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초강수 둔’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20 08:49:50
  • 호수 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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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장관 넘어 총리급 파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당 일각과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무릎 쓰고 초강수를 둔 것이다. 현 정부 최고의 ‘실세 장관’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오는 10월부터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과천·광명·분당·하남, 대구 수성구 등 전국의 모든 투기과열지구(31곳)서 분양되는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당정 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개선 추진안’을 발표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땅값과 건축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책정한다. 국토부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의 70∼80%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총리는
말렸지만…

현재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선 필수요건으로 3개월간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해당 지역이 포함된 시도 물가상승률의 2배를 무조건 넘어야 한다. 여기에 ▲최근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 ▲3개월 주택 매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1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 주택 청약경쟁률이 10대1 초과 등 3개 기준 중 1개를 추가로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서 필수요건 기준을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바꾼다. 또 해당 지역서 분양이 없으면 상위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격 평균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실효성을 높였다. 요건이 충족되는 지역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도 앞당겼다. 기존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입주자모집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모든 단지가 적용된다. 

정부가 주택공급 위축과 민간 재산권 침해, 로또 분양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여당 일각의 우려와 기재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상한제를 밀어부친 것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기재부와 여당 내부에선 최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분양가상한제 발표를 미뤄줄 것을 피력했지만 김 장관이 청와대를 직접 설득하면서 도입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에 도입된 분양가상한제는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투기과열지구 전체에 적용되는 등 규제 수위가 높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투기과열지구에 지역구가 걸쳐있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지난 12일, 상한제 당정협의서도 여당 의원 일부서 불만 목소리가 나왔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협의는 1시간17분 만인 오전 9시17분쯤 끝났고 국토부는 13분 후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은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행령 개정안 도입에 대한 정부안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지만 다른 참석 위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곳곳 반대 목소리에도 분양가상한제 강행 
여당·기재부 부정적…청 설득해 밀어붙여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급하게 아침에 당정협의 직후 바로 국토부 발표에 대해 “이게 무슨(여당 의원들이) 들러리냐”며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 국토위원들에게 사전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를 두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이끄는 기재부의 반대를 무력화시키면서 현 정부 최고의 ‘실세 장관’을 넘어 ‘총리급 파워’를 과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기재부는 올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전년비)에 불과하고 일본과의 경제 전쟁 등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이유로 분양가상한제 발표를 연기나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서울 집값 안정이 필수라는 논리로 청와대를 설득해 지지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그 자체로 국토부보다 상위 부처로 정책 조정권과 예산편성권을 무기로 자타공인 경제 컨트롤타워다. 김 장관의 돌파력에 그 철옹성도 무너진 것이다. 

김 장관의 파워를 보여준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지난 6월 버스 파업을 막는 과정서 그는 홍 부총리를 배제한 채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와 3자 합의를 통해 ‘버스 준공영제’를 확대한 바 있다. 
 

관가에선 그가 강한 추진력과 존재감 등 개혁 드라이브로 내년 총선 출마보다 이낙연 총리의 후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정책 추진 능력 등 청와대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데다 여성 총리라면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손해 볼 게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김 장관이 지속적으로 일산 지역구 출마를 예고한 만큼 강남 집값 잡기에 성공한 치적과 함께 고양시정으로 나아가 4선에 도전할 여지도 있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추진도 지역구인 일산서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장관은 제17·19·20대 국회의원이자 제4대 국토교통부장관으로 1962년 전북 정읍서 아버지 김병태씨와 어머니 신정순씨 슬하 8남매(1남 7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조부는 제헌 국회의원인 김종문이다. 전주여자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형광등 제조공장에 취업하다 노동운동으로 투신했으나 이를 알게 된 가족들의 만류로 6개월 만에 그만둔 것으로 전해진다. 

양극화 심화
강력한 규제

1987년 평화민주당 당원으로 입당해 정치에 첫 발을 내디뎠던 그는 당직자로 근무 중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본격적인 정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김 장관은 부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적 역량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한나라당이 김 장관에 대응하는 맞수를 발굴할 필요성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부대변인 활동은 2002년 대선 종료 때까지 계속됐다.

2002년 16대 대선 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서 부대변인으로 맹활약했다. 노 전 대통령이 TV토론 종료 후 “김 부대변인이 웃는 것을 보니 제가 잘 했나 봅니다”라고 할 정도로 상당히 신뢰했다. 이 때문에 초대 청와대 대변인으로도 거론됐지만, 결국 국내언론1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후 2003년 8월 정무2비서관으로 보직이 바뀌는 등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2004년 초까지 청와대서 활동했다. 

