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초강수 둔’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20 08:49:50
  • 호수 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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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장관 넘어 총리급 파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당 일각과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무릎 쓰고 초강수를 둔 것이다. 현 정부 최고의 ‘실세 장관’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오는 10월부터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과천·광명·분당·하남, 대구 수성구 등 전국의 모든 투기과열지구(31곳)서 분양되는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당정 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개선 추진안’을 발표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땅값과 건축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책정한다. 국토부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의 70∼80%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총리는
말렸지만…

현재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선 필수요건으로 3개월간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해당 지역이 포함된 시도 물가상승률의 2배를 무조건 넘어야 한다. 여기에 ▲최근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 ▲3개월 주택 매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1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 주택 청약경쟁률이 10대1 초과 등 3개 기준 중 1개를 추가로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서 필수요건 기준을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바꾼다. 또 해당 지역서 분양이 없으면 상위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격 평균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실효성을 높였다. 요건이 충족되는 지역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도 앞당겼다. 기존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입주자모집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모든 단지가 적용된다. 

정부가 주택공급 위축과 민간 재산권 침해, 로또 분양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여당 일각의 우려와 기재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상한제를 밀어부친 것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기재부와 여당 내부에선 최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분양가상한제 발표를 미뤄줄 것을 피력했지만 김 장관이 청와대를 직접 설득하면서 도입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에 도입된 분양가상한제는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투기과열지구 전체에 적용되는 등 규제 수위가 높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투기과열지구에 지역구가 걸쳐있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지난 12일, 상한제 당정협의서도 여당 의원 일부서 불만 목소리가 나왔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협의는 1시간17분 만인 오전 9시17분쯤 끝났고 국토부는 13분 후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은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행령 개정안 도입에 대한 정부안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지만 다른 참석 위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곳곳 반대 목소리에도 분양가상한제 강행 
여당·기재부 부정적…청 설득해 밀어붙여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급하게 아침에 당정협의 직후 바로 국토부 발표에 대해 “이게 무슨(여당 의원들이) 들러리냐”며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 국토위원들에게 사전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를 두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이끄는 기재부의 반대를 무력화시키면서 현 정부 최고의 ‘실세 장관’을 넘어 ‘총리급 파워’를 과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기재부는 올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전년비)에 불과하고 일본과의 경제 전쟁 등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이유로 분양가상한제 발표를 연기나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서울 집값 안정이 필수라는 논리로 청와대를 설득해 지지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그 자체로 국토부보다 상위 부처로 정책 조정권과 예산편성권을 무기로 자타공인 경제 컨트롤타워다. 김 장관의 돌파력에 그 철옹성도 무너진 것이다. 

김 장관의 파워를 보여준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지난 6월 버스 파업을 막는 과정서 그는 홍 부총리를 배제한 채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와 3자 합의를 통해 ‘버스 준공영제’를 확대한 바 있다. 
 

관가에선 그가 강한 추진력과 존재감 등 개혁 드라이브로 내년 총선 출마보다 이낙연 총리의 후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정책 추진 능력 등 청와대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데다 여성 총리라면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손해 볼 게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김 장관이 지속적으로 일산 지역구 출마를 예고한 만큼 강남 집값 잡기에 성공한 치적과 함께 고양시정으로 나아가 4선에 도전할 여지도 있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추진도 지역구인 일산서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장관은 제17·19·20대 국회의원이자 제4대 국토교통부장관으로 1962년 전북 정읍서 아버지 김병태씨와 어머니 신정순씨 슬하 8남매(1남 7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조부는 제헌 국회의원인 김종문이다. 전주여자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형광등 제조공장에 취업하다 노동운동으로 투신했으나 이를 알게 된 가족들의 만류로 6개월 만에 그만둔 것으로 전해진다. 

양극화 심화
강력한 규제

1987년 평화민주당 당원으로 입당해 정치에 첫 발을 내디뎠던 그는 당직자로 근무 중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본격적인 정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김 장관은 부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적 역량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한나라당이 김 장관에 대응하는 맞수를 발굴할 필요성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부대변인 활동은 2002년 대선 종료 때까지 계속됐다.

2002년 16대 대선 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서 부대변인으로 맹활약했다. 노 전 대통령이 TV토론 종료 후 “김 부대변인이 웃는 것을 보니 제가 잘 했나 봅니다”라고 할 정도로 상당히 신뢰했다. 이 때문에 초대 청와대 대변인으로도 거론됐지만, 결국 국내언론1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후 2003년 8월 정무2비서관으로 보직이 바뀌는 등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2004년 초까지 청와대서 활동했다. 

