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류’ 친문의 분화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19 10:40:28
  • 호수 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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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문!” 슬슬 쪼개지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문이 분화하고 있다. 비문을 흡수하는 데 성공, 단일대오를 이룬 친문이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는 것. 정치가 생물이라면, 세포분열에 해당한다. <일요시사>는 친문 분화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 (사진 왼쪽부터)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유은혜 교육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지금 민주당에 있는 사람들은 다 친문(친 문재인)이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 관계자의 말이다. 친문-비문(비 문재인)으로 접근하면 민주당 계파를 파악할 수 없다는 조언도 건넸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의 친소관계를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각자도생
선택한 3철

‘친문=3철’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3철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일컫는다. 세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 자연스레 3철이 내각에 중용될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권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 의원을 제외한 2명은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아예 해외로 떠났다.

3철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했다. 지난해 있었던 6·13지방선거 때다. 3철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전 수석은 부산시장 출마설에 휩싸였다. 그러나 곧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전 의원이었는데 그는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상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두 사람은 민주당 경선서 맞붙었다. 전 의원은 친문 프리미엄에 힘입어 나름 선전했지만, 이 지사의 인지도를 넘지 못하고 패했다.


각자도생은 계속됐다. 지방선거 후 두 달이 지나 열린 전당대회 당시 3철은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서 회동을 가졌다. 전 의원의 북콘서트 이후 첫 회동이었다. 그들은 전당대회와 관련해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동서 이 전 수석과 양 원장은 ‘중립’을 선언했던 반면 전 의원은 중립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역 의원으로서 당내 문제에 중립을 지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전당대회 키워드는 ‘진짜 친문’, 바로 ‘진문’이었다. 출마한 송영길·김진표·이해찬 후보 모두 ‘내가 진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이 큰 영향을 미칠 환경이 조성돼있던 것이다.

전 의원의 선택은 김 후보였다. 물밑서 김 후보를 지원하던 전 의원은 3철 회동이 있고 10여일 후에 ‘경제 당 대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김 후보의 당시 슬로건이었다. 전 의원이 간접적으로 김 후보 지지에 나선 것이다.

‘친문-비문’ 이분법은 옛말
친문=3철? “지금 1철 시대”

당시 전 의원과 함께 움직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부엉이 모임’이다. 부엉이처럼 밤새도록 ‘달’(문 대통령)을 지킨다는 뜻이다. 주로 민주당 내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들로 구성됐으며 규모는 20∼30여명 정도다. 전 의원을 구심점으로 권칠승·김종민·황희·홍영표 의원 등이 주요 구성원이다.

18대 대선 때 결성된 부엉이 모임은 19대 대선 때 정기모임의 형태로 발전했다. 이후 모임은 전당대회 개입설에 휘말려 해산을 선언했다.


부엉이 모임은 친문 분화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전 의원과 부엉이 모임이 김 후보를 지지하자 세간의 관심은 과연 이들의 지지가 ‘이해찬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느냐로 모아졌다. 그러나 이변은 없었다. 이해찬 대표는 김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21대 총선을 이끌 민주당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친이해찬계와 부엉이 모임이 갈라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전 의원의 사이가 이전만 못하다는 말도 나왔다. 이 대표가 지난 2012년 경기 안산 상록갑에 선거사무실을 낸 전 의원에게 축하 영상을 보냈을 정도로 두 사람은 돈독한 사이였다고 한다. 전당대회는 두 사람 사이에 틈을 만들었다.

두 사람의 갈등설은 이어졌다. 이번에는 원내대표 경선을 했을 때다. 이인영·김태년·노웅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치권은 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 후보는 이 대표의 측근으로 대표적인 친이해찬계다. 21대 총선의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여권 내 위상이 상당한 이 대표가 버티고 있어 김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다.
 

▲ (사진 왼쪽부터)전해철·황희·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러나 결과는 누구도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후보가 김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점 끝에 승리한 것이다. 범친문인 이 후보는 당초 당선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다. 그가 당선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이인영 당시 후보를 지지한 건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 더좋은미래, 그리고 부엉이 모임이었다. 다시 말해 부엉이 모임이 전당대회서 복수에 성공한 셈이다. “선거서 졌던 조직인데, 표를 모아올 수 있겠느냐”는 당내 일각의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켰다.

이해찬과
척졌나?

부엉이 모임보다 최근 더욱 주목받는 모임이 있다. 바로 이 후보를 원내대표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인 민평련과 더좋은미래다. 민평련과 더좋은미래, 부엉이 모임은 문재인 대선캠프서 실무급으로 함께 선거를 치른 경험과 함께 ‘친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민평련은 소속 의원들 모두 ‘김근태계’다. ‘민주화 운동의 전설’ 고 김근태 전 의원의 정신을 받들어 만들어진 모임인 만큼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모임의 주축을 이룬다. 인재근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이인영·정춘숙 의원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더좋은미래는 지난 19대 국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내 진보개혁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 만든 정책모임이다. 김현권·남인순·신경민·우상호·제윤경·홍의락 의원 등을 비롯해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등이 이에 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주목해야 할 모임은 더좋은미래다. 주목받는 신친문이 다수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를 여럿 배출하기도 해 당내 주목도가 높다. 대표적으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 김현미 장관,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진선미 장관,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더좋은미래 출신이다.

