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초강수 둔’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20 08:49:50
  • 호수 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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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장관 넘어 총리급 파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당 일각과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무릎 쓰고 초강수를 둔 것이다. 현 정부 최고의 ‘실세 장관’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오는 10월부터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과천·광명·분당·하남, 대구 수성구 등 전국의 모든 투기과열지구(31곳)서 분양되는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당정 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개선 추진안’을 발표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땅값과 건축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책정한다. 국토부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의 70∼80%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총리는
말렸지만…

현재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선 필수요건으로 3개월간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해당 지역이 포함된 시도 물가상승률의 2배를 무조건 넘어야 한다. 여기에 ▲최근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 ▲3개월 주택 매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1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 주택 청약경쟁률이 10대1 초과 등 3개 기준 중 1개를 추가로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서 필수요건 기준을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바꾼다. 또 해당 지역서 분양이 없으면 상위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격 평균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실효성을 높였다. 요건이 충족되는 지역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도 앞당겼다. 기존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입주자모집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모든 단지가 적용된다. 

정부가 주택공급 위축과 민간 재산권 침해, 로또 분양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여당 일각의 우려와 기재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상한제를 밀어부친 것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기재부와 여당 내부에선 최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분양가상한제 발표를 미뤄줄 것을 피력했지만 김 장관이 청와대를 직접 설득하면서 도입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에 도입된 분양가상한제는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투기과열지구 전체에 적용되는 등 규제 수위가 높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투기과열지구에 지역구가 걸쳐있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지난 12일, 상한제 당정협의서도 여당 의원 일부서 불만 목소리가 나왔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협의는 1시간17분 만인 오전 9시17분쯤 끝났고 국토부는 13분 후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은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행령 개정안 도입에 대한 정부안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지만 다른 참석 위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곳곳 반대 목소리에도 분양가상한제 강행 
여당·기재부 부정적…청 설득해 밀어붙여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급하게 아침에 당정협의 직후 바로 국토부 발표에 대해 “이게 무슨(여당 의원들이) 들러리냐”며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 국토위원들에게 사전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를 두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이끄는 기재부의 반대를 무력화시키면서 현 정부 최고의 ‘실세 장관’을 넘어 ‘총리급 파워’를 과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기재부는 올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전년비)에 불과하고 일본과의 경제 전쟁 등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이유로 분양가상한제 발표를 연기나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서울 집값 안정이 필수라는 논리로 청와대를 설득해 지지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그 자체로 국토부보다 상위 부처로 정책 조정권과 예산편성권을 무기로 자타공인 경제 컨트롤타워다. 김 장관의 돌파력에 그 철옹성도 무너진 것이다. 

김 장관의 파워를 보여준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지난 6월 버스 파업을 막는 과정서 그는 홍 부총리를 배제한 채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와 3자 합의를 통해 ‘버스 준공영제’를 확대한 바 있다. 
 

관가에선 그가 강한 추진력과 존재감 등 개혁 드라이브로 내년 총선 출마보다 이낙연 총리의 후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정책 추진 능력 등 청와대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데다 여성 총리라면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손해 볼 게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김 장관이 지속적으로 일산 지역구 출마를 예고한 만큼 강남 집값 잡기에 성공한 치적과 함께 고양시정으로 나아가 4선에 도전할 여지도 있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추진도 지역구인 일산서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장관은 제17·19·20대 국회의원이자 제4대 국토교통부장관으로 1962년 전북 정읍서 아버지 김병태씨와 어머니 신정순씨 슬하 8남매(1남 7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조부는 제헌 국회의원인 김종문이다. 전주여자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형광등 제조공장에 취업하다 노동운동으로 투신했으나 이를 알게 된 가족들의 만류로 6개월 만에 그만둔 것으로 전해진다. 

양극화 심화
강력한 규제

1987년 평화민주당 당원으로 입당해 정치에 첫 발을 내디뎠던 그는 당직자로 근무 중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본격적인 정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김 장관은 부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적 역량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한나라당이 김 장관에 대응하는 맞수를 발굴할 필요성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부대변인 활동은 2002년 대선 종료 때까지 계속됐다.

2002년 16대 대선 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서 부대변인으로 맹활약했다. 노 전 대통령이 TV토론 종료 후 “김 부대변인이 웃는 것을 보니 제가 잘 했나 봅니다”라고 할 정도로 상당히 신뢰했다. 이 때문에 초대 청와대 대변인으로도 거론됐지만, 결국 국내언론1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후 2003년 8월 정무2비서관으로 보직이 바뀌는 등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2004년 초까지 청와대서 활동했다. 

