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40년 사고 잔혹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8.26 10:29:59
  • 호수 12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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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되풀이…사람 죽을 때만 ‘호들갑’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대구의 한 놀이공원서 또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놀이기구의 안전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놀이기구 안전사고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전부터 있었던 끔찍한 놀이기구 사고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 대구 놀이공원 사고 ⓒYTN

최근 대구 놀이공원 이월드서 아르바이트생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아르바이트생은 다음 시간 근무자와 일을 하던 중 놀이기구 ‘허리케인’에 다리가 끼어 10m가량을 끌려갔다.

이후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랫부분이 절단돼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절단된 다리의 뼈와 근육이 많이 손상돼 접합 수술보다 의족과 같은 보조장치를 이용해 재활치료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포의 놀이기구

서울 어린이대공원은 1973년 개장 당시 국내 최대 테마파크로 개장했다. 이후 노후시설을 대폭으로 교체하며 2014년 8월에 재개장했다. 1976년 4월에는 용인자연농원이 첫선을 보였다. 초기 자연농원은 식물원, 동물원, 사파리 등으로 구성됐으며, 범퍼카가 이때 처음으로 생겼다.

이후 1996년 3월 에버랜드로 개칭하면서 캐리비안 베이 등 시설보완이 이뤄졌다. 


88서울올림픽에 맞춰 1988년 5월 개장한 서울랜드는 경기도 과천시에 둥지를 틀었으며 축구장 40여개 크기의 면적 28만2250㎡의 넓은 유원지를 자랑했다. 1년 뒤인 1989년 7월 롯데월드도 처음 문을 열었다. 실내테마파크인 ‘어드벤처’가 먼저 오픈하고, 석촌호수를 메워 만든 ‘매직아일랜드’는 1990년 3월 모습을 드러내며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덕분에 롯데월드는 1993년, 전 세계서 가장 큰 실내 테마파크로 기네스북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992년 롯데월드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40대 중국교포가 1층 청룡열차 선로서 사진촬영을 하던 중 달려오던 쳥룡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청룡열차 안전망은 사람 높이만큼 높여 설치했다. 

1996년 대구 수성월드서 놀이기구를 타던 20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고속회전 놀이기구인 ‘점핑메이드’에 탄 상태서 회전하던 중 갑자기 기구가 파손되면서 났다.

1999년 4월 롯데월드에선 놀이기구 안전바가 없어 큰 사고로 이어졌다. 사고 당시 박모양은 ‘신밧드의 모험’에 탑승해 스릴을 느끼고 싶어 자리서 일어났다가 천장에 얼굴을 강타당했다. 이 사고로 박양은 얼굴 등에 64바늘을 꿰맸고 해당 놀이기구엔 ‘절대 일어나지 말라’는 안내문이 부착됐다.

치이고 떨어지고…잇단 참사
고쳐지지 않는 ‘안전불감증’ 

같은 해 어린이대공원서도 끔찍한 사고가 났다. 10월 부산시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서 사슴 열차를 타던 황모군이 5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황군은 인근 부산백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과다출혈로 결국 숨졌다. 


다음 해에도 서울 어린이 놀이동산서 정모군이 놀이기구를 타고 플랫폼으로 걸어나오다 달려오던 뒤 차량에 부딪혀 레일 아래로 떨어졌다. 정군은 사고 후 안전요원에 의해 옮기던 중 숨졌다. 경찰은 궤도 주변에 가드레일을 설치하지 않은 점, 안전요원이 현장에 없었던 점 등을 문제점으로 파악했다. 

2003년 10월 롯데월드서 오른쪽 다리가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놀이기구 ‘혜성특급’이 승차장 15m 지점서 갑자기 멈춰서면서 일어났다. 아르바이트생 김모군과 11명 등이 놀이기구를 수동으로 승차장까지 밀어서 옮기던 중 김군의 다리가 기구 좌석과 기구 옆의 비상계단 사이의 레일에 끼면서 1.5m를 끌려갔던 것.
 

김군은 구급차에 실려 근처 현대아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리와 골반 부분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롯데월드 측은 사고가 나자 안전요원을 통해 119에 신고 후, 인근 석촌호수 쪽에 있던 응급차가 곧바로 사고 현장에 도착했기 때문에 응급조치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2006년 3월엔 롯데월드 놀이기구에 탑승한 직원 성모씨가 석촌호수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성씨는 놀이기구 ‘아틀란티스’가 정점을 지나 급강하던 중 10m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119 소방대가 출동해 사고 직후 성씨를 인양했으나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월드 안전과 직원인 성씨는 근무가 없는 이날 동료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1월 에버랜드서도 안전요원의 실수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안모씨는 놀이기구 ‘매직배틀’ 좌석서 벗어나 벽면에 서 있다가 기구가 작동하면서 분리된 벽과 바닥 사이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경찰은 놀이기구 작동 전, 좌석을 이탈한 안씨를 안전요원이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작동시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월별 놀이기구 사고’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사고가 난 달은 여름방학인 7월(13건), 8월(12건)로 조사됐다. 이어 어린이날이 있는 5월(11건)이 뒤를 이었다. 

7∼8월 주의보 

놀이기구 사고의 주요 원인으론 오작동과 안전수칙 미준수 등이 꼽혔다. 서철모 행정안전부 예방안전 정책관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놀이기구에 탑승할 때 안전장비를 확실히 착용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전사고 많은 곳은?

지난 6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여가·문화·놀이시설서 만 14세 이하 어린이 안전사고는 총 7603건이었다.

장소별로는 공원 29.9%(1234건), 키즈카페 26.2%(1082건), 놀이공원 17.1%(705건), 목욕탕 13.9%(574건) 등의 순이었다. 


사고 기구로는 미끄럼틀 13.9%(1056건), 트램펄린 10.6%(807건), 그네 8.1%(619건), 목욕탕시설 6.5%(494건) 순으로 나타났다. 

어린이가 주로 다칠 수 있는 상황은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사고(39.6%, 3006건), 추락(28.5%, 2167건), 부딪히는 사고(20.8%, 1581건)가 대부분이었다.

자전거를 타거나 뛰어다니다가 넘어지는 사고, 놀이터에서 미끄럼틀, 트램펄린 등 놀이시설을 이용하다가 추락한 사고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원은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어린이가 놀이시설을 이용하면서 안전수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미리 알려주고 스포츠 활동 시에는 안전모, 보호대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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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