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 명문고 교사 과로사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8.26 10:56:34
  • 호수 12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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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상전 교사는 뒷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광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쓰러졌다. 지역 내 명문사학이라 불리는 해당 학교서 벌어진 일이라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비상식적인 학교의 업무량은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고등학교 교사 과로사 내막에 대해 <일요시사>가 파헤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최근 광주 K고등학교서 시험지 유출 논란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K고의 한 학생이 지난달 25일 치러진 교내 기말교사 3학년 수학 시험문제 중 5개 문항이 교내 수학동아리 학생들에게 유출됐다는 내용을 SNS에 공개했다. 이 내용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시험 유출
시끌시끌…

사태가 커지자 K고는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특별감사를 받았다. 지난달 8일부터 지난 7일까지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 ▲시험문제 유출 ▲최상위권 학생 특별관리 ▲과목 선택 제한 ▲대입 학교장 추천 전형 등 상위권 특정 학생들에 대한 특혜가 드러났다.

K고는 학내 곳곳에 시교육청의 감사행정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감사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K고는 우수한 진학 실적 등으로 인해 지역 명문고로 알려져 있다. 매스컴에도 노출되며 우수한 진학률로 학부모들에게 높은 인기를 받고 있다. 과거에도 해당학교는 명문대 진학률이 높았다. 서울대 진학 ▲1999년 11명 ▲2000년 19명 ▲2001년 14명 ▲2002년 5명 ▲2003년 8명 ▲2004년 6명 ▲2005년 13명 ▲2006년 6명 ▲2007년 5명 ▲2008년 3명 등이었다. 


이후에도 서울대 합격 실적은 광주 일반고 1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서울대뿐 아니라 고려대, 연세대와 서울 소재 주요 대학 등에도 두각을 보였다. 2015년, 2016년 대입의 경우 서울대 7명, 고려대와 연세대 15명, 서울소재 주요대학 88명, 전남대 101명, 조선대 69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2017학년 대입의 경우 서울대는 5명이나 늘어난 12명, 고려대와 연세대 18명, 서울 주요대학 125명으로 수도권 실적이 크게 늘었고, 전남대 75명, 조선대 80명의 합격 실적을 냈다.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에는 2016학년 17명(의대 11명, 치대 2명, 한의대 4명), 2017학년 21명(의대 15명, 치대 2명, 한의대 4명)으로 전통 강호였으며 특수대 및 이공계 특성화대학 실적도 늘어났다. 

명문대 진학률 높아 학부모에 인기
학생만 신경 쓰고 선생은 나몰라라?

2016학년 경찰대학 1명, KAIST 2명, 포스텍 2명, GIST대학 3명의 합격자를 배출했고, 2017학년의 경우 경찰대학 2명, KAIST 4명, 포스텍 2명, GIST대학 4명으로 합격실적을 더 불렸다. 특히 2017학년 대입에 경찰대학 남자수석이 나왔고, 2017년 2월 졸업식에선 K고 출신이 서울대 의대를 수석졸업하기도 했다.

K고는 학생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야간 자율학습 시간을 늘리거나 기숙사를 운영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학교의 목표는 오로지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이었다. 공부만 하는 학생을 밤낮으로 뒷바라지하는 건 교사들의 몫이었다. 
 

2012년 2월부터 K고등학교서 근무한 교사 A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2015년 8월2일 오전 9시45분경 자택 침대서 사망한 채 발견돼 부검한 결과 관상동맥 경화에 따른 허혈성 심장질환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A씨 유가족 측은 “2014년 3월부터 정규 교과 업무 외에 보충수업, 교무 기획 업무, 기숙사 사감장 업무 등을 근무했다. 그로 인해 육체적인 피로도가 쌓이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심근경색을 초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정규교육업무로 2014년에는 주당 16시간, 2015년에는 주당 17시간의 고등학교 2학년 국어 과목을 담당했다. 보충수업 담당 업무는 2014년에는 연간 252시간(평균 1주당 4.8시간), 2015년에는 7월까지 152시간(평균 1주당 5시간)의 수업을 담당했다.  

