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 삼남매’의 왕좌 각축전

‘엎치락뒤치락’ 최후 후계자 누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4년여 전,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창업주는 수백억원의 가업 주식을 후손들에게 증여했다. 2세들은 거액의 주식을 물려받았지만 증여세 부담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코리아나 3남매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납부 전략을 세웠다. 현재 3남매의 지분 비율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대주주 자리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태.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2015년 4월 코라아나화장품의 창업주 유상옥 회장의 증여 지분은 9.00%(360만주·증여일 종가 기준 352억원)이었다. 슬하의 자녀 3명(6.93%·277만주·271억원)과 손자 4명(2.08%·83만주·81억원)이 대상이었다. 1999년 12월 증시 상장 이래 2003년 7월, 2008년 12월에 이어 후손들을 위한 3차 증여 성격을 가졌다. 이를 계기로 가업 승계를 위한 지분 대물림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승계 마침표
증여세 해결은?

당시 장남 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사장은 1대주주로 부상했다. 유 회장에게 지분 2.50%(100만주)를 물려받은 데 따른 것이다. 금액으로는 97억9000만원어치다. 소유지분은 6.35%(254만주)로 확대됐다. 증여세는 대략 5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최대주주 할증(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증여지분 50% 이상 30%·이하 20%)과 세율(30억원 이상 50%)에 각종 공제 등을 제외한 수치다.

유 사장은 2015년 7월 말 신고·납부시한(증여받은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을 앞두고 지분 1%(40만주)를 용산세무서에 공탁했다. 당시 시세(주당 1만5000원)로 60억원이나 되는 주식이었다. 연부연납을 위한 것으로 2020년 7월까지 5년에 걸쳐 분할납부를 하기 위한 조치다.

연부연납은 상속·증여세가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세금의 6분의 1 이상을 기한 내에 먼저 내고 나머지 금액을 최장 5년에 걸쳐 나눠낼 수 있는 제도다. 쪼개서 내는 대신 연부연납 신청세액에 상당하는 보험증권·부동산·주식 등 납세담보물을 제공해야 한다. 게다가 가산금(증여 당시 2.5%·현재 2.1%)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유 사장은 분할납부 2년차인 2017년 5월 돌연 증여세를 모두 갚았다. 공탁주식도 모두 거둬들였다. 지분 1.75%(70만주)를 팔아 마련한 49억8400만원(주당 7120억원)으로 남아있던 증여세를 모두 갚았던 것. 현재 4.49%(179만주)의 지분만을 갖고 있는 이유다.

350억 주식증여…남은 건 수십억 증여세
세 자녀 주식매각·대출 등 각각 납세전략

토지·건물 등 유 사장의 부동산 자산이야 알 길 없지만 배당소득이나 연봉 등 금융자산만으로는 매년 납부해야하는 증여세에 못 미쳤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차에 연부연납 가산금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차남 유민수 스위치코퍼레이션 대표가 유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지분은 1.93%(77만주·75억3800만원)였다. 유 대표가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40억원 안팎이었다. 연부연납을 위해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0.70%(28만주·42억원)다. 형과 달랐던 점은 주식담보대출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통상 금융권 주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은 40~65%다. 주로 이를 통해 매년 증여세 납부에 나섰을 개연성이 높다. 연부연납 공탁주식 외에 2015년 7월부터 시작해 많게는 지분 1.68%(67만1000주)를 담보로 잡혀있던 게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이런 전략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유 대표의 지분은 현재 3.53%(141만주)로 축소된 상태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지분 1.32%(52만7600주)를 장내외서 처분, 14억6800만원을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내년 7월 증여세 완납을 앞두고 4년차 납부 용도로 풀이된다. 일부는 금융권 차입금을 갚는 데 쓰기도 했다. 차입금 담보 주식이 1.14%(45만7000주)로 줄어든 배경이다.


주식 팔고 
대출까지

창업주의 장녀 유승희 코리아나 미술관 관장은 4년여 전, 창업주로부터 유 사장과 같은 2.50%(100만주·97억9000만원)를 물려받아 5.15%(206만주)까지 늘었지만 증여세 납부를 위해 일부를 처분했다. 

큰오빠의 지분 매각이 있을 무렵인 2017년 5월 0.7%(28만주·19억120만원), 작은오빠의 주식 처분이 진행되던 이달 초 0.5%(20만주·6억6440만원)다. 다만 오빠들에 비해 매각물량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유 관장은 50억원 안팎의 증여세를 주로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매년 물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유 관장은 현재 용산세무서에 지분 1.03%(41만주)가 연부연납용도로 질권이 설정돼있다. 이외에 2018년 6월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늘려온 까닭에 현재 1.53%(61만1400주)가 차입금 담보로 잡혀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 매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4년여간 지분을 매도해 증여세 등을 납부해왔다. 유 사장도 지난 2017년 자신이 보유한 일부 지분(75만주·1.86%)을 매도해 증여세(약 40억원)를 완납한 바 있다. 

