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 명문고 교사 과로사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8.26 10:56:34
  • 호수 12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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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상전 교사는 뒷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광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쓰러졌다. 지역 내 명문사학이라 불리는 해당 학교서 벌어진 일이라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비상식적인 학교의 업무량은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고등학교 교사 과로사 내막에 대해 <일요시사>가 파헤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최근 광주 K고등학교서 시험지 유출 논란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K고의 한 학생이 지난달 25일 치러진 교내 기말교사 3학년 수학 시험문제 중 5개 문항이 교내 수학동아리 학생들에게 유출됐다는 내용을 SNS에 공개했다. 이 내용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시험 유출
시끌시끌…

사태가 커지자 K고는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특별감사를 받았다. 지난달 8일부터 지난 7일까지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 ▲시험문제 유출 ▲최상위권 학생 특별관리 ▲과목 선택 제한 ▲대입 학교장 추천 전형 등 상위권 특정 학생들에 대한 특혜가 드러났다.

K고는 학내 곳곳에 시교육청의 감사행정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감사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K고는 우수한 진학 실적 등으로 인해 지역 명문고로 알려져 있다. 매스컴에도 노출되며 우수한 진학률로 학부모들에게 높은 인기를 받고 있다. 과거에도 해당학교는 명문대 진학률이 높았다. 서울대 진학 ▲1999년 11명 ▲2000년 19명 ▲2001년 14명 ▲2002년 5명 ▲2003년 8명 ▲2004년 6명 ▲2005년 13명 ▲2006년 6명 ▲2007년 5명 ▲2008년 3명 등이었다. 


이후에도 서울대 합격 실적은 광주 일반고 1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서울대뿐 아니라 고려대, 연세대와 서울 소재 주요 대학 등에도 두각을 보였다. 2015년, 2016년 대입의 경우 서울대 7명, 고려대와 연세대 15명, 서울소재 주요대학 88명, 전남대 101명, 조선대 69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2017학년 대입의 경우 서울대는 5명이나 늘어난 12명, 고려대와 연세대 18명, 서울 주요대학 125명으로 수도권 실적이 크게 늘었고, 전남대 75명, 조선대 80명의 합격 실적을 냈다.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에는 2016학년 17명(의대 11명, 치대 2명, 한의대 4명), 2017학년 21명(의대 15명, 치대 2명, 한의대 4명)으로 전통 강호였으며 특수대 및 이공계 특성화대학 실적도 늘어났다. 

명문대 진학률 높아 학부모에 인기
학생만 신경 쓰고 선생은 나몰라라?

2016학년 경찰대학 1명, KAIST 2명, 포스텍 2명, GIST대학 3명의 합격자를 배출했고, 2017학년의 경우 경찰대학 2명, KAIST 4명, 포스텍 2명, GIST대학 4명으로 합격실적을 더 불렸다. 특히 2017학년 대입에 경찰대학 남자수석이 나왔고, 2017년 2월 졸업식에선 K고 출신이 서울대 의대를 수석졸업하기도 했다.

K고는 학생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야간 자율학습 시간을 늘리거나 기숙사를 운영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학교의 목표는 오로지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이었다. 공부만 하는 학생을 밤낮으로 뒷바라지하는 건 교사들의 몫이었다. 
 

2012년 2월부터 K고등학교서 근무한 교사 A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2015년 8월2일 오전 9시45분경 자택 침대서 사망한 채 발견돼 부검한 결과 관상동맥 경화에 따른 허혈성 심장질환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A씨 유가족 측은 “2014년 3월부터 정규 교과 업무 외에 보충수업, 교무 기획 업무, 기숙사 사감장 업무 등을 근무했다. 그로 인해 육체적인 피로도가 쌓이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심근경색을 초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정규교육업무로 2014년에는 주당 16시간, 2015년에는 주당 17시간의 고등학교 2학년 국어 과목을 담당했다. 보충수업 담당 업무는 2014년에는 연간 252시간(평균 1주당 4.8시간), 2015년에는 7월까지 152시간(평균 1주당 5시간)의 수업을 담당했다.  

