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정치’ 제3지대 창당 시나리오

빅텐트 쳐도 도로 호남당?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지난해 2월 창당된 민주평화당이 1년6개월 만에 쪼개졌다. 총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도 여전히 낮은 지지율서 벗어나지 못하자, 대안정치연대가 ‘제3지대 창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대안정치연대는 이미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과 ‘빅텐트 전략’ 논의로 물밑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정치의 제3지대 창당,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 민주평화당 탈당 기자회견 갖는 대안정치연대 의원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지난해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반대한 국민의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만들어졌다. 이후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 평화당은 1∼3%의 지지율로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계속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고맙다

이대로는 내년 총선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평화당 탈당파의 판단이 작용, 지난 12일 평화당의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소속 의원 10명이 탈당 선언을 했다. 이들은 중도층을 위한 제3지대 정치세력 결집을 목표로 “새로운 대안정치 세력 구축을 위한 변화와 희망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평화당 전 원내대표였던 유성엽 대안정치 대표는 탈당 기자회견서 “적대적 기득권을 가진 양당체제 청산은 국민의 열망이자 시대정신”이라며 “국민적 신망이 높은 외부 인사를 지도부로 추대하고 시민사회와 각계 전문가가 대거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안 신당 건설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득권 청산을 위한 다당제의 실현과 가짜보수와 가짜진보를 배제한 중도층 키우기를 대안정치의 목표점으로 두고 “오직 국민만 보고 무소의 뿔처럼 흔들림 없이 변화와 희망의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평화당에는 정동영·박주현·조배숙·황주홍·김광수 의원 5명만 남게 됐다. 대안정치 및 탈당에 대해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선거철 유랑단과 다름없다. 탈당쇼와 신당쇼, 이것으로 어떤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겠느냐”며 “당을 깨고 만드는 일을 밥 먹듯 여기는 모습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평화당은 이제 새로운 길,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갈 생각”이라며 평화당을 계속해 지킬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정 대표는 탈당을 주도한 박지원 의원을 겨냥해 “분당을 조종·기획한 구태정치”라며 비난했다.

이 같은 비난에 대해 박 의원은 “민주평화당은 결국 정동영 1인 정당이 될 것이고 마지막에는 정 대표도 (탈당파 쪽으로)오게 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민평당 1년6개월 낮은 지지로 제갈길
총선 8개월 앞두고 정계개편 신호탄?

평화당은 “명분없는 탈당은 성공하지 못한다”며 대안정치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지난 16일엔 “그래도 고맙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지난 12일 탈당을 선언했던 대안정치의 탈당계가 16일부터 발효되도록 해 평화당이 예정돼있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국고보조금은 15일 지급되는데, 탈당계가 15일 이전에 발효됐다면 의석수 차감으로 평화당 국고보조금 수령액은 6억원서 2억원으로 크게 감소할 수 있었다.

평화당 허영 최고위원은 유 대표와의 통화서 “유 대표께서 우리는 하나다. 총선 전까지 꼭 하나가 돼서 치르도록 노력하자”고 말한 것을 두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저도 꼭 잘 돼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다짐해본다.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일각에선 대안정치의 규모가 커지면 평화당을 흡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대안정치가 규모를 불린다고 해도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평화당과 다시 손을 잡는 건 예상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대안정치의 탈당 후 오히려 평화당의 지지율이 올랐는데 이는 구태정치와 결별을 선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 유성엽 대안정치연대 대표

변화·개혁 등의 단어를 언급하며 새 출발을 알렸던 대안정치는 ‘대안신당창당준비기획단’을 본격 가동한 뒤, 추석 연휴 이전에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늦어도 오는 11월 중에는 창당을 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하지만 대안정치 내부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외연을 확장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지난 20일 창당준비기획단 출범이 한 차례 연기됐다. 내부에선 신당 창당 작업과 인사 영입을 분리해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인사 영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분석이 힘을 받았다.