이렇게 죽었다
판결문 보니…

K고 특성상 교사들은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30분에 퇴근한다. 2014년 3월1일부터 A씨는 해당 학교학사의 생활관 사감으로 임명돼 근무를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16일부터는 사감장으로 임명돼 근무했다. 학사는 성적이 우수한 3학년 학생 60명, 1·2학년 학생 각각 30명씩 대학 입시에 매진하기 위해 생활하는 기숙사다. 

생활관 교사들은 학생들이 정규 학교수업을 마친 후 야간, 휴일 학습, 방학 중 학사 도서실서 공부하도록 하는 학생들의 생활과 수면을 통제·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학사엔 1인의 사감장과 2인의 사감이 1년에 휴일 없이 3교대로 근무했다.

사감들의 업무 일정은 오후 9시경 기숙사서 학생의 입실 준비를 도와주고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마치고 오후 10시 기숙사로 돌아오면 인원을 체크한다. 오후 10시30분부터 자기 정비, 간식 등을 챙겨주며 오전 12시50분까지 자기 주도적 학습을 관리·감독한다. 오전 1시30분까지 학생들을 입실시킨 후 점호를 돌며 취침 확인까지 한다. 이들은 매일 상황을 일지에 기록한 후에야 잠이 들 수 있었다. 

기숙사서 숙직 후 오전 6시경 일어난 뒤 학생들을 깨운다. 학생들의 아침식사와 등교 관리를 한 후 오전 8시 학교로 복귀해 교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주말에도 업무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40분까지 사감의 관리감독 근무가 계속됐다.

2014년 A씨는 담임 신청을 했지만 학교 측의 만류로 무산됐다. A씨는 학교 임원들의 교무 기획 업무를 더 맡아 달라는 요청으로 교무기획부 담당을 연임하고 교무기획부 실무를 단독으로 부담했다. 2014년 11월경 A씨가 사감장으로 임명되자 2015년 A씨는 교무기획 담당, 다른 선생이 교무기획2담당으로 기획 업무를 공동 분담했다.

“스트레스 심해
심근경색 초래”

A씨의 사망일 무렵에는 수술을 하고도 과도하게 업무를 시켰다. A씨는 2015년 6월25일 맹장염 수술을 받고 다음날 제거 수술을 받았다. 29일 퇴원한 A씨는 다음달 3일에 외래방문으로 실밥 제거를 한 후 당일 야간 업무에 들어갔다. 6일과 8일부터 10일까지 연속으로 사감 업무를 했고 그 이후에도 13일, 16일, 24일, 30일에 3교대로 사감 업무를 맡았다.

A씨는 14일 야간에도 논술지도 능력 향상 직무연수를 수행했다. 24일과 25일 오후 내내 학생부 종합전형에 관한 연수를, 28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수시 지원 전략 연수, 29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진학상담 프로그램 활용법 연수에 참여했다. 당시 A씨의 건강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2015년 6월25일 받은 건강진단 결과에도 콜레스테롤 정량,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기준 범위였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의학적으로 초과근무와 야간 교대 근무는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을 유발하는 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야간 근무 중 혈압상승이 일어나면 휴식을 해도 잘 회복이 되지 않고 잠을 취할 때 혈압하강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또 야간 교대 근무가 지속될 경우, 생체주기에 스트레스가 유발돼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이 초래할 수 있다.

A씨 가족은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서 이겼다. 2019년 4월 광주지법의 판결문에는 “A씨는 K고 교사로서 오전 8시30분 출근해 오후 6시30분에 퇴근해 수업 실시와 준비, 교무 기획 업무를 수행하면서 최소 1주당 50시간을 학교 교사로 근무한 점” “2014년 3월부터 K고 기숙사 사감업무를 맡으면서 사망일까지 1주당 평균 2회씩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기숙사서 야간 근무를 한 점 등 직무상 과로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심근경색을 초래했다”고 적시됐다.


