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더위에…’ 하늘로 올라간 사람들

뙤약볕 아래 목숨 걸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한여름 태양과 가까워지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공농성에 나서는 이들이다. 이들은 왜 무더운 여름날 그늘 한 점 없는 하늘로 향하는 걸까.
 

▲ 고공농성 갖는 톨게이트 노조

파급력이 가장 큰 시위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가두시위다. 공통된 이해는 메시지에 힘을 실어준다. 1인 시위 역시 만만치 않다.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자랑한다. 고공농성에는 이들의 장점이 한 데 섞여 있다. 적은 인원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위자의 외침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부르진 않는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농성 이유에 대해 궁금해한다. 무더위와 태풍이 교차하는 기상 악조건서도 고공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고공농성

지난 6월29일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톨게이트 지붕 위로 향했다. 높이만 10m에 달했다. 충돌 배경은 사측의 자회사 설립이었다.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 정규직 직원이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수납 업무를 외주화했고, 수납원들은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 됐다. 지난 2013년 수납원들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수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수납원들의 소속을 위탁업체가 아닌 도로공사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가운데 도로공사는 지난달 1일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출범했다.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일환이었다.

당시 전국 수납원 중 5100명은 자회사에 입사했던 반면 나머지 1400명은 도로공사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며 입사를 거부했고 결국 1400명은 모두 해고됐다.


이들은 자회사 전환 시 일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로공사가 구축 중인 ‘스마트톨링’을 들었다. 스마트톨링은 카메라로 차량 번호를 인식하는 시스템을 통해 요금을 자동으로 청구하는 기술이다. 수납원들은 해당 시스템 체제가 안착된다면 일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제 자동화 시스템이 완비되면 수납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의 존립 이유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톨게이트 노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수납원 측은 도로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도로공사는 자회사 편입을 주장하고 있다”며 “진전이 없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30여명 정도가 톨게이트 위에 있다”며 “건강이 예전 같지 않지만 시위는 계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에선 해고 노동자 2명이 복직 등을 주장하며 농성 중이다. 이들은 영남대학교 병원 응급센터 옥상에서 지난달 1일부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전직 간호사인 이들은 복직과 노조와해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노사 평행선, 접점 찾기 어려워
계속되는 버티기…장기화 가능성

농성이 일어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영남대의료원은 지난 2006년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에 나선 노조 간부 10명을 해고했다. 조합원 대부분이 노조를 탈퇴하면서 노조는 공중분해됐다. 이후 한 노무법인의 노조 와해 개입 정황이 포착됐다. 해고 인원 중 7명은 해고무효 소송을 걸었다. 이들은 대법원 소송서 승소해 복직할 수 있었다. 다만 대법원은 현재 농성 중인 간호사 2명 등의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해고 간호사와 영남대의료원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해고 간호사 측은 요구 사항이 관철되기 전까지 옥상서 내려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영남대의료원,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등과 접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공농성 중인 이들은 옥상에 올라가기 전 무기한 농성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태년 영남대의료원장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하루빨리 위험한 불법 농성을 철회하고, 안전하게 옥상서 내려오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1995년 불법파업으로 노조간부 9명은 형사처분을 받았고, 파면 및 해임됐으며 중앙노동위원회서 정당해고로 확정됐다”며 “의료원은 노사화합의 대승적 차원서 1998년과 2000년 두 번에 걸쳐 복직을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원서 어렵게 결정한 복직에도 불구하고 1995년 불법파업을 주동해 해고됐다가 복직한 노조 간부들은 2006년 또다시 불법파업을 주동했다”며 “복직자 2명을 포함한 해고자 3명은 대법원서 정당 해고로 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번화가 강남도 고공농성을 피하지 못했다. 김용희씨는 강남역사거리 CCTV 철탑 위에서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김씨는 1982년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 입사했다. 김씨는 경남지역 삼성 노조 설립위원장으로 추대돼 활동하다가 1995년 5월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정년(지난달 10일)을 한 달 앞둔 지난 6월10일 기습적으로 철탑에 올랐다. 김씨는 앞서 일주일 전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 55일째이던 지난달 30일 김씨는 건강 악화로 단식을 중단했다. 김씨의 몸무게는 30kg 가까이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도심 한복판

김씨는 지난달 27일, 강남역서 열린 대책위원회 집회서 전화 연결로 “노조를 포기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입에 담을 수 없는 탄압을 받아왔다”며 “삼성은 아직도 노동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에 노조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전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장기 고공농성은?

파인텍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25일 크리스마스, 세계 최장 고공농성 기록을 경신했다. 409일째 농성이었다.

파인텍 노동자들은 모회사 스타플렉스의 공장 중단과 정리해고에 반발, 75m 높이의 굴뚝에 올랐다.

파인텍 노사는 지난 1월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사회적경제지원센터서 만나 이들을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모기업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대표가 파인텍 대표를 맡았다.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426일 만에 땅을 밟았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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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