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감사 묵살한 바른미래당 ‘검은 세력’ 실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26 10:12:53
  • 호수 12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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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도 막고 자료도 막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바른미래당 김유근 전 당무감사관이 같은 당 손학규 대표를 징계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당 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4·3보궐선거 당시 당헌·당규를 위반한 것은 물론 특정 여론조사 업체와 결탁한 정황이 있다는 것. <일요시사>는 징계 청원서의 근거인 김 전 감사관의 당무감사보고서를 입수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김 전 감사관의 조사를 방해한 일부 인사들의 정황이 담겨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최근 당무위원회로부터 4·3보궐선거 당시 당헌·당규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4·3보궐선거 당시 바른미래당의 싱크탱크인 ‘바른미래연구원’은 ‘조원씨앤아이’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김 전 감사관이 쓴 당무감사보고서의 결론 중 하나는, 손학규 대표가 여론조사 업체를 조원씨앤아이로 선정하라는 지시를 직접 내렸다는 것이다. 연구원과 조원씨앤아이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3회 실시하는 대금으로 6600만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보고서
내용 보니…

실제 여론조사는 2회만 실시됐다. 조원씨앤아이는 여론조사 2회에 따른 4400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실시된 2회 중 1회는 조원씨앤아이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조사해 3월27일 공표한 결과와 같았다. 

당시 오신환 사무총장(현 원내대표)과 총무국은 연구원을 상대로 특별 예비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3월16일부터 17일까지 조원씨앤아이가 실시하고, 4월1일에 제출한 2차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는 <쿠키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3월25일부터 26일까지 실시, 3월27일 공표한 여론조사의 결과 값과 동일하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선 “조원씨앤아이가 실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2200만원을 부당하게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사건은 현재 금천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기 전 당은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6월 당무감사관 3명을 임명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보고서는 감사관 3명 중 김유근 전 당무감사관이 작성한 것이다.

김 전 감사관은 지난 6월4일 오후 3시16분 당 총무국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당무감사관으로 임명됐다는 내용이었다. 활동기간은 문자를 받은 4일부터 같은 달 18일까지였다. 2주간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6월 작성된 감사관 보고서 입수
조사 요구에 감사위원장 ‘불허’

그러나 실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그것보다 짧았다. 6일 현충일과 주말을 제외하면 물리적으로 김 전 감사관에게 주어진 기간은 10일부터 18일까지 단 일주일이었다. 김 전 감사관은 “사실상 깊이 있는 감사를 실시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보고서에 기록했다.

김 전 감사관은 지난 6월7일 바미당 당사 8층서 열린 첫 감사관 회의에 참석했다. 주대환 당시 당무감사위원장도 참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 위원장의 회의 참석은 애초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 주대환 바른미래당 당무감사위원장

피조사 범위가 이날 회의서의 핵심 논의사항이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앞서 실시된 특별 예비조사서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 박태순 전 바른미래연구원 부원장, 실무담당자인 박모 연구원,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로 한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이와 달랐다. 피조사 범위를 한정하면 자칫 부실 감사가 될 우려가 있어서였다.

이후 본격적인 면담 조사가 진행됐다. 6월11일에는 연구원 소속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12일에는 바른미래당 이재환 전 창원성산 후보자와의 조사가 이루어졌다. 13일에는 김대진 대표를 비롯해, 창원성산 보궐선거 당시 중앙당서 파견된 태스크포스팀이 대상이었다.


김 전 감사관은 1차 조사 이후 조사 대상을 추가할 필요성을 느꼈다. 바미당에선 이모 소장과 김모 국장, 박모 국장, 조원씨앤아이에선 송모씨와 이모씨가 대상이었다. 

감사관 3명
보고서 작성

그러나 이들에 대한 당무감사 차원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모 소장을 조사하기 위해 주대환 위원장에게 동의를 구했으나, 그는 이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조원씨앤아이의 송모씨와 이모씨에게는 출석을 요구했으나, 당사자들의 거부 의사가 명확하고 김 대표가 항의해 조사가 불가능했다. 

이후 전화 면담을 요구했으나 당사자들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김 전 감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수사기관의 조사가 이뤄질 경우 세 사람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의견을 달았다. 

