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초강수 둔’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20 08:49:50
  • 호수 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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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장관 넘어 총리급 파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당 일각과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무릎 쓰고 초강수를 둔 것이다. 현 정부 최고의 ‘실세 장관’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오는 10월부터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과천·광명·분당·하남, 대구 수성구 등 전국의 모든 투기과열지구(31곳)서 분양되는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당정 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개선 추진안’을 발표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땅값과 건축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책정한다. 국토부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의 70∼80%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총리는
말렸지만…

현재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선 필수요건으로 3개월간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해당 지역이 포함된 시도 물가상승률의 2배를 무조건 넘어야 한다. 여기에 ▲최근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 ▲3개월 주택 매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1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 주택 청약경쟁률이 10대1 초과 등 3개 기준 중 1개를 추가로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서 필수요건 기준을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바꾼다. 또 해당 지역서 분양이 없으면 상위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격 평균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실효성을 높였다. 요건이 충족되는 지역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도 앞당겼다. 기존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입주자모집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모든 단지가 적용된다. 

정부가 주택공급 위축과 민간 재산권 침해, 로또 분양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여당 일각의 우려와 기재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상한제를 밀어부친 것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기재부와 여당 내부에선 최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분양가상한제 발표를 미뤄줄 것을 피력했지만 김 장관이 청와대를 직접 설득하면서 도입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에 도입된 분양가상한제는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투기과열지구 전체에 적용되는 등 규제 수위가 높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투기과열지구에 지역구가 걸쳐있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지난 12일, 상한제 당정협의서도 여당 의원 일부서 불만 목소리가 나왔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협의는 1시간17분 만인 오전 9시17분쯤 끝났고 국토부는 13분 후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은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행령 개정안 도입에 대한 정부안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지만 다른 참석 위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곳곳 반대 목소리에도 분양가상한제 강행 
여당·기재부 부정적…청 설득해 밀어붙여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급하게 아침에 당정협의 직후 바로 국토부 발표에 대해 “이게 무슨(여당 의원들이) 들러리냐”며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 국토위원들에게 사전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를 두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이끄는 기재부의 반대를 무력화시키면서 현 정부 최고의 ‘실세 장관’을 넘어 ‘총리급 파워’를 과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기재부는 올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전년비)에 불과하고 일본과의 경제 전쟁 등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이유로 분양가상한제 발표를 연기나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서울 집값 안정이 필수라는 논리로 청와대를 설득해 지지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그 자체로 국토부보다 상위 부처로 정책 조정권과 예산편성권을 무기로 자타공인 경제 컨트롤타워다. 김 장관의 돌파력에 그 철옹성도 무너진 것이다. 

김 장관의 파워를 보여준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지난 6월 버스 파업을 막는 과정서 그는 홍 부총리를 배제한 채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와 3자 합의를 통해 ‘버스 준공영제’를 확대한 바 있다. 
 

관가에선 그가 강한 추진력과 존재감 등 개혁 드라이브로 내년 총선 출마보다 이낙연 총리의 후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정책 추진 능력 등 청와대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데다 여성 총리라면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손해 볼 게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김 장관이 지속적으로 일산 지역구 출마를 예고한 만큼 강남 집값 잡기에 성공한 치적과 함께 고양시정으로 나아가 4선에 도전할 여지도 있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추진도 지역구인 일산서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장관은 제17·19·20대 국회의원이자 제4대 국토교통부장관으로 1962년 전북 정읍서 아버지 김병태씨와 어머니 신정순씨 슬하 8남매(1남 7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조부는 제헌 국회의원인 김종문이다. 전주여자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형광등 제조공장에 취업하다 노동운동으로 투신했으나 이를 알게 된 가족들의 만류로 6개월 만에 그만둔 것으로 전해진다. 

양극화 심화
강력한 규제

1987년 평화민주당 당원으로 입당해 정치에 첫 발을 내디뎠던 그는 당직자로 근무 중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본격적인 정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김 장관은 부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적 역량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한나라당이 김 장관에 대응하는 맞수를 발굴할 필요성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부대변인 활동은 2002년 대선 종료 때까지 계속됐다.

2002년 16대 대선 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서 부대변인으로 맹활약했다. 노 전 대통령이 TV토론 종료 후 “김 부대변인이 웃는 것을 보니 제가 잘 했나 봅니다”라고 할 정도로 상당히 신뢰했다. 이 때문에 초대 청와대 대변인으로도 거론됐지만, 결국 국내언론1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후 2003년 8월 정무2비서관으로 보직이 바뀌는 등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2004년 초까지 청와대서 활동했다. 