바미당
줄다리기

실제 대안정치 중진 의원들이 ‘제2의 안철수’를 찾기 위해 인재영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가 없고, 평화당 잔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보안을 요하는 사안이고 아직 초기 단계라 공개할만한 게 없다”며 “좋은 분들은 많은데 그분들을 설득해 모셔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3지대 창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큰 상황인 만큼 당분간 정치권 인사들이 몸을 사리며 관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대안정치를 대안이라고 생각했다면 민주당 밖에 있는 호남 세력들은 총결집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며 “평화당 잔류 의원들마저도 주저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대안정치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와중에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 20일, 이른바 ‘손학규 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손 대표는 “바미당이 중심에 서는 빅텐트를 준비하고 정치와 경제의 새판 짜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당의 자강론을 내세웠다. 그는 당내 비당권파의 퇴진 요구에 응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며 내년 총선을 위해 모든 채널을 동원해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들을 끌어들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기자회견 갖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하지만 “대안정치나 평화당 중심으로 제3지대가 구축된다면 바미당이 지역주의 정당이 돼 버릴 것”이라며 연대엔 선을 그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안철수·유승민과 함께하겠다는 것은 보수야당으로 가겠다는 선언으로, 우리가 가려는 개혁야당의 길과 다르다”며 “별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대안정치 장정숙 대변인은 “지금 바른미래당과 통합을 생각하는 정치집단은 없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상식”이라며 “대안정치의 입장은 더더욱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목표는 지역정당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호남 의원
물밑작업

유 대표는 손 대표가 대안정치와의 통합에 선을 그은 데 대해 “본인의 솔직한 구상을 밝히지 않았다고 본다”면서도 “손 대표는 당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런 뜻을 내부에 강하게 표시한 게 아니겠느냐. 이는 대내부용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이미 대안정치는 바미당 내 호남계 세력들과 물밑작업 끝에 신당을 만든다는 구상으로 평화당 탈당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미당과 대안정치가 물밑으로는 제3지대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통합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정계개편 과정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안정치 내에서는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유성엽 의원과 중진인 천정배·박지원 의원이 외연 확장을 위해 인재 영입을 위해 여러 사람을 접촉하고 있다. 일부 호남계 바미당 의원들은 최우선으로 영입해야 할 인물들로 꼽힌다.

바미당 박주선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주도해 빅텐트를 쳐야 하며 대안정치연대 의원들과 빅텐트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바미당 주승용·김동철 의원도 지속적으로 평화당 의원들과 교류해왔고, 대안정치 출범식 때 바미당 주승용·박주선 의원이 축사를 맡으면서 이들이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대안정치와 다시 뭉칠 가능성을 보였다. 만약 바미당 당권파인 호남계 의원들이 당권을 지키고 안철수·유승민계가 탈당할 경우에는 대안정치와 바미당의 당대당 통합이 점쳐지지만, 당권을 잃을 경우에는 이들이 탈당해 대안정치와 따로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대안정치의 행보를 두고 ‘도로 호남당’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에 거론되는 인사들 역시 호남계 의원들로 뿔뿔히 흩어졌던 국민의당 의원들을 다시 모으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제3지대 창당으로 중도층을 잡기 위해서는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바미당과 손? 주도권 줄다리기
다시 뜨는 안 “그와는 달라야”


대안정치가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떠오르면서 ‘안철수 역할론’도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보수 야권에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바미당, 우리공화당이 각각 흩어져 있는 만큼 보수통합의 필요성이 계속해 대두돼왔다.

안 전 대표는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을 흡수하면서 20대 총선서 38석을 확보했던 정치인이다. 지도부 교체를 두고 막혀있는 바미당과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 구도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당이 안 전 대표에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안철수 전 바른정당 대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서 보수통합과 관련해 안 전 대표를 거론했다. 나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의원부터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 모두 같이 하는 게 진정한 반문연대”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 전 대표를 영입해 당내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의도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빠른 복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뭐가 바뀌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서 이렇게 빨리 복귀하면 안 전 대표 본인에게 마이너스만 될 뿐”이라며 “복귀설은 보수대통합에 이용하려는 이들의 바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정치의 외부인사 영입에도 안 전 대표의 합류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안정치 의원들은 이미 특정 한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간 제3지대 신당의 한계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참신하고 훌륭한 인재를 찾지만, 신당이 특정 한 사람을 중심으로 가는 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다시 뜨는
안철수 왜?

박지원 의원이 안 전 대표에 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안 전 대표의 합류 가능성을 낮게 점칠 수 있는 이유다. 박 의원은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철수 전 대표는 본래 보수인데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진보로 위장취업했다가 실패하니까 다시 보수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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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