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연발’ 여름철 기상청 잔혹사

오보청, 구라청…아무도 안 믿는 일기예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습기에 허덕이다 폭염에 달궈졌다가 비에 젖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변덕스러울수록 사람들의 짜증지수도 높아진다. 사람들의 불만은 변화무쌍한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기상청에 쏠리고 있다. ‘오보청’ ‘구라청과 같이 비난 의도가 담긴 기상청의 별명도 해마다 늘어간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상청서 나눠주는 우산.jpg’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게시글에는 날씨 맞히기가 너무 힘듭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우산 사진이 올라와 있다. 기상청의 고충이 묻어나는 문구에 누리꾼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게시글 속의 기상청 우산은 1999323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기념품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우산은 당시 새겨진 문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싸늘해 추가로 제작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정확한
예상에…

날씨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자연을 일터 삼아 살아가는 사람은 물론이고, 매일 같은 길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에게도 날씨는 초미의 관심사다. 많은 사람들은 매일 아침 휴대전화, 뉴스 등을 통해 날씨를 체크한다. 맑을지, 흐릴지, 비가 올지 등 날씨 예보에 따라 옷차림부터 교통수단, 일정 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거나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은 날씨에 따라 한 해 수입이 결정되기도 한다. 조상들은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날이 가물면 신을 향해 기우제를 올렸다. 뱃사람들이 먼 바다로 나가기 전 제를 올린 것도 날씨에 따라 요동치는 파도를 잠잠하게 해달라고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조상들은 하늘을 보고 기후를 전망했다. 해와 달, , 바람, 구름 등의 상태나 변화 등을 관찰하고 여러 생물의 특이한 활동을 날씨와 연결 지었다. 비교적 과학적으로 날씨를 관측했던 때는 조선시대 세종 때인 1441년 측우기 발명 이후다. 측우기는 비가 내린 양을 측정하는 기구다.

서구식으로 기상관측을 하게 된 것은 1883년에 이르러서다. 당시 우리나라 정부에 고용돼있던 독일인 묄렌도르프가 인천에 관측소를 설치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1898년 러시아 정부가 인천에 측후소를 설치해 기상관측과 기상신호를 시작했다.

1884년부터는 일본이 부산서 기상관측을 시작했다. 1910년 일제강점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기상업무는 모두 일본인이 관장했다. 그러다 1945년 광복 후에야 모든 기상업무가 우리나라로 이관됐다. 근대적인 일기예보를 독자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 기상청

현재의 일기예보는 첨단과학의 첨병이다. 인공위성을 통해 수집한 정보,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 등을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시민들에게 전달하는데 문제는 정확도다. 기상청은 국내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확도에는 매번 의문부호가 붙는다. 일각에선 예보가 아닌 중계라고 조롱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8호 태풍 프란시스코의 경로 예측도 이 같은 사례 중 하나다. 기상청은 당초 태풍 프란시스코가 지난 6일 밤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 내륙을 관통한 뒤 7일 오전 경북 안동을 거쳐 강원도 속초 부근서 동해안으로 빠져나가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역대급 태풍’이라더니 조용
비 안 온다더니 폭우 쏟아져

하지만 기상청은 초기 전망과 달리 태풍 프란시스코가 경북 안동 주변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되면서 소멸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실제 태풍 프란시스코는 부산에 상륙한 뒤 열대저압부로 인해 세력이 약해지면서 채 1시간도 안 돼 소멸됐다.


태풍은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나갔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던 지역 공무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보로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지적은 피해가기 어려웠다. 예보보다는 중계에 가까운 발표로 오락가락하는 사이 공무원들은 물론 지역 시민들에게까지 혼란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항공사들은 기상청의 부정확한 예보에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항공사는 날씨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날씨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기상청에 돈을 내고 기상정보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 손실이 발생하자 기상정보 제공비를 낮춰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 ▲기상청의 오보로 항공사들의 매출 감소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기상청은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제주도에 많은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 것이라고 예보했다. 항공사들은 기상예보에 따라 174편의 항공기 운항을 취소했다. 하지만 예보와 달리 비행기 이착륙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강풍은 불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항공사가 입은 손실은 약 17억원 정도였다.

