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류’ 친문의 분화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19 10:40:28
  • 호수 1232호
  • 댓글 0개

“내가 진문!” 슬슬 쪼개지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문이 분화하고 있다. 비문을 흡수하는 데 성공, 단일대오를 이룬 친문이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는 것. 정치가 생물이라면, 세포분열에 해당한다. <일요시사>는 친문 분화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 (사진 왼쪽부터)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유은혜 교육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지금 민주당에 있는 사람들은 다 친문(친 문재인)이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 관계자의 말이다. 친문-비문(비 문재인)으로 접근하면 민주당 계파를 파악할 수 없다는 조언도 건넸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의 친소관계를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각자도생
선택한 3철

‘친문=3철’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3철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일컫는다. 세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 자연스레 3철이 내각에 중용될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권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 의원을 제외한 2명은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아예 해외로 떠났다.

3철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했다. 지난해 있었던 6·13지방선거 때다. 3철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전 수석은 부산시장 출마설에 휩싸였다. 그러나 곧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전 의원이었는데 그는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상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두 사람은 민주당 경선서 맞붙었다. 전 의원은 친문 프리미엄에 힘입어 나름 선전했지만, 이 지사의 인지도를 넘지 못하고 패했다.


각자도생은 계속됐다. 지방선거 후 두 달이 지나 열린 전당대회 당시 3철은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서 회동을 가졌다. 전 의원의 북콘서트 이후 첫 회동이었다. 그들은 전당대회와 관련해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동서 이 전 수석과 양 원장은 ‘중립’을 선언했던 반면 전 의원은 중립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역 의원으로서 당내 문제에 중립을 지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전당대회 키워드는 ‘진짜 친문’, 바로 ‘진문’이었다. 출마한 송영길·김진표·이해찬 후보 모두 ‘내가 진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이 큰 영향을 미칠 환경이 조성돼있던 것이다.

전 의원의 선택은 김 후보였다. 물밑서 김 후보를 지원하던 전 의원은 3철 회동이 있고 10여일 후에 ‘경제 당 대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김 후보의 당시 슬로건이었다. 전 의원이 간접적으로 김 후보 지지에 나선 것이다.

‘친문-비문’ 이분법은 옛말
친문=3철? “지금 1철 시대”

당시 전 의원과 함께 움직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부엉이 모임’이다. 부엉이처럼 밤새도록 ‘달’(문 대통령)을 지킨다는 뜻이다. 주로 민주당 내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들로 구성됐으며 규모는 20∼30여명 정도다. 전 의원을 구심점으로 권칠승·김종민·황희·홍영표 의원 등이 주요 구성원이다.

18대 대선 때 결성된 부엉이 모임은 19대 대선 때 정기모임의 형태로 발전했다. 이후 모임은 전당대회 개입설에 휘말려 해산을 선언했다.


부엉이 모임은 친문 분화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전 의원과 부엉이 모임이 김 후보를 지지하자 세간의 관심은 과연 이들의 지지가 ‘이해찬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느냐로 모아졌다. 그러나 이변은 없었다. 이해찬 대표는 김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21대 총선을 이끌 민주당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친이해찬계와 부엉이 모임이 갈라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전 의원의 사이가 이전만 못하다는 말도 나왔다. 이 대표가 지난 2012년 경기 안산 상록갑에 선거사무실을 낸 전 의원에게 축하 영상을 보냈을 정도로 두 사람은 돈독한 사이였다고 한다. 전당대회는 두 사람 사이에 틈을 만들었다.

두 사람의 갈등설은 이어졌다. 이번에는 원내대표 경선을 했을 때다. 이인영·김태년·노웅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치권은 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 후보는 이 대표의 측근으로 대표적인 친이해찬계다. 21대 총선의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여권 내 위상이 상당한 이 대표가 버티고 있어 김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다.
 

▲ (사진 왼쪽부터)전해철·황희·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러나 결과는 누구도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후보가 김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점 끝에 승리한 것이다. 범친문인 이 후보는 당초 당선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다. 그가 당선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이인영 당시 후보를 지지한 건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 더좋은미래, 그리고 부엉이 모임이었다. 다시 말해 부엉이 모임이 전당대회서 복수에 성공한 셈이다. “선거서 졌던 조직인데, 표를 모아올 수 있겠느냐”는 당내 일각의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켰다.

이해찬과
척졌나?

부엉이 모임보다 최근 더욱 주목받는 모임이 있다. 바로 이 후보를 원내대표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인 민평련과 더좋은미래다. 민평련과 더좋은미래, 부엉이 모임은 문재인 대선캠프서 실무급으로 함께 선거를 치른 경험과 함께 ‘친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민평련은 소속 의원들 모두 ‘김근태계’다. ‘민주화 운동의 전설’ 고 김근태 전 의원의 정신을 받들어 만들어진 모임인 만큼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모임의 주축을 이룬다. 인재근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이인영·정춘숙 의원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더좋은미래는 지난 19대 국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내 진보개혁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 만든 정책모임이다. 김현권·남인순·신경민·우상호·제윤경·홍의락 의원 등을 비롯해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등이 이에 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주목해야 할 모임은 더좋은미래다. 주목받는 신친문이 다수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를 여럿 배출하기도 해 당내 주목도가 높다. 대표적으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 김현미 장관,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진선미 장관,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더좋은미래 출신이다.

