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로 본 한국 사회상

서점에 가면 대한민국이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한 권의 책이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반일 종족주의>. 이 책은 교보문고, 예스24 등에서 판매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전국을 뒤덮고 있는 반일 불매운동과 맞물려 높은 관심을 받는 모양새다. 논쟁은 정치권으로까지 옮겨 붙어 대중의 호기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은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취미로 꼽는다. 오프라인 서점은 늘 사람으로 북적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라인 서점 아이디를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다. 중고서점은 책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들로 복잡하다. 책은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규모 주는데
신작 늘어나

한국의 출판시장은 독특한 구조를 띤다. 전체 시장 규모는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데 새로 나오는 책의 종류는 매년 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내놓은 2017년도 출판산업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서적출판업 규모는 201312490억원, 201412238억원, 20151840억원, 201611732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신간 도서의 발행 종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361548종서 2015791종으로 처음 7만종을 넘어선 데 이어 2017년에는 8130종으로 8만종을 돌파했다. 2년에 1만종씩 늘어나는 추세다. 말 그대로 매일 새 책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쏟아지는 책들 사이서도 사회 상황에 따라 일정한 흐름이 생긴다는 점이다. 교보문고나 예스24 등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서 1년을 마무리하는 의미서 내놓는 한 해 결산 자료를 보면 그런 흐름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매년 열풍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판매 순위가 형성되는 것.


최근 반일 불매운동이 국민들의 최고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서점가에서 일본 관련 서적이 영향을 받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반일 종족주의>가 대표적이다. <반일 종족주의>는 지난 7월에 출간됐지만 그때보다 현재 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전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서 한일 관계에 대해 조명했다. 이 과정서 강제징용이나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친일 발언을 이어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치권으로 번진 책에 대한 논쟁은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반일 종족주의>는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등에서 1주일간(8511)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떠올랐다. 반일 불매운동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은 셈이다.

실제 베스트셀러는 사회의 상황과 그 궤를 같이 한다는 말이 많다. 시대상을 알고 싶으면 그해 베스트셀러를 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선 베스트셀러를 시대상의 거울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새 책 쏟아져도 일정한 흐름
사회 상황 따라 쏠리는 현상

지난해 출판시장을 먹여 살린 장르는 에세이다. 특히 힐링 에세이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서점에 가면 예쁘고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표지를 장식한 책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괜찮아라며 독자를 위로하고 힘내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책들이 지난해 최고 인기를 누렸다.

인터파크는 지난해 11, 11일부터 11개월 동안 에세이 도서 판매량이 같은 기간보다 171%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와 후속작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등의 힐링·공감 에세이가 지난해 서점가를 달궜다.

실제 교보문고에 따르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연간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등극했다. 교보문고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간 베스트셀러 결산자료에 따르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외에도 <모든 순간이 너였다>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언어의 온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6종의 힐링 에세이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힐링 에세이 열풍은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에세이 도서 출간 종수는 1220종으로 1102종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여종 이상 늘었다. <연필로 쓰기> <여행의 이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등 소설가와 시인이 쓴 에세이가 다수 출간됐다.
 

특히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는 예스24 주간 베스트셀러에 6번이나 이름이 올라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3위를 차지했다. 혜민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2위였다. 지난해 출간됐던 힐링 에세이도 여전히 강세다. 베스트셀러에서 스테디셀러로 인기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힐링 에세이 열풍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욜로(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 등의 사회 현상과 결부시킨다. 많은 젊은이들이 급변하는 사회 상황에 불안정함을 느낀다. 또 좁아진 취업시장으로 인해 빈번하게 상처받는다. 이런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힐링 에세이로 치유 받는다는 것.

힐링 에세이
위로 필요해

특히 최근에는 시인이나 소설가, 종교인 등이 내놓은 에세이보다 친구나 동료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해주는 듯한 말을 담은 책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젊은 세대는 SNS를 통해 자신이 읽은 힐링 에세이의 일부 구절이나 표지 등을 공유한다. SNS를 통해 확산된 정보는 판매량으로 직결된다.

20162017년 사이에 불기 시작한 페미니즘 서적 열풍은 이제 서점가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이 시기에 대표적인 페미니즘 소설인 <이갈리아의 딸들>서 따온 메갈리아가 등장했고, 서울 강남역 화장실서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과거에 출간됐다가 대중의 관심에 밀렸던 책들도 재조명됐다.