2004년 17대 총선를 앞두고 전북 지역 출마를 고려했으나 비례대표로 선회, 열린우리당 후보자 명단 11번에 배치돼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선거 기간 동안에는 정동영 측에서 선대위 총선기획단 부단장 겸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당시 현역이었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김영선 후보에게 패배했다. 4년간 절치부심 후 2012년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정) 선거구에 출마해 새누리당 김영선 의원과의 리턴 매치서 결국 당선에 성공했다.

재선 이후 문재인 대표 체제서 초대 당 대표 비서실장과 원내정책수석 등 당내 중책을 맡으며 중앙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일산서구서 일산2동이 떨어져나간 고양시 정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또 다시 새누리당 김영선 후보를 따돌리고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당시 3선이 확정된 이틀 후인 4월15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선임됐다. 

20대 국회 출범하면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1기 위원장으로 선출됐는데 여성 의원이 해당 상임위의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다.

불똥 튈라
시장 반응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 문재인정부의 초기 국토교통부장관에 올랐다. 그동안 예결특위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왔으며, 문정부서 적폐 청산 요소로 지명된 4대강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했다. 내각 여성 30% 이상 기용 공약에 부합하는 인사기에 여러 가지 정무적 고민이 있었던 장관 지명이었다.

다만 국토 교통 및 건설과는 전문성이나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터라 이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과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퇴로 인해 청와대와 야당의 공방으로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돼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계속해서 연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국토위서 국민의당의 협조로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통과됐다. 

청문보고서엔 다양한 상임위원회 활동으로 장관으로서 역할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이 적시됐다. 청문보고서는 “김 후보자는 최초의 여성 국토부장관 후보자로서 그동안 정무위, 기획재정위, 서민주거복지특별위 및 예결위 등에서 부동산 관련 조세, 금융 및 SOC 예산 관련 의정활동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타 부처와 균형 있는 상호 이해 및 정책공조에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첨부됐다.

이로써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국토교통부장관으로 임명됐다. 

2017년에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다주택자를 겨냥했다.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집값 급등세를 잡기 위해 다주택자들을 규제하는 정책을 펼쳤다. 8·2 부동산 대책서 김 장관은 다주택자를 상대로 2018년 4월까지 집을 팔지 않으면 시세차익의 상당 부분을 양도세로 거둬들이겠다고 했다. 동시에 은행 대출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의 돈줄을 죄었다. 김 장관이 “앞으로는 대출 끼고 집 사는 게 제한돼 지금처럼 자유롭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요동치는 집값 잡을 수 있을까 
차기 강력한 여성 총리로 거론 

김 장관이 국회에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집값 상승률(0.47%)은 지난 5년간 평균(0.61%)보다 낮아졌고, 전세값 변동률(-0.99%)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강남 집값은 올라가고 지방 집값은 내려가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2월 남양주시 왕숙신도시, 하남시 교산신도시, 인천 계양구 계양신도시 3곳이 3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의 조속한 추진, 신안산선 착공, 신분당선 연장 등의 수도권 광역교통망 대책이 발표된 바 있다. 이어 2019년 5월 부천시 대장신도시, 고양시 창릉신도시 2곳이 추가로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

그러나 2019년 5월 3기 신도시 추가 발표 이후, 자신의 지역구(고양시 정)인 일산 신도시와 운정 신도시, 검단 신도시 주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이외 여의도·용산 개발, 그린벨트 해제 등과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정책 엇박자 논란이 있었다. 2018년 7월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으로 인해 서울 집값이 급상승하자 김 장관이 제동을 걸었다. 이후 서울시 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국토교통부(찬성)와 박 시장(반대)이 팽팽히 대립한 바 있다.

현재 김 장관은 경의선 및 동해선 등 남북한의 도로 및 철도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 장관과 유독 길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장관은 총선 출마를 둘러싸고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10일 국회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서 내년 총선 출마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비례대표 의원인 김 의원은 내년 총선서 김 장관 지역구인 경기 고양정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총선 출마?
차기 총리?

김 의원은 김 장관에게 “내년 총선에 나가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나간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지역주민 좀 만나라”고 하자, 김 장관은 “만난다. 김 의원이 (제 지역구에) 자주 다니시는 걸로 안다”고 맞받았다. 지난 9일 현 정부 들어 최대폭의 개각을 단행한 가운데 김 장관은 이번 개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권 내에선 김 장관이 내각에 남아 문정부의 첫 여성 총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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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