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 공동타깃’ 천재교육의 민낯

교과서·참고서 만들면서 돈 벌 궁리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천재교육’은 국내 교육·출판계 강자다. 천재교육 서적들은 스테디셀러로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천재교육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관계사들의 내부거래가 대표적이다. 최근 천재교육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된 것도 그렇다.
 

천재교육은 참고서와 교과서를 제조·출판·판매하는 회사다. 천재교육은 1981년 도서출판 천재교육을 시작으로 첫 걸음을 뗐다. 천재교육은 같은 해 고등학교 학습 참고서 <해법수학> 시리즈를 발간, 사세를 확장했다. 1991년 시작한 해법수학 경시대회는 천재교육 명성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천재교육은 국어, 영어, 과학에 이어 중국어 등으로 분야를 넓혔다. 천재교육 마스코트 ‘해법 시리즈’는 오늘날에도 학부모들 사이서 큰 인기다.

교육출판 1위
빛과 그림자

천재교육 최대주주는 최용준 전 회장이다. 최 전 회장은 천재교육 지분 79.09%를 쥐고 있다. 또 천재교육은 ‘천재상사’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천재상사는 종이제품 도매 업체다. 눈길이 가는 건 천재상사 매출처. 천재상사 매출 대부분은 천재교육과 계열사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해 천재상사 내부거래 비중은 무려 98.86%였다. 총 매출 382억원 중 내부거래 매출만 378억원이었다. 378억원 중 281억원은 최대주주인 천재교육서 나왔다. 74.45%에 해당하는 수치다. 천재교육 비중은 압도적이었다. 나머지는 프린피아(44억원)와 해법에듀(21억원), 천재교과서(31억원) 등이었다.

최근 5년간 천재상사 내부거래 추이는 2014년 99.33%(738억원/742억원), 2015년 98.41%(603억원/612억원), 2016년 99.38%(438억원/441억원), 2017년 99.14%(423억원/426억원)였다. 평균 99%에 달한다. 천재상사는 2014년 내부거래 당사자들을 ‘기타 특수관계자’로 묶었다.


어느 관계사서 매출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천재교육만 지배기업으로 적시됐다.

천재교육은 2014년부터 매년 내부거래 매출액 전체서 74.05%(546억원), 78.88%(475억원), 82.33%(360억원), 63.87%(270억원)를 차지했다. 천재상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매출 대부분이 천재교육 관계사로부터 나오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에이피로지스틱스’에도 눈길이 간다. 에이피로지스틱스는 최 전 회장 장남 최정민 회장의 개인회사다. 최 회장 소유 지분은 100%다. 에이피로지스틱스 전신은 프린피아다. 프린피아는 인쇄업과 출판업을 영위하는 회사였다.

천재상사, 내부거래 5년 평균 99%
대부분 관계사 “특별한 이유 없다”

프린피아는 지난해 12월 물적분할, 사명을 에이피로지스틱스로 교체했다. 현재 프린피아는 에이피로지스틱스(존속 법인)와 프린피아(신설 법인)로 나뉘어 있다. 분할 이전 프린피아 매출 절반 이상은 내부거래서 비롯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프린피아 감사보고서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린피아 주주는 최 회장(72%)과 최유정씨(28%) 남매였다. 천재교육 관계사들은 프린피아 매출에 상당부분 기여했다. 그 중에서도 천재교육 비중이 가장 컸다.

내부거래 비중은 2005년 88.92%, 2006년 86.54%, 2007년 73.03% 2008년 59.12%로 매년 하향세를 탔다. 그러나 2009년 61.86%로 다시 상승했다.
 

▲ 최용준 천재교육 회장

2010년 주주명단에 변화가 있었다. 최 전 회장이 이름을 올린 것. 주주는 최 회장(41%)과 최 전 회장(31%) 그리고 유정씨(28%)로 구성됐다. 최 전 회장이 주주로 등극한 뒤 이듬해인 2010년 내부거래 비중은 55.35%를 기록하며 하락했다. 그러나 2011년 56.72%, 2012년 57.37%로 소폭 증가했다.

2013년에는 유정씨 이름이 주주 명단에서 빠졌다. 곧 주요 주주는 최 회장(80%)과 최 전 회장(20%)으로 재편됐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주주 변동은 없었다. 2013년 내부거래 비중은 63.49%(279억원/439억원)를 기록했다. 그 뒤 2014년 63.38%(298억원/470억원). 2015년 66.04%(291억원/440억원), 2016년 65.83%(284억원/431억원)으로 이전보다 비중은 다소 늘었다.

