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동굴여행 ④밀양 트윈터널

신비로운 빛의 터널에 빠지다다

▲ 아이들과 멋진 사진을 찍기 좋은 밀양 트윈터널

여름이 절정에 다다른 8월, ‘밀양 트윈터널’은 더위를 피하고 신비로운 빛의 세계를 즐기는 이색 명소다. 특별한 볼거리와 체험 거리가 다양해 가족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많아 커플에게도 사랑받는다.
 

▲ 두 터널의 쌍둥이 같은 모습에 트윈터널이란 이름이 붙었다.

밀양 트윈터널은 옛 경부선이 이어진 무월산터널을 활용한 테마파크다. 기차가 바쁘게 오갔을 터널은 시대가 변하고 철도가 폐선 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옛적 터널에서 도깨비불을 봤다는 소문도, 이곳에서 빛나는 돌을 주우면 큰 행운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도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져갈 즈음 터널은 제2의 탄생을 맞는다. 기차가 드나들던 어두컴컴한 터널이 2017년, 반짝이는 빛의 터널로 거듭난 것이다. 상행 457m, 하행 443m 터널을 이은 형태도 독특하다. 두 터널의 쌍둥이 같은 모습에 트윈터널이란 이름이 붙었다. 트윈터널은 인근 만어사의 전설과 세간에 떠도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빛의 파노라마 세계다.
 

▲ 트윈터널은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포토 존이다.

더위가 싹~

터널은 한여름에도 얇은 겉옷이 필요할 만큼 서늘하다. 밖은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지만, 터널 안에 들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더위가 싹 사라진다. 순식간에 여름을 뛰어넘은 기분이다. 터널 안은 밖에서 볼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벽면과 천장을 가득 메운 형형색색 전구들이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마치 별빛이 흐르는 은하수를 건너는 기분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탄성을 지르며 빛의 황홀경에 빠져든다.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포토존이다.
 

▲ 유령의 성 앞에서 포즈를 취한 어린이

터널 안에 볼거리도 많다. 바닷속처럼 꾸민 테마존에는 작은 수족관이 늘어서, 영롱한 불빛 아래 유영하는 물고기를 볼 수 있다. 가족과 연인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적은 하트 쪽지가 빼곡한 곳도 보인다. 유령의 성 앞에서 사진을 찍고,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을 신나게 걷다 보면 어느새 출구에 도착한다.
 

▲ 터널 안에 있는 카페에서 딸기맥주와 음료, 조각 케이크 등을 판매한다.

터널을 나서기 아쉽다면 출구 근처에 마련된 카페에서 잠깐 쉬어보자. 커피와 차, 와인, 주스 등 다양한 음료가 있으며 케이크를 비롯한 디저트도 많다. 특히 요즘 인기인 딸기맥주를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트윈터널이 있는 삼랑진읍은 국내 딸기 시배지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서 맛보는 딸기맥주 맛이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 아이들도 쉽게 체험하는 또띠아피자 만들기

터널에서 더위를 식힌 뒤, 맞은편 체험장에서 아이들과 또띠아피자를 만들어보자. 간편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피자 재료를 준비해준다. 또띠아에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채소와 올리브, 페퍼로니 등 취향에 따라 토핑을 올린 뒤 치즈를 뿌리면 끝! 누구나 쉽게 원하는 피자를 만들 수 있다. 다 만든 피자는 즉석에서 구워 포장까지 해준다. 
 

▲ 앙증맞은 핑콘카트를 타고 더위를 날려보자.

카트 체험장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앙증맞게 생긴 핑콘카트를 타고 신나게 달리면 남은 더위가 훌훌 날아간다. 카트장 규모는 아담하지만,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씽씽 달리는 아이들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피어난다. 트윈터널에서 한여름 더위를 물리치며 가족 모두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자. 트윈터널 입장료는 어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체험료 별도)이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30분~오후 9시30분이다(연중무휴).
 

▲ 만어사 경내 미륵전
▲ 미륵전에는 용왕의 아들이 미륵바위가 됐다는 거대한 자연석을 모셨다.

터널 안 더위 싹~, 형형색색 ‘전구 은하수’
딸기맥주 인기, 또띠아피자·카트 체험 추억

트윈터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만어사가 있다. 가락국 김수로왕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만어사는 오랜 전설을 품은 신비로운 절이다. 좁은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가면 작은 절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웅전을 비롯한 사찰 건물은 본래의 색을 잃어 천년 고찰이라 하기에 다소 무색하지만, 절 아래 크고 작은 돌이 골짜기로 쏟아져 내린 듯한 풍광은 태곳적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먼 옛날 새로 살 곳을 찾아 떠난 용왕의 아들과 그를 따르던 고기 떼가 이곳에 도착해 돌로 변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전설을 뒷받침하듯 경내에는 용왕의 아들이 미륵바위가 됐다는 거대한 자연석을 모신 미륵전이 있다. 절 마당에는 고려 시대 건립된 삼층석탑(보물 466호)이 보인다.
 

