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병 낫게 해준다며 거액의 기도비 받은 무속인에 사기죄 성립할까?
<김기윤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병 낫게 해준다며 거액의 기도비 받은 무속인에 사기죄 성립할까?
  • 김기윤 변호사
  • 승인 2019.08.12 10:15
  • 호수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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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씨는 한 사찰에 기도하러 갔다가 B씨를 만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처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하게 됐습니다. B씨는 A씨의 처에게 귀신이 씌었다며, 자신이 기도와 기치료를 하면 나을 수 있으니 기도비를 내라고 했습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몇 차례 기도비를 내고 아내를 위한 기도를 부탁했는데, 별다른 호전은 없었습니다. B씨는 A씨의 처뿐만 아니라 “아들에게도 액운이 있으니 골프공에 아들의 신상을 기재해 골프채로 그 공을 쳐서 액운을 쫒아내야 한다. 처의 몸에 붙은 귀신이 가족들에게도 돌아다닌다”고 하거나 “딸의 액운이 워낙 세서 3000일 기도를 해야 취직이 잘될 것”이라면서 기도비를 요구했습니다. 

집안 전체에 씌어 있는 귀신을 몰아내기 위한 기도비가 필요하다는 B씨의 설득에 A씨는 7년에 걸쳐 수차례 B씨에게 기도비를 지급했고, 이렇게 지출한 금액은 합계 1억1000만원에 이르렀습니다. B씨는 A씨가 정신적인 위안을 얻기 위해 자신에게 기도를 부탁하며 자의로 기도비를 지불한 것이므로 자신은 속인 것이 없다고 대응했는데요. 이 경우 B씨에게 사기죄가 성립할까요?

[A]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에게 피해자를 속여서 이익을 취하려는 고의, 즉 ‘편취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편취의 고의는 가해자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 이상 정확하게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기망 대상 행위의 이행가능성 및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 편취의 고의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6도12460 판결). 

위 사례와 유사한 실제 사건서 B씨는 기도는 특정한 장소를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 한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염원을 하는 것이 자신만의 기도 방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이 기도비를 생활비로 사용한 것도 신의 계시에 따른 것이므로 기도비와 생활비를 구별할 수 없고, 모두 제를 지내는 데 필요한 비용이라고도 했지요.

자신은 진정으로 A씨를 위해 기도했으므로 편취의 고의가 없다는 주장인데요.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대법원은 전술한 바와 같이 B씨의 자격과 B씨가 A씨에게 예고한 불행이나 약속한 내용, B씨가 A씨로부터 기도비를 지급받은 구체적인 정황 등을 종합, 판단했습니다. 

먼저 B씨가 과거 간호조무사와 마사지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을 뿐,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아니었고 A씨를 만나기 전에는 기치료를 해본 경험도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는 아내를 치료하고자 했던 A씨의 절실한 감정을 이용, 신의 세계를 사용할 권한을 자신이 부여받았으므로 A씨의 가족에게 씐 귀신을 기도로 쫓아낼 수 있다고 말하며 그 대가를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B씨는 자신이 머물던 G사찰의 부지 내에 있는 실외 골프연습장서 A씨 아들의 신상을 골프공에 적어 골프채로 그 공을 쳐서 액운을 쫓아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실외 골프연습장은 G사찰 불교무술 연수원의 체육시설로서 설치된 것이지 종교의식을 위한 시설이 아니며, B씨는 평소 위 장소서 골프를 배우는 등 체육행위로서 골프를 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그밖에도 A씨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처를 계시 받은 날짜에 퇴원시키라는 B씨의 요구를 따랐으나, 결국 얼마 후 A씨의 처는 혼자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정황도 고려했습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B씨가 A씨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합계 1억1000만원을 지급받은 행위는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A씨가 기도를 받으면 아내의 병이 낫는다는 말에 의존해 비용을 지불했고 그 과정서 정신적인 위안을 받은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이는 B씨가 기도비를 받기 위해 내세운 명목에 현혹되거나 기망당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종교 행위 과정서 종교의식 주재자가 비용을 요구하는 일은 매우 흔합니다. 이런 경우 기도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종교의식 주재자에게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안은 피해 액수가 크고 종교의식 주재자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무속인으로서의 경력도 없었으며, 그가 실제로 행한 종교의식이 사회통념에 비춰 특이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기죄가 인정된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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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