이렇게 죽었다
판결문 보니…

K고 특성상 교사들은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30분에 퇴근한다. 2014년 3월1일부터 A씨는 해당 학교학사의 생활관 사감으로 임명돼 근무를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16일부터는 사감장으로 임명돼 근무했다. 학사는 성적이 우수한 3학년 학생 60명, 1·2학년 학생 각각 30명씩 대학 입시에 매진하기 위해 생활하는 기숙사다. 

생활관 교사들은 학생들이 정규 학교수업을 마친 후 야간, 휴일 학습, 방학 중 학사 도서실서 공부하도록 하는 학생들의 생활과 수면을 통제·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학사엔 1인의 사감장과 2인의 사감이 1년에 휴일 없이 3교대로 근무했다.

사감들의 업무 일정은 오후 9시경 기숙사서 학생의 입실 준비를 도와주고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마치고 오후 10시 기숙사로 돌아오면 인원을 체크한다. 오후 10시30분부터 자기 정비, 간식 등을 챙겨주며 오전 12시50분까지 자기 주도적 학습을 관리·감독한다. 오전 1시30분까지 학생들을 입실시킨 후 점호를 돌며 취침 확인까지 한다. 이들은 매일 상황을 일지에 기록한 후에야 잠이 들 수 있었다. 

기숙사서 숙직 후 오전 6시경 일어난 뒤 학생들을 깨운다. 학생들의 아침식사와 등교 관리를 한 후 오전 8시 학교로 복귀해 교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주말에도 업무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40분까지 사감의 관리감독 근무가 계속됐다.

2014년 A씨는 담임 신청을 했지만 학교 측의 만류로 무산됐다. A씨는 학교 임원들의 교무 기획 업무를 더 맡아 달라는 요청으로 교무기획부 담당을 연임하고 교무기획부 실무를 단독으로 부담했다. 2014년 11월경 A씨가 사감장으로 임명되자 2015년 A씨는 교무기획 담당, 다른 선생이 교무기획2담당으로 기획 업무를 공동 분담했다.

“스트레스 심해
심근경색 초래”

A씨의 사망일 무렵에는 수술을 하고도 과도하게 업무를 시켰다. A씨는 2015년 6월25일 맹장염 수술을 받고 다음날 제거 수술을 받았다. 29일 퇴원한 A씨는 다음달 3일에 외래방문으로 실밥 제거를 한 후 당일 야간 업무에 들어갔다. 6일과 8일부터 10일까지 연속으로 사감 업무를 했고 그 이후에도 13일, 16일, 24일, 30일에 3교대로 사감 업무를 맡았다.

A씨는 14일 야간에도 논술지도 능력 향상 직무연수를 수행했다. 24일과 25일 오후 내내 학생부 종합전형에 관한 연수를, 28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수시 지원 전략 연수, 29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진학상담 프로그램 활용법 연수에 참여했다. 당시 A씨의 건강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2015년 6월25일 받은 건강진단 결과에도 콜레스테롤 정량,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기준 범위였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의학적으로 초과근무와 야간 교대 근무는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을 유발하는 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야간 근무 중 혈압상승이 일어나면 휴식을 해도 잘 회복이 되지 않고 잠을 취할 때 혈압하강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또 야간 교대 근무가 지속될 경우, 생체주기에 스트레스가 유발돼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이 초래할 수 있다.

A씨 가족은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서 이겼다. 2019년 4월 광주지법의 판결문에는 “A씨는 K고 교사로서 오전 8시30분 출근해 오후 6시30분에 퇴근해 수업 실시와 준비, 교무 기획 업무를 수행하면서 최소 1주당 50시간을 학교 교사로 근무한 점” “2014년 3월부터 K고 기숙사 사감업무를 맡으면서 사망일까지 1주당 평균 2회씩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기숙사서 야간 근무를 한 점 등 직무상 과로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심근경색을 초래했다”고 적시됐다.


