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보수 딜레마

친미·친일 명분이…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해방 직후, 극심한 좌우 대립 속 ‘한국 보수’는 ‘친미’와 ‘반공’이라는 독창적인 개념으로 치환됐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이어 최근 한일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반공을 함께할 우방국들의 상황이 변하고 있다. 딜레마에 빠진 보수진영, 흔들리는 그들의 시선을 조명했다.
 

최근 한미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검증을 위해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하는 한국에 ‘새벽잠을 설쳐대며 허우적’, ‘겁먹은 개가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과 같은 막말을 일삼는 반면, 미국에 대해선 한미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서 협상하고 싶다는 의사를 담은 친서 외교를 보냈다. 정치권에선 통미봉남(미국과의 실리적 통상외교를 지향하면서 남한 정부의 참여를 봉쇄하는 북한의 외교전략)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흩어지면 죽고
뭉쳐야 산다!

북미실무협상은 오는 20일에 마무리되는 한미연합훈련 이후 재개될 전망이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는 단거리 미사일 실험에 대한 작은 사과가 담겨 있었다”며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대로 (미사일 발사) 시험을 끝낸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을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길 기대한다. 핵 없는 북한은 전 세계서 가장 성공한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시험을 강행하며 국제사회를 도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체가 단거리 미사일이기에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을 옹호했다. 실무협상 이전 대화에 집중하려는 북한과 외교 능력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윈윈(Win-Win) 전략으로 읽힌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최초로 북한 땅을 밟았다. 과거 미국 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며 극심한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게 우호적 태도를 유지하며 과거 미국 대통령들과는 남다른 면을 과시, 북한과의 관계를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그는 판문점 회동 이후 오바마 행정부서 북핵 문제에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북한과의 관계를 본인의 경쟁력으로 과시하는 면모를 보였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고, 미사일을 쏘아 보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좋고 조용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날 “자신과 김 위원장 간에는 어떤 좋은 케미스트리가 있지 않나, 그래서 이렇게 (판문점 상봉이)성사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데 대해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앞날을 개척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이라고 말하며 둘은 특별한 ‘브로맨스’를 보였다.

북미 우호적 관계…불편한 김-트 케미
점점 멀어지는 일본 “편들 수도 없고”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주도권 싸움서 자신에게 주도권이 있음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외교적 성과를 선거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 대선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관계의 성과를 지렛대 삼아 선거서 승리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동북아 평화에 한 발짝 나아간 계기가 된 남북미 회동을 두고 한국 보수진영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을 지켜줄 우방의 대통령이 주적인 북한 땅을 밟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 보수진영의 친미 노선에 혼란이 생긴 것이다. 외국의 보수는 민족주의와 국익을 중시하지만 냉전 이데올로기로 인해 한국 보수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친미’이자 ‘반공’이다.

그들에게 미국은 ‘선’이자 반미는 ‘악’으로 간주된다. 믿고 따랐던 미국 대통령의 행보로 ‘친미반공’의 프레임이 깨지자 보수진영 사이서 여러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특히 친미적 색채가 강한 우리공화당(이하 공화당) 내부에선 “매 집회 때마다 성조기를 흔드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면서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화당은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기습 설치해 서울시와 대립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있던 날 경호를 위해 천막을 자진 철거하며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보수≠친미
새로운 개념

공화당 조원진 공동대표는 지난달 청계광장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서 남북미 회동을 두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통미봉남의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행동하는 자유시민>의 공동대표인 이언주 무소속 의원도 “정작 비핵화는 아무 진전도 없다”고 지적하며 남북미 회동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냈다. 하지만 트럼프정부는 암묵적으로 핵보유국인 북한을 인정하고, 비핵화의 범위를 스몰딜에 의한 핵동결로 전략을 전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본인의 재선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행보는 반드시 한국 보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불편한 진실 속, 보수 세력 내에서도 미국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수=친미’ 프레임이 서서히 깨지고 있는 셈이다.
 

▲ 악수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펜앤마이크 정규재 대표는 유튜브서 “트럼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보수 내에서 여러 견해가 있지만, 보수가 트럼프나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올바른 노선을 하루빨리 정립해 움직여야 한다”며 보수 세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쇼’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을 계속해 신뢰하며 따르자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보수단체 관계자는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내 친미국가로 만들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 때리는
반일 종족주의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대한민국은 저마다의 국익이 있고 미국이 반드시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며 “특히 자신의 재선 가능성 등 경제적 논리로 협상에 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봤을 때 한국과 이해관계가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보수층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볼 수 있지만 성조기를 버리는 등의 행동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미관계를 해칠 뿐”이라며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의 문제서 우리의 어떤 스탠스가 국익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과 함께 일본은 북한에 각을 세우는 보수진영의 우방국이었다. 일본과 반공이라는 가치관을 함께 공유하는 보수진영이 ‘친일’ 프레임에 쉽게 씌이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노선에 이어 일본과의 최근 무역 전쟁에 대해 보수진영내 의견이 분분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보수진영은 한일 무역 갈등의 원인을 아베정권의 잘못보다는 문재인정부의 외교적 실책으로 꼽고, '한국 때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의 최근 조치는 경제보복이 아니며, 작년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이 부당하다며 일본 편을 든 것이다. 지난 8일 엄마부대는 “문정권은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면서 대한민국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일본하고 싸우느냐”고 주장해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최근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낸 <반일 종족주의> 역시 일본에 대한 보수진영의 엇갈린 시선을 극명히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 전 교수는 뉴라이트의 대표적 인사로 꼽히며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 인물이다. 책에선 식민지배와 친일 청산, 일본군 위안부, 독도 문제 등을 다뤘다. 필자들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노동자는 강제동원된 것이 아니며 일본에 대한 ‘로망’에 의해 자발적으로 일본에 건너갔음을 주장하고, 토지조사사업으로 토지를 대량 수탈한 점도 사실이 아니라고 적시했다.

‘모든 게 문 탓’ 프레임
정부 외교 실책에 집중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SNS에 “<반일 종족주의>를 읽고 난 뒤 심한 두통과 모욕을 느낀다”며 “국민을 우민(愚民)으로 여기고 있다. 우민이 된 국민으로서 격한 모욕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지식인의 용기로 포장된 역사 자해 행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댓글에는 장 의원의 의견에 반하는 일부 보수 성향 사람들의 비난 댓글이 잇따라 달리면서 장 의원은 곤욕을 치뤄야 했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읽어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데 왜 이 책을 보수 유튜버가 띄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보수, 우파들 기본 생각과도 어긋나는 내용이라고 보여진다”고 썼다.
 

▲ 군사분계선 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극우 성향 만화가인 윤서인이 “실제 진실은 이러한데 그 책의 이런 부분은 이러이러해서 문제다. 명확한 근거와 논리로 말씀해주시면 좋겠다”고 반박하자 홍 전 대표는 “그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적었는데 달려드는 것을 보니 좌파들보다 더 하다”며 불편한 기색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보수진영 내에서 일본을 두고 벌어지는 입장 차에 대해 한 보수단체 관계자는 “아베의 헛된 망상에 대해서 좌우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베정권에 죄송하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건 그분들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가고
아베 오나

지난 14일 국내 대표적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은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자유총연맹은 진보인사로 꼽히는 함세웅 신부를 초청해 첫번째 발언자로 내세우며 진영 간의 논리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함 신부는 “350만 자유총연맹 회원 모든 분들이 뜻을 모아 5000만 국민들이 한뜻으로 일본을 도덕적으로 꾸짖고 아베가 회개할 수 있도록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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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