20대 국회 들어서 지도부도 다수 배출했다. 민주당 1기 원내지도부인 우상호 전 원내대표, 박완주 전 원내수석부대표가 더좋은미래 소속이다. 2기 원내지도부인 우원식 전 원내대표, 박홍근 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3기 원내지도부에서는 진선미 의원이 여성가족부로 입각하기 전,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다. 지난해 전당대회서 선출된 남인순 최고위원도 더좋은미래에 속해 있다.

더좋은미래는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내왔다. 대표적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관한 발언이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할 당시 더좋은미래는 기자회견을 열어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당내 일각서 제기된 ‘기소권 양보’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 친문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최재성 의원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2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승리했을 때 친문에 합류했다. 그는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을 도와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다. 그때 최 의원이 추진한 것이 바로 ‘디지털 정당화’다. 이후 ‘온라인 권리당원’으로 들어온 많은 이들이 문 대통령 지지자로 활동 중이다. 

뜨는 신친문
면면 보니…

그는 지난해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재입성했다. ‘실세 친문’답게 굵직한 명함을 갖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당 전략기획자문위원장직이다. 내년 총선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다. 최 의원은 당내 ‘전략기획통’으로 분류된다.

또 다른 굵직한 명함은 바로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문재인정부가 맞닥뜨린 최대 암초다. 민주당은 이러한 중책을 최 의원에게 맡긴 것이다.

최 의원은 계속해서 일본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일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서 일본 기자들이 국내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관제 반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최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국민에게 일본 제품을 사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본 정치에 올림픽을 끌어들이지 말라” “원인 제공은 아베 정부의 조치 때문이다” 등 참석한 일본 기자들에게 날선 비판을 가했다.
 

▲ (사진 왼쪽부터)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최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해 일본 여행, 2020도쿄올림픽, 일본으로의 D램 수출 적절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 대한 보복 차원이 아닌 국민의 안전, 그리고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는 정부 차원서 발표하기 어려울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다.


최 의원과 함께 최근 가장 주목받는 친문이 있는데 바로 양 원장이다. 당내 일각에선 “지금은 1철 시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3철 중 가장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해외에 있다가 지난 5월 민주연구원장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그간 뉴질랜드 등 해외서 머물렀다. 그랬던 그가 복귀해 민주연구원의 ‘병참기지화’를 선언했다. 선거 전선에 뛰어들어 민주당의 총선 승리에 일조하겠다는 각오였다. 

부엉이모임 친문서 분화
들뜬 ‘재수회’ 이유는?

이후 그는 자신의 말을 실현하고 있다. 잇따른 광폭행보가 그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단독 면담을 시작으로 서훈 국정원장과 심야 회동을 가졌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과도 잇따라 자리를 가졌다.

특히 서 원장과의 심야 회동은 뒷말을 낳았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즉각 국정원의 총선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서 브리핑을 통해 “가까이 할 수도, 가까이 해서도 안 될 두 사람(양 원장, 서 원장)이 4시간에 걸친 밀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국가 정보기관의 내년 총선 개입이 본격화한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연구원의 병참기지화를 보여주는 사건이 또 하나 있다. 한일 갈등이 제21대 총선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취지로 작성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가 논란이 됐다. 해당 보고서에 사용된 데이터가 비공개 자료였다는 점까지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낳았다.

양 원장이 맡고 있는 민주연구원은 연구소라는 성격상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양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친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은 양 원장과 부엉이 모임의 관계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총선 후 ‘친문의 분화’가 다시 한 번 일어날 수 있어서다.

만약 총선 후 부엉이 모임이 지금보다 더욱 세를 확장한다면, 이해찬 체제 이후 새로운 지도부를 꾸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부엉이 모임의 핵심인 전 의원이 직접 당 대표 선거에 나설 수도 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앞서 전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 때 김진표 의원과 단일화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권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만약 차기 당권에 전 의원이 도전한다면 부엉이 모임의 지지가 뒤따를 전망이다. 이때 양 원장 등 친문 핵심과의 관계 설정이 관전 포인트다.

양 원장은 또 다른 친문 모임인 재수회의 멤버다. 재수회는 지난 18대 대선 후 ‘문재인을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이란 취지로 문 대통령의 측근들이 결성했다. 18대 대선서 낙선한 문 대통령의 야인생활을 가장 지척거리서 보좌한 모임으로 꼽힌다.

부엉이 모임
당권 노릴까

재수회 멤버는 양 원장을 비롯해 서 원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윤제 주미대사, 신현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민주당 박광온 의원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멤버 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조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만약 그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재수회의 당내 위상은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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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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