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정옥 후보자의 ‘어떤’ 사단법인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28 13:42:11
  • 호수 12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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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을 김밥천국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대표로 있는 여성평화외교포럼이 단 한 차례도 기부금을 국외사업 등에 쓰지 않은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이 포럼은 기부금의 많은 비중을 식비로 사용해왔다. 이 후보자는 해당 포럼에 셀프 기부도 했다. 해당 포럼은 기획재정부 지정기부금 단체로 주무관청은 외교부다. 사실상 친목단체가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가능하다. 오는 30일,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서 이 부분에 대한 질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의 수상한 사단법인을 일요시사가 추적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는 여성평화외교포럼(이하 포럼)의 공동대표다. 포럼은 지난 2012년 10월19일 법인을 설립해 그해 12월31일 기획재정부 지정기부금 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지정기부금 단체란 기부금을 통해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법인을 뜻한다. 지난해 12월31일 지정기부금 단체로 재지정된 포럼은 오는 2023년 12월31일까지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다.

국외 사업 
전무해

이 후보자는 지난 2014년 1월16일 포럼의 이사로 취임한 후 현재까지 이사로 등재돼있다. 포럼 홈페이지엔 신낙균 전 문화체육부장관과 함께 공동대표로 이름이 올라 있다.

포럼의 주무관청은 외교부다. 포럼은 ‘여성의 외교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홈페이지서 포럼은 사업 목적에 대해 “성 평등의 관점서 평화 구축활동을 확산시키고, 글로벌 시대 시민들의 공공외교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평화, 나아가 지구촌의 평화로운 삶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포럼이 내세우는 핵심 가치는 ‘인간 존엄성’ ‘성 평등’ ‘평화’ ‘외교’ ‘안보’ 등이다. “여성, 청년 : 공공외교를 통해 남북 화해와 동북아 평화의 새 길을 내다”가 슬로건이다. 공공외교는 민간외교를 의미한다. 

법인등기를 보면, 포럼의 핵심 사업은 ‘분쟁 예방 및 평화구축을 위한 제반사업’ ‘공공외교 역량강화 및 확대를 위한 제반사업’ ‘국제교류 및 협력을 위한 제반사업’ ‘유엔안보리 결의안 1325보급과 이행을 위한 제반사업’ 등이다. 사실상 국외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국외 사업 사용 0원
사용처가 식당·카페?

그러나 <일요시사>와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 공동 취재 결과, 해당 포럼은 이 후보자가 이사로 취임한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단 한 차례도 기부금을 국외 사업에 사용하지 않았다. 관할 국세청에 문의한 결과, 수혜자나 지급처가 해외면 국외 사업에 해당한다. 포럼은 받은 기부금 전체를 국내 사업에만 사용했다. 

이는 외교부를 주무관청으로 둔 다른 지정기부금 단체와 비교된다. 지정 기간이 2018년 1월1일부터 2023년 12월31일까지인 지정기부금 단체 49곳(기부금이 없거나, 명세서를 공개하지 않은 곳 제외)을 전수조사한 결과, 국외 사업에 기부금을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은 단체는 이 포럼을 포함해 10곳에 불과했다.
 

▲ 비영리사단법인 관련 법령엔 독립된 사무실을 쓰도록 하고 있다.

그마저도 탈북자 지원 단체, 한국 입양인 지원 단체 등 사실상 국내활동에 초점을 둔 단체를 제외하면 그 수는 더욱 줄어든다.

포럼과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단체가 있다. 지정기부금 단체인 ‘아시아위민브릿지두런두런’(이하 두런두런)은 그 단체명처럼 아시아 여성의 국제적 교류를 지원하는 단체다. 포럼이 추구하는 가치와 유사하다. 지정기부금 단체로 선정된 시기도 2012년 10월로 같다. 두런두런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국외 사업에 기부금을 사용하고 있다.

기부금 받아
어떻게 썼나?

포럼은 국내 사업을 하면서 많은 기부금을 식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서는 매월 지출금과 대표 지급처명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 지급처명은 그 달에 기부금을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의 이름이다.

포럼은 2016년 3월 김밥천국, 5월 파리바게트, 6월 수도시락, 9월 포럼 사무실 바로 옆에 위치한 오리숯불구이 한마음, 10월 국회 직원식당, 11월 김밥천국, 12월 수도시락에 가장 많은 기부금을 썼다.

2017년에는 7월과 10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가장 많은 액수의 기부금을 지불했다. 2018년에는 6월 투썸플레이스, 9월 파스쿠찌, 10월 연서면옥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2014년과 2015년 명세서엔 대표 지급처명이 나와 있지 않아 용처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 후보자가 포럼에 셀프 기부했던 사실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지난 2015년부터 이 후보자는 매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포럼에 기부하고 있다. 2015년에는 150만원, 2016년 110만원, 2017년 106만원, 2018년 145만원을 기부했다. 

셀프 기부도…공제 노렸나
이 후보 측 “잘 모르겠다”

지정기부금 단체에 기부금을 지급한 개인과 법인은 세제상 혜택을 볼 수 있다. 개인의 경우 1000만원 이하는 1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1000만원이 초과하게 되면 30%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법인의 경우에는 10% 한도로 비용처리할 수 있다. 

자세한 얘기를 듣고자 포럼 측에 전화했지만 “지금 거신 번호는 당분간 통화하실 수 없습니다”는 안내멘트만 나왔다. 수신을 정지시킨 것이다.

포럼 사무실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건물 5층에 있다. <일요시사>가 직접 사무실을 찾아가 보니, 5층에는 포럼을 비롯해 5개의 업체가 한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비영리 사단법인에 대한 법령을 보면, 주무관청은 허가 시 법인이 독립된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 이정옥 후보자가 공동대표로 올라가 있다. ⓒ여성평화외교포럼

야권에선 포럼이 정치적 목적을 띤 친목단체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소식지를 보면, 포럼은 매해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왔는데 지난 2015년에는 이희호 여사를 예방해 간담회를 가졌다. 2018년에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송영무 당시 국방부장관, 정현백 당시 여성가족부장관 등을 만났다. 2018년은 포럼이 지정기부금 단체로 재지정된 해다.

김현아 의원실 측 관계자는 “그동안의 활동을 보면 정치단체라고 해도 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묵묵부답
수신도 정지

이 후보자 측은 28일 <일요시사>를 통해 “전화가 안 되는 것은 간사가 해외에 있어 (수신을)그렇게 해놨다. 자세한 것은 후보자도 잘 모른다. ‘간사가 해외에 체류 중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셀프 기부와 관련해서는 연간 100만원 내외로 기부했는데, 그것이 세액공제가 되는지 안 되는지조차도 후보자는 모른다. 사업과 관련해서도 대표다 보니 잘 모른다. 실무자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간사가 해외에 체류 중이라 파악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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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