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정치’ 제3지대 창당 시나리오

빅텐트 쳐도 도로 호남당?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지난해 2월 창당된 민주평화당이 1년6개월 만에 쪼개졌다. 총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도 여전히 낮은 지지율서 벗어나지 못하자, 대안정치연대가 ‘제3지대 창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대안정치연대는 이미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과 ‘빅텐트 전략’ 논의로 물밑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정치의 제3지대 창당,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 민주평화당 탈당 기자회견 갖는 대안정치연대 의원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지난해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반대한 국민의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만들어졌다. 이후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 평화당은 1∼3%의 지지율로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계속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고맙다

이대로는 내년 총선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평화당 탈당파의 판단이 작용, 지난 12일 평화당의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소속 의원 10명이 탈당 선언을 했다. 이들은 중도층을 위한 제3지대 정치세력 결집을 목표로 “새로운 대안정치 세력 구축을 위한 변화와 희망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평화당 전 원내대표였던 유성엽 대안정치 대표는 탈당 기자회견서 “적대적 기득권을 가진 양당체제 청산은 국민의 열망이자 시대정신”이라며 “국민적 신망이 높은 외부 인사를 지도부로 추대하고 시민사회와 각계 전문가가 대거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안 신당 건설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득권 청산을 위한 다당제의 실현과 가짜보수와 가짜진보를 배제한 중도층 키우기를 대안정치의 목표점으로 두고 “오직 국민만 보고 무소의 뿔처럼 흔들림 없이 변화와 희망의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평화당에는 정동영·박주현·조배숙·황주홍·김광수 의원 5명만 남게 됐다. 대안정치 및 탈당에 대해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선거철 유랑단과 다름없다. 탈당쇼와 신당쇼, 이것으로 어떤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겠느냐”며 “당을 깨고 만드는 일을 밥 먹듯 여기는 모습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평화당은 이제 새로운 길,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갈 생각”이라며 평화당을 계속해 지킬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정 대표는 탈당을 주도한 박지원 의원을 겨냥해 “분당을 조종·기획한 구태정치”라며 비난했다.

이 같은 비난에 대해 박 의원은 “민주평화당은 결국 정동영 1인 정당이 될 것이고 마지막에는 정 대표도 (탈당파 쪽으로)오게 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민평당 1년6개월 낮은 지지로 제갈길
총선 8개월 앞두고 정계개편 신호탄?

평화당은 “명분없는 탈당은 성공하지 못한다”며 대안정치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지난 16일엔 “그래도 고맙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지난 12일 탈당을 선언했던 대안정치의 탈당계가 16일부터 발효되도록 해 평화당이 예정돼있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국고보조금은 15일 지급되는데, 탈당계가 15일 이전에 발효됐다면 의석수 차감으로 평화당 국고보조금 수령액은 6억원서 2억원으로 크게 감소할 수 있었다.

평화당 허영 최고위원은 유 대표와의 통화서 “유 대표께서 우리는 하나다. 총선 전까지 꼭 하나가 돼서 치르도록 노력하자”고 말한 것을 두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저도 꼭 잘 돼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다짐해본다.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일각에선 대안정치의 규모가 커지면 평화당을 흡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대안정치가 규모를 불린다고 해도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평화당과 다시 손을 잡는 건 예상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대안정치의 탈당 후 오히려 평화당의 지지율이 올랐는데 이는 구태정치와 결별을 선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 유성엽 대안정치연대 대표

변화·개혁 등의 단어를 언급하며 새 출발을 알렸던 대안정치는 ‘대안신당창당준비기획단’을 본격 가동한 뒤, 추석 연휴 이전에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늦어도 오는 11월 중에는 창당을 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하지만 대안정치 내부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외연을 확장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지난 20일 창당준비기획단 출범이 한 차례 연기됐다. 내부에선 신당 창당 작업과 인사 영입을 분리해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인사 영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분석이 힘을 받았다.

