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가구 전문기업 코아스의 하청업체 죽이기 공방전

법 위에 원청, 법 밖에 하청?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우리나라 하도급의 현실은 ‘갑’이 지시하면 당사와 같은 ‘을’ 입장에선 그나마 직원들의 생계인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현실이다.” A사는 코아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A사의 매출 대부분은 코아스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A사는 거래 중단까지 감수하면서 신고를 감행했다. 그간 A사와 코아스 사이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A사는 금형제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이다. ㈜코아스는 사무용 가구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코스피 상장사다. A사는 지난해 9월5일 코아스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A사의 공정위 신고 내용에 따르면 A사와 코아스는 지난 2014년 6월16일 협력업체 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2015년 10월19일에 이어 2018년 1월2일 코아스와 2차례 계약을 연장, 4년간 거래했다.

신고했다고?

A사는 코아스로부터 금형이나 사무용 가구 부품 제조를 위탁받아 납품했다. 거래는 코아스가 운용하는 발주시스템(SCM)을 통해 이뤄졌다. 코아스가 발주시스템에 발주서를 업로드하면 A사가 이를 출력해 목적물을 납품하는 방식이었다.

A사는 코아스와 거래 상 있었던 불법행위 내용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A사는 “이번 신고로 코아스와의 거래는 종료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서를 제출하는 이유는 이 이상 참는다 하더라도 코아스의 부당 행위가 지속될 경우 의미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사에게 코아스는 ‘주요’ 거래처였다. A사의 전체 매출에서 코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5%다. A사가 법인으로 전환하기 전에는 71%에 달했다.

A사의 주장에 따르면 코아스는 금형 제조를 위탁한 뒤 도면 변경으로 수정작업을 추가 위탁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동 법률) 제3조’에 따르면 원사업자(코아스)가 수급사업자(A사)에게 제조 위탁을 하는 경우 또는 제조 위탁 이후, 계약내역에 없는 제조를 위탁하거나 내역을 변경한다면 제2항의 사항(하도급계약 내용, 하도급대금 조정요건 등)을 적시한 변경계약 서면을 수급사업자(A사)에게 발급해야 한다.


그러나 코아스는 변경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다.

코아스는 2015년 10월과 2017년 7월 A사에게 금형 제조를 위탁했다. 2015년 코아스는 공급가액 9700만원 중 4900만원을 A사로부터 제조 위탁하는 자재를 매입할 때, 자재 수량이 2만개가 될 때까지 자재 단가 1개당 2450원을 포함해 지급한다고 계약했다.

2017년에도 동일했다. 코아스는 공급가액 2700만원 가운데 1350만원을 매입 자재 수량이 1만개에 도달할 때까지 자재 단가 1개당 650원, 700원 등을 함께 지급하기로 했다. A사는 “코아스가 두 계약의 계약금액이 현저히 낮다고 인지해 다른 목적물에 대한 하도급 대금으로 보전해주려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었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코아스, 하청 매출 좌지우지
발주서 기재 단가 임의 수정

그러나 코아스는 첫 번째 계약의 경우, 2015년 12월22일 매입을 시작하다가 2017년 3월 이후 발주하지 않았다. 두 번째 계약도 마찬가지였다. 코아스의 매입은 단 2건에 그쳤다. 결국 A사는 각각 2300여만원과 116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A사는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및 감액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들었다. 심사지침에 따르면 한 목적물에 대해 하도급 대금을 낮게 결정하고, 그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다른 목적물에 대한 하도급 대금의 결정 시 보전해주기로 한 뒤 이행하지 않는다면 부당하다고 본다.

코아스는 위탁 제품 수량을 임의로 변경하기도 했다. 코아스는 A사에게 플라스틱 제품 등을 제조 위탁했지만 사유를 들어 수량을 변경했다. 동 법률 제8조에 따르면 원사업자(코아스)는 제조 등의 위탁을 한 뒤 수급사업자(A사)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는 경우, 제조 등의 위탁을 임의로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코아스는 하도급대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감액했다. 동 법률 11조 1항에 따르면 원사업자(코아스)는 제조 등의 위탁 시 결정한 하도급대금을 감액할 수 없다. 다만 원사업자(코아스)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 감액할 수 있다.

코아스는 2014년 12월∼2017년 4월 플라스틱 제품 등을 A사에게 제조 위탁했다. 코아스는 목적물을 수령한 뒤 돌연 A사에게 ‘할인료’ 명목으로 발주금 일부를 감액했다. 코아스는 감액된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했다. 감액 금액은 모두 4500여만원이었다.
 

코아스는 ‘프로젝트 네고’와 ‘패널티 명목’으로 각각 1억5800만원, 1500여만원씩 감액하기도 했다. 코아스는 패널티를 부여한 이유로 A사의 납품 제품을 지목했다. 최종 생산물에 대한 불량 원인이 A사의 납품 제품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A사는 “코아스는 거래 과정서 한 번도 목적물 수령 이후 10일 이내 검사 통지를 서면으로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동 법률 제9조 2항에 따르면 원사업자(코아스)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 수급사업자(A사)로부터 목적물 등을 수령한 날에서 10일 이내에 수급사업자(A사)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이 기간 내 통지하지 않은 경우,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본다. A사는 “불량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실하지 않은데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아스는 ‘반품 처리’를 이유로 3600여만원도 감액했다. 코아스는 2015년 12월∼2017년 11월 A사에게 목적물을 수령한 뒤 납품 제품이 불량하다며 일부 제품에 대해 반품 처리했다. A사는 “어떤 불량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불량이라고 주장하는 제품을 반환하지도 않았으며, 당사가 제조하지 않은 제품을 반품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만들지도 않은 제품 반품하고 감액
조항 유명무실 공정위 역할 물음표

대금 지연과 이자 미지급도 언급됐다. 코아스는 2018년 1월24일 목적물을 수령, 같은 해 7월20일 하도급대금을 지급했다. 수령일서 60일을 경과한 것이다. 동 법률 제13조 1항에 따르면 원사업자(코아스)가 수급사업자(A사)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할 경우, 목적물 등의 수령일에서 60일 이내의 기한으로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 동 법률 제13조 8항에 따르면 60일이 지난 뒤에는 초과기관에 대해 공정위가 고시하는 이율에 따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코아스는 60일을 넘겼고, 지연이자도 지급하지 않았다.

A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코아스 측에서 해당 내용을 모두 인정했다”며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률적 단가 인하’에 대해선 (코아스가)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해당 사안이 가장 큰 부분”이라며 “지급받지 못한 대금을 꼭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A사의 주장에 따르면 코아스는 특별한 이유 없이 단가를 인하했다. A사는 2017년 4월 목적물 납품 이후 코아스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그러나 코아스는 “세금계산서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의자 사출비 10%와 조립비 5% 단가를 인하한다”며 구두 통보했다. 코아스는 발주서에 기재된 단가를 임의로 수정했다.

코아스는 한 달 뒤인 2017년 5월을 기점으로 2018년 7월까지 일률적 인하 대금을 A사에게 지급했다. 동 법률 제4조 2항 1호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본다. 또 동 법률 제4조 2항 5호에 따르면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 역시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볼 수 있다. A사는 1900여만원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A사는 지난 6월 기준으로 받지 못한 대금이 모두 12억원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부분 인정

코아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A사는 우리와 오랜 협력업체”라며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A사와 현재도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며 “중간 소통 과정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생의 의미로 잘해보고 싶다”며 “잘못이 없다기보다 근거에 기반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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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