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통업계’ 한가위 반전카드

굳게 닫힌 지갑을 열어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형마트 3사가 추석 대목을 맞이했다. 이들은 실적 부진을 타개하고자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다. 이번 명절은 평소보다 이른 데다 짧기까지 하다. 게다가 여름휴가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유통업계는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 흠플러스 매장 풍경 ⓒ홈플러스

유통업계는 최근 ‘위기’라는 꼬리표와 함께 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빅3’가 대표적이다. 유통업계 전통 강호들은 날개가 한풀 꺾인 형국이다. 배경은 소비 패턴의 변화였다.

아 옛날이여∼
줄줄이 적자

전통적으로 대형마트들은 오프라인 시장서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모바일의 문을 두드렸다. 굳이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클릭과 터치 몇 번으로 제품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역시 나쁘지 않다. 대형마트가 삐걱거릴 동안 쿠팡과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는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의 ‘2019년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현실을 여실 없이 드러냈다. 산자부는 7월 동향을 한마디로 ‘온라인 맑음, 오프라인 흐림’이라고 봤다.

산자부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하락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13.3%라는 두 자릿수 감소를 보였다. 산자부는 ‘가전과 문화 매출 감소’를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온라인 판매는 증가했다.

배경은 가전·전자, 서비스 부문의 성장이었다. 대형마트 하락 원인 중 하나가 가전 매출 감소였다. 확연한 대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오프라인은 전체적으로 하락세다. 대형마트 외에 백화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각각 4.0%, 2.7% 하락했다. 백화점은 의류 부문의 감소 영향이 컸다. 다만 편의점은 간편식 매출의 증가로 2.4% 성장했다.

소비 변화로 온오프라인 격차 확대
대형마트 부진 ‘빅3’ 나란히 적자

온라인 판매중개 역시 온라인 판매와 함께 성장했다. 온라인 판매중개의 성장은 무려 10.8%. 산자부는 그 연유를 ‘배송 서비스 강화 등에 따른 식품군 매출의 증가’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판매중개는 G마켓과 쿠팡 등을 일컫는다. 이들은 온라인 판매업자들을 위해 중개 플랫폼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하나 같이 기를 펴지 못했다.

이마트는 이번 2분기에 적자를 봤다. ‘이마트 적자’는 1993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지금까지 적자를 내본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심지어 이마트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굳건했다. 이마트의 견고한 아성에 금이 간 것이다.
 

▲ 이마트 매장 풍경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출액은 증가했다. 이마트의 2분기 매출액은 4조6000억원. 전년대비 5916억원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매출원가와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가 매출액을 넘어섰다. 매출원가는 3조4100억원, 판관비는 1조2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5200억원, 1600억원 증가했다.

이마트 자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마트의 SSG닷컴과 이마트24도 영업손실을 냈다. SSG닷컴은 이마트의 ‘e커머스 브랜드’로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마트24 역시 지난해 396억의 적자를 냈다. 이마트24는 이마트가 지난 4년간 27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한 곳이다. 이마트는 1인 가구 증가를 눈여겨 본 뒤, 자사 편의점 육성에 집중했다. 이마트는 2014년 150억원, 2017년 799억원, 지난해 1099억원 등을 지원했으나 적자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했다.

명절 특수 
만반 준비

롯데마트 역시 적자 행진을 보였는데 2분기 영업손실은 340억원이었다. 롯데마트 역시 매출은 1조5950억원으로 늘었지만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롯데마트는 2분기 때 국내서만 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 등지서 160억원의 이익을 창출했다. 적자는 3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년도 영업손실 270억원에 비해 적자 폭은 늘었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로 분기 실적을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실적 악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대형마트 빅3는 추석 대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마트 등은 이번 명절을 기점으로 실적 부진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들은 먼저 조기 대금 지급에 나섰다. 명절 기간 협력업체들의 자금 소요(상여금과 임금, 원자재 대금 등)가 많아지는 만큼 자금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10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1330억원의 대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역시 350여개 협력사에 175억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정산은 오는 15일이지만 이를 5일 앞당겨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10일)에 지급을 마칠 예정이다.

롯데그룹 역시 전방위적인 조기 지급에 나섰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등 36개사가 참여한다. 대금 지급은 오는 10일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대금 지급으로 약 1만3000개의 중소 협력사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단점은 보완
강점 차별화

롯데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해왔다.

