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 명문고 교사 과로사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8.26 10:56:34
  • 호수 12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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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상전 교사는 뒷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광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쓰러졌다. 지역 내 명문사학이라 불리는 해당 학교서 벌어진 일이라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비상식적인 학교의 업무량은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고등학교 교사 과로사 내막에 대해 <일요시사>가 파헤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최근 광주 K고등학교서 시험지 유출 논란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K고의 한 학생이 지난달 25일 치러진 교내 기말교사 3학년 수학 시험문제 중 5개 문항이 교내 수학동아리 학생들에게 유출됐다는 내용을 SNS에 공개했다. 이 내용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시험 유출
시끌시끌…

사태가 커지자 K고는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특별감사를 받았다. 지난달 8일부터 지난 7일까지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 ▲시험문제 유출 ▲최상위권 학생 특별관리 ▲과목 선택 제한 ▲대입 학교장 추천 전형 등 상위권 특정 학생들에 대한 특혜가 드러났다.

K고는 학내 곳곳에 시교육청의 감사행정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감사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K고는 우수한 진학 실적 등으로 인해 지역 명문고로 알려져 있다. 매스컴에도 노출되며 우수한 진학률로 학부모들에게 높은 인기를 받고 있다. 과거에도 해당학교는 명문대 진학률이 높았다. 서울대 진학 ▲1999년 11명 ▲2000년 19명 ▲2001년 14명 ▲2002년 5명 ▲2003년 8명 ▲2004년 6명 ▲2005년 13명 ▲2006년 6명 ▲2007년 5명 ▲2008년 3명 등이었다. 


이후에도 서울대 합격 실적은 광주 일반고 1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서울대뿐 아니라 고려대, 연세대와 서울 소재 주요 대학 등에도 두각을 보였다. 2015년, 2016년 대입의 경우 서울대 7명, 고려대와 연세대 15명, 서울소재 주요대학 88명, 전남대 101명, 조선대 69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2017학년 대입의 경우 서울대는 5명이나 늘어난 12명, 고려대와 연세대 18명, 서울 주요대학 125명으로 수도권 실적이 크게 늘었고, 전남대 75명, 조선대 80명의 합격 실적을 냈다.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에는 2016학년 17명(의대 11명, 치대 2명, 한의대 4명), 2017학년 21명(의대 15명, 치대 2명, 한의대 4명)으로 전통 강호였으며 특수대 및 이공계 특성화대학 실적도 늘어났다. 

명문대 진학률 높아 학부모에 인기
학생만 신경 쓰고 선생은 나몰라라?

2016학년 경찰대학 1명, KAIST 2명, 포스텍 2명, GIST대학 3명의 합격자를 배출했고, 2017학년의 경우 경찰대학 2명, KAIST 4명, 포스텍 2명, GIST대학 4명으로 합격실적을 더 불렸다. 특히 2017학년 대입에 경찰대학 남자수석이 나왔고, 2017년 2월 졸업식에선 K고 출신이 서울대 의대를 수석졸업하기도 했다.

K고는 학생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야간 자율학습 시간을 늘리거나 기숙사를 운영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학교의 목표는 오로지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이었다. 공부만 하는 학생을 밤낮으로 뒷바라지하는 건 교사들의 몫이었다. 
 

2012년 2월부터 K고등학교서 근무한 교사 A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2015년 8월2일 오전 9시45분경 자택 침대서 사망한 채 발견돼 부검한 결과 관상동맥 경화에 따른 허혈성 심장질환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A씨 유가족 측은 “2014년 3월부터 정규 교과 업무 외에 보충수업, 교무 기획 업무, 기숙사 사감장 업무 등을 근무했다. 그로 인해 육체적인 피로도가 쌓이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심근경색을 초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정규교육업무로 2014년에는 주당 16시간, 2015년에는 주당 17시간의 고등학교 2학년 국어 과목을 담당했다. 보충수업 담당 업무는 2014년에는 연간 252시간(평균 1주당 4.8시간), 2015년에는 7월까지 152시간(평균 1주당 5시간)의 수업을 담당했다.  

