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냥’ 나선 윤석열 검찰총장 노림수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02 10:24:18
  • 호수 12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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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서 서초동으로 칼자루 넘어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또 다시 검찰이 정치권의 목줄을 쥐었다. 검찰이 전격적으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보는 여·야의 속내는 복잡하다.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 주도권이 여의도서 서초동으로 옮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딸 입시 부정과 가족 사모펀드, 웅동학원 사금고화 등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지난달 27일과 29일에 걸쳐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오거돈 부산시장 시장실 등 3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속전속결
친인척 출금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이번 검찰의 속전속결 수사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공직 후보자가 청문회 전에 검찰의 강제 수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다른 부처도 아닌, 법무부장관 후보자다. 임명된다면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는 이를 상대로 검찰이 칼을 빼든 전례가 없다.

또 조 후보자를 고발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등 시민단체의 고발장이 접수된 지 일주일 만에 검찰 수사가 이뤄진 부분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검찰은 공적 사안이 크기 때문에 빠른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다”며 “만약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검찰이 조 후보자를 향해 사실상 칼을 빼들었다. 검찰은 조 후보자 사건들을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에 배당했으나, 특수2부로 재배당했다.

재산 의혹과 관련된 수상한 자금 흐름, 딸 조씨를 둘러싼 입시 부정, 장학금 특혜 등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선 특수부가 적합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은 조 후보자의 부인과 딸에 대해 출국 금지 명령을 내렸다. 동생, 처남 등도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국 후보자 수사 착수 ‘액션? 리얼?’
법무부 수장 청문회 앞두고 압수수색 최초

검찰이 전격적으로 조 후보자를 수사하면서 정치권의 속내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복잡해진 모양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검찰 수사에 상당히 정치 공학적인 노림수가 숨어있다. 조 후보자 문제로 여당이 코너에 몰렸지만 야당도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번 검찰 수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코너에 몰렸다. 한국당 공격에 검찰 변수까지 떠안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민주당 수석대변인 홍익표 의원은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에 유감을 표하며 이로 인해 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에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며 “이번 압수수색이 검찰개혁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 검찰은 청문회 결과를 보고 검증과정서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있다면 그에 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해 한국당의 가족 증인 신청을 거부하는 정도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검찰의 등장으로 한국당에선 전선이 크게 확대되는 형국이다. 한국당에선 조 후보자를 피의자로 규정해 민주당과 청와대에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정권실세 잡나?
궁지 몰린 여

정치권에선 조 후보자의 임명 여부와 검찰 수사 결과가 민주당의 내년 총선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에 낙마하거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기 레임덕, 내년 총선 패배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게 될 수도 있다. 

민심도 상당히 악화됐다. 조 후보자 사태 이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3주째 하락세를 나타내며 40%대 중반에 머물렀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부정 평가(50.8%)가 긍정 평가(45.7%)보다 5.1%포인트 우세했다. 지난달 29일 조 후보자 장관 임명 여론조사서도 반대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섰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전국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 후보자 법무부장관 임명에 대해 ‘반대’ 응답이 54.5%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났으며, 국민청원서도 조 후보자 임명 반대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무엇보다 조 후보자 사태가 문재인정부에 대한 배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역구서 민심을 접하며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 사태로 간만에 웃고 있긴 하지만 마냥 기뻐할 상황은 아니다. 

한국당은 이번 검찰 수사를 고리로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 문 대통령의 지명철회를 압박하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한국당은 특히 조 후보자를 ‘피의자’ ‘검찰 수사 대상자’로 표현하며 부적격 인사임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과거 조국 교수도 검찰 수사대상인 장관에게 ‘직을 버리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자진사퇴와 문 대통령의 지명철회가 꼬인 정국을 푸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혔다. 

웃고 있는 야 
그럴 때가…

한국당 소속 의원들 역시 패스트트랙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번 주 조 후보자의 수사로 이 주장에 힘을 잃었다.

지난 4월 국회 개혁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과정서 의사진행 방해·폭력 사태 등으로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른 한국당 의원은 총 58명이다. 당시 한국당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를 막론하고 대대적인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패스트트랙 수사로 경찰에 출석한 의원은 총 17명이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단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현재 한국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해 경찰의 출석 요구에도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한국당 엄용수, 여상규, 정갑윤, 이양수 의원 등 4명에게 3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서를 보냈지만 불응했다. 
 

▲ 검찰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오거돈 부산시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모든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집권세력부터 수사하지 않는다면 표적소환에 응할 수 없다”며 “경찰은 타깃 줄 소환으로 야당 의원을 겁박해오고 있다”고 수사 불응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 정권의 최고 실세인 조 후보자에 대한 전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패스트트랙 수사가 ‘야당 탄압’이라는 한국당 주장의 명분은 보기 좋게 사라졌다. 경찰이 한국당 의원들의 소환 불응에도 의원 불체포 특권과 야당 탄압 등을 의식해 현실적으로 손쓸 방법이 없는 데 반해,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모두 물린 상황  
내년 총선 좌지우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조 후보자 수사가)야당이 환호작약할 일은 아니다. 그 다음은 패스트트랙 수사”라며 “그때 가서 야당이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할 명분이 있느냐”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수사는 총선뿐만 아니라 향후 한국당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에 따라 의원들의 정치적인 입지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찰 소환 조사에도 불응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은 처벌 수위가 높다. 국회서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서 폭력행위를 하거나 의원의 회의장 출입 등을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회의를 방해하는 과정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단체로 위력을 보인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도 있다. 더구나 국회 회의 방해죄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으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수사 결과에 따라 피선거권까지 박탈될 수 있다.

한국당 58명 
도마에 올라

정치 무대는 여의도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서는 서초동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이기도 한 변호사는 “현재까지 명분과 실리는 모두 검찰에게 있다. 내년 총선 역시 검찰의 칼자루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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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