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뺨치는’ 교회 세습의 민낯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12 10:07:40
  • 호수 12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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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물려주는 회장님 교회 물려주는 목사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명성교회 세습에 제동이 걸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교단이 한국 대형 교회의 불법적인 세습 관행에 스스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동안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법망을 피해 재벌이나 대기업서 이뤄지는 대물림 현상이 횡행해 큰 논란이 됐다. 
 

▲ 명성교회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이 교단 헌법상 세습금지 조항을 위반해 무효라는 교단 재판국의 판결이 내려졌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서 열린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위임목사의 청빙 결의 무효소송 재심 재판서 청빙 결의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국원 15명 가운데 14명이 판결에 참여했으며 표결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교단 재판국
무효 판결

이날 오후 5시40분부터 시작된 심리는 당초 오후 7시께 재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심리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자정께 판결이 나왔다.

김하나 목사는 2015년 12월 정년 퇴임한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로, 2017년 3월 명성교회서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하면서 교회의 부자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서울동남노회서 2017년 10월 김하나 목사 청빙을 승인하자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청빙 결의가 교단 헌법상 세습금지 조항을 위반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교단 재판국은 지난해 8월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적법하다며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국원 15명 가운데 8명이 청빙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열린 제103회 교단 총회에선 “재판국이 판결 근거로 삼은 교단 헌법 해석에 문제가 있다”며 판결을 취소하고, 판결에 참여한 재판국원 15명 전원을 교체했다.

예장통합 교단 헌법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데, 해석상 논란이 된 부분은 ‘은퇴하는’이라는 문구다.

명성교회 측은 김삼환 목사가 은퇴하고 2년이 지난 후 김하나 목사를 청빙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교계 시민단체 등에선 이에 반발해왔다.

세금 한 푼도 안 내면서 사유화 논란
대물림 유형 보니…갖가지 방법 동원

명성교회 측은 교단 재판국 결정에 사실상 불복하겠다는 입장이다. 명성교회 장로들은 지난 6일 회의를 연 뒤 낸 입장문을 통해 “명성교회는 노회와 총회와 협력 속에서 김하나 담임목사가 위임목사로서의 사역이 중단 없이 지속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전날 교단 재판국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명성교회의 후임목사 청빙은 세습이 아닌, 성도들의 뜻을 모아 당회와 공동의회의 투표를 통한 민주적 결의를 거쳐 노회의 인준을 받은 적법한 절차”라며 부자간 담임목사 세습이라는 재판국 판단에 반대했다.

대형 교회의 세습 관행은 재벌의 대물림 문화와 흡사하다. 교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목회자는 교회를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한다.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이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공금을 빼돌려 쌈짓돈처럼 마구 쓴다. 운영방식도 재벌 판박이다. 재벌기업의 문어발처럼 수많은 계열회사를 만들어 가족과 친인척 측근들의 배를 채운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 따르면 현재까지 143개의 교회가 가족 세습을 했다. 이 중 92개 세습 교회가 신도 수 500명 이상인 중대형 교회였고, 2010년 이후 세습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충현교회, 광림교회, 소망교회, 금란교회, 강남제일교회 등에서 공공연히 부자 세습이 이뤄졌다. 

교회 세습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들끊자 2013년 기독교대한감리회와 예장통합이 교단 중에서는 처음으로 ‘세습 방지법’을 마련하기도 했다. 

변칙적 관행 
이제 끊길까

하지만 대형 교회들은 온갖 유형의 편법을 써서 여전히 세습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아들에게 지교회를 설립해 담임을 맡도록 하는 ‘지교회 세습’,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 세습’, 할아버지가 목회하는 곳에서 손자가 목회지를 승계하는 ‘징검다리 세습’ 등이 활용됐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2015년 발간한 ‘세습방지법의 그늘… 편법의 현주소를 규명한다’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교회 세습은 8가지 유형으로 이루어졌다.