2004년 17대 총선를 앞두고 전북 지역 출마를 고려했으나 비례대표로 선회, 열린우리당 후보자 명단 11번에 배치돼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선거 기간 동안에는 정동영 측에서 선대위 총선기획단 부단장 겸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당시 현역이었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김영선 후보에게 패배했다. 4년간 절치부심 후 2012년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정) 선거구에 출마해 새누리당 김영선 의원과의 리턴 매치서 결국 당선에 성공했다.

재선 이후 문재인 대표 체제서 초대 당 대표 비서실장과 원내정책수석 등 당내 중책을 맡으며 중앙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일산서구서 일산2동이 떨어져나간 고양시 정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또 다시 새누리당 김영선 후보를 따돌리고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당시 3선이 확정된 이틀 후인 4월15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선임됐다. 


20대 국회 출범하면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1기 위원장으로 선출됐는데 여성 의원이 해당 상임위의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다.

불똥 튈라
시장 반응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 문재인정부의 초기 국토교통부장관에 올랐다. 그동안 예결특위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왔으며, 문정부서 적폐 청산 요소로 지명된 4대강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했다. 내각 여성 30% 이상 기용 공약에 부합하는 인사기에 여러 가지 정무적 고민이 있었던 장관 지명이었다.

다만 국토 교통 및 건설과는 전문성이나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터라 이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과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퇴로 인해 청와대와 야당의 공방으로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돼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계속해서 연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국토위서 국민의당의 협조로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통과됐다. 

청문보고서엔 다양한 상임위원회 활동으로 장관으로서 역할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이 적시됐다. 청문보고서는 “김 후보자는 최초의 여성 국토부장관 후보자로서 그동안 정무위, 기획재정위, 서민주거복지특별위 및 예결위 등에서 부동산 관련 조세, 금융 및 SOC 예산 관련 의정활동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타 부처와 균형 있는 상호 이해 및 정책공조에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첨부됐다.


이로써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국토교통부장관으로 임명됐다. 

2017년에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다주택자를 겨냥했다.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집값 급등세를 잡기 위해 다주택자들을 규제하는 정책을 펼쳤다. 8·2 부동산 대책서 김 장관은 다주택자를 상대로 2018년 4월까지 집을 팔지 않으면 시세차익의 상당 부분을 양도세로 거둬들이겠다고 했다. 동시에 은행 대출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의 돈줄을 죄었다. 김 장관이 “앞으로는 대출 끼고 집 사는 게 제한돼 지금처럼 자유롭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요동치는 집값 잡을 수 있을까 
차기 강력한 여성 총리로 거론 

김 장관이 국회에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집값 상승률(0.47%)은 지난 5년간 평균(0.61%)보다 낮아졌고, 전세값 변동률(-0.99%)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강남 집값은 올라가고 지방 집값은 내려가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2월 남양주시 왕숙신도시, 하남시 교산신도시, 인천 계양구 계양신도시 3곳이 3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의 조속한 추진, 신안산선 착공, 신분당선 연장 등의 수도권 광역교통망 대책이 발표된 바 있다. 이어 2019년 5월 부천시 대장신도시, 고양시 창릉신도시 2곳이 추가로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

그러나 2019년 5월 3기 신도시 추가 발표 이후, 자신의 지역구(고양시 정)인 일산 신도시와 운정 신도시, 검단 신도시 주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이외 여의도·용산 개발, 그린벨트 해제 등과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정책 엇박자 논란이 있었다. 2018년 7월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으로 인해 서울 집값이 급상승하자 김 장관이 제동을 걸었다. 이후 서울시 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국토교통부(찬성)와 박 시장(반대)이 팽팽히 대립한 바 있다.

현재 김 장관은 경의선 및 동해선 등 남북한의 도로 및 철도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 장관과 유독 길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장관은 총선 출마를 둘러싸고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10일 국회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서 내년 총선 출마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비례대표 의원인 김 의원은 내년 총선서 김 장관 지역구인 경기 고양정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총선 출마?
차기 총리?

김 의원은 김 장관에게 “내년 총선에 나가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나간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지역주민 좀 만나라”고 하자, 김 장관은 “만난다. 김 의원이 (제 지역구에) 자주 다니시는 걸로 안다”고 맞받았다. 지난 9일 현 정부 들어 최대폭의 개각을 단행한 가운데 김 장관은 이번 개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권 내에선 김 장관이 내각에 남아 문정부의 첫 여성 총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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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