▲ 간절한 바람을 담아 소원을 비는 어린이

만어사에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작은 돌이 있다. 소원을 빌고 돌을 들어 올렸을 때 들리지 않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돌에 진짜 영험한 힘이 깃들어 있을까. 간절한 바람을 담아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예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는다.
 

▲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인 밀양 영남루
▲ 강물에 비친 반영이 화려하던 과거를 보여주는 듯하다.

밀양에서 하룻밤 머문다면 저녁에는 영남루의 야경을 감상하고, 이튿날 아침에 밀양연꽃단지를 산책해보자.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인 밀양 영남루(보물 147호)는 지역민에게 인기 있는 피서지이자, 대표적인 야경 명소다. 누각에 앉아 있으면 강바람이 솔솔 불어오며 한낮의 무더위를 잊게 만든다. 해가 진 뒤에 영남루는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 환하게 빛나는 영남루와 강물에 비친 반영이 화려하던 과거를 보여주는 듯하다.
 

▲ 아침에 산책하기 좋은 밀양연꽃단지

밀양연극촌과 이웃한 밀양연꽃단지는 7만㎡가 넘는 부지에 백련과 홍련, 수련이 가득하다. 특히 여름철에 활짝 핀 연꽃은 화려하면서도 고운 자태로 여행객을 반긴다. 탐스럽게 피어난 연꽃 사이를 걸으며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해보자.
 

▲ 허브 향기 가득한 참샘허브나라

야경 명소 ‘영남루’

꽃새미마을에 조성된 참샘허브나라도 아이들과 가볼 만하다. 한 개인이 20여년간 성심을 다해 꽃과 나무를 심고 돌을 쌓아 만든 허브 정원은 어느 한 곳 허투루 보이는 것이 없다. 정성이 묻어난 손길에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허브 향기를 맡으며 식사하거나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만어사→트윈터널→밀양 영남루→밀양연꽃단지→참샘허브나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만어사→트윈터널→밀양 영남루
둘째 날: 밀양연꽃단지→참샘허브나라→경상남도민물고기전시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밀양시 문화관광 https://tour.miryang.go.kr
- 밀양연꽃단지 www.밀양연꽃단지.kr
- 참샘허브나라 http://csherbnara.com 

문의 전화
- 밀양시청 관광체육과 055)359-5788
- 트윈터널 055)802-8828
- 만어사 055)356-2010
- 영남루관리사무소 055)356-2452
- 밀양연꽃단지 010-3870-8008
- 참샘허브나라 055)391-3825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밀양,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회(08:10~18:30) 운행, 약 4시간 소요. 밀양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번·4-1번·6번 일반버스, 삼랑진(가곡삼거리) 정류장에서 농어촌버스 환승, 화성정류장 하차, 1시간~1시간20분 소요. 트윈터널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밀양시버스정보시스템 http://bis.miryang.go.kr
기차: 서울역-밀양역, KTX 하루 15~19회(05:05~22:1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밀양역 정류장에서 농어촌버스, 화성 정류장 하차, 약 30분 소요. 트윈터널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밀양시버스정보시스템 http://bis.miryang.go.kr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삼랑진 IC→삼랑진IC삼거리에서 밀양 방면 오른쪽→미전삼거리에서 밀양 방면 왼쪽→상삼로→화성길→삼랑진로→트윈터널

숙박 정보
- 밀양관광호텔: 밀양시 가곡7길, 055)356-3882
- 삼랑진팽나무펜션: 삼랑진읍 삼랑1길, 010-3566-8828, http://samnangjin.com
- 로망스모텔: 삼랑진읍 삼랑진로, 055)351-0744 

식당 정보
- 단골집(돼지국밥): 밀양시 상설시장3길, 055)354-7980
- 대나무횟집(메기매운탕·붕어찜): 삼랑진읍 삼랑1길, 055)353-9297
- 할매홍릉불고기(돼지파불고기·소파불고기): 밀양시 해천길, 055)354-7115

주변 볼거리
얼음골, 월연정, 경상남도민물고기전시관, 밀양독립운동기념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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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