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걷기 전도사’ 성기홍 박사

“걸음걸이만 바꿔도 30년 젊어져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걷기운동은 열풍을 넘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걷기운동의 중요성과 효과는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걷기 전문가 성기홍 박사는 이보다 더 나아가 걷기운동으로 노화와 치매를 늦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일요시사>가 걷기열풍의 창시자, 성기홍 박사를 만났다.
 

▲ ‘걷기 전도사’ 성기홍 박사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걷기를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성기홍 박사는 걷는 행위를 운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인물이다. 걷기문화를 이끌고 트렌드를 조성하면서 걷기운동을 국내에 정착시켰다. 사람들은 성 박사를 가리켜 걷기 전도사’ ‘걷기 박사’ ‘걷기 예찬론자라고 말한다.

노화 예방

1988년 성 박사가 걷기에 처음 관심을 가진 이래 30년이 흘렀다. 그의 노력으로 걷기운동이 일상에 스며들면서 파워 워킹, 마사이 워킹, 1만보 걷기 등 걷기운동법이 물밀 듯이 쏟아졌다. 성 박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걷기운동을 건강상태에 대한 예측과 치료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노화와 치매다.

성 박사는 걷기운동으로 노화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노화를 늦출 수는 있다. 치매도 마찬가지다. 100% 예방할 수는 없지만 징후를 예측하고 발병 시기를 뒤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6번째 생체신호인 걸음걸이 속도가 건강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몸에는 체온, 혈압, 심장박동, 호흡수, 통증 등의 생체신호가 있다. 성 박사는 걸음걸이 속도가 또 다른 생체신호라고 설명했다. 걸음걸이 속도로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건강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균 걸음걸이 속도인 1초에 100를 기준으로 이보다 현저하게 느린 속도일 경우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에선 경도인지장애, 치매를 판단할 때 초시계를 들고 환자에게 걸어보도록 한다. 성 박사는 성인을 대상으로 걸음걸이 속도를 측정했을 때 0.70.9 사이로 나타났다“1초에 7090의 속도로 걷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사람의 일반적인 기준과 비교하면 상당히 느린 속도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병이 아니다.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서서히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현대 의학으로는 경도인지장애를 발병 단계서 발견하기는 어렵다. 성 박사는 경도인지장애로 인해 걸음걸이 속도가 떨어지는 시기를 알아내서 그때부터 운동을 하거나 약을 복용하면 치매 발병 시기를 1015년가량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걷는 속도로 치매 예측
걷기로도 치료 가능해

그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대략 65세 전후다. 치매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나면 그제야 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65세에 치매가 발병했다면 이미 15년 전인 50세부터 경도인지장애 등 증세가 진행 중이었다. 만약 50세에 대비했다면 80세까지는 치매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성 박사는 최근 자신의 30년 걷기 연구를 집대성한 책 <걸음걸이만 바꿔도 30년 젊게 산다>를 출간했다. 이미 4권의 책을 출간한 바 있는 그가 다시 한 번 걷기운동 붐을 일으키겠다는 일념으로 내놓은 책이다. <걸음걸이만 바꿔도 30년 젊게 산다>2017<몰입 걷기(잠든 뇌의 에우다이모니아를 깨우는 쉼표의 과학!)> 이후로 2년 만에 출간한 성 박사의 신작이다.

<몰입 걷기>는 걷기를 통해서 명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걷기와 호흡수를 맞추다 보면 정좌나 좌선 등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몰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명상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걸음걸이만 바꿔도 30년 젊게 산다><몰입 걷기>와 비교해 독자층이 넓어졌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걸음걸이만 바꿔도 30년 젊게 산다>서 성 박사는 1초에 1.36m, 하루에 30, 일주일에 다섯 번, 150분만 제대로 걷자고 국민들에게 말한다. 그는 많이 걷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걸음 수보다는 걸음의 질이 훨씬 중요하다. 걸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걷기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걷기는 도구나 장소가 필요한 운동이 아니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올바른 방식으로 발을 내디디면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경도인지장애를 인식한 환자의 경우에는 걷기가 특효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인 기준인 1초에 100보다 속도를 높여 1초에 1.36m 정도로 걸음걸이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했다. 또 속도를 높이거나 보폭을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뇌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숲속이나 스틱 등의 도구를 이용해 걸으라고 당부했다.

또 휴대폰을 보면서 걷는 것은 좋지 않다고 충고했다. 실제 길을 걷다보면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느리게 걷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몰입 걷기> 이후 2년 만의 신작
30년 걷기 노하우 집대성한 책

성 박사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보면 걸음걸이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물론 몸의 중심도 흐트러진다그러다 보면 뇌의 사용 정도가 적어지고 그게 쌓이면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걸을 때만큼은 걷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해파랑길, 제주도의 둘레길, 올레길, 월정사 선재길, 전주의 옛날 도로 등을 좋은 걷기 코스로 추천했다. 숲이 있고 물이 있는 길은 더 좋다고도 덧붙였다. ‘1만보 걷기처럼 마냥 많이 걷기보다는 연령과 체력, 당일의 컨디션 등에 따라 걷는 게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50세를 전후해 70008000보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산을 오르는 것도 무조건 높은 산이 아니라 600m 정도, 오르고 내리는 데 5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 좋다고 조언했다.
 

▲ ▲성기홍 박사가 출간한 <걸음걸이만 바꿔도 30년 젊게 산다>

성 박사의 삶은 연구와 강연으로 하루하루가 채워져 있었다. 최근에는 사찰서 강연 요청이 많아 스님과 신도들에게 걷기의 중요성을 전파한다. 걸음걸이 속도 측정을 위한 브레인 워크 1.36’ ‘디멘시아 워쳐등의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브레인 워크 1.36은 걷기 속도를 측정해 잔여수명과 기대수명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디멘시아 워쳐는 신발 인솔에 넣은 스마트칩과 연동해 걸음걸이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앱이다. 14단계로 나눠 걸음걸이 속도에 따라서 균형감과 발 각도, 보폭 등을 분석해 자신의 건강상태와 건강 지표를 알 수 있다.

건강 지표

그는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은 올림픽에 나갈 대표선수처럼 운동해왔다. 운동이 노동이 될 때까지 혹사하는 방식으로 해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면 몸이 망가져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적당한 운동, 즉 운동 후 1시간 뒤에 졸리고 피곤하고 배고프지 않은 정도로만 운동을 하면 된다. 특히 기저를 만들 수 있도록 하체근육 운동을 병행하면 질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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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