20대 국회 들어서 지도부도 다수 배출했다. 민주당 1기 원내지도부인 우상호 전 원내대표, 박완주 전 원내수석부대표가 더좋은미래 소속이다. 2기 원내지도부인 우원식 전 원내대표, 박홍근 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3기 원내지도부에서는 진선미 의원이 여성가족부로 입각하기 전,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다. 지난해 전당대회서 선출된 남인순 최고위원도 더좋은미래에 속해 있다.

더좋은미래는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내왔다. 대표적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관한 발언이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할 당시 더좋은미래는 기자회견을 열어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당내 일각서 제기된 ‘기소권 양보’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 친문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최재성 의원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2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승리했을 때 친문에 합류했다. 그는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을 도와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다. 그때 최 의원이 추진한 것이 바로 ‘디지털 정당화’다. 이후 ‘온라인 권리당원’으로 들어온 많은 이들이 문 대통령 지지자로 활동 중이다. 

뜨는 신친문
면면 보니…

그는 지난해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재입성했다. ‘실세 친문’답게 굵직한 명함을 갖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당 전략기획자문위원장직이다. 내년 총선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다. 최 의원은 당내 ‘전략기획통’으로 분류된다.

또 다른 굵직한 명함은 바로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문재인정부가 맞닥뜨린 최대 암초다. 민주당은 이러한 중책을 최 의원에게 맡긴 것이다.

최 의원은 계속해서 일본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일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서 일본 기자들이 국내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관제 반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최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국민에게 일본 제품을 사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본 정치에 올림픽을 끌어들이지 말라” “원인 제공은 아베 정부의 조치 때문이다” 등 참석한 일본 기자들에게 날선 비판을 가했다.
 

▲ (사진 왼쪽부터)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최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해 일본 여행, 2020도쿄올림픽, 일본으로의 D램 수출 적절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 대한 보복 차원이 아닌 국민의 안전, 그리고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는 정부 차원서 발표하기 어려울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다.


최 의원과 함께 최근 가장 주목받는 친문이 있는데 바로 양 원장이다. 당내 일각에선 “지금은 1철 시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3철 중 가장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해외에 있다가 지난 5월 민주연구원장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그간 뉴질랜드 등 해외서 머물렀다. 그랬던 그가 복귀해 민주연구원의 ‘병참기지화’를 선언했다. 선거 전선에 뛰어들어 민주당의 총선 승리에 일조하겠다는 각오였다. 

부엉이모임 친문서 분화
들뜬 ‘재수회’ 이유는?

이후 그는 자신의 말을 실현하고 있다. 잇따른 광폭행보가 그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단독 면담을 시작으로 서훈 국정원장과 심야 회동을 가졌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과도 잇따라 자리를 가졌다.

특히 서 원장과의 심야 회동은 뒷말을 낳았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즉각 국정원의 총선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서 브리핑을 통해 “가까이 할 수도, 가까이 해서도 안 될 두 사람(양 원장, 서 원장)이 4시간에 걸친 밀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국가 정보기관의 내년 총선 개입이 본격화한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연구원의 병참기지화를 보여주는 사건이 또 하나 있다. 한일 갈등이 제21대 총선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취지로 작성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가 논란이 됐다. 해당 보고서에 사용된 데이터가 비공개 자료였다는 점까지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낳았다.

양 원장이 맡고 있는 민주연구원은 연구소라는 성격상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양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친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은 양 원장과 부엉이 모임의 관계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총선 후 ‘친문의 분화’가 다시 한 번 일어날 수 있어서다.

만약 총선 후 부엉이 모임이 지금보다 더욱 세를 확장한다면, 이해찬 체제 이후 새로운 지도부를 꾸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부엉이 모임의 핵심인 전 의원이 직접 당 대표 선거에 나설 수도 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앞서 전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 때 김진표 의원과 단일화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권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만약 차기 당권에 전 의원이 도전한다면 부엉이 모임의 지지가 뒤따를 전망이다. 이때 양 원장 등 친문 핵심과의 관계 설정이 관전 포인트다.

양 원장은 또 다른 친문 모임인 재수회의 멤버다. 재수회는 지난 18대 대선 후 ‘문재인을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이란 취지로 문 대통령의 측근들이 결성했다. 18대 대선서 낙선한 문 대통령의 야인생활을 가장 지척거리서 보좌한 모임으로 꼽힌다.

부엉이 모임
당권 노릴까

재수회 멤버는 양 원장을 비롯해 서 원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윤제 주미대사, 신현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민주당 박광온 의원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멤버 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조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만약 그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재수회의 당내 위상은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