2004년 17대 총선를 앞두고 전북 지역 출마를 고려했으나 비례대표로 선회, 열린우리당 후보자 명단 11번에 배치돼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선거 기간 동안에는 정동영 측에서 선대위 총선기획단 부단장 겸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당시 현역이었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김영선 후보에게 패배했다. 4년간 절치부심 후 2012년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정) 선거구에 출마해 새누리당 김영선 의원과의 리턴 매치서 결국 당선에 성공했다.

재선 이후 문재인 대표 체제서 초대 당 대표 비서실장과 원내정책수석 등 당내 중책을 맡으며 중앙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일산서구서 일산2동이 떨어져나간 고양시 정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또 다시 새누리당 김영선 후보를 따돌리고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당시 3선이 확정된 이틀 후인 4월15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선임됐다. 


20대 국회 출범하면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1기 위원장으로 선출됐는데 여성 의원이 해당 상임위의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다.

불똥 튈라
시장 반응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 문재인정부의 초기 국토교통부장관에 올랐다. 그동안 예결특위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왔으며, 문정부서 적폐 청산 요소로 지명된 4대강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했다. 내각 여성 30% 이상 기용 공약에 부합하는 인사기에 여러 가지 정무적 고민이 있었던 장관 지명이었다.

다만 국토 교통 및 건설과는 전문성이나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터라 이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과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퇴로 인해 청와대와 야당의 공방으로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돼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계속해서 연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국토위서 국민의당의 협조로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통과됐다. 

청문보고서엔 다양한 상임위원회 활동으로 장관으로서 역할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이 적시됐다. 청문보고서는 “김 후보자는 최초의 여성 국토부장관 후보자로서 그동안 정무위, 기획재정위, 서민주거복지특별위 및 예결위 등에서 부동산 관련 조세, 금융 및 SOC 예산 관련 의정활동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타 부처와 균형 있는 상호 이해 및 정책공조에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첨부됐다.


이로써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국토교통부장관으로 임명됐다. 

2017년에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다주택자를 겨냥했다.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집값 급등세를 잡기 위해 다주택자들을 규제하는 정책을 펼쳤다. 8·2 부동산 대책서 김 장관은 다주택자를 상대로 2018년 4월까지 집을 팔지 않으면 시세차익의 상당 부분을 양도세로 거둬들이겠다고 했다. 동시에 은행 대출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의 돈줄을 죄었다. 김 장관이 “앞으로는 대출 끼고 집 사는 게 제한돼 지금처럼 자유롭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요동치는 집값 잡을 수 있을까 
차기 강력한 여성 총리로 거론 

김 장관이 국회에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집값 상승률(0.47%)은 지난 5년간 평균(0.61%)보다 낮아졌고, 전세값 변동률(-0.99%)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강남 집값은 올라가고 지방 집값은 내려가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2월 남양주시 왕숙신도시, 하남시 교산신도시, 인천 계양구 계양신도시 3곳이 3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의 조속한 추진, 신안산선 착공, 신분당선 연장 등의 수도권 광역교통망 대책이 발표된 바 있다. 이어 2019년 5월 부천시 대장신도시, 고양시 창릉신도시 2곳이 추가로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

그러나 2019년 5월 3기 신도시 추가 발표 이후, 자신의 지역구(고양시 정)인 일산 신도시와 운정 신도시, 검단 신도시 주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이외 여의도·용산 개발, 그린벨트 해제 등과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정책 엇박자 논란이 있었다. 2018년 7월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으로 인해 서울 집값이 급상승하자 김 장관이 제동을 걸었다. 이후 서울시 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국토교통부(찬성)와 박 시장(반대)이 팽팽히 대립한 바 있다.

현재 김 장관은 경의선 및 동해선 등 남북한의 도로 및 철도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 장관과 유독 길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장관은 총선 출마를 둘러싸고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10일 국회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서 내년 총선 출마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비례대표 의원인 김 의원은 내년 총선서 김 장관 지역구인 경기 고양정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총선 출마?
차기 총리?

김 의원은 김 장관에게 “내년 총선에 나가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나간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지역주민 좀 만나라”고 하자, 김 장관은 “만난다. 김 의원이 (제 지역구에) 자주 다니시는 걸로 안다”고 맞받았다. 지난 9일 현 정부 들어 최대폭의 개각을 단행한 가운데 김 장관은 이번 개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권 내에선 김 장관이 내각에 남아 문정부의 첫 여성 총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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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