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 ‘반일 종족주의’ 동행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08 08:31:19
  • 호수 12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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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 가입하고, 행사도 갔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바른미래당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이 반일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모임과 위안부와 노무동원노동자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모임에 가입한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해당 모임을 만든 사람은 최근 ‘친일 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 이우연씨다. 주 전 위원장은 <반일 종족주의> 북콘서트와 두 모임이 주최한 소녀상 설치 반대집회에 참석해 축사를 한 바 있다.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반일 종족주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책이 출간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날 광화문에서 열린 행사에는 책의 대표저자인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전 서울대 교수)과 이우연씨를 비롯한 다수의 저자, 그리고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주 전 위원장도 그중 한 명이었다.

조국 비판
“매국 친일”

축사자로 연단에 오른 주 전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46년의 세월을 좌파 진영서 생활했는데, 한국의 좌파가 타락한 것은 민족주의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민족주의는 지성을 마비시키는 독약이다. 마실 때는 기분이 좋지만, 자꾸 마시다 보면 중독이 돼 지성이 마비된다”고 말했다. 이어 “좌파운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운동이 평등가치를 저해하는 기득권 지키기를 하다 보니 반일 민족주의서 알리바이를 찾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반일 종족주의>는 시의적절하고, 그 내용이 절실하고 구체적이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반일 종족주의>는 최근 친일 서적 논란에 휩싸여 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5일, 이 책과 관련한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첨부하며 “이하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학자, 이에 동조하는 일부 정치인과 기자를 ‘부역·매국 친일파’라는 호칭 외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며 “이들(책의 저자)이 이런 구역질 나는 책을 낼 자유가 있다면, 시민은 이들을 ‘친일파’라고 부를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일 종족주의>에는 논란이 되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이 글의 저자인 이영훈 교장과 이우연씨 등은 ‘식민지 근대화론’(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일제강점기로 보는 역사적 관점)을 주장하는 뉴라이트계 학자들이다.

책 소개를 보면 반일을 “아무런 사실적 근거 없이 거짓말로 쌓아올린 샤머니즘적 세계관의, 친일은 악(惡)이고 반일은 선(善)이며 이웃나라 중 일본만 악의 종족으로 감각하는 종족주의”라고 설명한다.
 

▲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씨는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역사왜곡에 근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법원 판결을 시작으로 일본은 경제보복에 나섰다. 

그는 책에서 “징용 이전의 모집과 관알선을 통한 조선인의 일본행은 그들의 자발적 선택이었다. 이후 징용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은 10만명 정도였는데, 이들에게 일본은 하나의 로망이었다”고 적었다. 

북콘서트서 축사 “좋은 책”
바미당 당무위원장 때 가입

조선인이 겪은 강제노동에 대해서는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불했고 업무 중 구타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이는 일본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생활은 자유로웠다. 어떤 이는 조선여인이 있는 특별위안소서 월급을 탕진하기도 했다”고 적시했다.

이씨는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본과의 과거사가 청산됐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이씨는 2017년 9월 ‘위안부와 노무동원노동자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모임’(이하 동반모), 2018년 10월 ‘반일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모임’이라는 페이스북 비공개 모임을 만들었다.
 

▲ 반일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모임에 올라온 이미지

두 모임에선 친일·반정부적 성향의 게시물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반일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모임의 회원들이 “친일은 애국이다” “조국(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신종 나치 파쇼”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유니클로 불매운동, 조 전 수석의 <반일 종족주의> 비판, 일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등을 저격하는 글이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

강제징용이
자발적이라고?

동반모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씨는 모임의 성격에 대해 “소녀상의 전철을 되밟아서는 안 된다는 점에 동의하는 분들의 모임”이라며 “여기서 동상반대는 징용노동자상과 소녀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주 전 위원장은 지난 2018년 10월 두 모임에 가입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당무감사위원장으로 임명되고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이 소녀상 설치 반대집회에 참석한 모습(주대환 페이스북 캡쳐)

주 전 위원장은 두 모임이 주최하는 오프라인 행사에도 참석했다. 지난 6월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위안부와 노무동원노동자 동상 설치를 저지하고 한일관계 정상화를 촉구하는 서울집회’가 그것이었다.