또 김 전 감사관은 박태순 전 부원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선거기간 동안의 행적과 추가 공모자를 밝히는 데 핵심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판단, 자료요청을 했으나 주 위원장의 불허로 자료확보에 실패했다고 보고서에 기술했다. 그는 손 대표와의 면담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내렸다. 1차 조사 과정서 손 대표에 대한 진술이 여러 번 나왔기 때문이다. 

홍경준 바른미래연구원장은 지난 2월20일 박 전 부원장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손) 대표님께서 창원 보궐선거 후보(로) 출마하는 이재환 후보 지원을 위한 여론조사와 기타 활동에 대해 연구원이 담당하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김대진 대표도 손 대표의 지시로 여론조사가 시작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 일요시사가 입수한 바른미래당 당무감사 보고서

“이재환 후보의 요청도 있었고, 그 상황에 맞춰서 (손)대표님과 이야기도 되고, (바른미래)연구원서 대표님의 지시에 따라 조사가 진행되면서…(중략)…그러면서 대표님의 지시로 연구원서 여론조사 기능을 수행했고…(중략)…당시 박태순 부원장이 저희한테 대표님이 이제 연구원서 조사를 진행해라 그렇게 지시가 왔다고 얘기했다.”

당 대표
지시라고?

오신환 원내대표(당시 사무총장)는 박 전 부원장이 자신에게 손 대표가 조원씨앤아이에게 여론조사를 맡기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를 어떻게 조원씨앤아이와 하게 됐나?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을 경쟁시켜 선별해 견적 받아서 하라고 했더니, 부원장이 ‘당 대표님 지시입니다’, 그랬던 것 같다.”


세 사람 진술의 교집합은 ‘손 대표가 바른미래연구원에 창원성산 보궐선거 지원을 위한 여론조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전 감사관은 손 대표와의 면담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손 대표와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대환 당시 당무감사위원장이 조사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기 때문이다. 김 전 감사관은 주 위원장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손 대표에 대한 면담조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경우 자칫 당무감사가 파행될 수 있다고 판단해 당 대표에 대한 조사를 포기했다.

김 전 감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사안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연구원의 부원장이 손 대표의 지시라는 이유로 여론조사 업체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계약하고, 2차 여론조사가 시행되지 않았음에도 대금을 지급하는 초유가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처음부터 3회의 여론조사를 실제 실시할 의도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사건이 오신환 원내대표(당시 사무총장)에 의해 밝혀지지 않았다면 총 6600만원의 대금이 전액 입금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냈다.

자료 요청해도 가로막아
대표측 “보고서는 허위”


김 전 감사관은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지난 20일, 당 윤리위원회에 손 대표에 대한 징계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보궐선거와 관련 당헌·당규를 위반한 것은 물론 당 대표로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넘어섰다”며 “특정 업체와의 결탁행위로 비춰질 수 있는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는 당무감사 내용과 이로 인해 당과 연구원에 심각한 손해를 끼쳤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할 것이므로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 김유근 전 바른미래당 당무감사관

손 대표가 위반했다는 당헌은 제7장 정책연구원의 제74조(정책연구원의 설치와 기능)와 75조(정책연구원의 조직과 운영)다.

74조엔 “당의 정강·정책의 실현, 중장기 정책 및 전략의 수립, 정책네트워크 구축 등을 위해 독립된 재단법인으로 정책연구원을 설치·운영한다”고 규정돼있다. 75조는 “정책연구원은 객관적인 연구를 위해 인사와 조직의 독립성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전 감사관은 “당무감사 결과 손 대표는 연구원에 지난 보궐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 업체 선정 시 특정 업체를 선정하게 지시 혹은 압력을 행사했다”며 “이는 연구원의 당연직 이사장인 당 대표의 권한을 넘어선 명백한 월권행위다. 특정 업체와 손 대표의 유착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진짜냐?
가짜냐?

이어 “여론조사를 하지 않은 것을 알고도 지급된 정황이 있는 2200만원은 도대체 누구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는지 당무감사관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 국민으로서 매우 궁금하다”며 “손 대표가 이번 의혹도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제3의 길’을 간다면, 당원과 국민들 귀에 손학규 선언도 공염불로 들릴 것이다. 손 대표께서는 제3의 길을 가시기 전에 금천경찰서에 먼저 가서 의혹을 깨끗하게 해명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당사자인 손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손 대표 측은 지난 22일 <일요시사>는 통해 “징계청원서와 관련한 입장은 없다”며 “징계청원서의 근거가 된 김 전 감사관의 보고서는 허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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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