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우민미술상 수상자’ 이수진
<아트&아트인> ‘우민미술상 수상자’ 이수진
  • 장지선 기자
  • 승인 2019.08.22 16:34
  • 호수 1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어에 대한 배신과 믿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올해의 좋은 작가 미술상’은 충북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2년 만들어졌다. 이 상은 2016년부터 우민아트센터가 주최·주관을 맡으면서 2018년 ‘우민미술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우민아트센터는 제17회 우민미술상 수상작가인 이수진의 개인전 ‘Language Is Treacherous 언어는 배신하지 않는다’전을 준비했다.
 

▲ 부엌 낭독 (A Kitchen Reading), 2018, HD 비디오, 컬러, 유음, 21분19초
▲ 부엌 낭독 (A Kitchen Reading), 2018, HD 비디오, 컬러, 유음, 21분19초

지난해 5월 우민아트센터는 제17회 우민미술상 최종 수상자로 이수진 작가를 선정했다. 우민미술상 심사위원회는 “독창적 사고와 방법, 그 동안의 발표 실적과 미술계의 평가 등을 고려해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수진 작가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접목한 미디어 작품으로 독창성이 돋보이며, 어렵게 느껴지는 영상작업에 해석을 통한 접근은 지역서도 좋은 전시의 기회가 되리라 판단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원문과 번역

우민아트센터는 지난 7일부터 이수진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인 ‘Language Is Treacherous 언어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영어와 한국어 제목이 상반된 의미를 전하고 있다. Language is Treacherous언어는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인 반면 한국어 제목은 배신하지 않는다로 서로 상충된다.

이수진은 이러한 다소 과장된 일반 명제를 전시의 제목으로 삼아 언어가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는 속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영어-한국어 문장은 원문과 번역처럼 제시되지만 실제로는 번역이 아니라, 각각 언어에 대한 불신과 믿음을 표현하는 상반된 의미의 두 문장이라며 이번 전시서 제시되는 여러 가지 번역의 방법과 그 의미를 전시의 제목을 통해 함축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해외에 거주한 경험서 비롯된 언어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이수진은 텍스트, 비디오, 퍼포먼스 작업을 해왔다. 언어 간의 번역, 말에서 글로, 글에서 말로의 이동 과정서 발생하는 번역의 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의 공간에 주목한다.

특히 임의의 실험들을 통해 언어의 경험을 확장하거나 언어 체계 바깥의 말해질 수 없는미결정적 공간을 재확인시킨다. 이수진은 이 공간을 언어 공간(Language space)’이라고 언급하면서 매우 제한적인 동시에 연약하고 가변적인 공간으로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선 말하기만큼 쓰기로 시간성과 연결된 신체적인 행위임을 드러내는데 집중하거나 목소리의 탐구를 위한 방법론으로써 텍스트를 부각시킨다. 특히 ‘ephemeras’ ‘모스크바서 페투슈키까지의 소리(The Sound of Moskva-Petushki)’ ‘부엌 낭독(A Kitchen Reading)’이 눈에 띤다.
 

▲ 모스크바서 페투슈키까지의 소리(The Sound of Moskva-Petushki), 2019, 아티스트 북 설치, 가변 크기
▲ 모스크바서 페투슈키까지의 소리(The Sound of Moskva-Petushki), 2019, 아티스트 북 설치, 가변 크기

이수진은 이 독립된 세 작업을 하나의 작품으로 구상하고 제작했다. 세 작품 모두 러시아의 콜롬나 아티스트 레지던시 체류기간 중에 제작했다. 모스크바서 페투슈키까지의 소리는 러시아 작가 베네딕트 예로 페에프의 책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를 직접 필사한 기록이 겹겹의 아코니언 형태로 설치돼 시간적이고도 신체적 경험으로의 확장을 유도한다.

영어-한국어 상반된 의미
미결정적 언어 공간으로

ephemeras는 영어와 러시아어로 구성된 파편적인 텍스트와 러시아 콜롬나서 촬영한 영상과 함께 베네딕트 예로 페에프의 책을 손으로 베껴쓰는 소리가 담긴 오디오 트랙으로 구성돼있다. 서로 언어를 모르는 인물들이 상호 소통을 위해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대화한 기록을 재구성하고 있다.

부엌 낭독은 이수진 자신이 영어로 쓴 자전적 텍스트를 소리내 읽고 옆에 앉아 있는 작가의 러시아인 친구가 다시 러시아어로 통역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텍스트가 쓰기, 읽기로 번역되는 과정과 그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셉템버(September)’는 몸과 언어를 묶어 생각하는 사회적 고정관념에 주목한 작업이다. 출생지나 인종과 같은 생득적 요건에만 의존해 언어구사 능력을 평가하고 대우나 처우에 있어 차별을 두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린 모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작업이다.

이수진은 영어 유치원 강사 채용 기준을 담고 있는 모순적인 위계 구조 내에서 애매한 위치를 점유한 탓에 원어민을 연기해야 했던 셉템버라는 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언어와 불가분한 관계인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인물의 내적 갈등을 드러낸다.
 

▲ 소리 내 읽어주세요(Please Read Aloud), 2019, 종이에 타자, 295 x 210mm
▲ 소리 내 읽어주세요(Please Read Aloud), 2019, 종이에 타자, 295 x 210mm

‘'이것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진짜 있었던 사랑 이야기(This is a story of for small children, a true-life love story)’는 영어 사전에 나오는 예문들서 발췌한 영어 자막이 원문으로, 한국어 내레이션은 원문의 번역 역할을 하고 있다. 내레이션은 영어 원문의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소리로 들리기 때문에 원문으로 착각하게끔 한다.

이수진은 결국 자막, 내레이션, 이미지 이 세 가지 요소가 동일한 무게를 가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편집해 이들 사이의 경계를 교란시키고 불분명하게 만든다. 자막과 이미지, 원문과 번역의 위치를 전복시키거나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위치의 전복

우민아트센터 관계자는 이수진은 언어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임의의 실험을 통해 언어의 경험을 확장시키거나 언어 체계 바깥의 미결정적 공간을 재확인시키는 작업을 지속해왔다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시는 다음달 2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수진은?]

1978년생

개인전

‘Language Is Treacherous 언어는 배신하지 않는다’ 우민아트센터(2019)
‘Performing Translation’ 아트코뮤날카 갤러리(2018)
‘말 사이의 거리’ 케이크 갤러리(2016)
‘detached reading. Korean text’ 타이가 스페이스(2015)
‘Transcribe’ 토마스 헌터 프로젝트 스페이스 갤러리(2014)
‘Voicing the Sound’ A.I.R.갤러리(2013)
‘Sujin Lee: This is a story for small children. A true-life love story’ AC 인스티튜트(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