이렇게 죽었다
판결문 보니…

K고 특성상 교사들은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30분에 퇴근한다. 2014년 3월1일부터 A씨는 해당 학교학사의 생활관 사감으로 임명돼 근무를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16일부터는 사감장으로 임명돼 근무했다. 학사는 성적이 우수한 3학년 학생 60명, 1·2학년 학생 각각 30명씩 대학 입시에 매진하기 위해 생활하는 기숙사다. 

생활관 교사들은 학생들이 정규 학교수업을 마친 후 야간, 휴일 학습, 방학 중 학사 도서실서 공부하도록 하는 학생들의 생활과 수면을 통제·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학사엔 1인의 사감장과 2인의 사감이 1년에 휴일 없이 3교대로 근무했다.

사감들의 업무 일정은 오후 9시경 기숙사서 학생의 입실 준비를 도와주고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마치고 오후 10시 기숙사로 돌아오면 인원을 체크한다. 오후 10시30분부터 자기 정비, 간식 등을 챙겨주며 오전 12시50분까지 자기 주도적 학습을 관리·감독한다. 오전 1시30분까지 학생들을 입실시킨 후 점호를 돌며 취침 확인까지 한다. 이들은 매일 상황을 일지에 기록한 후에야 잠이 들 수 있었다. 

기숙사서 숙직 후 오전 6시경 일어난 뒤 학생들을 깨운다. 학생들의 아침식사와 등교 관리를 한 후 오전 8시 학교로 복귀해 교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주말에도 업무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40분까지 사감의 관리감독 근무가 계속됐다.

2014년 A씨는 담임 신청을 했지만 학교 측의 만류로 무산됐다. A씨는 학교 임원들의 교무 기획 업무를 더 맡아 달라는 요청으로 교무기획부 담당을 연임하고 교무기획부 실무를 단독으로 부담했다. 2014년 11월경 A씨가 사감장으로 임명되자 2015년 A씨는 교무기획 담당, 다른 선생이 교무기획2담당으로 기획 업무를 공동 분담했다.

“스트레스 심해
심근경색 초래”

A씨의 사망일 무렵에는 수술을 하고도 과도하게 업무를 시켰다. A씨는 2015년 6월25일 맹장염 수술을 받고 다음날 제거 수술을 받았다. 29일 퇴원한 A씨는 다음달 3일에 외래방문으로 실밥 제거를 한 후 당일 야간 업무에 들어갔다. 6일과 8일부터 10일까지 연속으로 사감 업무를 했고 그 이후에도 13일, 16일, 24일, 30일에 3교대로 사감 업무를 맡았다.

A씨는 14일 야간에도 논술지도 능력 향상 직무연수를 수행했다. 24일과 25일 오후 내내 학생부 종합전형에 관한 연수를, 28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수시 지원 전략 연수, 29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진학상담 프로그램 활용법 연수에 참여했다. 당시 A씨의 건강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2015년 6월25일 받은 건강진단 결과에도 콜레스테롤 정량,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기준 범위였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의학적으로 초과근무와 야간 교대 근무는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을 유발하는 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야간 근무 중 혈압상승이 일어나면 휴식을 해도 잘 회복이 되지 않고 잠을 취할 때 혈압하강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또 야간 교대 근무가 지속될 경우, 생체주기에 스트레스가 유발돼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이 초래할 수 있다.

A씨 가족은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서 이겼다. 2019년 4월 광주지법의 판결문에는 “A씨는 K고 교사로서 오전 8시30분 출근해 오후 6시30분에 퇴근해 수업 실시와 준비, 교무 기획 업무를 수행하면서 최소 1주당 50시간을 학교 교사로 근무한 점” “2014년 3월부터 K고 기숙사 사감업무를 맡으면서 사망일까지 1주당 평균 2회씩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기숙사서 야간 근무를 한 점 등 직무상 과로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심근경색을 초래했다”고 적시됐다.


