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막가파’ 의원들의 본심

밥 먹듯 막말…‘싸움꾼’이 뜬다고?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아폴로 신드롬. 뛰어난 인재들이 한곳에 모였음에도 구성원들이 서로의 허점을 꼬집고 논쟁하기 바빠 낮은 성과를 내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국회와 사뭇 비슷한 모습이다. 그들도 분명 본인의 소신과 철학에 따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자 했던 ‘신인’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 (사진 왼쪽부터, 자유한국당)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김현아·민경욱 의원

언론에 비치는 국회는 항상 정쟁에만 몰두해 민생은 뒷전에 둔 것처럼 보인다. 국회의원 대부분은 여의도 입성 전, 사회서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소위 ‘이름 날린’ 인물들이다. 고학력자와 전문직, 법조계 출신들로 구성된 국회를 보면서 국민들은 ‘똑똑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왜 저럴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로 인해 국민들의 정치 혐오감은 심화됐고, 정치 무관심은 심각한 수준이 됐다.

언론의 조명
막말의 정치학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조훈현 의원은 바둑기사 9단 출신으로, 20대 총선 이전에 입당 제의를 받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한국 바둑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지만, 조 의원은 내년 총선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여의도 정치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서 “바둑에선 상대가 좋은 수를 두면 그걸 받아들인다. 그런데 국회는 상대가 한 것은 무조건 반대하거나 바꾸려고만 하니, 제대로 된 승부가 안 되고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며 여야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때문에 정치 발전은 어려울 것이라 꼬집은 바 있다.

“국회의원이 되어 보니 계속 당선되려면 당이 중요하더라. 당은 모든 정치인에게 공천을 주긴 어렵지만 죽이기는 쉽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당의 요구를 거스르기는 어렵다.”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인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의 이야기다. 이 의원 역시 내년 국회를 떠날 예정이다. 그는 국회가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이유로 공천을 위해 지도부와 당론에 충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꼽았다.

각 정당마다 당론이 존재한다. 국회의원들이 처음 여의도에 입성하게 되면 이 ‘벽’을 마주하게 된다. 당론에 각을 세워 당 지도부의 눈 밖에 나면 비례대표 안정권 번호를 받지 못하거나 공천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과 관련해 “정권의 또 다른 칼이 될 수 있다”며 우려 입장을 밝히자, 친문(친 문재인) 세력의 거센 반발이 일어났고 이후 “당론이 되면 따를 것이니, 논의는 치열하게 하자”며 한발 물러선 일이 있었다.

민생은 뒷전…언론에 비치는 정쟁만 몰두
하루아침에 스타로? 한국 정치 구조적 원인

계파갈등 역시 국회의 고질적 병폐다. 계파갈등은 정치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과 같지만, 도가 지나치면 민생이 뒷전이 되는 ‘주객전도’가 발생한다. 권력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나뉘면서 당의 운영엔 철저하게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계파 속에서 ‘눈치 보기’를 하는 동안 자연스레 정책사업과 민생현안은 뒷전이 되고, 소신으로 밀고 나가는 뚝심 있는 국회의원도 나오기가 어렵다.

소신 있는 발언보다는 권력의 큰 흐름 속에 편승하는 게 정치 생명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에게 계파갈등은 고질적 문제다.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고, 당직이나 국회 상임위원장이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과거 ‘새누리당’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제 머릿속에는 친박과 비박(비 박근혜)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인사를 비롯한 어떤 의사결정에도 결코 계파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우리공화당과의 '연합공천설'에 휩싸이는 등 좀처럼 당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을 전후해 한국의 보수우파들은 영혼 없이 떠돌아다니는 좀비가 돼버린 느낌”이라며 “피아의 구분도, 옳고 그름도 구분 못 하고 각자 서로 살기 위해 몸 사리고 하루살이 정치만 일삼고 있다”고 당을 비판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YTN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서 “여의도서 배지를 다는 순간 정당이 요구하는 포퓰리즘적인 발언들에 동조하지 않으면 사실은 정당 내에서 자신의 힘을 잃게 되고, 결국 그 안에서 계파갈등이 발생한다”며 “자기가 소속된 계파의 이야기들을 앞장서서 과격하게 대변해내지 않으면, 다음 총선서 주목받기 어렵게 되는 것”이라 밝혔다.

당론 끌려가고
계파 밀려나고

이 교수는 국회가 정쟁에만 몰두해 있는 원인에 대해 “조용히 정책을 만들고 입법을 준비하는 성실한 국회의원들은 언론이 조명하지 않는 것”이라며 언론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실제 당에서 주최한 정책토론회만 가도 그렇다. 당 지도부들의 축사 이후엔 언론사 기자들이 대거 빠지는 경우가 많고, 기사 역시 토론서 나온 정책의 내용과 방향보단 축사서 당 지도부가 말한 정치 공세에만 집중돼있다.

