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감사 묵살한 바른미래당 ‘검은 세력’ 실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26 10:12:53
  • 호수 1233호
  • 댓글 0개

조사도 막고 자료도 막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바른미래당 김유근 전 당무감사관이 같은 당 손학규 대표를 징계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당 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4·3보궐선거 당시 당헌·당규를 위반한 것은 물론 특정 여론조사 업체와 결탁한 정황이 있다는 것. <일요시사>는 징계 청원서의 근거인 김 전 감사관의 당무감사보고서를 입수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김 전 감사관의 조사를 방해한 일부 인사들의 정황이 담겨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최근 당무위원회로부터 4·3보궐선거 당시 당헌·당규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4·3보궐선거 당시 바른미래당의 싱크탱크인 ‘바른미래연구원’은 ‘조원씨앤아이’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김 전 감사관이 쓴 당무감사보고서의 결론 중 하나는, 손학규 대표가 여론조사 업체를 조원씨앤아이로 선정하라는 지시를 직접 내렸다는 것이다. 연구원과 조원씨앤아이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3회 실시하는 대금으로 6600만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보고서
내용 보니…

실제 여론조사는 2회만 실시됐다. 조원씨앤아이는 여론조사 2회에 따른 4400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실시된 2회 중 1회는 조원씨앤아이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조사해 3월27일 공표한 결과와 같았다. 

당시 오신환 사무총장(현 원내대표)과 총무국은 연구원을 상대로 특별 예비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3월16일부터 17일까지 조원씨앤아이가 실시하고, 4월1일에 제출한 2차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는 <쿠키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3월25일부터 26일까지 실시, 3월27일 공표한 여론조사의 결과 값과 동일하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선 “조원씨앤아이가 실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2200만원을 부당하게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사건은 현재 금천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기 전 당은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6월 당무감사관 3명을 임명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보고서는 감사관 3명 중 김유근 전 당무감사관이 작성한 것이다.

김 전 감사관은 지난 6월4일 오후 3시16분 당 총무국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당무감사관으로 임명됐다는 내용이었다. 활동기간은 문자를 받은 4일부터 같은 달 18일까지였다. 2주간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6월 작성된 감사관 보고서 입수
조사 요구에 감사위원장 ‘불허’

그러나 실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그것보다 짧았다. 6일 현충일과 주말을 제외하면 물리적으로 김 전 감사관에게 주어진 기간은 10일부터 18일까지 단 일주일이었다. 김 전 감사관은 “사실상 깊이 있는 감사를 실시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보고서에 기록했다.

김 전 감사관은 지난 6월7일 바미당 당사 8층서 열린 첫 감사관 회의에 참석했다. 주대환 당시 당무감사위원장도 참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 위원장의 회의 참석은 애초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 주대환 바른미래당 당무감사위원장

피조사 범위가 이날 회의서의 핵심 논의사항이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앞서 실시된 특별 예비조사서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 박태순 전 바른미래연구원 부원장, 실무담당자인 박모 연구원,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로 한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이와 달랐다. 피조사 범위를 한정하면 자칫 부실 감사가 될 우려가 있어서였다.

이후 본격적인 면담 조사가 진행됐다. 6월11일에는 연구원 소속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12일에는 바른미래당 이재환 전 창원성산 후보자와의 조사가 이루어졌다. 13일에는 김대진 대표를 비롯해, 창원성산 보궐선거 당시 중앙당서 파견된 태스크포스팀이 대상이었다.

김 전 감사관은 1차 조사 이후 조사 대상을 추가할 필요성을 느꼈다. 바미당에선 이모 소장과 김모 국장, 박모 국장, 조원씨앤아이에선 송모씨와 이모씨가 대상이었다. 

감사관 3명
보고서 작성

그러나 이들에 대한 당무감사 차원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모 소장을 조사하기 위해 주대환 위원장에게 동의를 구했으나, 그는 이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조원씨앤아이의 송모씨와 이모씨에게는 출석을 요구했으나, 당사자들의 거부 의사가 명확하고 김 대표가 항의해 조사가 불가능했다. 

이후 전화 면담을 요구했으나 당사자들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김 전 감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수사기관의 조사가 이뤄질 경우 세 사람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의견을 달았다. 

