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 ‘반일 종족주의’ 동행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08 08:31:19
  • 호수 12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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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 가입하고, 행사도 갔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바른미래당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이 반일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모임과 위안부와 노무동원노동자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모임에 가입한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해당 모임을 만든 사람은 최근 ‘친일 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 이우연씨다. 주 전 위원장은 <반일 종족주의> 북콘서트와 두 모임이 주최한 소녀상 설치 반대집회에 참석해 축사를 한 바 있다.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반일 종족주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책이 출간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날 광화문에서 열린 행사에는 책의 대표저자인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전 서울대 교수)과 이우연씨를 비롯한 다수의 저자, 그리고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주 전 위원장도 그중 한 명이었다.

조국 비판
“매국 친일”

축사자로 연단에 오른 주 전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46년의 세월을 좌파 진영서 생활했는데, 한국의 좌파가 타락한 것은 민족주의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민족주의는 지성을 마비시키는 독약이다. 마실 때는 기분이 좋지만, 자꾸 마시다 보면 중독이 돼 지성이 마비된다”고 말했다. 이어 “좌파운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운동이 평등가치를 저해하는 기득권 지키기를 하다 보니 반일 민족주의서 알리바이를 찾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반일 종족주의>는 시의적절하고, 그 내용이 절실하고 구체적이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반일 종족주의>는 최근 친일 서적 논란에 휩싸여 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5일, 이 책과 관련한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첨부하며 “이하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학자, 이에 동조하는 일부 정치인과 기자를 ‘부역·매국 친일파’라는 호칭 외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며 “이들(책의 저자)이 이런 구역질 나는 책을 낼 자유가 있다면, 시민은 이들을 ‘친일파’라고 부를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일 종족주의>에는 논란이 되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이 글의 저자인 이영훈 교장과 이우연씨 등은 ‘식민지 근대화론’(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일제강점기로 보는 역사적 관점)을 주장하는 뉴라이트계 학자들이다.


책 소개를 보면 반일을 “아무런 사실적 근거 없이 거짓말로 쌓아올린 샤머니즘적 세계관의, 친일은 악(惡)이고 반일은 선(善)이며 이웃나라 중 일본만 악의 종족으로 감각하는 종족주의”라고 설명한다.
 

▲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씨는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역사왜곡에 근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법원 판결을 시작으로 일본은 경제보복에 나섰다. 

그는 책에서 “징용 이전의 모집과 관알선을 통한 조선인의 일본행은 그들의 자발적 선택이었다. 이후 징용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은 10만명 정도였는데, 이들에게 일본은 하나의 로망이었다”고 적었다. 

북콘서트서 축사 “좋은 책”
바미당 당무위원장 때 가입

조선인이 겪은 강제노동에 대해서는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불했고 업무 중 구타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이는 일본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생활은 자유로웠다. 어떤 이는 조선여인이 있는 특별위안소서 월급을 탕진하기도 했다”고 적시했다.

이씨는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본과의 과거사가 청산됐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이씨는 2017년 9월 ‘위안부와 노무동원노동자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모임’(이하 동반모), 2018년 10월 ‘반일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모임’이라는 페이스북 비공개 모임을 만들었다.
 

▲ 반일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모임에 올라온 이미지

두 모임에선 친일·반정부적 성향의 게시물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반일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모임의 회원들이 “친일은 애국이다” “조국(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신종 나치 파쇼”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유니클로 불매운동, 조 전 수석의 <반일 종족주의> 비판, 일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등을 저격하는 글이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

강제징용이
자발적이라고?

동반모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씨는 모임의 성격에 대해 “소녀상의 전철을 되밟아서는 안 된다는 점에 동의하는 분들의 모임”이라며 “여기서 동상반대는 징용노동자상과 소녀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주 전 위원장은 지난 2018년 10월 두 모임에 가입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당무감사위원장으로 임명되고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이 소녀상 설치 반대집회에 참석한 모습(주대환 페이스북 캡쳐)

주 전 위원장은 두 모임이 주최하는 오프라인 행사에도 참석했다. 지난 6월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위안부와 노무동원노동자 동상 설치를 저지하고 한일관계 정상화를 촉구하는 서울집회’가 그것이었다.