2004년 17대 총선를 앞두고 전북 지역 출마를 고려했으나 비례대표로 선회, 열린우리당 후보자 명단 11번에 배치돼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선거 기간 동안에는 정동영 측에서 선대위 총선기획단 부단장 겸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당시 현역이었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김영선 후보에게 패배했다. 4년간 절치부심 후 2012년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정) 선거구에 출마해 새누리당 김영선 의원과의 리턴 매치서 결국 당선에 성공했다.

재선 이후 문재인 대표 체제서 초대 당 대표 비서실장과 원내정책수석 등 당내 중책을 맡으며 중앙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일산서구서 일산2동이 떨어져나간 고양시 정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또 다시 새누리당 김영선 후보를 따돌리고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당시 3선이 확정된 이틀 후인 4월15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선임됐다. 


20대 국회 출범하면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1기 위원장으로 선출됐는데 여성 의원이 해당 상임위의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다.

불똥 튈라
시장 반응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 문재인정부의 초기 국토교통부장관에 올랐다. 그동안 예결특위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왔으며, 문정부서 적폐 청산 요소로 지명된 4대강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했다. 내각 여성 30% 이상 기용 공약에 부합하는 인사기에 여러 가지 정무적 고민이 있었던 장관 지명이었다.

다만 국토 교통 및 건설과는 전문성이나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터라 이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과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퇴로 인해 청와대와 야당의 공방으로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돼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계속해서 연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국토위서 국민의당의 협조로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통과됐다. 

청문보고서엔 다양한 상임위원회 활동으로 장관으로서 역할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이 적시됐다. 청문보고서는 “김 후보자는 최초의 여성 국토부장관 후보자로서 그동안 정무위, 기획재정위, 서민주거복지특별위 및 예결위 등에서 부동산 관련 조세, 금융 및 SOC 예산 관련 의정활동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타 부처와 균형 있는 상호 이해 및 정책공조에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첨부됐다.


이로써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국토교통부장관으로 임명됐다. 

2017년에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다주택자를 겨냥했다.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집값 급등세를 잡기 위해 다주택자들을 규제하는 정책을 펼쳤다. 8·2 부동산 대책서 김 장관은 다주택자를 상대로 2018년 4월까지 집을 팔지 않으면 시세차익의 상당 부분을 양도세로 거둬들이겠다고 했다. 동시에 은행 대출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의 돈줄을 죄었다. 김 장관이 “앞으로는 대출 끼고 집 사는 게 제한돼 지금처럼 자유롭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요동치는 집값 잡을 수 있을까 
차기 강력한 여성 총리로 거론 

김 장관이 국회에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집값 상승률(0.47%)은 지난 5년간 평균(0.61%)보다 낮아졌고, 전세값 변동률(-0.99%)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강남 집값은 올라가고 지방 집값은 내려가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2월 남양주시 왕숙신도시, 하남시 교산신도시, 인천 계양구 계양신도시 3곳이 3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의 조속한 추진, 신안산선 착공, 신분당선 연장 등의 수도권 광역교통망 대책이 발표된 바 있다. 이어 2019년 5월 부천시 대장신도시, 고양시 창릉신도시 2곳이 추가로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

그러나 2019년 5월 3기 신도시 추가 발표 이후, 자신의 지역구(고양시 정)인 일산 신도시와 운정 신도시, 검단 신도시 주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이외 여의도·용산 개발, 그린벨트 해제 등과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정책 엇박자 논란이 있었다. 2018년 7월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으로 인해 서울 집값이 급상승하자 김 장관이 제동을 걸었다. 이후 서울시 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국토교통부(찬성)와 박 시장(반대)이 팽팽히 대립한 바 있다.

현재 김 장관은 경의선 및 동해선 등 남북한의 도로 및 철도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 장관과 유독 길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장관은 총선 출마를 둘러싸고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10일 국회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서 내년 총선 출마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비례대표 의원인 김 의원은 내년 총선서 김 장관 지역구인 경기 고양정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총선 출마?
차기 총리?

김 의원은 김 장관에게 “내년 총선에 나가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나간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지역주민 좀 만나라”고 하자, 김 장관은 “만난다. 김 의원이 (제 지역구에) 자주 다니시는 걸로 안다”고 맞받았다. 지난 9일 현 정부 들어 최대폭의 개각을 단행한 가운데 김 장관은 이번 개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권 내에선 김 장관이 내각에 남아 문정부의 첫 여성 총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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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