▲지교회형= 아들 목사나 사위 목사에게 담임하던 교회를 승계하는 일이 여의치 않게 되자, 지교회를 설립한 후 그 교회의 담임으로 가도록 하는 형태다. 지교회 세습은 명분과 방식에 있어서 비난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칙세습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망교회가 있다. 소망교회는 담임목사의 아들에게 교회를 직접 넘겨주지 않고 다른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겨줬다. 하지만 정작 본교회보다 더 큰 교회를 건축해서 아들에게 넘겨줌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세습을 한 대표적인 변칙 사례로 꼽힌다. 길자연 왕성교회 목사가 아들 길요한 목사에게 과천왕성교회를 설립하게 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교회를 합병하면서 실질적으로 아들을 왕성교회 담임목사로 끌어온 사례도 있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징검다리형= 할아버지가 목회하는 곳을 손자가 승계하는 경우다. 이 또한 교회가 일개 가족을 위한 편의적인 목적 수단으로 전락한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이는 잘못된 가족주의의 전형으로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교회라는 거룩한 공동체를 선물로 주는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징검다리 세습은 순천광명교회, 전주호남교회, 서천제일교회서 시도됐다.

재벌인지 
목사인지

▲분리형= 아버지 목사가 개척한 여러 교회 중 하나를 아들 목사에게 맡기는 세습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본교회 외에 다른 복수의 교회를 분립·개척한 후 그중 하나의 교회를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이다. 이 세습의 방식 역시 외형적으로는 직접적인 세습의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세습을 관철시키는, 이른바 ‘양태론적 변칙세습’의 일종이다.

▲교차형=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세습의 방식이다. 다시 말해 A교회의 담임목사의 아들을 B교회가 청빙해 받아들이고, B교회의 담임목사의 아들을 A교회가 청빙해 받아들이는 형태를 말한다. 이런 변칙세습은 목사 집안끼리 교회를 쌍방 교환한다는 점에서 목사 집안의 담합에 의한 거래행위를 비판을 받아왔다.

이 사례의 경우 A교회가 담임목사에 대해 만족한다고 해도, B교회서 교차 부임한 담임목사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면 B교회 내에서 분란이 일어나 그 여파가 A교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교차세습의 사례는 천안 가나안교회, 간석제일교회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 따르면 드러나지 않은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자간형= 교차세습이 두 교회의 목사 아들이 서로 맞교대로 이뤄지는 세습이라면, 그 범위를 여러 교회로 넓혀 서로 교차적으로 세습하는 것을 말한다. 한양제일교회, 은혜교회 등이 다자간형 세습을 했다. 

143개 교회 가족 승계
8가지 유형으로 넘어가

▲통합형= 분리세습과 정반대의 형태로서 아들이 개척한 교회를 아버지 교회로 통합시킨 후 그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세습방식이다. 최근 들어 교회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자 교회의 존립과 활로를 타개하는 차원서 교회와 교회 간의 합병작업이 상당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통합세습은 아버지와 아들 교회가 대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두 교회의 분위기를 일신해 교회의 답보상태를 타개해나가면서, 동시에 목사직도 세습·이양하는 매우 실리적인 변칙세습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동서간형= 동서 간에 교회를 넘겨주어 대물림하는 세습을 말한다. 영일교회서 시도된 방법으로 극히 예외적인 사례로 전해진다. 이 경우는 친인척 중에서 교회를 이양받아 이루어지는 세습이므로 ‘친인척 세습’으로 부르기도 한다.
 

▲쿠션형= 아버지 목사가 자신과 가까운 목사에게 교회를 형식적으로 이양한 후, 이를 다시 아들 목사에게 물려주는 세습이다. 부자 세습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교회를 신뢰할 만한 다른 목사에게 이양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 목적대로 이양하는 방식이다. 이 변칙세습은 징검다리 세습과 약간 유사한 방식으로 ‘건너뛰기 변칙세습’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번에 세습무효 판결을 받은 명성교회는 아들에게 새 교회를 세워주고 시간이 흘러 합병을 추진하는 통합세습 방식을 택했다. 2015년 김삼환 목사가 정년 퇴임하자,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의 새노래명성교회(2014년 경기 하남시에 설립)를 합병했다. 2017년엔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 청빙안을 의결했다. ‘은퇴하는 목사는 자신의 가족에게 목회지를 넘길 수 없다’는 대한예수교장로회헌법 규정을 교묘히 피해간 것이다. 


편법 가지각색 
교회 간 M&A도

교회 세습이 부당한 이유는 사유화 때문이다. 교계에선 교회를 인간의 소유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세운 것으로 해석한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교회 세습은 담임목사직만 물려받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물적 재산, 즉 교회 자본을 대물림하는 행위”라며 “세습은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혹은 그 가족, 친족 중 1인에게 대물림한다는 점에서 교회 사유화의 잘못된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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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