당시 주 전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국민들이 과거에 비해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바보가 되어 가는 것은 민족주의라는 독약에 중독됐기 때문”이라며 “지금 우리나라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진보운동은 민족주의에 오염돼서 타락했다. 좌우도 좋지만,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바미당 당무감사위원장이던 그는 행사일로부터 10여일이 지나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당 철학과
맞지 않아

주 전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들은 바미당의 입장과 거리가 멀다. 그가 두 모임에 가입한 지난해 10월 바미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하점연 할머니의 별세를 추모하며 “일본군에 피해를 입은 것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과거 우리 정부에 의해 짓밟힌 상처만 생각해도 울분이 치민다. 할머니들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생각지도 않았던 10억엔짜리 서명은 일본군의 칼날에 의한 상처보다 더 쓰라린 것”이라고 논평했다.

같은 당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개막 사흘 만에 강제로 중단됐다. 일본 우익세력의 항의와 정부 인사들의 전방위적 중단 압박 때문이다. 전시장을 찾은 나고야 시장은 위안부 문제가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망언도 쏟아냈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공동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복수의 바미당 관계자들은 주 전 위원장이 보인 일련의 행보를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 전 위원장은 수십년간 진보진영서 활동해온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 전 위원장은 지난 1973년 서울대에 입학해 학생운동에 참여했으며,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과 부마항쟁에 관여하는 등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과거 민주노동당에선 정책위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진보정치의 논리> <진보정당은 비판적 지지를 넘어설 수 있는가?> <좌파논어> 등이 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사회적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표 정치인으로 활동 중이다.

당 “무책임한 발언”
주 “당원 아냐” 해명

<일요시사>는 자세한 내막을 듣기 위해 지난 6일, 주 전 위원장과 직접 통화했다. 그는 어떤 경로를 통해 <반일 종족주의> 축사를 요청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경로가 어디 있겠나. (내가)가서는 안 되는 곳을 갔는가”라고 답했다.

이씨가 만든 온라인 모임에 가입한 일에 대해서는 “내가 가입한 것은 아니다. 초청받았을 것이다. 페이스북 모임이니까 초청으로 가입했던가 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미당 당무감사위원장 신분일 때 소녀상 설치 반대집회에 참석한 일은 당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행보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나). 나는 바미당 당원이 아니다. 너무 억지로 연결 짓지 말라. (나는) 어떤 단체나 모임의 회원이 될 수 있다. 이씨가 하는 모임의 회원이라는 인식은 없었고, 물어보니까 페이스북 모임 같은 곳에 초청받은 느낌이 드는데, 그것을 너무 억지로 연결 짓지 말라. 오프라인 모임을 할 때도 나는 초청 손님이었다. 회원이라고 부른 것이 아니다. 이씨의 입장을 나는 잘 모른다. 나는 민족주의가 지성을 마비시키는 독약과 같다는 입장이다. 현 집권여당이 하는 행태를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말이다. 쉽게 말해 (현 집권여당은)지성이 마비된 놈들이라는 것이다. 그런 것이 나의 입장이다. 다른 건 유추하지 말고 써달라. (행사에 참여했다고)‘누구의 생각과 같다’는 식의 갖다 붙이기는 자유민주주의 선진 국가에서 맞지 않은 것 같다. 개인은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살지 않나. 나는 자유인으로서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연인?
당직은…

그러나 바미당 측의 생각은 달랐다.

당 관계자는 지난 6일 <일요시사>를 통해 “처음 (주 전 위원장이)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을 때 당에서 그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권력만 좇는 모습에 많이들 실망했다”며 “오죽하면 (주 전 위원장에 대해)국회의원 배지 준다고 하면 무슨 짓이듯 하실 분이라는 말이 나오겠나. 자연인이라고 하고 당직을 갖고 있었으면 당의 정체성과 반하는 행사에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미당 당직을 걸고 행사에 참석한 것 아닌가. 특히 당무감사위원장은 부총장급으로 책임 있는 자리다. 참으로 무책임한 말이다. 아마 (해당 모임과 행사가) 반정부적 성향이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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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