오전 1시30분 취침에 6시 기상
실밥 제거한 다음날 야간업무

적어도 기존의 관상동맥경화 등이 직무상 과로로 인해 자연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 급성심근경색을 초래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결국 재판부는 A씨의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의 생활을 통제하는 기숙사 사감 업무의 특성상 거의 1년 내내 근무 긴장도가 계속됐음이 추측되며 1년6개월가량 반복되는 숙직 생활로 인해 수면 부족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인다”며 “11월부터 사감장을 맡은 A씨는 학부모, 교장 및 교감과 직접 학생들 학습, 생활관리, 건물 관리 등에 대해 보고하고 학생들을 통솔하는 업무가 가중됐을 것이다. 우수한 성적의 기숙사 학생들을 잘 지도·관리해 좋은 입시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2015년 6월26일 맹장 수술을 받는 바람에 3교대로 하는 사감업무를 하지 못해 이를 메우려고 7월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연속해 사감업무를 맡아 숙직했다. 그 후에도 직무 관련 연수와 출장을 다녔다. 또 1주간 평균 72시간을 근무하며 사감의 기숙사 야간 근무만 해도 1주간 평균 16시간을 근무하며 휴무 없이 3교대로 1년6개월을 지속했다. A씨의 2014년 건강검진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 내로 진단을 받았으며 지병이 급성 심근경색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K고 측은 “(유가족이) 돈을 받을 수 있게 협조를 했다. 현재 기숙사는 폐쇄된 상태며 교사들이 좀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위해 (교사)숫자도 늘리고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1주당 2회
기숙사 야근


유가족 측은 “법원은 젊은 교사의 3년 전 죽음이 과로에 기인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고등학교는 그 교사를 기숙사 사감장으로 근무하도록 해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학교는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등 내신관리가 엉망으로 이뤄진 것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명문대 진학률에만 목메는 사립고의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 두 번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교육청 차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씁쓸한 의료계 현실

건강했던 31세 2년차 전공의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인은 ‘해부학적으로 불명’이었다. 그는 숨기 전 일주일 동안 113시간 근무했으며, 지난 4주간 평균 근무시간은 주 100시간이었다. 

지난 2월1일 가천대길병원 당직실서 숨진 채 발견된 소아청소년과 2년차 전공의 신씨의 이야기다. 주당 근무시간을 최대 88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법이 제정된 이후 발생한 사건이다.

31살 전공의 과로사

근로복지공단은 신씨가 숨진 지 6개월 만에 과로사로 인정했다. 고용노동부는 12주 동안 주 평균 근무시간이 60시간 이상이면 만성과로로 판단한다.

신씨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고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해 온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대한민국 전공의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씁쓸해했다.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법이 제정됐지만,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전공의가 많은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구>

<기사 속 기사> 학원 일요휴무제 추진

서울시 교육청이 ‘학원 일요휴무제’ 시행을 위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번 일요일 영업을 강제로 금지하면서 학생의 휴식을 권장하고 사교육비를 절감시키겠다는 취지다.

교육계와 학부모·학생들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불법과외 조장, 교육 선택권 침해 등의 이유로 “현실성 떨어진 제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외주업체와 8월 한 달간 공론화 과정 및 계획을 수립하고, 9∼10월 시민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공론화 결과는 11월말 발표한다. 

학생도 과로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약사항인 학원 일요휴무제는 올해 안으로 공론화와 정책 도입 타당성을 마무리하고 내년 법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제화에 성공하면 서울 시내 교과 관련 학원·교습소 2만3000여곳의 일요일 영업이 2020년부터 금지된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서 지나친 법제화는 교육의 선택권 침해로 번질 우려가 있다. 교육정책은 결국 학부모와 학생을 위해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서 제도적으로 먼저 시행하려 하면 당연히 부작용과 거부감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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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