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친일파’ 낙성대경제연구소 사람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02 10:33:06
  • 호수 12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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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부정하는 이들을 어찌할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친일파가 나타났다.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이영훈 이사장과 이우연 연구위원 등이 쓴 <반일종족주의>는 일본 위안부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했다. 일본 극우들은 열광하고 있다. 이 위원은 일본 극우 단체의 지원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이영훈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사진 오른쪽)이 한 취재기자를 폭행하고 있다. ⓒMBC

<반일종족주의>의 서점가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3일 교보문고의 8월 셋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뿐만 아니다. 예스24 2위(25일 기준), 알라딘 3위(25일 기준) 등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친일 옹호 
흥행 성공?

<반일종족주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김낙년 동국대 교수,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함께 쓴 역사 교양서다. 책에는 한국이 과거사서 가장 많은 과오와 만행을 저지른 중국 등은 놔두고 일본만 원수로 인식하는 것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샤머니즘이 깔린 ‘종족주의’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내용도 적시돼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지난달 5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은 부역·매국 친일파, 구역질 나는 책”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일본 극우는 <반일종족주의>에 열광하고 있다. 재일 언론인 유재순 <JP뉴스> 대표는 <반일종족주의>가 한국어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인터넷을 통해 많이 팔렸다고 전했다.


유 대표는 지난달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올해 안으로 우익 성향의 출판사 문예춘추에서 발간될 예정이지만 이미 한국어임에도 상당히 많이 팔렸다”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일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한국인이 대신 해준다는 것, 그것에 일본 우익계들이 열광하고 있다. 현재 일반인들도 호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낙성대경제연구소 저자인 이 위원이 일본 극우단체의 지원을 받아 유엔서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연설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YTN에 따르면 위안부를 부정하기 위해 설립된 비정부기구로 추정되는 국제경력지원협회(ICSA) 소속 일본 극우 인사인 순이치 후지키씨가 이 위원의 유엔행 비용을 지불하고 발언을 기획했다.

<반일 종족주의> 서점 베스트셀러 등극 
위험한 흥행…대중 파고드는 식민사관

순이치씨는 일본의 극우 인사로, 최근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주전장>에도 등장한 인물이다. 소녀상 얼굴에 종이봉투를 씌우고 조롱하는 미국인 유튜버 토니 마라노의 후원자로도 알려져 있다.

이 위원은 지난달 2일 스위스 제네바서 열린 41회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회의서 15번째로 발언 기회를 얻어 “강제연행은 없었으며,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갔다”며 “높은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고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발언자 명단에는 이 위원의 이름은 없다. 그의 순서에는 국제경력지원협회(ICSA) 소속 후지키 슌이치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단체는 국제무대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기 위한 비정부기구다. 순이치씨는 이 위원에게 유엔 발표를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스위스 왕복 항공료와 5박6일 체류 비용까지 모두 부담했다. 
 

▲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JTBC

이 위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자신의 여비를 지불한 곳은 지난달 2일 유엔서 ‘군함도의 진실’ 심포지엄을 개최한 일본 국제역사논전연구소며, 행사를 위한 비용은 모금으로 조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 회의 발언은 심포지엄과는 별개며, 자신은 ICSA의 회원 자격으로 발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 주장에 문제가 있다면 비판하면 그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역사논전연구소 역시 도쿄재판과 연합국총사령부(GHQ)의 일본 정책을 부정하는 수정주의 역사관을 전면에 내세운 극우 역사단체로 알려졌다. 당시 이 위원의 발언은 <산케이신문> 등 일본 보수 언론에 보도되며 확대 재생산됐다.

낙성대연구소가 정부 지원 연구비 12억원을 받으며, 친일 연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영훈 이사장 
사건사고 구설 

지난달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지난 2002년부터 2008년 사이 정부서 12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이 연구비를 사용해 이 이사장과 과 이 위원 등이 책임을 맡는 연구를 진행했다.

