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쩐의 전쟁’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19 10:36:59
  • 호수 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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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합집산…결국 이유는 ‘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정치판을 보면서 한 번쯤 들어봤을 생각이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상황임에도 끝내 헤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임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라선다. ‘정말 왜 저러는 걸까.’ 답을 찾기 위해서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바로 ‘돈’이다.
 

▲ 회의 갖는 대안정치회의

원내 정당은 국고보조금을 지급받는데 의원 수에 따라 액수가 정해진다. 지급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매 분기(2·5·8·11월)마다 이뤄진다. 적게는 수천만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른다. 보조금은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 핵심 재원이다.

정치판은…

지급액은 교섭단체 여부와 의원 수가 몇 명이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교섭단체는 원내 20석 이상의 정당을 뜻한다. 교섭단체 정당에게는 보조금 총액의 50%가 균등 배분된다. 반면 교섭단체가 아니지만, 5석 이상인 정당에게는 총액의 5%, 5석 미만인 정당에게는 총액의 2%만 지급된다. 남은 보조금은 절반씩 나눠 지급된다. 절반은 각 정당의 의석수 비율로, 또 다른 절반은 20대 총선 득표수 비율에 따른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은 ‘쩐의 전쟁’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다. 바미당은 갈라설 듯 갈라서지 않는 쪽이다. 바미당에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맞서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손학규 대표의 거취다. 손 대표는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의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거세게 받고 있다.

손 대표는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당 혁신위원회가 현 지도부 교체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까지 공개하면서 손 대표는 궁지에 몰렸다. 혁신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9∼11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12일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기존 손 대표 체제를 새 지도부로 교체하자는 응답이 45.6%로 나타났다. 반면 손 대표 체제를 유지하자는 응답은 25.4%였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혁신위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현재 손학규 체제의 유지를 바라는 응답자는 진보성향 및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자가 많으며, 새 지도부로 교체하자는 응답자는 중도보수성향 및 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 평가자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손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손 대표는 “위원장이 없는데, 혁신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느냐”며 “일부 혁신위의 행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손 대표가 버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각에선 넉넉한 보조금 때문이라고 내다본다. 실제로 바미당은 이번 3분기 보조금을 받아 당 자산이 100억원에 이르렀다.

손, 자산 100억원 지키려고…
정, 하마터면 4억원 잃을 뻔

이는 내년에 있을 21대 총선 때 큰 전력이 될 수 있다. 선거는 진정한 ‘쩐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를 한 번 치를 때마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현수막, 유세 지원 차량, 확성기 등 현장에서 쓰이는 비용은 물론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위한 비용까지 합하면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억원이 든다. 당 자산 100억원은 당권파와 비당권파 누구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큰 액수다.

반대로 민평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결국 갈라섰다. 창당 18개월 만에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 소속 의원 10명은 “사분오열되고 지리멸렬한 제3세력을 다시 튼튼하고 건강하게 결집시켜 대안 신당 건설의 마중물이 되겠다”며 민평당을 나왔다. 

김경진 의원은 대안정치에 합류하지는 않았지만 “지역 함몰 정당처럼 보이는 당에 몸담았던 것을 사과하고 차기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대안정치의 핵심인 박지원 의원은 “종국적으로 보면 정동영·박주현 의원 두 분이 남게 될 것이고, 박 의원은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이니까 (정 의원)1인(만)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격인 유성엽 의원은 “빠른 시일 내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할 것”이라며 “정치권에 계시지 않았던 외부 인사를 대표로 추대할 때까지는 임시 대표를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 회의 갖는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

당초 대안정치 측은 지난 12일 탈당계를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16일로 탈당계 제출을 미뤘다. 보조금 때문인데 이날 제출하려 했던 이유도, 16일로 돌연 제출일을 미룬 이유도 마찬가지다. 지난 2분기 민평당이 받은 보조금은 6억4000만원이었다. 이번 3분기도 마찬가지다. 대안정치는 보조금 지급일인 15일 이전에 탈당을 선언했다.

일각에선 보조금의 지급 액수를 줄여 당권파의 자금줄을 옥죄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만약 대안정치 측이 원래 계획대로 12일에 탈당계를 제출했다면, 민평당이 받았을 보조금은 2억원이다. 3개월 만에 무려 4억여원이 빠질 위기였던 것이다.

왜 저럴까?

유성엽 의원은 지난 13일 탈당 선언 이후 첫 회의서 “남아있는 당직자들의 인건비 문제 등 어려움을 감안해 16일자로 탈당계를 제출했다”며 “정 대표께 마지막 기회를 드린 것이다. 다시 한 번 새로운 길로 나서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민평당과 훗날 다시 합치는 상황을 고려해 대안정치 측이 보조금 압박이라는 극한의 수를 쓰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안정치 탈당 비스토리

앙금이 남아서일까.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탈당한 박지원 의원과의 1대1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박 의원이 공천권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의 말에 따르면 박 의원은 면담 자리서 “당 대표를 사퇴하고 공천권을 원로 정치인에게 주지 않으면 결사체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 결사체를 대안정치로 봤다. 

정 대표는 ‘박지원 배후설’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박 의원이 집단탈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반면 박 의원은 배후설을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이 2선으로 물러나는데 공천권이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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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