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연발’ 여름철 기상청 잔혹사

오보청, 구라청…아무도 안 믿는 일기예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습기에 허덕이다 폭염에 달궈졌다가 비에 젖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변덕스러울수록 사람들의 짜증지수도 높아진다. 사람들의 불만은 변화무쌍한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기상청에 쏠리고 있다. ‘오보청’ ‘구라청과 같이 비난 의도가 담긴 기상청의 별명도 해마다 늘어간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상청서 나눠주는 우산.jpg’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게시글에는 날씨 맞히기가 너무 힘듭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우산 사진이 올라와 있다. 기상청의 고충이 묻어나는 문구에 누리꾼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게시글 속의 기상청 우산은 1999323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기념품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우산은 당시 새겨진 문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싸늘해 추가로 제작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정확한
예상에…

날씨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자연을 일터 삼아 살아가는 사람은 물론이고, 매일 같은 길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에게도 날씨는 초미의 관심사다. 많은 사람들은 매일 아침 휴대전화, 뉴스 등을 통해 날씨를 체크한다. 맑을지, 흐릴지, 비가 올지 등 날씨 예보에 따라 옷차림부터 교통수단, 일정 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거나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은 날씨에 따라 한 해 수입이 결정되기도 한다. 조상들은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날이 가물면 신을 향해 기우제를 올렸다. 뱃사람들이 먼 바다로 나가기 전 제를 올린 것도 날씨에 따라 요동치는 파도를 잠잠하게 해달라고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조상들은 하늘을 보고 기후를 전망했다. 해와 달, , 바람, 구름 등의 상태나 변화 등을 관찰하고 여러 생물의 특이한 활동을 날씨와 연결 지었다. 비교적 과학적으로 날씨를 관측했던 때는 조선시대 세종 때인 1441년 측우기 발명 이후다. 측우기는 비가 내린 양을 측정하는 기구다.

서구식으로 기상관측을 하게 된 것은 1883년에 이르러서다. 당시 우리나라 정부에 고용돼있던 독일인 묄렌도르프가 인천에 관측소를 설치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1898년 러시아 정부가 인천에 측후소를 설치해 기상관측과 기상신호를 시작했다.

1884년부터는 일본이 부산서 기상관측을 시작했다. 1910년 일제강점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기상업무는 모두 일본인이 관장했다. 그러다 1945년 광복 후에야 모든 기상업무가 우리나라로 이관됐다. 근대적인 일기예보를 독자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 기상청

현재의 일기예보는 첨단과학의 첨병이다. 인공위성을 통해 수집한 정보,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 등을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시민들에게 전달하는데 문제는 정확도다. 기상청은 국내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확도에는 매번 의문부호가 붙는다. 일각에선 예보가 아닌 중계라고 조롱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8호 태풍 프란시스코의 경로 예측도 이 같은 사례 중 하나다. 기상청은 당초 태풍 프란시스코가 지난 6일 밤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 내륙을 관통한 뒤 7일 오전 경북 안동을 거쳐 강원도 속초 부근서 동해안으로 빠져나가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역대급 태풍’이라더니 조용
비 안 온다더니 폭우 쏟아져

하지만 기상청은 초기 전망과 달리 태풍 프란시스코가 경북 안동 주변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되면서 소멸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실제 태풍 프란시스코는 부산에 상륙한 뒤 열대저압부로 인해 세력이 약해지면서 채 1시간도 안 돼 소멸됐다.


태풍은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나갔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던 지역 공무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보로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지적은 피해가기 어려웠다. 예보보다는 중계에 가까운 발표로 오락가락하는 사이 공무원들은 물론 지역 시민들에게까지 혼란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항공사들은 기상청의 부정확한 예보에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항공사는 날씨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날씨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기상청에 돈을 내고 기상정보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 손실이 발생하자 기상정보 제공비를 낮춰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 ▲기상청의 오보로 항공사들의 매출 감소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기상청은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제주도에 많은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 것이라고 예보했다. 항공사들은 기상예보에 따라 174편의 항공기 운항을 취소했다. 하지만 예보와 달리 비행기 이착륙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강풍은 불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항공사가 입은 손실은 약 17억원 정도였다.