오전 1시30분 취침에 6시 기상
실밥 제거한 다음날 야간업무

적어도 기존의 관상동맥경화 등이 직무상 과로로 인해 자연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 급성심근경색을 초래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결국 재판부는 A씨의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의 생활을 통제하는 기숙사 사감 업무의 특성상 거의 1년 내내 근무 긴장도가 계속됐음이 추측되며 1년6개월가량 반복되는 숙직 생활로 인해 수면 부족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인다”며 “11월부터 사감장을 맡은 A씨는 학부모, 교장 및 교감과 직접 학생들 학습, 생활관리, 건물 관리 등에 대해 보고하고 학생들을 통솔하는 업무가 가중됐을 것이다. 우수한 성적의 기숙사 학생들을 잘 지도·관리해 좋은 입시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2015년 6월26일 맹장 수술을 받는 바람에 3교대로 하는 사감업무를 하지 못해 이를 메우려고 7월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연속해 사감업무를 맡아 숙직했다. 그 후에도 직무 관련 연수와 출장을 다녔다. 또 1주간 평균 72시간을 근무하며 사감의 기숙사 야간 근무만 해도 1주간 평균 16시간을 근무하며 휴무 없이 3교대로 1년6개월을 지속했다. A씨의 2014년 건강검진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 내로 진단을 받았으며 지병이 급성 심근경색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K고 측은 “(유가족이) 돈을 받을 수 있게 협조를 했다. 현재 기숙사는 폐쇄된 상태며 교사들이 좀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위해 (교사)숫자도 늘리고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1주당 2회
기숙사 야근


유가족 측은 “법원은 젊은 교사의 3년 전 죽음이 과로에 기인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고등학교는 그 교사를 기숙사 사감장으로 근무하도록 해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학교는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등 내신관리가 엉망으로 이뤄진 것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명문대 진학률에만 목메는 사립고의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 두 번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교육청 차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씁쓸한 의료계 현실

건강했던 31세 2년차 전공의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인은 ‘해부학적으로 불명’이었다. 그는 숨기 전 일주일 동안 113시간 근무했으며, 지난 4주간 평균 근무시간은 주 100시간이었다. 

지난 2월1일 가천대길병원 당직실서 숨진 채 발견된 소아청소년과 2년차 전공의 신씨의 이야기다. 주당 근무시간을 최대 88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법이 제정된 이후 발생한 사건이다.

31살 전공의 과로사

근로복지공단은 신씨가 숨진 지 6개월 만에 과로사로 인정했다. 고용노동부는 12주 동안 주 평균 근무시간이 60시간 이상이면 만성과로로 판단한다.

신씨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고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해 온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대한민국 전공의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씁쓸해했다.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법이 제정됐지만,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전공의가 많은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구>

<기사 속 기사> 학원 일요휴무제 추진

서울시 교육청이 ‘학원 일요휴무제’ 시행을 위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번 일요일 영업을 강제로 금지하면서 학생의 휴식을 권장하고 사교육비를 절감시키겠다는 취지다.

교육계와 학부모·학생들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불법과외 조장, 교육 선택권 침해 등의 이유로 “현실성 떨어진 제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외주업체와 8월 한 달간 공론화 과정 및 계획을 수립하고, 9∼10월 시민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공론화 결과는 11월말 발표한다. 

학생도 과로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약사항인 학원 일요휴무제는 올해 안으로 공론화와 정책 도입 타당성을 마무리하고 내년 법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제화에 성공하면 서울 시내 교과 관련 학원·교습소 2만3000여곳의 일요일 영업이 2020년부터 금지된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서 지나친 법제화는 교육의 선택권 침해로 번질 우려가 있다. 교육정책은 결국 학부모와 학생을 위해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서 제도적으로 먼저 시행하려 하면 당연히 부작용과 거부감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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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