김 의원은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는 연구를 진행한 다음 이를 퍼뜨리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연구비가 낙성대경제연구소로 흘러들어간 것은 문제가 크다. 정부 연구비가 극우 정치행위에 지원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학계와 시민사회는 <반일종족주의>와 이 위원의 행보에 첫 반응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책의 토대가 된 식민지근대화론은 1990년대 본격 등장했다. 그때도 불완전한 통계와 일부의 사례로 전체를 왜곡해 학계로부터 상당한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반일종족주의>의 저자들은 이 같은 지적을 수용하지 않은 채 더 과격한 모습으로 한국 사회에 출몰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문제가 된 주장을 좀 더 냉철하게 반박하지 못한 학계의 책임이 크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낙성대경제연구소의 관계자들에게는 뉴라이트와 극우라는 수식이 붙었다. 특히 이 이사장은 1951년 대구 출신으로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로 꼽힌다. 1978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동 대학원서 ‘조선후기 토지소유와 농업경영’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신대학교 강사로 출강했고, 성균관대학교 교수를 거쳤다. 

2002년부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후 2017년 2월28일 정년 퇴임해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장 및 다산학술문화재단 이사, 경제사학회 연구이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이승만학당 교장으로 있다.

정신대?
종군위안부?

서울대학교 안병직 교수의 수제자로, 뉴라이트 진영서 대안 역사 교과서 집필이나 칼럼 기고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저서 <대한민국 이야기>와 여러 논문서 이 이사장은 일본이 무력이 아니라 법과 무역을 통해 식민지적 수탈을 전했다고 설파했다. <대한민국 이야기>에선 정신대와 종군위안부의 차이점을 명확히 밝히고, 위안부는 강제 징집된 것이 아니며, 배후에 일본군과 조선총독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2004년 9월2일 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 “정신대가 조선총독부의 강제동원이 아니라 한국인의 자발적으로 참여로 이뤄진 상업적 공창”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일제 식민 통치를 찬양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발간한 <반일종족주의>

그동안 이 이사장은 수많은 구설에도 휘말렸다. 자신이 독립운동가 차리석 선생의 외증손이라 주장했지만 차리석의 외아들인 차영조는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독립유공자유족회 차영조 선생은 언론과 인터뷰서 “큰아버지의 둘째 딸과 30년 전에 만나 교류하고 있는데 그분에게 확인했더니 이 이사장은 내 큰아버지의 외증손자일 뿐이다. 차리석 선생의 외증손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고 차리석 선생은 자신의 외조모의 둘째 숙부로, 외외증종조부라 해야 마땅하나 줄여서 외증조부라 했다”고 해명했다. 차리석 선생의 직계 후손이 아닌 선생의 큰형인 차원석씨의 외증손자다. 즉 차원석씨의 딸의 딸의 아들이 이 이사장이라는 것이다.

유엔서 위안부 부정 발표 
일본 극우 지원받아 연구 

이사장은 서울대 명예교수를 사칭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명예교수로 소개됐다. 서울대서 나온 직후인 2017년 3월 <월간조선>과 진행한 인터뷰서 처음으로 명예교수로 소개됐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명예교수로 언급됐다. 

서울대 명예교수 규정은 ‘본교서 전임교원으로 15년 이상 재직한 사람’을 추대 자격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2002년 6월부터 2017년 2월까지 14년6개월 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학교 규정 상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실제로 학교서 보유 중인 명예교수 목록에도 이 이사장의 이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이사장은 교장으로 활동 중인 이승만 학당 홈페이지에도 서울대 명예교수라고 소개되고 있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퇴직한 원로 교수님들을 명예교수라고 지칭하는 관행이 있기는 하다”며 “(자신을 명예교수로 부르는 것을)그동안 굳이 정정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추정했다.

이 이사장은 기자를 폭행해 논란이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달 4일 MBC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반일종족주의> 출판물의 대표저자로 국민 정서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이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그의 자택을 찾았다. 이날 MBC 기자와 만난 이 이사장은 고함을 치고 녹음 장비를 내리쳐 파손시키는가 하면 취재기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명예교수’
서울대 입장은?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 이사장은 강압적 태도로 취재진을 위협했음에도 오히려 다음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정당방위’라는 주장으로 사건을 호도하기까지 했다”며 “취재기자를 폭행하고 언론자유를 방해한 이영훈 전 교수의 행동과 언사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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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