기상청 예보를 믿고 항공편을 취소했다가 피해를 입은 항공사들은 기상청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기상청은 지난해 61일부터 국제선 항공기가 국내 공항에 착륙할 때 부과(1회 착륙 기준)하는 항공기상정보 사용료를 기존 6170원서 11400원으로 2배 가까이 올린 바 있다.

대한항공 등 국내 8개 항공사는 항공기상정보 사용료 인상률이 과도하고 정부가 권한을 남용했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인상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기상청의 손을 들어줬고, 항공사들은 항소한 상태다.

지난해 6월 한국항공협회는 국내 공항서 기상오보로 인한 회항 편수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420편에 달했다는 통계를 내놨다. 2015114, 2016179, 2017127편 등이다. 기상청의 오보로 회항하는 항공편이 23일에 한 번꼴로 나온 셈이다.

시민 불만
전국 폭발

앞서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비가 내리지 않아 피해를 입은 골프장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거론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지난 629일 남부지방에 최고 300비가 온다고 예보했지만, 실제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다. 제주 지역 골프장들은 기상 예보로 인한 예약 취소로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로 제주 지역 골프장은 한 곳당 수천만원 상당의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틀린 예보를 한 기상청은 이후 비가 내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밝혔지만, 손실을 메울 방법이 없는 골프장 업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부정확한 예보로 빈축을 샀던 제주기상청은 지난 7월 난데없는 눈 예보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10일 오후 제주기상청은 제주 지역 날씨를 흐리고 눈이라고 안내했다. 눈을 상징하는 눈 결정체나 함박눈을 연상하게 하는 눈사람 그림까지 띄워놓았다. 제주기상청의 이 같은 예보에 누리꾼들의 비난은 빗발쳤다.

제주기상청은 담당자의 입력 실수라고 해명했다.

지난 2월에도 기상청의 대형 오보가 있었다. 기상청은 215일 수도권에 눈 날림현상을 예보했지만, 실제로는 기습 폭설이 내려 출근길 대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눈 날림 현상은 눈이 내리기는 하지만 쌓이지는 않아 적설량이 없는 것을 말한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기상청은 서울 지역에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를 수정했다. 당시 기상청이 예보한 적설량은 1가량이었다. 하지만 눈발이 점차 굵어지자 실시간으로 예보가 바뀌는 촌극이 일어났다.
 

그 전날 새벽부터 15이상의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보한 영동지방서 5가량의 눈이 내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었다.

지난해 824일에는 역대 최악의 피해를 예고한 태풍이 예상과 달리 큰 피해 없이 지나가면서 기상청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19호 태풍 ‘솔릭’이 기상청 예보와 달리 조용히 넘어가면서 기상청의 과잉대응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기상청이 태풍의 예상 진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서울시 어린이집, 유치원, ·중학교가 휴업에 들어가면서 맞벌이 부부들이 곤란을 겪은 것.

당시 ‘기상청 예보관을 교체해달라’ ‘기상청을 없애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글이 폭주했다. 기상청은 당초 태풍 솔릭이 충청남도 보령 해안 일대에 상륙, 서울과 경기 일대를 직접적으로 타격해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또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예보하면서 대비를 당부했다.

행정력 낭비
비판 빗발쳐

기상청 예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전국 12개 시·7835개 학교가 기상청의 말을 믿고 휴교 조치했다.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조치였다. 하지만 기상청 예보와 달리 태풍 솔릭은 예상보다 훨씬 남쪽인 전남 목포 인근 해안에 상륙했고, 대전 일대를 통과하면서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수도권과 경기 지역은 태풍의 영향권에 들지 않았으며 강수량도 5내외였다.