국회의원들이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막말’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든 한 번 더 언론에 노출되는 게 좋다. 언론은 이목을 끌 만한 이슈거리를 제공하는 의원들만 과대 조명한다.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들어온 의원들이 막말 공세를 펴서 ‘싸움꾼’ 반열에 오르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정당색은 극단적인 이들에 의해 과대 대표되고, 결국 소신을 지키는 의원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처음 정계 입문 때는 도시계획과 부동산 분야의 전문성을 앞세워 정치를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막상 와서 보니 전문가보다 ‘선동가’의 말이 더 잘 먹히는 곳이 국회”라고 언급했다.
 

▲ (사진 왼쪽부터)금태섭·박주민(더불어민주당)·장제원(자유한국당)·조정식(더불어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지난 5월 정의당 이정미 전 대표가 한국당 황 대표를 향해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비판한 데에 문재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빗대는 발언을 했다. 초선 비례대표인 김 의원이 대여 공세로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고자 한 의도가 깔려 있었을 것이다.

너무 나가는
비판 입씨름

이후 크게 논란이 일고, 실제 김 의원은 당일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장악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창피함과 부끄러움은 잠시라는 정치적 계산이 들어맞은 것이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 역시 막말 파문으로 유명하다. 민 대변인은 박근혜정부 시절 KBS 보도국 문화부장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전격 발탁된 인물이다. 그는 지난 6월,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두고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 순방한다’며 문 대통령을 저격해 논란이 됐다. 이후 민 대변인은 “세상서 가장 강력하게 공격할 책임과 의무를 가진 사람은 제1야당 대변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대변인’과 ‘달창’ 발언까지, 막말 프레임이 정치 피로를 넘어 정치 혐오를 높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린 ‘막말 정치’ 뒤에는 이를 ‘극대화’시키는 언론이 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국민들이 원하는 법안과 정책들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국회의원이 많을수록 국회는 정상화될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이 큰 흐름에 따라가는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실제 의원들이 뚝심 있게 소신을 지킨 사례가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내세워 맞불을 놓으며 윤 후보를 엄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청문회가 끝날 즈음 <뉴스타파>의 녹취 공개로 윤 후보의 위증 논란이 일자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후배 검사를 감싸기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해도 괜찮냐”며 “후배를 감싸주려고 거짓말을 하는 게 미담인가”라고 비판하며 소신을 지켰다.

소신 지키면 오히려 위기감
다음 선거 절대 승산 없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소신 있는 국회의원으로 유명하다. 박 의원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의 유족들을 위한 변호사로서 활동하며 유명세를 탔던 인물이다.

지난해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017년 청와대 적자국채 추가 발행 압박’으로 민주당으로부터 거센 힐난을 받은 후 자살 소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후 민주당은 관련된 내용의 언급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박 의원만이 유일하게 “신 전 사무관의 위치에서는 기재부 내 논의의 함의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 역시 지난 공전국회 때 당 지도부에 대한 소신 있는 비판으로 눈길을 샀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당에는 투톱정치밖에 보이질 않는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는 제왕적 당 대표제와 제왕적 원내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당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그는 “이 글을 올리면 또 내부총질이라는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겠지만 하루를 정치하더라도 너무도 뚜렷한 민심 앞에서 눈을 감고 외면하는 것은 ‘비겁한 침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가 공전하면서 식물국회가 됐지만 법안 발의에 지속적으로 힘 써온 의원들도 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법안 발의 수 대비 가결률이 가장 높은 의원은 민주당 조정식 의원으로 지난 6월 기준 66개 법안 발의안 중 37개가 가결돼 56%의 가결률을 기록했다. 민주당 오제세·위성곤 의원과 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그 뒤를 이었다.

민심을 외면
비겁한 침묵

민주당 박정 의원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초선의원 공부모임인 ‘더미래구상’서 2016년 20대 국회 전반기부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박 의원은 자신이 속한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서 우수한 의정활동을 했다. 이후 <머니투데이 더300>이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동안 스코어보드 종합평가를 한 결과 5점 만점을 기록해 ‘스코어보드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탁월한 자료 준비와 차분한 문제제기, 예리한 질의로 국감 내내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권의 막말 이유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서 우리 정치권에 막말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트럼프라는 너무 강력한 성공모델 때문”이라며 “금기어라는 것도 없고 레드라인이라는 것도 없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이 본인에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 상대방을 낙인찍고 상대방을 지지할 이유를 뺏기 위해서 강하게 규정하는 과정서 막말이 나온다”고 막말의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서 막말로 대통령 된 분들은 거의 없다. 큰 정치인이 될수록 막말하지 않는다”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한다. 길게 보면 손해”라고 단언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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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