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은닉 검은돈 사정 리스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20 08:29:14
  • 호수 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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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친 비밀계좌 탈탈 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기업과 유명인사의 해외 은닉재산 의혹에 사정기관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국세청·경찰이 3기 문재인정부서 역외탈세·해외 불법재산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사정권에 있는 대기업과 유명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검찰·국세청의 수장이 새롭게 교체되면서 역외탈세에 대한 사정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로 도피·은닉해 탈세하는 행위는 반칙과 부패의 대표적 행위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3기 문정부
관전포인트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이후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씨를 도주한지 21년 만에 검거한 성과를 올린 예세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을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장에 임명했다. 합동조사단은 역외탈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재산 은닉 등을 조사하는 범정부 조직으로 지난해 6월21일 출범했다. 국제 사법공조를 통해 해외 은닉재산 환수를 주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대기업·대자산가의 지능적 역외탈세 등에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김 청장은 취임 이후 첫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대기업 및 사주 일가의 차명재산 운용, 기업자금 불법유출, 제3자 우회거래를 이용한 신주인수권 증여 등 변칙 자본거래 탈루혐의를 정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3기 문정부에선 역외탈세·해외 불법재산에 관한 수사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최근 양현석 YG 전 대표와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최순실 등이 해외 비자금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며 “한동안 잠잠했던 해외불법재산 이슈가 다시 수면위로 오른 만큼 사정기관서 대기업 등을 포함한 역외 탈세 부분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유명 인사 해외불법재산 의혹
검찰·국세청 역외탈세·비자금 추적 중

다음은 현재 사정권에 오른 대기업과 유명 인사들이다.

▲YG = 국세청이 YG엔터테인먼트와 양현석 전 대표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서 탈세 혐의를 포착해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범칙조사는 세무조사 과정서 피조사 기관의 탈세 혐의가 드러났을 경우 실시하는 세무조사다. 세금 추징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검찰 고발 등 처벌을 목적으로 한다.

국세청은 클럽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의 소속사 YG에 대해 지난 3월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벌여왔다. YG가 소속 아티스트들의 해외공연 수익을 축소 신고하고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역외 탈세를 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조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서울지방국세청은 국제거래조사국을 통해 YG가 지난 5년간 진행한 해외공연 내역 등을 확보했다. 현재는 수집된 공연 정보와 추정수입 등을 근거로 지난달 20일 확보한 재무 자료가 정확한지를 대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업계 관계자들은 빅뱅, 싸이, 투애니원 등 현재 YG에 소속돼있거나 과거 소속됐던 아티스트 등이 해외서 올린 수익의 모든 내역을 국내 세법에 맞게 신고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또 양 전 대표와 YG가 해외서 얻은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관련 시장이나 자산에 이른바 ‘파킹(고의 은폐)’한 것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해외의 숨은 별장이나 미술품 등 고액자산을 신고하지 않았는지 살피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강력한 세풍


▲한보 = 최근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 결과 역외탈세, 유령법인 재산은닉을 조사하는 ‘해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의 새 단장은 예세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으로 결정됐다. 21년간의 도피생활 끝에 송환된 고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씨를 수사하던 주무 부장이 요직에 발탁된 것이다. 외환위기를 부른 장본인으로 꼽히는 한보그룹의 해외 재산은닉 파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전 회장이 납부하지 않은 세금은 2703억원으로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 가운데 가장 높다. 3남 보근씨와 4남 한근씨까지 합치면 이 액수는 3600억원대로 불어난다.  

예 부장은 최근까지도 한근씨와 해외 도피 및 유전 사업을 함께 했던 중·고교 동창과 사업 관계자들을 꾸준히 소환 조사하며 정 전 회장 일가의 행적을 재구성해 왔다. 한근씨는 한보그룹의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의 자금 322억원가량을 해외 도피 전 스위스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에콰도르서 한근씨와 함께 머물던 동창 이모씨가 검찰에 의미 있는 진술을 했고, 검찰은 한근씨의 횡령 액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 김현준 국세청장

한근씨의 송환이 제대로 결실을 맺으려면 이 같은 은닉 자금의 향방이 좀 더 뚜렷해져야 한다. 예 부장의 발탁은 국제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염두에 둔 조치로도 풀이된다. 예 부장은 국제외교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서 한국대표부 법무협력관으로 일했다. 국제기구가 밀집한 곳에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각국의 수사 노하우를 접했다는 평가다.

▲효성 = 효성그룹이 베트남 등 외국에 생산 법인을 운영하면서 1000억원대의 소득을 누락한 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최근 효성그룹이 베트남 등에서 운영하는 생산 법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기술사용료 등을 적게 계상해, 국내 본사로 이전해야 할 소득을 축소한 혐의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효성그룹이 이런 방식으로 축소한 소득은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십∼수백억
일단 찾는다