바미당
줄다리기

실제 대안정치 중진 의원들이 ‘제2의 안철수’를 찾기 위해 인재영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가 없고, 평화당 잔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보안을 요하는 사안이고 아직 초기 단계라 공개할만한 게 없다”며 “좋은 분들은 많은데 그분들을 설득해 모셔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3지대 창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큰 상황인 만큼 당분간 정치권 인사들이 몸을 사리며 관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대안정치를 대안이라고 생각했다면 민주당 밖에 있는 호남 세력들은 총결집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며 “평화당 잔류 의원들마저도 주저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대안정치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와중에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 20일, 이른바 ‘손학규 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손 대표는 “바미당이 중심에 서는 빅텐트를 준비하고 정치와 경제의 새판 짜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당의 자강론을 내세웠다. 그는 당내 비당권파의 퇴진 요구에 응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며 내년 총선을 위해 모든 채널을 동원해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들을 끌어들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기자회견 갖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하지만 “대안정치나 평화당 중심으로 제3지대가 구축된다면 바미당이 지역주의 정당이 돼 버릴 것”이라며 연대엔 선을 그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안철수·유승민과 함께하겠다는 것은 보수야당으로 가겠다는 선언으로, 우리가 가려는 개혁야당의 길과 다르다”며 “별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대안정치 장정숙 대변인은 “지금 바른미래당과 통합을 생각하는 정치집단은 없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상식”이라며 “대안정치의 입장은 더더욱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목표는 지역정당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호남 의원
물밑작업

유 대표는 손 대표가 대안정치와의 통합에 선을 그은 데 대해 “본인의 솔직한 구상을 밝히지 않았다고 본다”면서도 “손 대표는 당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런 뜻을 내부에 강하게 표시한 게 아니겠느냐. 이는 대내부용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이미 대안정치는 바미당 내 호남계 세력들과 물밑작업 끝에 신당을 만든다는 구상으로 평화당 탈당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미당과 대안정치가 물밑으로는 제3지대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통합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정계개편 과정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안정치 내에서는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유성엽 의원과 중진인 천정배·박지원 의원이 외연 확장을 위해 인재 영입을 위해 여러 사람을 접촉하고 있다. 일부 호남계 바미당 의원들은 최우선으로 영입해야 할 인물들로 꼽힌다.

바미당 박주선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주도해 빅텐트를 쳐야 하며 대안정치연대 의원들과 빅텐트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바미당 주승용·김동철 의원도 지속적으로 평화당 의원들과 교류해왔고, 대안정치 출범식 때 바미당 주승용·박주선 의원이 축사를 맡으면서 이들이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대안정치와 다시 뭉칠 가능성을 보였다. 만약 바미당 당권파인 호남계 의원들이 당권을 지키고 안철수·유승민계가 탈당할 경우에는 대안정치와 바미당의 당대당 통합이 점쳐지지만, 당권을 잃을 경우에는 이들이 탈당해 대안정치와 따로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대안정치의 행보를 두고 ‘도로 호남당’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에 거론되는 인사들 역시 호남계 의원들로 뿔뿔히 흩어졌던 국민의당 의원들을 다시 모으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제3지대 창당으로 중도층을 잡기 위해서는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바미당과 손? 주도권 줄다리기
다시 뜨는 안 “그와는 달라야”


대안정치가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떠오르면서 ‘안철수 역할론’도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보수 야권에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바미당, 우리공화당이 각각 흩어져 있는 만큼 보수통합의 필요성이 계속해 대두돼왔다.

안 전 대표는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을 흡수하면서 20대 총선서 38석을 확보했던 정치인이다. 지도부 교체를 두고 막혀있는 바미당과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 구도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당이 안 전 대표에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안철수 전 바른정당 대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서 보수통합과 관련해 안 전 대표를 거론했다. 나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의원부터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 모두 같이 하는 게 진정한 반문연대”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 전 대표를 영입해 당내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의도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빠른 복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뭐가 바뀌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서 이렇게 빨리 복귀하면 안 전 대표 본인에게 마이너스만 될 뿐”이라며 “복귀설은 보수대통합에 이용하려는 이들의 바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정치의 외부인사 영입에도 안 전 대표의 합류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안정치 의원들은 이미 특정 한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간 제3지대 신당의 한계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참신하고 훌륭한 인재를 찾지만, 신당이 특정 한 사람을 중심으로 가는 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다시 뜨는
안철수 왜?

박지원 의원이 안 전 대표에 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안 전 대표의 합류 가능성을 낮게 점칠 수 있는 이유다. 박 의원은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철수 전 대표는 본래 보수인데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진보로 위장취업했다가 실패하니까 다시 보수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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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