그 결과 2015년 유 회장의 지분 증여 당시 오너 일가의 지분율(23.11%)은 20%를 넘겼지만, 현재는 19.1%까지 떨어졌다. 유 회장은 9%의 지분을 자식들에게 증여했지만 이 가운데 44%에 해당하는 주식이 매도됐다. 
 

▲ 유승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의 장녀 유승희 코리아나 미술관 원장

3남매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주식의 절반가량이 사라진 것은 회사 실적 부진도 영향을 끼쳤다. 회사가 양호한 실적을 내면 배당을 통해 증여세를 충당할 수 있는데 실적이 받쳐주질 못했다. 지난해 코리아나 영업이익(연결기준)은 20억원으로 2016년(40억원) 대비 50% 줄었다. 심지어 지난해엔 배당금 지급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리아나는 유 회장이 자식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2015년부터 9년 만에 배당을 다시 했다”며 “중국 사드 사태가 터져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대기업 헬스앤뷰티(H&B) 스토어와의 경쟁서 밀려 실적이 급격히 악화해 배당금 규모를 늘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근소한 차이
언제든 교체?

코리아나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실시한 배당금 총액은 46억원에 불과하다. 

얼마 전 엎치락뒤치락하던 최대주주 자리에 유학수 사장이 등극했다. 2017년 5월 유 사장이 증여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처분했을 때 유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2년 만에 다시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은 것. 

업계에선 유 사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최대 주주 등극도 유 대표 자신의 지분 매입에 따른 것이 아니라 기존 최대 주주의 지분 매각에 대한 반사효과이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기존 최대 주주였던 동생 유 대표와 유 관장과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다. 최근 한일 갈등을 비롯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큰 타격을 받아 주가가 하락한 틈을 타 유 사장이 저가 매수에 나설 수 있는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 대표가 매도한 주식(44만7262주) 가운데 30만 주(0.75%)는 유 사장이 대표로 있는 코리아나 관계사인 코리아나바이오가 장외 매수했다. 코리아나바이오가 유민수 씨로부터 매입한 주식을 현금으로 환산하면 8억원에 달한다. 매입 가격은 주당 2600원이었다.

현재 유 사장의 지분율은 4.49%(179만4000주)다. 여동생인 유 관장이 4.45%(178만 주)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번 지분 처분을 통해 유 대표의 지분율은 4.1%(164만1195주)까지 내렸다. 3남매간 지분율은 0.5%포인트 차이에 불과해 언제든지 최대 주주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유 사장 입장에선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지분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유학수 사장 최대주주 재탈환
두 동생과 근소한 차이 접전

특히 현재 유 사장과 유 관장과의 지분율 차이는 0.04%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다. 유 관장의 옆에는 과거 코리아나 대표를 지낸 남편 김태준씨도 있다. CJ 출신인 김씨는 2009년 코리아나 대표직서 물러난 후 CJ제일제당에 부사장으로 들어가 식품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했고 비비고 등 다수 인기 브랜드를 개발해 이름을 떨쳤다. 


유 회장이 자식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2015년 당시 주가는 1만8000원대였지만 업황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지속 하락해 최근에는 3000원 아래까지 빠졌다. 업계 일각에선 유 사장이 지분 확대에 나설 좋은 매수 기회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작년부터 중국 쪽 ODM(주문자상표부착) 사업이 호조세를 띠면서 코리아나 실적도 반등의 조짐을 보여 주식을 매수할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 유승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장남 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사장

코리아나는 자회사인 천진유한공사를 통해 중국서 ODM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148억원, 영업이익은 약 18억원을 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185%, 이익은 1690% 늘었다. 중국 쪽에서 ODM 훈풍이 불면서 코리아나 1분기 실적(연결기준)도 반등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8억1934만원으로 전년 동기(5억3472만원) 대비 53.2% 늘었다. 

특히 유 사장이 대표직을 겸직하고 있는 코리아나바이오는 ODM 전문 업체로 중국 ODM 사업 확대를 위해 중국 상하이 인근 난퉁 경제기술 개발구역에 200억원을 들여 ODM 공장 착공을 추진 중이다. 2021년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코리아나 실적을 견인하는 주요 매출처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경영권 위협?
이해관계 변수

코리아나 2세들이 증여세 등으로 일부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오너가 지배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태다. 증여 당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3.26%에 이르렀지만 현재 19.48%로 줄어든 상태다. 다만 자사주 지분이 22.5%로 높아 이것까지 합칠 경우 지분율은 41.98%에 이른다. 또 59.33% 지분이 소액주주에게 분산돼있어 경영권 위협은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남매들 간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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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