기상청 예보를 믿고 항공편을 취소했다가 피해를 입은 항공사들은 기상청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기상청은 지난해 61일부터 국제선 항공기가 국내 공항에 착륙할 때 부과(1회 착륙 기준)하는 항공기상정보 사용료를 기존 6170원서 11400원으로 2배 가까이 올린 바 있다.

대한항공 등 국내 8개 항공사는 항공기상정보 사용료 인상률이 과도하고 정부가 권한을 남용했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인상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기상청의 손을 들어줬고, 항공사들은 항소한 상태다.

지난해 6월 한국항공협회는 국내 공항서 기상오보로 인한 회항 편수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420편에 달했다는 통계를 내놨다. 2015114, 2016179, 2017127편 등이다. 기상청의 오보로 회항하는 항공편이 23일에 한 번꼴로 나온 셈이다.

시민 불만
전국 폭발

앞서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비가 내리지 않아 피해를 입은 골프장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거론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지난 629일 남부지방에 최고 300비가 온다고 예보했지만, 실제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다. 제주 지역 골프장들은 기상 예보로 인한 예약 취소로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로 제주 지역 골프장은 한 곳당 수천만원 상당의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틀린 예보를 한 기상청은 이후 비가 내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밝혔지만, 손실을 메울 방법이 없는 골프장 업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부정확한 예보로 빈축을 샀던 제주기상청은 지난 7월 난데없는 눈 예보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10일 오후 제주기상청은 제주 지역 날씨를 흐리고 눈이라고 안내했다. 눈을 상징하는 눈 결정체나 함박눈을 연상하게 하는 눈사람 그림까지 띄워놓았다. 제주기상청의 이 같은 예보에 누리꾼들의 비난은 빗발쳤다.

제주기상청은 담당자의 입력 실수라고 해명했다.

지난 2월에도 기상청의 대형 오보가 있었다. 기상청은 215일 수도권에 눈 날림현상을 예보했지만, 실제로는 기습 폭설이 내려 출근길 대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눈 날림 현상은 눈이 내리기는 하지만 쌓이지는 않아 적설량이 없는 것을 말한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기상청은 서울 지역에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를 수정했다. 당시 기상청이 예보한 적설량은 1가량이었다. 하지만 눈발이 점차 굵어지자 실시간으로 예보가 바뀌는 촌극이 일어났다.
 

그 전날 새벽부터 15이상의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보한 영동지방서 5가량의 눈이 내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었다.

지난해 824일에는 역대 최악의 피해를 예고한 태풍이 예상과 달리 큰 피해 없이 지나가면서 기상청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19호 태풍 ‘솔릭’이 기상청 예보와 달리 조용히 넘어가면서 기상청의 과잉대응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기상청이 태풍의 예상 진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서울시 어린이집, 유치원, ·중학교가 휴업에 들어가면서 맞벌이 부부들이 곤란을 겪은 것.

당시 ‘기상청 예보관을 교체해달라’ ‘기상청을 없애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글이 폭주했다. 기상청은 당초 태풍 솔릭이 충청남도 보령 해안 일대에 상륙, 서울과 경기 일대를 직접적으로 타격해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또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예보하면서 대비를 당부했다.

행정력 낭비
비판 빗발쳐

기상청 예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전국 12개 시·7835개 학교가 기상청의 말을 믿고 휴교 조치했다.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조치였다. 하지만 기상청 예보와 달리 태풍 솔릭은 예상보다 훨씬 남쪽인 전남 목포 인근 해안에 상륙했고, 대전 일대를 통과하면서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수도권과 경기 지역은 태풍의 영향권에 들지 않았으며 강수량도 5내외였다.


