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통업계’ 한가위 반전카드

굳게 닫힌 지갑을 열어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형마트 3사가 추석 대목을 맞이했다. 이들은 실적 부진을 타개하고자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다. 이번 명절은 평소보다 이른 데다 짧기까지 하다. 게다가 여름휴가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유통업계는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 흠플러스 매장 풍경 ⓒ홈플러스

유통업계는 최근 ‘위기’라는 꼬리표와 함께 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빅3’가 대표적이다. 유통업계 전통 강호들은 날개가 한풀 꺾인 형국이다. 배경은 소비 패턴의 변화였다.

아 옛날이여∼
줄줄이 적자

전통적으로 대형마트들은 오프라인 시장서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모바일의 문을 두드렸다. 굳이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클릭과 터치 몇 번으로 제품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역시 나쁘지 않다. 대형마트가 삐걱거릴 동안 쿠팡과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는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의 ‘2019년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현실을 여실 없이 드러냈다. 산자부는 7월 동향을 한마디로 ‘온라인 맑음, 오프라인 흐림’이라고 봤다.

산자부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하락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13.3%라는 두 자릿수 감소를 보였다. 산자부는 ‘가전과 문화 매출 감소’를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온라인 판매는 증가했다.

배경은 가전·전자, 서비스 부문의 성장이었다. 대형마트 하락 원인 중 하나가 가전 매출 감소였다. 확연한 대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오프라인은 전체적으로 하락세다. 대형마트 외에 백화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각각 4.0%, 2.7% 하락했다. 백화점은 의류 부문의 감소 영향이 컸다. 다만 편의점은 간편식 매출의 증가로 2.4% 성장했다.

소비 변화로 온오프라인 격차 확대
대형마트 부진 ‘빅3’ 나란히 적자

온라인 판매중개 역시 온라인 판매와 함께 성장했다. 온라인 판매중개의 성장은 무려 10.8%. 산자부는 그 연유를 ‘배송 서비스 강화 등에 따른 식품군 매출의 증가’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판매중개는 G마켓과 쿠팡 등을 일컫는다. 이들은 온라인 판매업자들을 위해 중개 플랫폼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하나 같이 기를 펴지 못했다.

이마트는 이번 2분기에 적자를 봤다. ‘이마트 적자’는 1993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지금까지 적자를 내본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심지어 이마트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굳건했다. 이마트의 견고한 아성에 금이 간 것이다.
 

▲ 이마트 매장 풍경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출액은 증가했다. 이마트의 2분기 매출액은 4조6000억원. 전년대비 5916억원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매출원가와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가 매출액을 넘어섰다. 매출원가는 3조4100억원, 판관비는 1조2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5200억원, 1600억원 증가했다.

이마트 자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마트의 SSG닷컴과 이마트24도 영업손실을 냈다. SSG닷컴은 이마트의 ‘e커머스 브랜드’로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마트24 역시 지난해 396억의 적자를 냈다. 이마트24는 이마트가 지난 4년간 27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한 곳이다. 이마트는 1인 가구 증가를 눈여겨 본 뒤, 자사 편의점 육성에 집중했다. 이마트는 2014년 150억원, 2017년 799억원, 지난해 1099억원 등을 지원했으나 적자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했다.

명절 특수 
만반 준비

롯데마트 역시 적자 행진을 보였는데 2분기 영업손실은 340억원이었다. 롯데마트 역시 매출은 1조5950억원으로 늘었지만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롯데마트는 2분기 때 국내서만 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 등지서 160억원의 이익을 창출했다. 적자는 3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년도 영업손실 270억원에 비해 적자 폭은 늘었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로 분기 실적을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실적 악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대형마트 빅3는 추석 대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마트 등은 이번 명절을 기점으로 실적 부진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들은 먼저 조기 대금 지급에 나섰다. 명절 기간 협력업체들의 자금 소요(상여금과 임금, 원자재 대금 등)가 많아지는 만큼 자금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10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1330억원의 대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역시 350여개 협력사에 175억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정산은 오는 15일이지만 이를 5일 앞당겨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10일)에 지급을 마칠 예정이다.

롯데그룹 역시 전방위적인 조기 지급에 나섰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등 36개사가 참여한다. 대금 지급은 오는 10일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대금 지급으로 약 1만3000개의 중소 협력사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단점은 보완
강점 차별화

롯데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해왔다.