당시 주 전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국민들이 과거에 비해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바보가 되어 가는 것은 민족주의라는 독약에 중독됐기 때문”이라며 “지금 우리나라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진보운동은 민족주의에 오염돼서 타락했다. 좌우도 좋지만,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바미당 당무감사위원장이던 그는 행사일로부터 10여일이 지나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당 철학과
맞지 않아

주 전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들은 바미당의 입장과 거리가 멀다. 그가 두 모임에 가입한 지난해 10월 바미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하점연 할머니의 별세를 추모하며 “일본군에 피해를 입은 것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과거 우리 정부에 의해 짓밟힌 상처만 생각해도 울분이 치민다. 할머니들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생각지도 않았던 10억엔짜리 서명은 일본군의 칼날에 의한 상처보다 더 쓰라린 것”이라고 논평했다.

같은 당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개막 사흘 만에 강제로 중단됐다. 일본 우익세력의 항의와 정부 인사들의 전방위적 중단 압박 때문이다. 전시장을 찾은 나고야 시장은 위안부 문제가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망언도 쏟아냈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공동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복수의 바미당 관계자들은 주 전 위원장이 보인 일련의 행보를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 전 위원장은 수십년간 진보진영서 활동해온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 전 위원장은 지난 1973년 서울대에 입학해 학생운동에 참여했으며,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과 부마항쟁에 관여하는 등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과거 민주노동당에선 정책위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진보정치의 논리> <진보정당은 비판적 지지를 넘어설 수 있는가?> <좌파논어> 등이 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사회적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표 정치인으로 활동 중이다.

당 “무책임한 발언”
주 “당원 아냐” 해명


<일요시사>는 자세한 내막을 듣기 위해 지난 6일, 주 전 위원장과 직접 통화했다. 그는 어떤 경로를 통해 <반일 종족주의> 축사를 요청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경로가 어디 있겠나. (내가)가서는 안 되는 곳을 갔는가”라고 답했다.

이씨가 만든 온라인 모임에 가입한 일에 대해서는 “내가 가입한 것은 아니다. 초청받았을 것이다. 페이스북 모임이니까 초청으로 가입했던가 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미당 당무감사위원장 신분일 때 소녀상 설치 반대집회에 참석한 일은 당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행보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나). 나는 바미당 당원이 아니다. 너무 억지로 연결 짓지 말라. (나는) 어떤 단체나 모임의 회원이 될 수 있다. 이씨가 하는 모임의 회원이라는 인식은 없었고, 물어보니까 페이스북 모임 같은 곳에 초청받은 느낌이 드는데, 그것을 너무 억지로 연결 짓지 말라. 오프라인 모임을 할 때도 나는 초청 손님이었다. 회원이라고 부른 것이 아니다. 이씨의 입장을 나는 잘 모른다. 나는 민족주의가 지성을 마비시키는 독약과 같다는 입장이다. 현 집권여당이 하는 행태를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말이다. 쉽게 말해 (현 집권여당은)지성이 마비된 놈들이라는 것이다. 그런 것이 나의 입장이다. 다른 건 유추하지 말고 써달라. (행사에 참여했다고)‘누구의 생각과 같다’는 식의 갖다 붙이기는 자유민주주의 선진 국가에서 맞지 않은 것 같다. 개인은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살지 않나. 나는 자유인으로서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연인?
당직은…

그러나 바미당 측의 생각은 달랐다.


당 관계자는 지난 6일 <일요시사>를 통해 “처음 (주 전 위원장이)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을 때 당에서 그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권력만 좇는 모습에 많이들 실망했다”며 “오죽하면 (주 전 위원장에 대해)국회의원 배지 준다고 하면 무슨 짓이듯 하실 분이라는 말이 나오겠나. 자연인이라고 하고 당직을 갖고 있었으면 당의 정체성과 반하는 행사에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미당 당직을 걸고 행사에 참석한 것 아닌가. 특히 당무감사위원장은 부총장급으로 책임 있는 자리다. 참으로 무책임한 말이다. 아마 (해당 모임과 행사가) 반정부적 성향이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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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