태풍 솔릭에 대한 빗나간 예보 이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또 다시 기상청의 오보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829일 밤부터 서울과 경기 북부 등 수도권 지역에 기록적인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밤 사이 이 지역에 내린 비는 무려 400520에 달했다. 당시 쏟아진 폭우로 총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특히 이미 12시간 전부터 게릴라성 호우가 내리고 있는 상황서 기상청의 때늦은 호우경보도 빈축을 샀다.

기상청의 해명도 구설에 올랐다. 당시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출입기자들에게 당황스러움을 넘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라며 “30년 가까이 기상청에 근무했는데도 처음 보는 현상이다 보니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해명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2017년 여름에도 강우량을 예측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2017911일 부산에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당초 기상청 예보보다 100이상 많은 비였다. 기상청은 부산을 포함한 남부지방에 시간당 30이상의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곳에 따라 최대 강수량이 150이상 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실제 부산에 쏟아진 강수량은 350를 넘었다. 기상청 예보와 비교해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지난 20177월엔 기상청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이 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기상청, 기상산업진흥원, 지질자원연구원 등 8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기상예보 및 지진 통보 시스템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였다.

항공사에 기상정보비 올려
부정확한 예보로 손실 발생

그 결과 최근 5년간 기상청의 강수 예보 적중률은 46%에 불과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청이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한 5193회 중 실제 비가 온 경우는 3228(62%)였고, 비가 오지 않은 경우는 1965(38%)였다. 반면 비가 온다고 예보하지 않았지만 비가 온 경우는 무려 1808회에 달했다.

감사 결과는 그동안 강수 유무 예보 정확도가 92%에 이른다고 발표해온 기상청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기상청과 감사원의 산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기상청은 강수 유무 정확도가 90%가 넘는다고 발표하는데, 우리나라는 비가 자주 오지 않아 정확도가 아닌 적중률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20106월 약 3500억원을 들여 천리안위성 1호를 발사했다. 하지만 이를 예보에 활용할 기술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해 국지성 호우, 폭염, 가뭄 등 국지 예보에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기상청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의원들은 입을 모아 기상청의 부정확한 예보에 대해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폭염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기상청을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기상청에 대한 국민의 평가 점수가 점점 박해지고 있다국민은 기상청을 오보청, 구라청으로 부른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강효상 의원은 무능을 통감하지 않느냐차라리 기상청 문을 닫고 민간 용역업체에 4000억원을 들여 예보를 맡기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4000억원은 기상청 1년 예산이다.

당시 김종석 기상청장은 오보, 오차는 죄송하다면서도 사실 장기 예보는 단기와 달라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김 청장은 그럼에도 의원들의 잇단 질타가 이어지자 앞으로 오보청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예보관
전문성↓

기상청 오보가 여름철에 자주 나오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여름철 강수 예보는 겨울철과 비교해 고려해야 할 자연 변수가 많다. 북태평양 고기압, 오호츠크해 고기압, 티벳 고기압 등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큰 공기덩어리가 많아 그만큼 다양한 강수 시나리오가 발생한다. 예보관의 전문성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좋은 장비가 있어도 결국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기상청 예보관들은 자주 보직이 바뀌는 탓에 전문성을 갖추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예보관실의 평균 근무경력은 6년에 불과하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상청 슈퍼컴 5호기 도입 "600억원 든다는데과연?"

기상청은 약 600억원을 들여 슈퍼컴퓨터 5호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구축 사업자로 중국 정보기술 기업 레노바가 최종 선정됐다. 

사업비는 물품대 611억원을 포함 총 628억원으로 올해 연말 소형 시스템 등 초기분 물량을 도입한 후 내년 연말 대형시스템 구축이 완료된다.

차세대 슈퍼컴이 도입되면 기상청 기상관측 데이터 처리 속도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5호기는 현 4호기보다 8배 이상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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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