태풍 솔릭에 대한 빗나간 예보 이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또 다시 기상청의 오보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829일 밤부터 서울과 경기 북부 등 수도권 지역에 기록적인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밤 사이 이 지역에 내린 비는 무려 400520에 달했다. 당시 쏟아진 폭우로 총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특히 이미 12시간 전부터 게릴라성 호우가 내리고 있는 상황서 기상청의 때늦은 호우경보도 빈축을 샀다.

기상청의 해명도 구설에 올랐다. 당시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출입기자들에게 당황스러움을 넘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라며 “30년 가까이 기상청에 근무했는데도 처음 보는 현상이다 보니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해명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2017년 여름에도 강우량을 예측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2017911일 부산에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당초 기상청 예보보다 100이상 많은 비였다. 기상청은 부산을 포함한 남부지방에 시간당 30이상의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곳에 따라 최대 강수량이 150이상 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실제 부산에 쏟아진 강수량은 350를 넘었다. 기상청 예보와 비교해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지난 20177월엔 기상청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이 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기상청, 기상산업진흥원, 지질자원연구원 등 8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기상예보 및 지진 통보 시스템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였다.

항공사에 기상정보비 올려
부정확한 예보로 손실 발생

그 결과 최근 5년간 기상청의 강수 예보 적중률은 46%에 불과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청이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한 5193회 중 실제 비가 온 경우는 3228(62%)였고, 비가 오지 않은 경우는 1965(38%)였다. 반면 비가 온다고 예보하지 않았지만 비가 온 경우는 무려 1808회에 달했다.

감사 결과는 그동안 강수 유무 예보 정확도가 92%에 이른다고 발표해온 기상청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기상청과 감사원의 산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기상청은 강수 유무 정확도가 90%가 넘는다고 발표하는데, 우리나라는 비가 자주 오지 않아 정확도가 아닌 적중률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20106월 약 3500억원을 들여 천리안위성 1호를 발사했다. 하지만 이를 예보에 활용할 기술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해 국지성 호우, 폭염, 가뭄 등 국지 예보에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기상청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의원들은 입을 모아 기상청의 부정확한 예보에 대해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폭염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기상청을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기상청에 대한 국민의 평가 점수가 점점 박해지고 있다국민은 기상청을 오보청, 구라청으로 부른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강효상 의원은 무능을 통감하지 않느냐차라리 기상청 문을 닫고 민간 용역업체에 4000억원을 들여 예보를 맡기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4000억원은 기상청 1년 예산이다.

당시 김종석 기상청장은 오보, 오차는 죄송하다면서도 사실 장기 예보는 단기와 달라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김 청장은 그럼에도 의원들의 잇단 질타가 이어지자 앞으로 오보청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예보관
전문성↓

기상청 오보가 여름철에 자주 나오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여름철 강수 예보는 겨울철과 비교해 고려해야 할 자연 변수가 많다. 북태평양 고기압, 오호츠크해 고기압, 티벳 고기압 등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큰 공기덩어리가 많아 그만큼 다양한 강수 시나리오가 발생한다. 예보관의 전문성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좋은 장비가 있어도 결국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기상청 예보관들은 자주 보직이 바뀌는 탓에 전문성을 갖추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예보관실의 평균 근무경력은 6년에 불과하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상청 슈퍼컴 5호기 도입 "600억원 든다는데과연?"

기상청은 약 600억원을 들여 슈퍼컴퓨터 5호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구축 사업자로 중국 정보기술 기업 레노바가 최종 선정됐다. 

사업비는 물품대 611억원을 포함 총 628억원으로 올해 연말 소형 시스템 등 초기분 물량을 도입한 후 내년 연말 대형시스템 구축이 완료된다.

차세대 슈퍼컴이 도입되면 기상청 기상관측 데이터 처리 속도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5호기는 현 4호기보다 8배 이상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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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