운 의원실 구조’를 골랐다. 2명(13.3%)은 성별과 무관한 ‘개인의 능력차’라고 봤다.

기타 이유에는 “의원실은 정무적 판단이 매우 중요한데, 판단은 대부분 ‘대인관계’서 나오는 정보력에 기반을 한다. 이 부분서 남성이 여성보다 상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는 승진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국회 내 조직 자체가 매우 보수적인 집단, 능력보다는 나이, 성별을 매우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는 응답이 나왔다. 의원실 내 승진에 성별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외에는 “본인이 현재 하고 있는 직무에 안주하기 때문”과 같은 대답도 있었다.


‘의원실 내 남녀 평등 지수를 1점서 5점 사이로 점수화 한다면 몇 점을 주겠냐’는 질문에는 7명이 4점, 6명이 3점을 줬다. 2명은 5점을 주었고 1·2점을 준 보좌진은 없었다.

‘성 평등 국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구성원의 의식 변화’가 7명(46.7%), ‘능력과 성과에 따라 존중’이 6명(40%), ‘국회의원 임면권 견제장치’가 1명(6.7%)를 차지했다.
 

기타 의견에는 “성 평등이라는 단어 자체가 남녀를 이분하는 단어라 생각한다. 남녀를 떠나 서로 간의 배려를 기반으로 하는 능력 존중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시대에 걸맞게 많은 것들이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회 내에서는 행정비서는 여자가, 중요한 정책과 정무적 판단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암묵적 시그널이 존재하는 것 같다. 정책을 만드는 곳인 국회서부터 변화하지 않고, 사회가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매우 어불성설이다. 국회부터 변화합시다”라는 응답도 있었다.

또 다른 보좌진은 “담당하는 보좌진의 민원인이 의원실을 방문했을 때 차 접대는 스스로 하세요. 그리고 사무실 전화가 오면 알아서들 받으세요. 인턴과 행정비서가 전화 교환원은 아닙니다”라고 기타 의견으로 답하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여성 보좌진 3명을 개별적으로 인터뷰했다. 한 의원실서 비서를 맡고 있는 L씨는 “여성의 유리 천장 문제는 비단 국회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닌 사회에 만연한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서 인턴부터 시작한 비서들의 커리어가 결혼 및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게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4급 보좌관이 되려면 ‘육아를 도와주는 친정 엄마’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결혼, 육아…경력단절
"하위직급에도 기회를”

다른 의원실서 비서를 맡고 있는 J씨는 “여자가 커피 심부름을 하듯, 남자는 몸을 쓰는 일에 먼저 불려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의 “어떻게 보면 커피 업무나 심부름은 낮은 직급의 보좌진이 하는데, 국회엔 낮은 직급에 여성 분들이 많이 분포돼있어 여성 분들이 (허드렛) 일을 더 많이 하는 걸로 보이는 것 같다”는 말에 “맞다. 뭔가 여자가 (허드렛) 일을 더 많이 하는 게 문제라기 보단, 그런 잡무를 하위 직급들이 떠맡게 되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보좌관을 맡고 있는 K씨는 인턴부터 보좌관까지 12년동안 국회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C씨는 국회 의원실은 직급 상관없이 본인의 일은 본인이 해야 발전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위 직급에 있는 사람들이 허드렛일만 맡다 퇴직하게 되는 악순환을 국회의 문제점으로 짚었다. 그는 여성 보좌진 후배들에게 본인이 가진 강점에 집중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인맥이 중요하고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회서 의정 활동의 중심인 ‘정책’에 집중한 점을 본인 승진의 성공 비결로 봤다.

암묵적 시그널

그는 “의원들 역시 4년이라는 임기가 있는 사람들인데, 수행도 가능하고 술도 편히 마실 수 있는 남성을 선호하지 않겠냐”며 “의원들이 똑같은 값이면 남성들을 더 선호해 여성 보좌진들에겐 남성보다 1.5배 일을 더 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4급 여성 보좌관에는 ‘솔로’이거나 ‘결혼을 포기한 40대 초중반’이 많은 국회 현실을 전하기도 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서 여성은?

국회페미는 국회서 일하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겪은 불편·부당한 사례를 설문했다. 국회페미에 따르면 가장 많은 국회페미 구성원들이 지적한 것은 커피·차 접대 문화였다.

A씨는 “의원실 남자 보좌관은 여성인 나를 꼭 집어서 ‘여기 커피 좀’ 이라고 시킨다. 모든 보좌진 다 있는 자리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를 지목하는 것”이라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B씨는 “국회서 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택배 나르기, 전화받기, 탕비실 정리를 강요 당했고, 정책을 배워 승진할 수 있는 기회에서는 완전히 도려내졌다”고 밝혔다. 

이어 “남자 보좌관이 어느 날 내게 ‘사무실의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노동, 돌봄노동, 수발노동이 나의 주 업무였다. 국정감사 때 내게는 직원들의 삼시 세끼를 챙기는 것, 서류 심부름에 불구한 자료요구 대리 외에는 아무 일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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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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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