홈플러스 역시 중소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조기 지급을 시작했다. 규모는 800억원으로 약 2900여개의 중소 협력사가 혜택을 볼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지급일보다 20여일 정도 앞당겨 추석 연휴 전(10일)에 모두 지급할 방침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 차원서 자체적으로 금융비용을 투자해 상품 대금을 명절 전에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며 “중소 협력회사들이 자금 부담을 덜고 추석 영업을 준비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롯데마트

대형마트 3사는 배송 전략 수립에도 여념이 없다. 추석은 그야 말로 ‘배송 전쟁’이다. 제품이 전국 각지서 오고 가면서 물량이 밀리곤 한다. 이 과정서 제품에 이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나 추석이 9월 초인 만큼 대형마트들은 늦더위에 대비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지난 28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냉장·냉동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이마트는 오는 2일부터 9일까지는 이른바 ‘콜드 체인 시스템’을 가동, 배송 제품에 차질이 없도록 집중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2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집중 배송에 나선다. 롯데마트는 생산지 센터서 품질 검사·포장·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맡을 예정이다. 선물세트의 품질과 선도 유지를 위해서다. 센터에는 전문 인력들이 상주, 제품을 꼼꼼히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각양각색 전략 발길 다시 잡을까
도약 위한 한판승부…치열한 경쟁

홈플러스는 때 아닌 복병을 만났다. 홈플러스 안성 물류센터는 ‘노노갈등’으로 1주일간 정상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인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화물차 기사들 간의 갈등이었다. 다행히 한국노총 소속 화물차 기사들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물류센터는 궤도에 올라탔다. 다만 추석 전 물류센터 가동 중단으로 사측과 납품 농가 등이 손해를 봤다.

이마트 등은 추석선물세트를 추석 2주 전부터 일제히 출시, 명절 대목을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대형마트 간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지난 31일부터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했다. 기간은 오는 13일까지다. 이마트는 늦더위를 염두, 냉장 한우를 중심으로 제품 구성에 나섰다. 이마트는 젊은 층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에어프라이기 요리가 가능한 굴비 등을 내놨다. 에어프라이기는 기존 가정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제품이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젊은 층과 함께 에어프라이기 구비에 적극적인 1∼2인 가구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 이마트

롯데마트는 정육과 과일에 집중한다. 롯데마트는 친환경과 합리적 가격을 내세우며 명절 특수를 정조준했다. 롯데마트는 자체 운영 중인 ‘황금당도’ 브랜드를 통해 과일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기존 추석 선물 풍속도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고급화해 내놓은 것이다.

다양하고
저렴하게

홈플러스는 지난 29일부터 선물세트 출시를 개시했다. 홈플러스는 오는 14일까지 판매를 지속한다. 홈플러스는 건강기능 식품에 비중을 뒀다. 또한 김영란법 선물 한도인 5만원 이하 상품, 10만원 이하 농축산물 비중도 늘렸다. 선물을 주고받는 데 부담을 덜어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추석 이후마트 3사 전략은? 

이마트는 난관을 타개할 방책으로 ‘초저가’ 전략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탄에 이어 2탄을 선보였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탄은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불렀다. 이마트는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내놨으며 대상 품목도 30종서 70종으로 확대했다.

대표적으로 물티슈와 치약, 칫솔, 의류건조기 등이다. 이마트는 추후에도 제품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마트는 ‘신선 제품 강화’ 전략을 내세웠다. 롯데마트는 지난 22일부터 ‘대한민국 산지 뚝심’이라는 이름의 전국 농축산물 우수산지 생산자 상품을 내놨다. 대형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인 신선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는 “지역의 우수한 농수축산물을 지속 발굴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의 경쟁력을 확보해 현재 당면한 위기들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는 ‘물류’에 방점을 맞출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점포에 온라인 물류기능을 추가, ‘점포 풀필먼트센터’를 구축 중이다.

홈플러스는 인천과 경기도 안양에 풀필먼트센터 1호점과 2호점, 경기도 수원시에 3호점을 내놨다. 기존 점포를 이용해 시공비를 절약하고, 온라인 물류 기능을 한층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월 아시아 최초 EMD(유럽 최대 유통연합)에 가입한 바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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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