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해주는’ 대행 서비스의 진화
‘뭐든 해주는’ 대행 서비스의 진화
  • 구동환 기자
  • 승인 2019.08.19 15:29
  • 호수 1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만 주면 사표도 써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직장인들이 퇴직을 결심하고도 여러 가지 이유로 실천에 옮기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퇴사가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해 퇴사 대행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 서비스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 ▲ 최근 퇴사가 어려운 직장인들을 대신해 퇴사를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 최근 퇴사가 어려운 직장인들을 대신해 퇴사를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퇴사 대행 서비스는 지난해 일본서 먼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본 <마이니치>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선 퇴사 대행 서비스가 성행한다고 했다. 퇴사 대행 서비스란 퇴직 희망자가 회사와 접촉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도록 대신 해주는 것이다. 일자리가 넘쳐나는 일본에선 사표를 내도 잘 받아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영향 때문인지 해당 서비스는 퇴직을 희망하는 2030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고객들이 늘어나자 해당 업체들도 30곳 이상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 6단계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이유로 퇴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인크루트가 회원 7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퇴사 경험이 있는 사람은 632명(82.8%)으로 집계됐다. 조사 인원 가운데 퇴사 계획을 하고 있었음에도 퇴사하지 못한 사람은 255명(33.5%)으로 조사됐다.

퇴사 계획이 무산된 이유로는 ‘회사가 퇴사에 대해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을 종용받았다’는 인원이 383명(50.2%)으로 가장 많았고 ‘후임 인력 부재에 따른 사직원 반려’가 195명(25.6%), ‘상부서 타당한 이유가 없었음에도 의도적으로 반려했다’가 92명(12.15%)으로 각각 조사됐다.

이처럼 퇴사를 결심하고도 퇴사가 순탄치 못한 사람들을 위한 퇴사 대행 서비스가 국내서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설립된 퇴사 대행 서비스 A사는 퇴직에 어려움을 느끼는 직장인들을 대신해 퇴직 의사를 알리고 사직서를 제출해주고 사후관리까지 해주는 유연한 퇴직문화를 만들어나가자는 이념 아래 만들었다.

퇴직 대행 서비스는 총 6단계로 이뤄진다. ▲고객 니즈 파악(희망 퇴직일 및 개별상담), 위험요소 사전점검(전문자문위원 구성) ▲사직 의사 전달(인사 담당자와 상호 협의) ▲퇴직 관련 서류 제출(사직서 및 기타 물품) ▲사직 수리 확인(제 증명, 원천징수영수증) ▲사후 관리(임금체불 진정서 대행) 등의 순서로 이뤄진다. 이외에도 사직서 관련한 내용증명, 당일 퇴사에 대한 법적 문제 등 많이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서비스 이용 금액은 업무 난이도에 따라 다르다. 전화로 사직 의사를 전달하거나 사표만 제출하는 업무는 10만∼15만원, 인사팀과의 미팅이 필요한 경우에는 30만원 수준이다. A사 이외에도 퇴사 대행 서비스 업체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퇴사 과정 어려워 대행업체에 맡겨
회사와 떨어져 그만둘 수 있게 지원

실제로 퇴사를 결심하고 절차를 밟는 과정서 순탄치 않아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이 버젓이 존재한다. 20∼30대와 여성 직장인이 주로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직장인 B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할 때마다 회사에선 향후 계획을 묻는다. 내 진로에 관해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납득할만한 이유가 아니라면 퇴사를 반려하려는 취지로 물어보는 것 같아 굉장히 불쾌했다. 주위에 퇴사 희망자들은 참으라고 종용하는 회사의 태도에 괴로워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취업관련 전문가들은 퇴사 대행 서비스가 등장한 이유에 대해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의 노무 관행이 굉장히 불합리하고 퇴직 과정서 느끼는 불안감과 압박을 해소하고자 서비스를 찾기도 하고 또 대면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서비스를 찾는 원인중 하나라고 꼽는다. 
 

퇴사 대행 서비스가 생긴 취지는 나쁘지 않지만, 일각에선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다른 업계로 이직하는 게 아니라면 대행 서비스가 아닌 본인이 직접 퇴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력자를 채용할 때 전 회사서 어떻게 퇴사했는지 과정에 대해 묻는 회사도 있기 때문이다. 

모기업 인사과 C씨는 “퇴사도 회사 생활의 마침표다.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젊은 세대들이 퇴사 대행 서비스를 고려하는 것으로 아는데 책임감이 없는 행동으로 비춰진다”고 우려했다.

10만∼30만원

이 같은 이유로 국내서 퇴사 대행 서비스가 보편화되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사소통이 부족한 젊은 청년들의 문제가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터놓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구조의 결과물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변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서 “회사와 교섭을 대행해주는 과정서 변호사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상 속’ 별의별 대행 서비스

다양한 분야서 대행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편리한 배달문화가 발달하면서 배달 대행 서비스가 늘어났다. 음식점들은 배달원을 따로 두지 않고도 배달대행 기사를 고용해 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배달을 했던 패스트푸드점, 치킨점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커피 등 다양한 음식의 배달이 가능해졌다. 음식점 입장서 배달을 편하게 해줄 수 있고 손님 입장에선 음식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서로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다.

주말 하루 알바로 유명한 것이 바로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다. 하객 대행은 말 그대로 결혼식서 하객의 역할을 대신해 임금을 받는 것이다. 하객 대행 전문 인터넷카페가 있을 정도로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대행 서비스다.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 특성상 나이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신랑이 30대 초반인데 한참 나이가 어린 20대나 아버지뻘 되는 50대가 친구로 고용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객알바 임금은 10만원 내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여행인구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주로 찾는 서비스는 주차 대행이다. 차를 가지고 공항에 도착하면 어디에 주차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사람을 위한 서비스다. 단기 주차장 실내에 보관하기엔 가격이 부담되고, 장기 주차장에 주차하기에 출국장과 거리가 멀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들은 사설 주차대행을 이용하기도 한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선 ‘프리미엄 주차대행 서비스’를 이달 1일부터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품질 유지를 위해 하루 100대로 한정했으며, 주차대행 요금은 2만원과 단기주자창 주차 요금은 일당 2만4000원이다.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