또 김 전 감사관은 박태순 전 부원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선거기간 동안의 행적과 추가 공모자를 밝히는 데 핵심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판단, 자료요청을 했으나 주 위원장의 불허로 자료확보에 실패했다고 보고서에 기술했다. 그는 손 대표와의 면담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내렸다. 1차 조사 과정서 손 대표에 대한 진술이 여러 번 나왔기 때문이다. 

홍경준 바른미래연구원장은 지난 2월20일 박 전 부원장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손) 대표님께서 창원 보궐선거 후보(로) 출마하는 이재환 후보 지원을 위한 여론조사와 기타 활동에 대해 연구원이 담당하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김대진 대표도 손 대표의 지시로 여론조사가 시작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 일요시사가 입수한 바른미래당 당무감사 보고서

“이재환 후보의 요청도 있었고, 그 상황에 맞춰서 (손)대표님과 이야기도 되고, (바른미래)연구원서 대표님의 지시에 따라 조사가 진행되면서…(중략)…그러면서 대표님의 지시로 연구원서 여론조사 기능을 수행했고…(중략)…당시 박태순 부원장이 저희한테 대표님이 이제 연구원서 조사를 진행해라 그렇게 지시가 왔다고 얘기했다.”

당 대표
지시라고?

오신환 원내대표(당시 사무총장)는 박 전 부원장이 자신에게 손 대표가 조원씨앤아이에게 여론조사를 맡기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를 어떻게 조원씨앤아이와 하게 됐나?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을 경쟁시켜 선별해 견적 받아서 하라고 했더니, 부원장이 ‘당 대표님 지시입니다’, 그랬던 것 같다.”

세 사람 진술의 교집합은 ‘손 대표가 바른미래연구원에 창원성산 보궐선거 지원을 위한 여론조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전 감사관은 손 대표와의 면담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손 대표와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대환 당시 당무감사위원장이 조사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기 때문이다. 김 전 감사관은 주 위원장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손 대표에 대한 면담조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경우 자칫 당무감사가 파행될 수 있다고 판단해 당 대표에 대한 조사를 포기했다.

김 전 감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사안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연구원의 부원장이 손 대표의 지시라는 이유로 여론조사 업체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계약하고, 2차 여론조사가 시행되지 않았음에도 대금을 지급하는 초유가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처음부터 3회의 여론조사를 실제 실시할 의도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사건이 오신환 원내대표(당시 사무총장)에 의해 밝혀지지 않았다면 총 6600만원의 대금이 전액 입금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냈다.

자료 요청해도 가로막아
대표측 “보고서는 허위”

김 전 감사관은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지난 20일, 당 윤리위원회에 손 대표에 대한 징계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보궐선거와 관련 당헌·당규를 위반한 것은 물론 당 대표로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넘어섰다”며 “특정 업체와의 결탁행위로 비춰질 수 있는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는 당무감사 내용과 이로 인해 당과 연구원에 심각한 손해를 끼쳤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할 것이므로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 김유근 전 바른미래당 당무감사관

손 대표가 위반했다는 당헌은 제7장 정책연구원의 제74조(정책연구원의 설치와 기능)와 75조(정책연구원의 조직과 운영)다.

74조엔 “당의 정강·정책의 실현, 중장기 정책 및 전략의 수립, 정책네트워크 구축 등을 위해 독립된 재단법인으로 정책연구원을 설치·운영한다”고 규정돼있다. 75조는 “정책연구원은 객관적인 연구를 위해 인사와 조직의 독립성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전 감사관은 “당무감사 결과 손 대표는 연구원에 지난 보궐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 업체 선정 시 특정 업체를 선정하게 지시 혹은 압력을 행사했다”며 “이는 연구원의 당연직 이사장인 당 대표의 권한을 넘어선 명백한 월권행위다. 특정 업체와 손 대표의 유착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진짜냐?
가짜냐?

이어 “여론조사를 하지 않은 것을 알고도 지급된 정황이 있는 2200만원은 도대체 누구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는지 당무감사관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 국민으로서 매우 궁금하다”며 “손 대표가 이번 의혹도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제3의 길’을 간다면, 당원과 국민들 귀에 손학규 선언도 공염불로 들릴 것이다. 손 대표께서는 제3의 길을 가시기 전에 금천경찰서에 먼저 가서 의혹을 깨끗하게 해명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당사자인 손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손 대표 측은 지난 22일 <일요시사>는 통해 “징계청원서와 관련한 입장은 없다”며 “징계청원서의 근거가 된 김 전 감사관의 보고서는 허위”라고 주장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