특히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베스트셀러에 이어 스테디셀러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201610월에 출간한 <82년생 김지영>201811월 누적판매 100만부를 돌파했다. 1982년생 김지영의 탄생과 성장, 연애와 결혼, 사회생활, 출산과 육아 등 여성에게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담았다. <82년생 김지영>은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출판계를 강타한 것은 마이클 센델 하버드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필두로 한 인문학이다. 당시 출판계는 유례없는 불황 상태였고 인문학은 여러 장르 중에서도 독자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는 장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100만부 넘게 팔리면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서점가에 불어 닥친 정의 열풍은 역설적으로 정의에 대한 결핍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선거철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정치인들의 비리 행태, 인사청문회 과정서 불거지는 후보자의 비위, 연예인들의 병역 기피 등 정의를 찾아볼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실망이 센델 교수의 책으로 분출됐다는 분석이다.

페미니즘·정의
시대상 반영

자기계발서 열풍은 주기적으로 돌아온다. 힐링에도 지친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려고 생각할 때쯤 자기계발서가 불티나게 팔린다. 2013년 서점가에 불었던 힐링 열풍이 잠잠해진 틈을 타 2015년 자기계발서 열풍이 다시금 불기 시작했다.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는 시도를 넘어 극복하려는 사람들의 생각이 자기계발로 이동하면서 관련 책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

교보문고는 지난 2017, 1980년대 이후 베스트셀러 분석을 통해 시대상이 독자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소개했다. 1980년대 한국 사회는 정치적으로 혼란기였다. 대중들이 정치권으로부터 억압을 느끼던 시대다. 현실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김홍신의 <인간시장>이 대표적이다. 22살의 법대생 장총찬이 사회의 부조리와 불의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렸다. 이 책은 누적 판매 560만부를 기록했다.


1980년대 하반기는 시와 소설의 전성시대였다. 이해인의 시집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1985, 서정윤의 시집 <홀로서기>1987년과 1988년에 종합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1988년에는 종합 베스트셀러 1~3위가 모두 시집이었다.

교보문고는 출판물에 대한 검열과 탄압의 수위가 올라가던 시기에 비유와 상징으로 표현하는 시가 시대정신과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도 이 시기의 베스트셀러다.

1990년대 들어서는 독자들의 니즈가 다양해졌다. 문학에 쏠려 있던 독자의 관심이 인문, 자기계발, 컴퓨터, 실용서 등으로 확대됐다. <반갑다, 논리야>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8년 외환위기 발생 이후에는 에세이가 흥했다. 가정이 붕괴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등 사회 전체가 어두운 때였다. 따뜻한 느낌의 소설이나 위로를 담은 에세이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가시고기> 등이 판매량 부분에서 호조를 보였다.

힐링 에세이와 자기계발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해

2000년대에는 부자성공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2006<마시멜로 이야기> 같은 스토리형 자기계발서가 크게 늘었다. 2007년과 20082년에 걸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시크릿>은 현재까지도 대표적인 자기계발서로 꼽힌다. 2009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세계 금융위기가 닥칠 때까지 자기계발서 열풍은 이어졌다.


2009년에는 <엄마를 부탁해>, 2012년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2013년에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베스트셀러로 꼽혔다. 교보문고는 “2010년 하반기부터는 정치 이슈가 베스트셀러에 즉각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장미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이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 ▲▲ ▲▲ ▲ 이영훈 교수가 쓴 &lt;반일 종족주의&gt;와 신경숙 장편소설 &lt;엄마를 부탁해&gt;

서점가에선 매년 반짝 특수를 누리는 시기가 있다. 노벨문학상 선정 시기나 국내작가가 해외서 큰 상을 탔을 때다. 20165월 작가 한강이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의 맨부커상을 국내 작가가 탄 건 한강이 처음이었다. 200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한강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판매량이 폭발하면서 2016년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됐다.

노벨문학상 발표는 매년 10월경 이뤄진다. 후보자조차 공개하지 않고 수상자를 발표하기 때문에 다양한 작가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수상작을 비롯해 이전 작품들까지 높은 관심을 받는다.

반짝 특수
미디어셀러

방송을 통해 언급되거나 유명인사가 추천한 책의 판매량도 반짝치솟는다. 미디어와 베스트셀러를 합쳐 미디어셀러라고 부른다. 2004년 나희덕의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는 지난해 4월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 소개되면서 방송 직후 판매량이 12배 이상 뛰었다드라마 <남자친구>서 언급된 나태주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스카이캐슬>에 등장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등도 미디어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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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