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신뢰사회 구축 위해 힘써야
<박재희 칼럼> 신뢰사회 구축 위해 힘써야
  • 박재희 노무사
  • 승인 2019.08.20 11:03
  • 호수 1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사회는 신뢰 수준이 낮다. 여러 국내외 기관서 조사한 바를 종합해보면 한국사회는 가족을 제외한 집단과 개인에 대한 신뢰가 낮다. OECD 국가와 비교해서 매우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신뢰가 부족한 사회는 큰 거래비용을 치르게 된다. 불특정 다수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각종 규제가 늘어나게 된다. 세세한 규정으로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여한다. 규제를 제·개정하고 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규제를 개혁하기 위한 정부기구를 만들고 그 기구를 운영하기 위한 규정을 또 만든다. 창의적·혁신적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도 기존 규제 때문에 출시가 지연돼 경쟁력이 저하되거나 사업 자체가 무산되기도 한다. 

국고보조금은 사용처, 증빙인정기준, 사용한도, 전용(轉用) 방법 등을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부처나 사업마다 기준도 제각각이다. 국고보조금을 활용하려면 본래 사업에 투입하는 시간을 쪼개 국고보조금 정산에 신경 써야 한다. 아니면 국고보조금 중 일부로 국고보조금을 관리하기 위한 직원을 뽑아 인건비를 줘야 한다. 사업에 매진해 소기의 성과를 내야하는 입장에선 답답한 노릇이다.

타인의 주관을 믿지 않기 때문에 정량화된 것이 공정한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취업 시 학점, 자격증 등급, 어학성적이 중요하다. 자기소개서와 경험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정량적인 지표가 충족되지 않았는데 훌륭한 자기소개서와 경험으로 좋은 직장을 얻은 경우는 드물다. 그런 사례가 있는 경우 공정함을 의심받는다. 기존 구성원의 추천을 통해 채용을 하는 방법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부정채용과 동의어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선발 기준이 기업의 비전과 직무의 특성에 맞는지 보다 그것이 정량적인지가 중요하다. 업무에 필요한 것인지를 따지기보다는 숫자나 등급으로 변환돼있는지를 중시한다. 각종 기준을 일정 비율의 점수로 환산해 합산한 후 순위를 매기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만 그렇게 선발된 신입사원의 역량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과 큰 관계가 없다.

심지어는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를 맡게 되기도 한다. 조기퇴사를 하기도 하고 소질이 없는 업무를 맡아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한다. 이 또한 결국 사회적 비용이 된다.   

전문가에 대한 신뢰도 높지 않다.  의약 전문가나 법률 전문가의 견해를 인터넷 카페 등에 올려 비전문가의 의견을 묻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보다 자신이 동질감을 느끼는 동호회원에 대한 신뢰가 더 높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외한인 인터넷 회원들끼리 논의해 전문가의 견해를 수정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당초 전문가가 제시한 방법보다 나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되돌리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며 많은 경우에 이전 상태로의 회복이 불가능하다. 

사회적 신뢰가 낮아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활용해야 할 자원이 거래비용으로 낭비되고 있다. 이래서는 국가 성장동력이 확보될 수 없다. 신뢰사회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타인을 잠재적 범법자로 가정해 각종 규제나 규정을 세세히 만들기보다는 사람의 선량함을 믿고 맡겨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범법행위를 했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이 사회서 신뢰를 잃으면 큰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필자도 내일부터 다른 사람의 선량함을 더욱 믿어 볼 생각이다. 결국 신뢰사회 구축은 개인의 인식 전환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