오전 1시30분 취침에 6시 기상
실밥 제거한 다음날 야간업무

적어도 기존의 관상동맥경화 등이 직무상 과로로 인해 자연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 급성심근경색을 초래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결국 재판부는 A씨의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의 생활을 통제하는 기숙사 사감 업무의 특성상 거의 1년 내내 근무 긴장도가 계속됐음이 추측되며 1년6개월가량 반복되는 숙직 생활로 인해 수면 부족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인다”며 “11월부터 사감장을 맡은 A씨는 학부모, 교장 및 교감과 직접 학생들 학습, 생활관리, 건물 관리 등에 대해 보고하고 학생들을 통솔하는 업무가 가중됐을 것이다. 우수한 성적의 기숙사 학생들을 잘 지도·관리해 좋은 입시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2015년 6월26일 맹장 수술을 받는 바람에 3교대로 하는 사감업무를 하지 못해 이를 메우려고 7월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연속해 사감업무를 맡아 숙직했다. 그 후에도 직무 관련 연수와 출장을 다녔다. 또 1주간 평균 72시간을 근무하며 사감의 기숙사 야간 근무만 해도 1주간 평균 16시간을 근무하며 휴무 없이 3교대로 1년6개월을 지속했다. A씨의 2014년 건강검진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 내로 진단을 받았으며 지병이 급성 심근경색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K고 측은 “(유가족이) 돈을 받을 수 있게 협조를 했다. 현재 기숙사는 폐쇄된 상태며 교사들이 좀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위해 (교사)숫자도 늘리고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1주당 2회
기숙사 야근


유가족 측은 “법원은 젊은 교사의 3년 전 죽음이 과로에 기인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고등학교는 그 교사를 기숙사 사감장으로 근무하도록 해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학교는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등 내신관리가 엉망으로 이뤄진 것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명문대 진학률에만 목메는 사립고의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 두 번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교육청 차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씁쓸한 의료계 현실

건강했던 31세 2년차 전공의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인은 ‘해부학적으로 불명’이었다. 그는 숨기 전 일주일 동안 113시간 근무했으며, 지난 4주간 평균 근무시간은 주 100시간이었다. 

지난 2월1일 가천대길병원 당직실서 숨진 채 발견된 소아청소년과 2년차 전공의 신씨의 이야기다. 주당 근무시간을 최대 88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법이 제정된 이후 발생한 사건이다.

31살 전공의 과로사

근로복지공단은 신씨가 숨진 지 6개월 만에 과로사로 인정했다. 고용노동부는 12주 동안 주 평균 근무시간이 60시간 이상이면 만성과로로 판단한다.

신씨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고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해 온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대한민국 전공의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씁쓸해했다.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법이 제정됐지만,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전공의가 많은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구>

<기사 속 기사> 학원 일요휴무제 추진

서울시 교육청이 ‘학원 일요휴무제’ 시행을 위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번 일요일 영업을 강제로 금지하면서 학생의 휴식을 권장하고 사교육비를 절감시키겠다는 취지다.

교육계와 학부모·학생들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불법과외 조장, 교육 선택권 침해 등의 이유로 “현실성 떨어진 제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외주업체와 8월 한 달간 공론화 과정 및 계획을 수립하고, 9∼10월 시민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공론화 결과는 11월말 발표한다. 

학생도 과로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약사항인 학원 일요휴무제는 올해 안으로 공론화와 정책 도입 타당성을 마무리하고 내년 법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제화에 성공하면 서울 시내 교과 관련 학원·교습소 2만3000여곳의 일요일 영업이 2020년부터 금지된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서 지나친 법제화는 교육의 선택권 침해로 번질 우려가 있다. 교육정책은 결국 학부모와 학생을 위해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서 제도적으로 먼저 시행하려 하면 당연히 부작용과 거부감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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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