내부거래 
집중 조사

2017년에는 최 전 회장의 이름이 빠졌다. 최 회장은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됐다. 이후 내부거래 비중은 2017년 53.13%(333억원/627억원), 2018년 64.29%(336억원/522억원) 등이었다.

천재교육은 프린피아 전체 내부거래액서도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천재교육이 차지한 비중은 90.69%(270억원), 91.01%(265억원), 86.53%(245억원), 80.75%(269억원), 79.83%(268억원) 등이었다. ‘천재교과서’와 ‘해법에듀’는 빈 곳을 채웠다.

현재 에이피로지스틱스는 종속기업으로 천재교과서를 두고 있다. 또한 천재교과서는 해법에듀의 최대주주다. 사실상 해법에듀도 에이피로지스틱스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서 비롯된 매출액을 합하면 2014년부터 매년 24억원, 25억원, 38억원, 62억원, 지난해 67억원이었다.

내부거래서 세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부터 98.90%, 99.47%, 99.81%, 99.36%, 99.66% 등이었다. 사실상 매출액 100%에 가까운 액수가 천재교육과 천재교과서, 해법에듀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분할 절차를 밟은 에이피로지스틱스는 현재 물류업을 영위하고 있다.
 

여러 계열사는 에이피로지스틱스를 중심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지난해 에이피로지스틱스가 분할 된 이후 ‘에이피이노베이션’은 에이피로지스틱스 자회사로 신규 설립됐다.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에이피이노베이션은 주택건설사업과 부동산 임대·매매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에이피이노베이션의 사내이사다. 취업정보 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천재인터내셔널’과 ‘드림캐처앤컴퍼니’도 에이피로지스틱스의 계열사로 분류됐다.

매출 대부분
계열서 나와

천재인터내셔널의 경우 도서출판과 도소매, 교육관련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한다. 부동산 임대와 매매도 사업목적에 기재돼있다. 최 회장은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를 맡은 적 있지만 현재는 물러난 상태다.

드림캐처앤컴퍼니는 유한회사다. 투자합자조합 운영과 관리,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목적으로 뒀다. 부동산 임대와 매매도 포함된다. 드림캐처앤컴퍼니의 이사는 최 회장이다. 최 회장 외에 임원은 없다.


최 회장은 분할 전 프린비아서 배당금을 톡톡히 챙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프린비아 최초 1주당 배당금은 4412원이다. 당시 주주는 최 회장(80%)과 최 전 회장(20%)이었다.

프린피아는 2012년과 2013년 1주당 배당금 4412원으로 총 15억원을 배당했다.  당기순이익은 각각 69억원, 66억원이었다. 201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1주당 배당금 4412원에 15억원을 배당했다. 당기순이익은 49억원이었다. 프린피아의 1주당 배당금은 2015년부터 매년 올랐다.

▲ 천재교육 해법수학 시리즈

2015년 1주당 배당금은 5882원이었다. 전기 대비 75.00% 상승했다. 배당금은 총 20억원으로 증가했다. 주주는 최 회장(80%)과 최 전 회장(20%)으로 동일했다. 당기순이익은 44억원, 배당성향은 45.95%였다. 2016년 1주당 배당금은 8824원으로 직전년도 보다 66.65% 높았다. 배당금은 모두 30억원. 당기순이익은 65억원을 기록해 배당성향은 46.38%였다.

프린피아의 1주당 배당금과 배당금, 그리고 배당성향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다 2017년 1주당 배당금 등은 크게 뛰었다.

장남 개인회사, 계열사 구축 주목 
115억원 이익에 100억원이나 배당

2017년 프린피아의 1주당 배당금은 2만9412원이었다. 직전년도 보다 30.00% 상승한 값이었다. 배당금은 모두 100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115억원이었다. 배당성향은 86.94%를 기록했다. 배당금이 가장 많았던 2017년은 최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했을 때다.


천재교육은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인일보>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달 20일 조사공무원을 천재교육 본사에 투입했다. 이들은 세무관련 장부와 서류를 확보하는 등 일시보관 조사를 벌였다.

일시보관조사란 세무조사 시 납세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장부 · 서류 등을 세무조사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일시보관조사는 세무조사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뤄진다.

천재교육은 공정위의 조사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천재교육 총판(대리점) 운영 사업주 10여명은 지난달 12일 본사의 ‘갑질’을 지적,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접수했다. 총판들이 주장하는 갑질은 모두 7가지다.

국세청 조사
공정위까지

▲교사·연구용 교재 등 판촉비용 전가 ▲징벌적 패널티 부과 ▲반품 제한 ▲이자비용 부담 ▲영업비(교과서 정산금) 미지급 ▲도서 밀어내기 ▲영업지역 제한 등이다. 공정위는 현재 불공정거래행위 조사의 주체와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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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