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투’ 공연기획사 먹튀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8.12 10:25:02
  • 호수 12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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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벌고 책임은 나몰라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공연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벤트를 기획한 대행사도 책임을 물어야 할까.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 등 인파가 몰리는 이벤트에선 크고 작은 변수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때 대행사들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슬쩍 뒤로 빠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일요시사>가 이벤트 대행사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알아봤다. 
 

▲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한국을 찾아 경기장서 뛴다는 소식에 축구 팬들은 환호했다. 호날두의 인기를 증명하듯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엔 6만5000여명의 관중들이  운집했다. 하지만 정작 호날두는 그라운드에 나타나지 않았다. 

경험 없는 초짜

K리그 올스타와 유럽구단 유벤투스는 ‘더페스타’라는 스포츠 대행사를 통해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행사는 유벤투스와 호날두 45분 출전을 두고 계약을 체결했고, 유벤투스와의 계약을 통해 K리그 연맹과도 손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유벤투스 선수단이 탄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50분이나 늦게 경기가 진행됐다. 이날 비를 맞으며 경기장을 지켰던 팬들은 하염없이 호날두를 기다렸지만,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페스타의 졸속한 행정 처리는 호날두의 미출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더페스타가 판매한 프리미엄존 S석과 프리미엄존 A석의 티켓은 뷔페 서비스를 포함, 각각 40만원과 35만원에 판매됐지만 내실은 형편없었다. 

관중들은 테이블이 모자라 바닥에 접시를 놓고 음식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자신의 가방을 테이블 삼아 음식을 먹고 있는 사진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상황이 이쯤되자 더페스타의 미숙하고 무능한 행정력이 입방아에 올랐다. 직원 수 4명에 경험 없는 중소기업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큰 행사를 주최했다가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페스타는 “상암월드컵경기장서 뷔페를 이용하려면 지정된 업체와 해야 한다. 우리가 고른 업체가 아니다. 호날두의 미출전에 대해서는 우리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가수 앤 마리의 내한공연 취소 과정서도 주최 측의 대응방식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앤 마리는 지난달 27일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불참 소식을 전했다. 주최 측은 공연 당일 전광판을 통해 뮤지션의 요청으로 공연이 취소됐다고 알렸다.

앤 마리는 트위터를 통해 “공연 주최 측이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지라고 요구하며 각서에 서명하라고 했다”고 폭로했지만, 공연기획사인 페이크버진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앤 마리 측의 매니지먼트는 ‘안전상의 이슈’로 공연 진행이 힘들다고 판단해 공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티켓환불 고사 피해자 코스프레 지적
가수 vs 주최사 안전상 취소 두고 공방

페이크버진 측에서는 ‘1일권 80%, 양일권 40% 환불’이라는 환불 기준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 550명의 피해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연 티켓환불 규정을 근거로 입장료의 110%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불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공연업자의 귀책사유로 공연이 취소된 경우 입장료 환불 및 입장료의 10%를 배상하도록 돼있다. 현재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서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을 논의하며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애드시런 내한공연 때도 주최 측의 미숙한 행정 처리가 팬들의 분노를 샀다. 2시간이 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음식 반입이 금지됐다. 공연을 주관한 프라이빗커브가 푸드트럭 6대를 준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관객들은 3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 했고 2시간 이상 기다려야만 다코야끼를 먹을 수 있었다.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프라이빗 커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푸드트럭 운영자가 여의도 밤도깨비 야시장 경험도 있고, 3만명은 거뜬히 감당할 수 있다고 해서 믿었다. 주변에 편의점도 없어 준비한 것인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티켓 확인 과정서도 주최 측은 예매자가 현장에 없으면 입장을 제지해 관객들의 원성을 샀다. 부모 등 가족의 이름으로 예매한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시하면 입장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제지했다. 입장권을 취소 후 재구매해 공연을 관람한 일부 관객들은 오프닝 곡을 포함한 공연 앞부분을 놓쳤다며 억울해했다.

이처럼 대행사들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변수에 빠르게 대처하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공연업자의 귀책 사유로 소비자가 환급을 요구할 때 입장료의 전액환급 및 입장료의 10%를 배상받을 수 있다. 중요 출연자 교체, 예정 공연 시간 50% 이하 공연 등도 이해 포함된다. 만약 소비자가 개인 사정으로 예매를 취소했더라도 공연 일을 기준으로 10일 전까지는 전액 환급이 가능하다.

피해는 소비자가

서정민 대중음악 평론가는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서 “최근 페스티벌, 콘서트 붐이 일어나면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기획사들이 진행하다 보니 문제점이 생기곤 한다. 뮤지션들이 상처받고 팬들이 실망하면서 이 붐이 사그러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마술사 최현우 공연 취소 후일담

마술사 최현우가 4년 전, 공연 취소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로 팬들을 감동시켰다. 2015년 무대의 조명장치가 고장 나는 바람에 최현우의 공연이 갑작스레 취소됐다. 

공연은 8시에 시작하기로 돼있었는데 7시50분까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

한 관객이 안내원에게 “지금 (시작)10분 전인 건 알죠”라며 말을 건넸는데, 안내원은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이때 최현우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최현우입니다. 로비서 기다려주시는 관객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기계의 이상으로 객석 입장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하지만 8시18분이 넘어서도 문은 열리지 않았고 기다림이 길어지자 어린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 무렵 다시 최현우의 방송이 나왔다. 

본 것도 없는데 팬들은 감동?

“마술사 최현우입니다. 저는 지금 로비 5번 게이트 앞에 나와 있습니다. 객석을 비추는 조명에 전력이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잡아보려 계속 시도했으나 전기가 들어가지 않아 불가피하게 공연을 취소하게 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그는 “보상방법을 합의하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기다리게 해 죄송합니다”라며 “100% 환불과 다른 날 초대, 또는 110% 환불해드리겠다”고 구체적인 보상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상황을 글로 전한 누리꾼은 “오늘 기분이 묘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니 최현우를 비롯해 스태프들이 관객의 눈을 맞추는 모습이 어색했던 것 같다. 로비서 한쪽 무릎을 꿇고 어린아이들에게 ‘기다리느라 다리 많이 아팠지’ 묻는 스태프, 보상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스태프, 모호한 케이스의 관객은 직접 연락처와 이름을 기록하고 ‘자신이 책임지고 연락하겠다’며 자신의 이름도 알려주는 매니저’ 등이 어색했다”고 밝혔다. 

관객들은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최현우의 진심 어린 사과와 명료한 보상방법을 듣고 불쾌감 없이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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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