보통 대기업이나 외국 현지 공장을 둔 기업은 기술 개발은 국내서 하고 생산은 외국 공장서 도맡는다. 외국 공장에선 국내서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고 국내 기술 인력들이 현지에 파견 나가 생산 공정을 관할한다. 이 때문에 생산 공장은 기술사용료나 인건비 등 대가를 국내 본사에 지불해야 한다. 국세청은 효성그룹이 이런 비용을 실제보다 매우 낮게 잡아 국내로 들어와야 할 소득을 축소했고 이에 따라 국내 본사가 세금을 적게 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리온 = 오리온그룹이 해외 법인을 통한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의혹은 내부고발로 불거진 데다 오리온이 2011년 비자금을 조성한 수법과 비슷해 주목된다. 특히 오리온은 지난 5월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으로부터 역외탈세와 오너 일가의 편법 증여 의혹 등에 해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시사저널> 등 국내외 매체와 업계에 따르면 제과업체 오리온의 중국 현지 법인인 오리온푸드가 직원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중국현지 매체들이 지난해까지 오리온푸드서 팀장으로 근무하다 퇴사한 A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제기했다.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한근씨

오리온푸드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A팀장이 2016년 1월 중국 세무국에 신고된 급여 내역을 확인하면서 확산됐다. 중국 세무국에 신고 내역이 실제 A씨 계좌로 입금된 금액보다 훨씬 많았다. 이뿐만 아니라 A씨는 자신도 모르게 중국은행(Bank of China)에 자신 명의의 계좌가 개설됐다. 해당 계좌로 지난 2014년 142만위안(2억4100만원)을 시작으로 2015년 146만5000위안(2억4900만원), 2016년 109만9000위안(1억8700만원), 2017년 22만6500위안(3800만원) 등 거액의 돈이 들어왔다가 출금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 검찰은 국정농단 핵심인사로 꼽히는 최순실씨의 해외 불법 은닉 재산을 추적 중이다. 최근 최씨가 딸 정유라씨에게 현금 수십억원을 넘기려 했던 옥중편지가 공개되는 등 불법 재산은닉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환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환수 강조
사정기관 수장들 속전속결  


편지에는 ‘건물이 곧 팔리면 추징금 70억원을 공탁하고, 남는 돈 중 30억 정도를 줄 테니 나중에 조용해지면 건물을 사라’ ‘생활비 등은 계속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실제 최씨는 지난 1월 서울 강남구에 갖고 있던 빌딩을 126억원에 팔아 78억원을 법원에 공탁금으로 냈고, 정씨는 2월에 경기도 남양주의 80평대 아파트를 9억여원에 사들인 바 있다.

이 때문에 2심서 징역 20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은 최씨가 거액의 벌금이 확정될 것을 대비해 증여 형태로 재산을 은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최씨의 해외 재산은닉 의혹은 검찰 수사 대상이다. 윤 총장도 최씨 재산 은닉 의혹과 관련해 “많은 재산이 숨겨진 것 같은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지난 8일, 국회를 찾아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지도부를 예방한 자리서 ‘최근 불거진 최순실 재산 의혹은 어떻게 조사할 것이냐’고 묻는 조배숙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최씨의 해외 재산 도피 등 범죄 관련 은닉자산은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의 주요 추적 대상이기도 하다.
 

▲ 윤석열 검찰총장

▲이학수 = 국세청이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해외 재산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은 지난 3월부터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이 전 부회장 일가 공동소유 LNB타워가 설립된지 얼마 안 된 미국의 한 법인에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한 것이 변식증여가 아닌지를 의심하고 그 경위를 면말하게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이 전 부회장의 해외재산의 역외탈세 문제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LN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8월 설립된 미국의 한 법인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19층 건물 엘앤비타워의 실소유주인 L&B는 지난해 Three Becker Farm Properties Inc에 112억여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보면 Three Becker Farm Properties Inc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에 112억70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Three Becker Farm Properties Inc는 미국의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델라웨어주에 있는 회사로, 지난해 8월 설립됐다.

숨겨둔 돈 
어디 있나?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복심’으로 15년간 삼성전자 미래전략기획실장, 재무실장 등을 거치며 삼성의 실제적 재무 전반을 총괄 관리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매각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을 기획, 총괄했으며 삼성의 2인자로 불려왔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정부 “해외 도피 부정 축재자 끝까지 잡는다”

정부가 구본현 범LG가 3세 등 부정축재 수사 중에 해외로 도피한 경제사범 40여명을 특별관리, 인터폴과 공조로 국내 소환 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특별관리 대상 국외도피 기소중지자 중 부정축재 사범’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횡령·배임·사기 등 부정축재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25명을 특별관리, 국내 검거·송환을 추진 중이다.

이들의 총 범죄 혐의액은 780억원으로 횡령과 배임, 사기, 뇌물 등의 경제사범에 연루, 해외 도피 중이다. 법무부는 이들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에 이어 인터폴에게 적색수배를 요청, 범죄인 인도를 청구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해외도피 중인 범죄 혐의자 12명을 특별 관리, 추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혐의액은 700억원에 달한다.

채 의원에 따르면 횡령·배임·사기 등으로 사법당국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가 해외도피로 기소중지된 경제사범은 2018년 644명으로 지난 2014년 말 330명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사법부가 형을 확정했으나 몰래 해외로 도피한 자유형 미집행자도 같은 기간 379명서 686명으로 늘었다.

채 의원은 “해외도피 경제사범에 대해 국민의 법 감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재산을 몰수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불법재산환수를 위해 한시적으로 가동 중인 합동조사단을 상시화하거나 조직화, 막대한 해외불법 도피자산을 환수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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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