홈플러스 역시 중소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조기 지급을 시작했다. 규모는 800억원으로 약 2900여개의 중소 협력사가 혜택을 볼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지급일보다 20여일 정도 앞당겨 추석 연휴 전(10일)에 모두 지급할 방침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 차원서 자체적으로 금융비용을 투자해 상품 대금을 명절 전에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며 “중소 협력회사들이 자금 부담을 덜고 추석 영업을 준비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롯데마트

대형마트 3사는 배송 전략 수립에도 여념이 없다. 추석은 그야 말로 ‘배송 전쟁’이다. 제품이 전국 각지서 오고 가면서 물량이 밀리곤 한다. 이 과정서 제품에 이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나 추석이 9월 초인 만큼 대형마트들은 늦더위에 대비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지난 28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냉장·냉동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이마트는 오는 2일부터 9일까지는 이른바 ‘콜드 체인 시스템’을 가동, 배송 제품에 차질이 없도록 집중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2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집중 배송에 나선다. 롯데마트는 생산지 센터서 품질 검사·포장·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맡을 예정이다. 선물세트의 품질과 선도 유지를 위해서다. 센터에는 전문 인력들이 상주, 제품을 꼼꼼히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각양각색 전략 발길 다시 잡을까
도약 위한 한판승부…치열한 경쟁

홈플러스는 때 아닌 복병을 만났다. 홈플러스 안성 물류센터는 ‘노노갈등’으로 1주일간 정상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인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화물차 기사들 간의 갈등이었다. 다행히 한국노총 소속 화물차 기사들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물류센터는 궤도에 올라탔다. 다만 추석 전 물류센터 가동 중단으로 사측과 납품 농가 등이 손해를 봤다.

이마트 등은 추석선물세트를 추석 2주 전부터 일제히 출시, 명절 대목을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대형마트 간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지난 31일부터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했다. 기간은 오는 13일까지다. 이마트는 늦더위를 염두, 냉장 한우를 중심으로 제품 구성에 나섰다. 이마트는 젊은 층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에어프라이기 요리가 가능한 굴비 등을 내놨다. 에어프라이기는 기존 가정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제품이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젊은 층과 함께 에어프라이기 구비에 적극적인 1∼2인 가구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 이마트

롯데마트는 정육과 과일에 집중한다. 롯데마트는 친환경과 합리적 가격을 내세우며 명절 특수를 정조준했다. 롯데마트는 자체 운영 중인 ‘황금당도’ 브랜드를 통해 과일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기존 추석 선물 풍속도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고급화해 내놓은 것이다.

다양하고
저렴하게

홈플러스는 지난 29일부터 선물세트 출시를 개시했다. 홈플러스는 오는 14일까지 판매를 지속한다. 홈플러스는 건강기능 식품에 비중을 뒀다. 또한 김영란법 선물 한도인 5만원 이하 상품, 10만원 이하 농축산물 비중도 늘렸다. 선물을 주고받는 데 부담을 덜어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추석 이후마트 3사 전략은? 

이마트는 난관을 타개할 방책으로 ‘초저가’ 전략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탄에 이어 2탄을 선보였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탄은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불렀다. 이마트는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내놨으며 대상 품목도 30종서 70종으로 확대했다.

대표적으로 물티슈와 치약, 칫솔, 의류건조기 등이다. 이마트는 추후에도 제품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마트는 ‘신선 제품 강화’ 전략을 내세웠다. 롯데마트는 지난 22일부터 ‘대한민국 산지 뚝심’이라는 이름의 전국 농축산물 우수산지 생산자 상품을 내놨다. 대형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인 신선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는 “지역의 우수한 농수축산물을 지속 발굴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의 경쟁력을 확보해 현재 당면한 위기들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는 ‘물류’에 방점을 맞출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점포에 온라인 물류기능을 추가, ‘점포 풀필먼트센터’를 구축 중이다.

홈플러스는 인천과 경기도 안양에 풀필먼트센터 1호점과 2호점, 경기도 수원시에 3호점을 내놨다. 기존 점포를 이용해 시공비를 절약하고, 온라인 물류 기능을 한층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월 아시아 최초 EMD(유럽 최대 유통연합)에 가입한 바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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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